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호

재판관 되려는 ‘대장동 변호사들’ 삼권분립 흔들다

[6·3선거 막판 변수 | ①조작기소(공소취소) 논란] 이해충돌 아랑곳 않는 권력의 끝은 어디인가

  •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헌법학)

    입력2026-05-30 1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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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장동 변호사들, 국회서 담당 사건 규명 나서

    • “조작기소” “회유” 강경 발언으로 국민 신뢰 훼손

    • 2차 종합특검에 쌍방울 사건 변호한 권영빈 특검보

    • 삼권분립 핵심은 ‘이해충돌 방지’인데 국조특위·특검 참여

    • 국민 우려에는 모르쇠…‘민주화 이전’ 회귀 우려

    더불어민주당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위원장(왼쪽)과 이건태 의원이 4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대장동 사건과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에 대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동아DB

    더불어민주당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위원장(왼쪽)과 이건태 의원이 4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대장동 사건과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에 대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동아DB

    아마도 대장동 사건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길이 기록될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될 것이다. 이미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0.73%포인트라는 박빙의 차이로 낙선한 배경 가운데 하나로 선거 직전 불거진 대장동 사건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수사와 재판 과정 전반은 물론 최근에는 대장동 사건 관련 변호사들이 정치권에서 활동함에 따라 논란의 영역이 확장되는 추세다.

    대장동 사건 피고인 가운데 유동규, 김만배, 남욱 등이 큰 주목을 받아왔다. 최근 항소심 절차 지연에 따라 구속기간이 만료되면서 이들은 모두 출소했고, 특히 남욱 변호사가 진술을 번복하면서 대장동 사건을 둘러싼 국민의 관심도 다시 커지고 있다.

    “조작기소” “회유” 강경 발언으로 국민 신뢰 훼손

    그러나 이보다 더 논란을 낳고 있는 것은 이른바 ‘대장동 변호사’의 국회 활동이다. 그동안 이재명 대통령의 변호를 맡았던 인사들의 요직 기용을 둘러싸고 여러 차례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대장동 변호사 사안은 한층 심각하다. 대장동 변호사 상당수가 민주당 공천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데다, 국회 활동 과정에서 대장동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면서 사건의 의미와 파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11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둘러싸고 거센 논란이 벌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대장동 변호사 출신 의원들이 직접 발언대에 올라 입장을 쏟아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변호했던 김기표 의원은 “검찰은 어떤 한 사건에 대해 항소하지 않은 것을 가지고 침소봉대하고 이 대통령과 연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발언했다.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의 변호를 맡았던 이건태 의원은 “정치 검찰이 당시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회유와 압박을 가해 허위 진술을 꺼낸 뒤 조작기소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의 변호를 맡았던 박균택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애초에 검찰이 해서는 안 되는 조작질 공소제기를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이 의원은 이후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조작기소 국조특위)’ 위원으로도 참여했다. 대장동 사건 관련 피고인 변호를 맡았던 인물이, 국회 차원에서 해당 사건의 수사 과정과 검찰 책임을 규명하는 역할까지 맡게 된 셈이다. 조작기소 국조특위에 몸담은 대장동 변호사 출신 인물만 3명(김동아·양부남·이건태)에 달한다. 이러한 점은 국정조사특위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더욱 키우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과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 법조계 인사들은 물론 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일련의 사태는 이해충돌 소지가 있으며, 나아가 입법부와 사법부의 역할을 혼동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삼권분립이 무력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대장동 변호사의 국회 활동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삼권분립의 약화가 이러한 현상을 낳은 것인지, 반대로 대장동 변호사의 활동이 삼권분립 약화를 가속화하는 것인지, 무엇이 닭이고 어느 쪽이 달걀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삼권분립의 뿌리는 고대의 혼합국가형태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주제·귀족제·민주제 어느 하나도 완전한 체제가 아니며, 각각 참주제·과두제·중우제로 타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론이다. 권력의 부패를 막기 위해 군주제적 요소와 귀족제적 요소, 민주제적 요소를 한 체제 안에 혼합하고, 이들의 상호 균형과 견제를 통해 부패와 타락을 방지하려는 구상이었다.

    이론에 머물던 혼합국가형태론을 최초로 구현한 나라는 근대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영국이었다. 영국에서는 군주의 절대 권력을 약화했다. 모든 국가권력을 장악했던 군주는 집행권만 가지게 됐고, 귀족원과 평민원으로 구성된 의회가 입법권을 행사했다. 또한 사법권은 이미 법의 지배(rule of law) 원칙에 따라 그 지위를 인정받던 보통법 재판소에서 담당하도록 했다.

    프랑스의 몽테스키외는 앞선 영국의 정치구조를 군주의 집행권, 시민세력의 대표인 의회의 입법권, 법복귀족이 담당하는 사법권으로 구분했다. 그는 이를 통해 고전적 권력분립 이론을 완성했는데, 군주 세력, 귀족 세력, 시민 세력의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권력의 오남용을 막고 인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봤다. 이처럼 몽테스키외의 이론은 세력의 균형과 각 세력이 담당하는 기관의 분립을 핵심으로 했다. 

    17세기 이후 시민혁명을 거치며 군주 세력과 귀족 세력이 몰락했고, 국민주권 원리가 확립하면서 더는 권력분립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권력을 의회로 집중할 경우 오히려 권력의 오남용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사실을 체험하며 현대적 권력분립이 재정립됐다. 

