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해산 요건에 민사사건도 포함”
가정연합 “종교탄압이자 종교의 자유 침해”
직장 내 왕따, 협박 등 2차 피해 심각
7월 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종교자유회의(IRF) 서밋 행사에 참석한 세계 종교지도자들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박탈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IRF Summit Asia]
“종교의 자유는 인권과 직결된다. 종교의 자유를 막는 것은 인권침해다.”(샘 브라운백 국제종교자유회의 공동의장)
7월 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종교자유회의(IRF) 서밋 아시아 행사에 참석한 폼페이오 전 장관과 브라운백 공동의장이 일본 정부의 행보에 우려를 표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0월 13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이하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 이를 두고 일본 정부가 특정 종교단체를 탄압하며 신앙의 자유를 빼앗으려 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일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격 사망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직접적 연관성이 없는 종교단체를 희생양으로 삼아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베 전 총리가 사망한 후 일본에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형사처벌 전력 없는 가정연합 옭아맨 기시다 발언
아베 전 총리가 암살당한 것은 2022년 7월 8일 선거 유세를 하던 도중이었다. 용의자는 야마가미 데쓰야라는 전직 자위대원. 아베 전 총리는 총격범의 초탄이 아닌 차탄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져 경호 실패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기도 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총격범에 대한 법적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재판도 한 번 열리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일본 정부는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명령을 지난해 10월 13일 법원에 청구했다. 사건 직후 경찰이 총격범의 범행 동기에 대해 “가정연합 신도인 어머니의 과도한 헌금으로 집안이 파산한 데 원한을 품고 가정연합에 호의적인 아베 전 총리를 저격했다”고 언론에 알린 것이 도화선이 됐다.
사건 발생 두 달여가 지난 2022년 9월 열린 청문회에서 일부 변호사가 가정연합 해산명령 청구를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문화청 관계자는 당시 “교회(가정연합)의 간부 등이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어 법원에 해산명령을 청구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일본 법조계에 따르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종교단체를 상대로 일본 정부가 해산명령을 청구한 사례는 없다. 그런데 같은 해 10월 19일 기시다 총리가 ‘민법상 불법행위도 해산 요건(행위의 조직성·악질성·계속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으면서 일본 정부의 태도도 바뀌었다. 기시다 총리의 발언이 해산명령을 청구할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일본 정부가 법원에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명령을 청구한 사실이 알려지자 가정연합은 민법상 불법행위 여부와 관계없이 ‘나쁜 종교단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더 큰 문제는 신도들에게 가해진 심각한 2차 피해다. 일본 내에서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2세 모임’을 이끄는 고지마 기야키 대표는 ‘신동아’와 만난 자리에서 “가정연합 신도라는 이유만으로 직장에서 왕따나 불이익을 당하는 2세가 적지 않다”며 “종교에 대한 신념과 자부심을 가진 2세더라도 스스로 가정연합 신자라고 밝히기 힘든 여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지막 레포트 과제로 교수가 ‘가정연합이 악한 이유를 쓰라’고 해 내적 갈등을 겪다 대학을 그만둔 학생도 있고, 친한 친구에게 ‘엄마가 너랑 어울리지 말라고 한다’는 얘기를 듣고 우울증에 빠진 학생도 있다. 직장 내 왕따를 견디다 못해 자살한 청년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 국무부는 7월 2일 ‘2023 국제종교자유보고서’를 내고 일본 정부의 가정연합 해산명령 청구와 사법부의 수용에 대해 ‘일반적 규범에서 벗어난 것(a deviation from the norm)’으로 평가했다. 헌법을 준수하는 법치국가는 일반적으로 형법 위반을 근거로 해산명령을 청구한다. 일본 정부가 민법에 근거해 청구하고 법원이 받아들인 것은 사회적 약속을 따르지 않은 이례적 조치라는 해석이다.
다나카 도미히로 일본 가정연합 회장은 “아베 전 총리를 암살한 총격범의 어머니가 가정연합 신도였다는 이유로 가정연합에 암살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거나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정연합]
해산명령 청구 배후는 공산주의 변호사 그룹
일본 정부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가정연합을 상대로 법원에 해산명령을 청구했다. 아베 전 총리의 암살에 개입했나.
