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애슬론을 통해 누구보다도 새로운 인생을 맛본 사람은 남도희씨. 그와 트라이애슬론과의 만남엔 극적인 면이 있다.
시화공단에서 ‘화전사’란 전자업체를 경영하던 그에게 ‘불청객’이 찾아온 것은 1997년 3월. 위암이었다. 수술로 위의 절반을 잘라냈다. 마음이 편치 않아진 그는 35년간 운영해온 업체를 임대하고, 일을 손에서 놓았다. 대신 수술받은 지 18일 만에 수영대회에 출전했다. 평소 꾸준히 수영을 해온 남씨에겐 무엇보다 좀이 쑤시는 게 고역이었다. 결과는 핀수영 부문 우승. 녹슬지 않은 수영실력에 고무된 그는 내친김에 트라이애슬론에 도전장을 냈다.
“체력 한번 제대로 점검해보고 싶었어요. 수영은 워낙 잘하니 싫증났고….” 남씨는 40~50대에 수영 마스터즈대회의 국내기록 대부분을 경신했을 정도로 ‘수영의 달인.’ ‘타잔’이란 별명까지 붙을 정도였다.
그런 그에게도 트라이애슬론은 난공불락이었다. 우선 마라톤과 사이클에 자신이 없었다. 1986년 태국여행에서 축구를 하다 오른쪽 다리 인대를 다친 후유증으로 제대로 달릴 수 없었기 때문. 그래도 뛰는 거리를 매일 두 배씩 늘리는 등 갖은 노력을 다한 끝에 결국 로열코스를 완주했다.
남씨가 수영을 배우게 된 사연 또한 다소 엉뚱하다. 그는 서울 반포아파트에 살던 32세때 척추를 다쳤다. 아파트 현관문이 고장나 문이 열리지 않자 그는 밖으로 나가기 위해 발코니에서 섬유 원단을 풀어 이를 잡고 3층에서 내려가다 떨어져 사고를 당한 것. 고교시절 배구선수로 활동할 만큼 체력에 자신 있었던 그는 실의에 빠졌고, 사고 이후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이 수영이란 사실을 곧 깨닫고 수영에 입문했다.
요즘 남씨는 영락없이 50대 초반으로 보인다. 과거의 ‘타잔 시대’엔 못미치지만, 지금도 176cm, 75kg의 당당한 체격이다. 매일 2~3시간씩 운동하고 나면 체중이 1.5kg씩 빠졌다가 식사를 하면 다시 그만큼 늘어날 뿐이다.
위암과 운동 사이엔 이렇다 할 상관관계가 없다지만, 남씨는 운동이 암 치료에 일정부분 기여했을 것이라 믿는다. 그는 이미 암이 완치돼 의학적 기준에서 통상 수술환자들을 대상으로 따지는 ‘5년 생존율’의 체크대상에서도 벗어났다. 그는 오는 8월25일 속초에서 열리는 2002 코리아 아이언맨대회에서 킹코스에 첫 도전할 계획이다.
남씨가 보약을 먹은 적은 단 한번. 위암수술을 받고 난 뒤 떨어진 기력을 되찾으려 난생 처음 복용한 것이 전부다. ‘철인의 길’을 가는 그가 믿는 것은 오로지 지속적인 운동뿐. 그는 매일 운동량을 일지에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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