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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들의 代母 제인 구달

인간의 눈으로 동물의 가슴을 읽다

침팬지들의 代母 제인 구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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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 고졸, 비전문가. 제인 구달은 자신의 배경을 놓고 쏟아지는 냉소를 의지와 집념으로 되받아쳤다. 동물행동학의 새 지평을 연 제인 구달의 침팬지 연구는 역설적으로 인간에 대한 탐구, ‘인간에 대한 재정의’였다. “침팬지도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나눠주고 분노하고 질투한다. 인간만이 만물의 영장 운운하며 자연을 이용과 도구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오만을 버리자”는 그의 메시지는 커다란 울림을 전한다.
침팬지들의 代母  제인 구달
침팬지 연구가이자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76) 박사가 지난 9월27일 세 번째로 방한했다. 신간 ‘희망의 자연’(사이언스북스) 출간 에 맞춘 이번 방한은 특히 구달 박사가 침팬지 연구를 위해 스물여섯 젊은 나이에 홀로 탄자니아 열대우림으로 들어간 지 50주년 되는 해에 이루어져 각별했다. 구달 박사는 경희대와 카이스트 강연, 국립수목원 방문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그는 26년간에 걸친 아프리카 현장 연구를 뒤로하고, 이후 환경운동가의 삶을 살며 세계 곳곳에서 멸종 위기의 종(種)들을 구하려 애쓰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번에 펴낸 ‘희망의 자연’은 때로는 직접 그들을 돕고, 때로는 강연이나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 도운 방대한 기록을 담은 것이다. 환경운동가로서의 인생 2막을 집대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구달 박사는 기자간담회에서 “1년에 300일 이상 세계를 여행하면서 침팬지 이외의 다른 동물도 고생하는 것을 알게 됐다. 자연계에 있는 모든 동물을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많은 사람이 비관적인 생각을 하고 어두운 전망을 내놨지만, 그에 못지않게 많은 사람이 희망을 갖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것이 이 책을 집필한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121개국의 단체가 참여하는 세계적인 환경운동 ‘뿌리와 새싹’을 이끌고 있다. ‘뿌리와 새싹’은 1991년 탄자니아 젊은이 16명이 시작한 소박한 운동이지만, 지금은 전세계 90여 개국에서 활동하는 모임이 9000여 개에 달한다.

종의 보존과 청소년 동물보호운동을 지원해온 구달 박사는 그간 여러 개의 작위를 받았으며 2002년에는 유엔 평화대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이듬해에는 ‘거짓없는 헌신적인 노력으로 이룩한 연구 결과를 청소년에게 널리 알리고 아프리카 야생동물 보호와 개발 간의 조화를 위해 힘써온 공로’를 인정받아 스페인 아스투리아스 왕세자상(과학연구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꿈을 향해 내달린 삶

동물행동학자 제인 구달의 삶은 침팬지라는 동물도 인간처럼 마음과 감정을 가진 종이라는 것을 치밀한 관찰을 통해 밝혀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어릴 적 품은 꿈을 한 번도 놓지 않고 온갖 편견 속에서도 집요하게 실현시킨 도전의 인생이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도 할 수 없었던 이 평범한 여성은 당시 여성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아프리카 오지에서의 삶을 자원했고, 그 속에서도 많은 사람이 두려워서 행하지 못했던 동물 관찰을 감행하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 학계를 놀라게 했다.

그의 어린 시절은 그리 행복하지 못했다. 경제적 궁핍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아버지의 사랑을 제대로 못 받고 컸다. 제인 구달은 1934년 4월3일 런던의 북쪽 마을 햄프스테드 히스에서 태어났다. 직업이 카레이서였던 아버지 모티머는 가족을 부양하는 데는 별 관심이 없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즐기는 무책임한 사람이었다. 매일같이 밖으로만 나돌던 그는 맏딸 제인이 태어났을 때에도 심드렁했다.

다만 그는 제인에게 좋은 시력과 왕성한 체력, 천성적으로 경쟁을 즐기는 성격, 긴장감을 견뎌내면서 남보다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하는 능력, 강한 모험심, 참을성을 물려줬다. 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군에 자원입대하면서 제인과 영원히 멀어진다. 제인의 어머니, 즉 자신의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제인 양육은 전적으로 어머니의 몫이었다. 어떤 환경에서든 늘 즐겁고 낙천적으로 생각하는 성격을 지닌 어머니 밴은 인격적으로도 안정되고 성숙한 사람이었다. 어머니는 제인에게 ‘외출할 때는 목적지를 분명히 밝힌다’ ‘허락받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 ‘타인에게 늘 사려 깊게 행동한다’ ‘식사 때는 바르게 앉고 예절을 지켜 공손하게 행동한다’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들며 정해진 시간에 불을 끈다’ 같은 원칙들을 지키도록 엄격한 교육을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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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동아일보 국제부 차장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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