“아무런 관련이 없다. 총격범의 어머니가 가정연합 신도였고, 성금을 많이 냈다는 것 때문에 원한이 생겼다고 해도 그것을 이유로 가정연합에 암살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거나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 아베 전 총리 사망 이후 2년여 시간이 지나는 동안 가정연합을 둘러싼 비판적 보도가 쇄도했다. 이를 주도한 것은 전국영감상법대책변호사연락회(이하 전국변련·영감상법은 영혼에 대한 느낌(靈感)과 상술을 의미하는 상법(商法)을 합친 말로 물건을 사지 않으면 본인이나 가족, 조상이 큰 탈이나 재앙을 만나게 될 거라고 믿게 해서 고액으로 파는 행위를 말한다)라는 공산주의 사상을 가진 변호사 그룹이다. 그들은 약 40년 동안 가정연합과 적대적 관계를 이어왔다. 언론의 전면에 나서서 가정연합에 대한 왜곡된 주장을 편 것도, 일본 정부가 해산명령을 청구하도록 부추긴 것도 전국변련 소속 변호사들이다.”
일본 정부가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명령을 청구해 피해가 상당하다고 들었다.
“해산명령은 종교단체에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정부의 이러한 결정이 모든 행정과 국민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부의 해산명령 청구는 ‘정부가 가정연합을 반사회적 단체로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일본 전역을 강타했다. 정부뿐만 아니라 지역 행정기관 중에도 가정연합과 관계를 단절한다고 선언하는 곳이 생겨났다. 신도들의 인권침해 피해도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다. 정부의 보증으로 가정연합 신도들은 2급 시민 취급을 받게 됐다. 정부의 일방적 해산명령 청구는 종교의 자유로 보나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보나 명백히 부당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민사 처벌 전력을 해산 요건에 포함하면 다른 종교단체도 해산명령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 않나.
“개인적으로 지난 2년간 ‘일본이 무너져가고 있다’고 느낀다. 민주주의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사상과 신념의 자유, 종교의 자유에 정부가 너무 쉽게 개입할 수 있게 됐다. 가정연합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던 많은 종교단체가 종교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가정연합 신도들이 겪은 인권침해 실태가 궁금하다.
“언론보도로 확산된 유언비어가 교회 신도들의 다양한 피해로 이어졌다. 지난해 12월까지 공식 루트로 파악한 신도들의 피해가 337건에 달한다. 이것은 사실 빙산의 일각이다. 비공식 루트까지 포함하면 1만 건이 넘는다. 차량에 비방이나 낙서를 한다든지, 협박 전화를 걸어 괴롭히는 건 예사다. 교회로 칼이 든 우편물이 배달되기도 한다. 신도들이 가족으로부터 당한 피해도 상당하다.”
불안감이 생겨 탈퇴하는 사람이 늘어났나.
“물론 신도들은 큰 불안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박해를 받고 망한 종교는 없다. 신앙이라는 것은 박해를 받으면 받을수록 강해지는 속성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전국의 신도들이 굉장히 강해졌다’ 느끼고 있다. 신도들 스스로 홈페이지나 SNS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종교의 자유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삼권분립에 입각해 사법부가 반드시 양심을 가지고 판단을 내려주기를 소망하고 있다.”
“종교법인법상 해산 요건에 맞지 않는 청구”
일본 정부의 해산명령 청구에 가정연합은 어떻게 대응할 방침인가.
“현 정권이 일부 언론의 편향된 보도와 이에 자극받은 여론에 떠밀려 정치적 목적으로 청구한 것이기에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신흥종교에 가장 엄격하다고 알려진 프랑스나 독일에서도 종교단체 해산은 형사사건이 있는 경우에만 논의된다. 일본에서도 과거 해산명령을 받은 종교단체는 옴진리교와 명각사뿐이며, 두 단체 모두 형사처벌을 근거로 한 판결이었다. 가정연합은 1964년 창립 이래 단 한 번도 형사사건을 일으키지 않았다. 그동안 문제가 된 것이 주로 신도들의 헌금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지난 60년간 사기죄, 협박죄 등 유죄판결이 내려진 적이 없다. 그뿐 아니라 2009년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법규 준수) 선언을 기점으로 교단 개혁을 시작한 이후에는 민사사건조차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해산명령 청구가 확정되면 모든 자산이 국가에 의해 처분되기 때문에 교단 운영을 지속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종교법인 해산은 헌법 제31조(죄형법정주의, 적법절차 보장), 제20조(종교의 자유), 제13조(인권존중), 제14조와 심각하게 관련된 문제라서 매우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
교단 개혁의 진행 방식과 성과를 공개할 수 있나.
