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호

“李 외교정책, 바람은 부는데 풍향계가 없다”

[Interview]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주재우 교수의 직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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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6-06-01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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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 정부 실용외교는 적절…명확한 목표 부재는 한계

    • 美·中·日 정상 모두 만났으나 ‘공동선언문’ 없어

    • 美, 韓 핵잠 개발 승인했다지만 팩트시트에 세부 계획 빠져

    •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美에 통화정책 내용 보고하는 실태

    • 쿠팡 사태 항의, 방시혁 출금해제 요청…美 일종의 내정간섭

    • 정동영 ‘北 구성 핵시설’ 발언, 대통령이 경질할 사안

    • 美가 쥐고 흔들게 두면 韓中관계 개선 어려워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인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가 5월 11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인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가 5월 11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일본, 중국의 정상을 모두 만난 것은 큰 실적이다. 하지만 그 실적이 무색하게 공동선언문을 하나 내지 못한 것은 아쉽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가 이재명 정부 1년간의 외교정책에 내린 평가다. 주 교수는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으로 미중 관계사를 연구한 정치·외교 문제 전문가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약 3개월 만에 미·중·일 정상을 모두 만났다. 실적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25년 10월 2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한국 핵추진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개발 허가를 이끌어냈다. 경주 APEC 정상회의 기간(10월 30일~11월 1일)에는 11년 만에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외교를 재개했고, 올해 1월 13일에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드럼 합주’를 선보이며 한일 관계 경색 우려를 불식했다.

    그럼에도 세 차례 정상회담 모두 공동선언문 없이 마무리됐다. 5월 11일 서울 충정로 ‘신동아’ 인터뷰룸에서 만난 주 교수는 “외교부 자문위원에서 물러나게 될 수도 있지만 문제는 정확히 지적해야 한다”며 현 정부 외교정책의 문제점을 짚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핵잠수함 개발, 허가가 아니라 논의 시작에 가까워

    6월이면 이재명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이번 정부의 외교를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바람은 부는데 풍향계가 없는 형국이다. 정부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용외교가 되려면 목표가 확실해야 한다. ‘한미동맹 강화’나 ‘대북 핵 억제력 강화’ 같은 목표 말이다. 목표가 확실했으니 2023년 4월 26일 한미 정상회담을 했고, 그 결과로 한미 간 ‘핵합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NCG)’을 창설하기로 합의한다는 내용의 ‘워싱턴 선언’이 있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지난 1년간 미국, 중국, 일본의 정상을 모두 만나고도 공동합의문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더 좋은 환경에서도 성과가 없었던 것은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핵잠수함 개발 허가를 받은 것은 성과라 볼 수 있지 않을까.

    “당시 정상회담 팩트시트를 보면 핵잠수함 개발 허가가 실질적 성과라 보기 어렵다. 팩트시트는 말 그대로 사실만을 담는 문서다. 양국 정부가 합의한 사안에 대해서는 그 주체를 분명히 기술한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를 살펴보면 ‘한국이 핵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다’는 내용만 있을 뿐, 핵잠수함의 연료인 우라늄 농축 방안이나 핵연료재처리 등 핵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미국과 협상할 주체가 없다.”

    일단 허가를 받았으니 협상 주체는 추후 결정하면 되는 문제로 보이는데. 

    “현재 한미원자력 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20%까지만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고, 핵연료재처리는 불가능하다. 이를 고치지 않으면 핵잠수함 개발은 불가능한데 논의할 주체조차 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핵잠수함 개발 허가라는 화두가 양국 사이에 던져진 것에 가깝다. 이를 바탕으로 실제 개발 허가의 초안을 만드는 협상을 이제 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한국이 미국에 투자해야 하는 금액인 3500억 달러는 팩트시트에 명시됐을 뿐더러 같은 날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 서명까지 이뤄졌다.” 

    그만큼 한미 양국이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가까워졌다기보다는 더욱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재무부와 한국 기획재정부가 환율정책 협의를 마쳤는데, 이 협의 내용에 따르면 한국은 매달 미국에 외환시장개입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이는 한국이 주체적으로 환율을 관리하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이 조치로 환율조작국 우려에서 탈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외환시장개입 내역을 공개한다는 것은 사실상 한국의 환율정책을 전부 들여다보겠다는 내용이다. 합의문에는 ‘거시건전성이나 자본 이동 관련 조치는 물론 국민연금 등 연기금까지 환율 조정에 동원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있다. 이 내용대로라면 고환율에 대처하는 ‘환율 방어’조차 어렵다. 결국 환율 관리를 위해서는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등 후속 조치가 반드시 필요한데 약점을 만들다 보니 한국은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대북 관계 개선’ 꿈 놓아야 미국 신뢰 회복 

    우방인 미국이 공연히 한국을 흔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는 냉혹하다. 이미 미국이 한국에 ‘선 넘은 요구’를 수차례 해 오지 않았나.”

    구체적으로 어떤 요구를 말하는 것인가. 

    “가장 가까운 예로는 4월 주한 미국대사관이 경찰에 방시혁 하이브 의장 출국금지 해제를 요청한 것이다. 미국 대사관이 한국인의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해 달라 요청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외에도 같은 달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50여 명이 쿠팡 사태 등과 관련해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사법주권 침해’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항의 서한을 발표한 것도 마찬가지다. 일종의 내정간섭으로 볼 여지가 있다.”

