
폴링워터. 녹색의 자연과 폭포, 집이 하나로 어우러졌다.
그러나 ‘시적으로’란 말이 사물의 본래적 상태, 마땅한 존재 양태의 지향을 의미한다면 시대가 그럴수록 집을 짓고 그 안에 거주하는 본래적 의미가 무엇인지 되새겨보는 일은 그만큼 더 절실히 요청될 수 있다.
인간은 거주하기 위해 집을 짓는다. 지상에 거주하기 위해 집을 짓는 것이지 집을 지었기에 거주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거주란 무엇인가. 한 마디로 존재의 자리잡음이다. 인간은 하이데거 식으로 말하면 근본적으로 ‘거처 존재(Dasein)’이다. 따라서 거주란 세계 내 존재인 인간이 지상에 자신의 본질 공간을 만드는 것이면서 존재성을 되새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거주는, 자리잡음이란 말이 암시하듯이 필연적으로 타 존재자와의 관계를 전제한다. 그 관계는 우선 지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다른 인간 존재와의 관계이고, 나아가서 대지를 구성하는 풀, 나무, 돌을 포함한 자연 속 모든 사물과의 관계이며, 또한 대지가 떠받들고 있는 하늘이 필연적으로 상기시키는 신적 존재와의 관계이기도 하다.
하이데거는 이런 시각에서 인간의 거주는 대지와 하늘, 다른 인간들과 신성한 존재라는 네 가지 요소가 동시적으로 관여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관계를 지배하는 근본정신은 ‘거주하다(wohnen)’라는 단어의 어원적 의미 그대로, 보존하고 보살피는 것이다.
인간이 집을 짓고 거주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지상에서 안식을 얻고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삶의 공간을 만드는 일이지만, 동시에 다른 인간들 역시 그런 삶의 공간을 향유하도록 배려하는 것일 뿐 아니라 지상의 다른 사물들을 아끼고 보살피면서 그것들과 더불어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이기도 하다.
철학적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1867~1959)는 집 짓는 일의 근본적 의미를 진지하게 탐구한 드문 건축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건물을 삶의 근원적 본향인 대지의 일부로 인식하고 그것이 들어서는 장소의 공간적 질서를 최대한 존중하는 건축 양식을 모색함으로써 미국의 건축예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비단 미국의 건축예술만을 혁신시킨 것이 아니다. 건축물과 주변 환경의 조화와 통일성을 강조한 그의 ‘유기적 건축(Organic Architecture)’ 이론은 장식적인 아르 누보 스타일에 젖어 있던 유럽 건축계에 큰 충격을 줬다. 건축의 리얼리티는 벽이나 지붕 같은 건물 그 자체가 아니라 내부 공간이라는 그의 지론은 건축을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볼 것을 요구했다.
건축의 본질에 대한 라이트의 이런 성찰을 바탕으로 현대 건축은 개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전에 이미 현대 건축혁명의 기수로 존경을 받았지만, 사망한 지 거의 반세기가 흐른 오늘날에도 그는 건축의 근본을 물은 철학적 건축가로서, 또한 이른바 ‘녹색 건축(Green Architecture)’의 선구자로서 여전히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 건축예술원(American Institute of Architects)이 최근에 행한 조사에서 라이트는 ‘가장 위대한 미국 건축가(the greatest American architect of all time)’로 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