“2009년 컴플라이언스 선언 이후 신도회의 헌금 권유 행위와 개인의 자발적 헌금이 과도하게 이뤄지지 않도록 지도해 왔다. 그 결과 민사소송과 화해 안건 모두 크게 줄었다. 2017년 이후에는 민사재판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또 2022년 9월 시작된 교회 개혁으로 10만 엔(약 89만5000원)을 초과하는 현금을 받을 때는 타인에게 빌려서 하는 헌금은 아닌지, 가정 형편에 비해 과도한 헌금은 아닌지 등을 확인한 후 수령하고 이를 증빙할 확인서를 남기도록 하고 있다. 또 2022년 12월부터 신앙생활로 인해 가정에서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유의미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그 덕에 고민이나 가정 내 문제가 해결됐다는 신도들의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교회 해산 요건에 민사사건까지 포함하도록 한 것이 가정연합 해산명령 청구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일본 법조계에서는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전망하나.
“우리 교단과 민사소송 중인 전국변련은 2022년 7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가정연합을 ‘반사회적 단체’로 규정하며 해산을 요구했다. 자민당 총재이기도 한 기시다 총리는 이에 영향을 받아 그해 8월 자민당과 가정연합의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기시다 총리의 가장 큰 실수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단체’라는 표현으로 관계 단절을 선언하면서 문제의 진위를 확인하지 않고, 교단 측과 40년 동안 적대 관계에 있는 전국변련 변호사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행정부 수장으로서 지켜야 할 공정성을 포기한 점이다. 가정연합 해산명령 청구는 떨어진 인기를 만회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시작된 일로 보인다는 의견이 많다. 더구나 가정연합이 해산명령을 받을 만한 불법행위를 한 번도 저지른 적이 없기 때문에 청구가 받아들여지기 힘들다는 게 법조인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가정연합의 법률대리인인 나카야마 다쓰키 국제변호사는 “일본 정부의 해산명령 청구는 종교법인법상 해산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일본 정부가 지적한 위법행위의 조직성, 악질성, 계속성을 문제 삼을 만한 근거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해산명령 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지만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발생할 경우 (가정연합의) 법인격이 소멸돼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피해자 구제가 더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 인터뷰
“교회 해산명령은 정부의 올바른 대응 아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 [김지영 기자]
일본 정부가 일본 가정연합에 강제 해산명령을 내렸다. 신도들은 이를 종교적 박해라고 주장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 정부는 종교의 자유와 종교적 관용에 대해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교회를 해산해서는 안 된다. 역사적으로 많은 교회가 논란을 일으켰다. 그럴 때 정부의 올바른 대응은 교회를 해산하는 것이 아니다. 교회를 없앨 것이 아니라 그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으로 족하다. 이런 일들을 해결하기 위한 법이 존재한다. 종교단체의 지도자가 부적절하게 행동하고 법을 위반했다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단순히 종교적 신념을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종교적 자유를 부정하기 위해 교회를 해산하는 것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종교의 자유를 가장 심각하게 훼손하는 국가를 꼽는다면.
“중국은 기독교나 가톨릭에 대해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중국의 인구와 면적을 고려할 때 이러한 종교의 자유 침해 규모가 어느 나라보다 클 것으로 판단된다. (유엔의 의혹 제기로 드러난) 위구르족(이슬람교를 믿는 토착소수민족)에 대한 집단학살은 중국의 종교탄압 규모와 심각성을 말해주는 대표적 사례로 보인다.”
2018년 북한을 방문해 그곳에 억류됐던 미국인 목사들의 석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전력이 있다. 당시 북한에 대가를 지불했나.
“세 명의 기독교 목사를 집으로 데려온 것은 엄청난 축복이었다. 다만 그 세 명과 함께 억류됐던 오토 웜비어가 그곳에서 학대를 받다가 사망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우리(미국)는 북한에서 그들을 데려오는 데 한 푼도 지불하지 않았다. 두 번째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대화를 나누면서 단지 ‘(억류돼 있는) 미국인들에게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을 뿐이다. 그러고 나서 공항에 도착했을 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축복을 받았고, 그들을 집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북한에는 여전히 종교의 자유가 없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보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세 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한 주된 목적은 북한의 핵무기가 수많은 사람의 생명과 생활 터전을 파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런 행보의 바탕에는 인권보호 의지가 깔려 있다. 트럼프 정부는 그 당시 북한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고자 유엔을 설득해 북한 제재를 조치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중국과 러시아는 모두 그 사실을 잊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 주민이 억압받는 것이 중국과 러시아에 최선의 이익이 아니라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 북한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면 피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일고 있는 핵무장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결정은 각국 정부의 몫이다. 모든 주권 국가는 자신의 길을 찾을 권리가 있다. 다만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가 많을수록 핵무기를 만들 능력뿐만 아니라 전략적 억지력을 갖추는 것이 더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정부가 실제로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 방식(비핵화 방식)으로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문제의 본질을 바꿀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핵무기로부터 위협을 받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한국 정부가 최선의 방법으로 자국민을 그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권리와 책임이 있기에 (핵무장의 필요성도) 이해한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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