    미국이 한국의 내정까지 간섭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금의 미국은 한국을 신뢰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믿질 않는다. 문재인 정부부터 불신이 시작됐다고 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저서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동맹 외교의 파트너로 아주 잘 맞는 편”이라 말했는데….

    “문 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고 전달한 것이 문제다. 문 전 대통령의 말만 믿고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2월 북·미 정상회담을 열었고, 이 자리에서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 ‘하노이 노딜’로 이어졌다. 미국은 이재명 정부의 외교 방식이 문재인 정부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어떤 부분 때문에 두 정부가 닮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4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27 판문점 선언 8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동아DB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4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27 판문점 선언 8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동아DB

    “대북 관계 개선의 꿈을 놓지 못해서다. 미국에 북한은 적에 가까운데 한국은 미국의 우방이라면서 계속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려 한다. 미국은 한국을 신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이야기까지 듣고 기자는 4월 미국이 한국에 북한 정보 공유를 일부 중단한 사건이 떠올랐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3월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북한의 공표 받지 않은 우라늄 농축시설이 평안북도 구성시에 있다”고 발언했다. 미국은 정 장관이 민감 정보를 유출했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후 미국은 한국에 북한 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발언으로 인한 미국의 북한 정보 공유 제한도 미국이 한국을 신뢰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 생각하는가. 

    “정 장관의 발언은 단지 ‘트리거(방아쇠)’에 불과하다고 본다. 정 장관이 지난해 10월 ‘평화적 두 국가론’을 꺼냈을 때부터 (미국은) 벼르고 있었을 것이다. 북한 체제를 인정하겠다는 발언이니 당연히 심기를 건드렸을 것이다. 이외에도 남북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는 내용의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겠다는 등의 발언이 이어지며 미국은 한국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을 키워갔을 것이다.”

    李 선택적 분노, 외교엔 악영향

    이 대통령은 4월 20일 자신의 X 계정에 “구성 핵시설의 존재는 이미 전 세계에 알려져 있던 사실”이라며 정 장관을 두둔했다.

    “외교적으로는 실책이다. 일단 대통령이 나서서는 안 됐다. 일개 부처 장관의 실수이니 그 장관이 스스로 해명해야 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두둔하면 미국 조치에 한국 대통령이 반발하는 모양새가 된다. 두고 보기가 어려웠다면 차라리 (정 장관을) 경질했어야 미국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다.”

    X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4월 10일 이 대통령이 X에 이스라엘군의 인권유린 행보를 비판하며 가짜 뉴스를 인용한 사건이 있었다. SNS를 통한 정상의 타국 공개 비판이 외교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없나. 

    “일단 각국 정상의 발언은 굉장히 예민한 문제다. 최대한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야 하는데 (이 대통령은) 그렇지 못했다. 해당 X 게시물은 비판 대상도 그 정도도 모두 문제다. 일단 이스라엘은 한국의 우방이다. 대통령이 우방국가를 직접 비난한 경우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비판하며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을 언급했는데 이는 이스라엘 국민 전체를 건드리는 역린이 된다. 한국의 위안부 문제처럼 절대 다른 나라가 거론해선 안 되는 금기 중의 금기다. 더 큰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 2월에는 X에 캄보디아어로 ‘한국인 건드리면 패가망신’이라는 글을 작성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캄보디아 관련 X에 남긴 글의 경우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범죄에 관한 내용이라 한국에서는 반응이 좋았다.

    “결례도 일관적이라면 외교적 이미지 형성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분노는 선택적이다. 단적인 예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이 대통령이)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한 적이 있었나. 굳이 해외 문제로 갈 것도 없다. 지난해 중국 항공모함이 8회나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을 침범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이) X로 비판하지 못했다.”

    대중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정부이니 중국 비판은 어렵지 않았을까.

    “그래서 한중 정상회담을 한국과 중국에서 각각 한 차례씩 진행했지만, 성과는 14개의 MOU뿐이다. 그마저도 양국 협력을 위한 구체적 방안은 없다. 1월 방중 당시 이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한한령(限韓令) 해제를 요청하자 시 주석은 ‘석 자의 얼음이 녹으려면 시간이 걸린다’며 에둘러 거절하지 않았나. 중국은 한국을 외교협상의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다. 미국에 끌려다니는 국가라고 생각하니 한국과 관련된 내용도 미국과 협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李 정부, 외교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 명확히 해야

    그런 면에서 현 정부의 실용외교 기조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나.

    “한국 상황에서는 가장 적절한 외교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를 이루려면 일단 대북 관계에 대한 낭만적 태도를 내려놓고 현 정부가 외교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적과 아군이 확실해야 실용외교의 목표를 세울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재명 정부 1년간의 외교는 같은 기간 북한 외교에도 밀리는 모양새다.”

    북한 외교가 한국보다 낫다니 쉽게 납득되질 않는다.

    “북한은 적과 아군을 확실하게 나눴다.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워 한국과는 확실히 거리를 뒀고, 중국이나 러시아와는 손을 잡았다. 이를 통해 러시아의 군사기술을 얻었고, 중국과의 협력도 한층 강화됐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국제외교가 강대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는 북한처럼 일관적이고 명확한 태도가 효과적이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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