    삼권분립 핵심은 이해충돌 방지인데, 국조특위·특검 참여

    현대적 권력분립의 핵심은 모든 국가기관이 국민을 위해 일하지만, 각기 역할(입법·집행·사법)을 분담하고, 권력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기관 간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다. 다만 고전적 권력분립과 달리 국민의 인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일정 부분 완화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대표적 예가 행정국가화와 정당국가화 현상이다. 

    행정국가화란 현대 산업사회의 복잡한 현실과 사회국가적 보장의 필요성에 따라 행정 업무가 급증하면서, 이를 담당하는 집행부의 조직과 인력, 권한과 전문성 등이 크게 확대되는 것이 국민의 인권 보장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권력 간 상호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조치를 마련했다. 특히 의회의 국정통제권 강화, 헌법재판을 통한 정부 활동에 대한 사법적 통제 강화 등을 매우 중요하게 본다.

    정당국가화 역시 정당을 매개로 입법부와 집행부가 긴밀하게 연결된다는 점에서 삼권분립이 약화되거나 훼손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대 민주주의는 정당의 역할 없이는 제대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현실적 고려에 따라 정당국가화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대신 당내 민주주의 강화를 통해 정당의 권력 오남용을 방지하도록 하고, 위헌정당 해산제도를 통해 극단주의 정당에 의한 헌법 질서 파괴를 방지하고 있다.

    이러한 삼권분립의 핵심은 권력의 오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방지하는 데 있으며, 이는 이해충돌 방지로 연결된다. 삼권분립 자체도 일종의 이해충돌 방지라고 할 수 있지만 현대 국가의 이해충돌 방지는 좀 더 세밀화 및 구체화되고 있다. 대표적 예가 고위공직자의 재산 등록 및 공개와 주식백지신탁이다. 현행법상으로는 공직자윤리법 제2조의2에서 이해충돌 방지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며, 오래전부터 인정되던 재판에서의 제척·기피·회피도 이해충돌 방지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이해충돌이 문제 되는 경우, 즉 공적 지위와 사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례가 여럿 관찰된다. 이번 사안만 하더라도 이러한 양상이 두드러진다. 대장동 변호사 출신이 국회에서 관련 사건을 다루는 국조특위의 위원으로 활동하는 것처럼 이해충돌이 명백한 경우가 드물지 않다.

    앞선 발언만 보더라도 대장동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이 관련 사건에서 중립적이고 객관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들이 더욱 파급력이 큰 활동에 나설 경우 문제는 한층 심각해진다. 대장동 변호사였던 이건태 의원이 조작기소 국조특위에 참여한 것은 물론이고, 2차 종합특검의 권영빈 특검보 관련 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그가 이를 다루는 특검에 특검보로 참여하는 것은 전형적 이해충돌일 뿐만 아니라, 특검 수사의 공정성에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하는 일이다.

    물론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공정성이 훼손될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무엇보다 국민이 해당 사안을 불신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그 자체만으로 공적 제도와 국가기관의 신뢰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해충돌 문제에 대해 사전 방지책에 방점을 찍는 방식으로 제도가 마련된 이유다. 

    민주당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진상규명 및 공소취소를 위한 국정조사 추진위원회’ 위원들이 3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아, 이용우, 박성준, 이건태, 김승원, 이주희 의원. 뉴스1

    민주당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진상규명 및 공소취소를 위한 국정조사 추진위원회’ 위원들이 3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아, 이용우, 박성준, 이건태, 김승원, 이주희 의원. 뉴스1

    국민 우려에는 모르쇠…‘민주화 이전’ 회귀 우려

    문제는 이건태 의원이나 권영빈 특검보의 이해충돌 가능성에 대해 많은 국민이 우려와 비판을 제기하고 있음에도, 정작 국회나 특검 차원에서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듯한 태도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법관의 경우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제척·기피·회피가 인정된다. 국회나 검사, 특검에 대해서는 이런 제도가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이해충돌 방지 의무를 가볍게 취급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공직자윤리법 제2조의2는 이해충돌 방지 의무에 대한 원칙 규정을 두고 있다. 비록 주식백지신탁 등과 같이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해당 조항을 별다른 효력이 없는 선언적 규정으로 봐서는 안 된다. 물론 이해충돌 방지 의무를 법적 의무가 아닌, 도덕적 의무처럼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야당 시절 여당이던 국민의힘에 이해충돌 문제를 날카롭게 따져왔다. 여당이 됐다고 관련 문제에 너무 관대해진 것은 아닌가.

    삼권분립은 수백 년간 민주국가의 핵심 원리 가운데 하나였다. 삼권분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전제국가나 전체주의 체제로 기울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삼권분립을 무력화하는 시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장동 변호사의 활동은 현재진행형이며, ‘선출된 권력’의 정당성을 내세워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경우도 곳곳에서 관찰된다. 

    통제되지 않은 권력, 이해충돌을 아랑곳하지 않는 권력의 끝은 어디일까. 인류 역사의 교훈은 그러한 권력은 결국 파멸을 맞는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가령 유신체제는 권력을 통제하는 장치를 무력화했지만, 내부로부터 시작된 권력의 종말을 막지 못했다. 권력 오남용과 내부 갈등으로 국가가 약화하면서 외부 충격에 취약해진 경우도 여럿 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수십 년의 권위주의 정권을 겪으면서 어렵게 성장 및 발전해 왔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탄탄대로가 열릴 것이란 기대가 팽배했으나, 갈등과 대립은 오히려 더욱 극심해졌다. 이제는 민주주의가 스스로를 파괴하려 하는가. 지금처럼 삼권분립 없는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억지가 통용되고,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리는 행동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진다면 민주화 이전의 시절로 회귀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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