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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1조2000억, 일본 파친코 황제 한창우 (주)마루한 회장

“실력, 교양, 신용으로 차별 이겨냈다”

자산 1조2000억, 일본 파친코 황제 한창우 (주)마루한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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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2일 오후, 일본 도쿄 도쿄역 인근 퍼시픽 센트리 플레이스 빌딩 28층 (주)마루한 회장 집무실. 두 면에 걸친 통유리를 통해 도쿄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 방의 주인인 재일교포 한창우(韓昌祐·74) 회장은 ‘경제대국’ 일본의 24위 부자. 신격호 롯데 회장이나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에 비해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의 삶은 드라마틱하면서도 ‘쿨(cool)’한 면이 있다. 전망 좋은 집무실에서 4시간, 긴자의 단골 초밥집에서 2시간 등 6시간 인터뷰를 통해 ‘삼천포 소년 한창우’에서 ‘세계인 한창우’까지 그의 면면을 탐구했다.
자산 1조2000억, 일본 파친코 황제 한창우 (주)마루한 회장
(주)마루한은파친코 회사다. 파친코 게임에 사용되는 ‘구슬’을 뜻하는 일본어인 ‘마루’와 한창우 회장의 ‘한’을 합성해 회사 이름을 만들었다. 그에게 성을 준 나라 한국과 그를 성장시킨 나라 일본을 모두 고려한 회사명이다.

마루한은 2004년 1조3000억엔(13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일본에 168~200여 개 점포, 8만8000여 대의 파친코와 슬롯머신, 7300여 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다. 마루한의 회원고객은 100만명. 매출, 회사 규모 면에서 일본 파친코업계 1위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규 점포가 생겨나고 있다.

지난 6월22일 저녁, 도쿄 인근 지바시에 있는 마쿠하리 대형 컨벤션홀에선 마루한의 매출 1조엔 돌파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9000여 명이 참석했다. 대연회장 두 곳을 텄다. 유명 호텔 두 곳에서 종업원 1500여 명이 동원돼 프랑스 요리와 와인을 날랐다.

‘150억원 디너쇼’와 ‘챌린지 정신’

중앙엔 한창우 회장을 비롯한 200명의 마루한 임원이 도열한, 웅장한 단상이 마련됐다. 한 회장의 초청으로 이날 행사에 참석한 북한 평양과학기술대학교 김진경 총장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런 규모의 만찬이 열리기는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이 음악을 연주했다. 한창우 회장은 이날 행사경비로 150억원을 썼다. 직원들에겐 특별보너스가 지급됐다. 그의 지인들은 “‘통 큰’ 한창우다운 빅쇼”라고 말했다.



이 행사에서 한창우 회장은 “헝그리 정신과 챌린지(도전) 정신으로 지금까지 왔다”고 회고했다. “매출 1조엔은 과정일 뿐이다. 5년 뒤엔 매출 5조엔(50조원)이 된다”고 밝혔다. 기네스북에 올라도 될 정도의 이날 행사는 마루한의 파워’라는 수식어와 함께 일본 신문과 방송을 탔다. 때마침 ‘포브스’ 일본판은 그의 순자산이 1210억엔(1조2100억원)으로, 일본에서 24위의 부자라고 발표했다. 2005년은 그가 1945년 일본에 첫발을 내디딘 때로부터 60년이 되는 해다.

한창우 회장은 1930년 12월17일 경남 삼천포(지금의 사천시)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석 달 뒤 출생신고를 해 호적상 그의 생일은 1931년 2월15일이다.

한 회장은 고향에 대해 “경치는 그만이었지만 일자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부친은 소작농이었고 어머니는 삯바느질을 하며 5남매를 키웠다. 가난했다. 중학교 1년을 마친 14세의 한 회장은 1945년 10월21일 밤 집을 나와 일본행 밀항선을 탔다. 일제시대 징용으로 끌려갔다 일본에 정착한 큰형의 권유에 따른 것이었다. “우리집은 가난해서 너는 한국에선 학교 못 다닌다”는 형의 말에 일본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가난 때문에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아들을 혼자 외국에 보내는 그의 어머니는 “가거라, 그곳에서 굶지 말고 건강하게 살아라”며 쌀 두 포대를 들려줬다. 영어사전도 들고 갔다. 3시간이면 일본에 도착한다던 밀항선은 20여 시간 바다에 표류한 끝에 일본 시모노세키현 해안에 닿았다.

-일본에서의 첫날 밤은 어땠습니까. 60년 전 일인데 기억이 잘 나는지요.

“기억이 또렷하지요. 그날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반달이 뜬 밤 함께 밀항한 일행과 섞여 여관으로 갔습니다. 유카타 입고 게다 신고 목욕장으로 가는 일본 아가씨들이 보였습니다. ‘딸각, 딸각’ 하며 걷는 소리가 지금도 귀에 울리는 듯합니다.

고향 선배라는 사람이 여관에 찾아와 나를 시청에 등록해줬습니다. 일본에 합법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됐다고 하더군요. 이틀 동안 기차를 타고 도쿄 인근 이바라키현에서 일하는 형에게 갔습니다. 그러나 형의 형편도 좋지 못해 이내 도쿄로 나오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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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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