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출작전 과정에서 해적 4명 중 3명이 사살됐다. 남은 1명은 미국에 수감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주: 5월 뉴욕 대배심에서 유죄평결을 받았다). 필립스 선장을 억류했던 해적 집단의 두목은 복수를 다짐했다. 이들은 4월14일 미국 화물선 리버티 선 호를 공격했다. 두목은 “공격의 목적은 몸값을 받아내는 게 아니라 미국 선박을 파괴하는 것이었다”며 “‘친구’들을 죽인 것에 보복하기 위해 미국 선박을 무조건 공격할 팀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머스크 앨라배마 호에 대한 습격은 최근 인도양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해적 공격 중 하나일 뿐이다. 이제 해적은 세계안보의 위협요소로 다시 부상했다. 특히 아프리카의 뿔(아프리카 대륙 북동부, 소말리아와 그 인근 지역), 인도양, 남중국해, 말라카해협, 카리브해 등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해적은 해안선이 길고 상업이 활발한 지역, 해군이 취약하고 지역안보협력이 미약한 지역에서 창궐한다.
1990년대 초부터 증가한 해적 활동은 2000~2004년에는 매년 350~450건이 발생할 정도로 정점을 이뤘다. 2005년에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가 2007년 이후 다시 증가하고 있다.
2005년 미국 ‘해양안보전략’ 보고서는 “미국 안보는 세계 해양을 안전하게 이용하는 데 달려 있다”며 “조직적으로 무장한 해적과 테러가 국제 해양안보에 위협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0년 예멘 아덴 항에서 미 해군 구축함 콜 호에 대한 자살폭탄 테러, 2002년 프랑스 유조선 랭부르 호 폭발테러 등은 해양 테러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3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몇몇 해적 집단은 무장과 자원 측면에서 소말리아 정부에 필적한다”고 우려했다. 규모가 큰 해적 집단은 무기와 장비, 자금을 다량 확보하고 정교한 작전수행 능력을 보이는 등 지방정부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다양한 소화기, AK-47 소총, 로켓추진유탄발사기(RPG-7)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유조선, 화물선, 요트, 크루즈, 바지선 등을 추격하기 위해 보트에 대형 모터를 장착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 소말리아 북동부 준(準)자치지역인 푼틀랜드는 가장 활발하고 규모가 큰 해적 네트워크의 근거지다. 지방정부에 해안경비대가 있지만 장비와 작전능력은 매우 제한적이다. 지방정부 관리들이 해적과 결탁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소말리아 정치상황도 안정적이지 않다. 아프리카연합(AU)이 소말리아에 파견한 평화유지군은 최근 몇 달 동안 외국군 철수를 주장하는 강경 이슬람 반군의 공격을 여러 차례 받았다. 과도정부와 온건 이슬람 반군 소말리아재해방동맹(ARS)이 통합정부를 구성해 ARS 지도자 셰이흐 샤리프 아메드를 대통령으로 선출했지만 의회 구성 협상이 지연되고 반대파의 저항이 심해지면서 폭력과 갈등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아메두 울드압달라 소말리아 유엔 특사는 “빈곤, 실업, 척박한 환경, 가뭄과 불법어획에 따른 목축과 해양자원 감소, 불안한 정치상황 등이 해적이 계속 발호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불법 어획과 해양 폐기물 투기가 증가해 생존의 위협을 받으면서 해적 활동에 나서게 됐다”고 항변해왔다. 2005년 영국 국제개발부 보고서도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불법 어획으로 소말리아가 2003~2004년에 1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봤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해적 활동이 다시 지역 어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기도 한다. 지난해 인도양에서 참치 어획량은 전년 대비 30% 감소했다. 어선들이 해적에 대한 두려움으로 조업 활동을 줄인 것이 원인 중 하나다.
다국적 해군에 의한 무력 진압, 해적 의심자 체포와 사살이 증가하면서 ‘복수’가 해적의 또 다른 동기가 되고 있다. 4월14일 미국 리버티 선 호에 대한 해적 공격은 머스크 앨라배마 호 선장 구출 작전에서 사살된 동료에 대한 복수를 명분으로 선박을 파괴하고 선원들을 죽이려는 의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