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3회 슈퍼볼 최우수선수로 뽑힌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와이드 리시버 샌토니오 홈스가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특히 흥행이나 경제적 파급 효과의 관점에서 보면 NFL의 인기가 압도적이다. 월드시리즈 7차전, 월드컵 축구 결승전 등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스포츠 경기가 무수히 많지만 여러 이벤트 중에도 단일 경기 중 최대의 파급력을 지닌 경기, 중계권료가 가장 비싼 경기가 바로 미식축구계의 왕중왕을 가리는 ‘슈퍼볼(Super Bowl)’이다.
매년 2월 첫째 주에 열리는 슈퍼볼 기간에는 미국 전체가 들썩인다. 대통령을 비롯한 유명 정치인, 유명 가수 등이 경기장을 찾으며 끊임없이 슈퍼볼 관련 언급을 내놓는다. 평균 시청자도 1억명에 달한다. 그 많은 사람이 지켜보기에 광고 단가도 무척 비싸다. 광고 한 편당 평균 단가는 280만~300만달러다. 1초당 광고 단가가 1억원이 넘는 셈이다.
입장권이라고 다를 리 없다. 가장 싼 좌석이 600달러(약 70만원), 프리미엄석은 9000달러(약 1000만원)다. 그런데도 표를 구하지 못해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른다. 암표는 적게는 서너 배, 많게는 수십 배 가격에 거래된다.
시청자가 소비하는 돈도 만만치 않다. 우선 먹어치우는 음식량이 어마어마하다. 이날 하루에만 추수감사절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음식이 미국인의 입으로 들어간다. 전미소매협회(NRF)에 따르면 지난 2월 2011년 슈퍼볼 경기가 열린 기간에 미국인이 소비한 금액은 총 101억달러(약 11조원)였다. 지난해 미국인들이 핼러윈데이에 쓴 58억달러보다 두 배가량 많은 액수다.
이처럼 대단한 슈퍼볼 우승팀에 주어지는 트로피의 이름은 무엇일까. 바로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다. 고(故) 빈스 롬바르디(Vince Lombardi·1913~70)는 슈퍼볼이 처음 열린 1967년부터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그린베이 패커스 팀의 감독이다. 그는 슈퍼볼이 시작되자마자 2년간 우승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총 5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또 감독 재임기간 74%라는 놀라운 승률을 기록하며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우승 트로피의 명칭에 그의 이름이 붙은 이유다.
스포츠 천국인 미국에서는 명망 있는 지도자가 무수히 많이 배출됐다. 우수한 지도자와 관련된 서적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성공한 스포츠 지도자는 잭 웰치 전 GE 회장 등 성공한 경영인 못지않게 존경받고 많은 돈을 버는 게 미국 사회다.
하지만 그 많은 지도자 중에 롬바르디처럼 우승 트로피에 자신의 이름이 달린 감독은 없다. 미국인들이 롬바르디를 최고 지도자로 손꼽고 있다는 증거다. 그는 아직도 미국 스포츠 사상 가장 우수한 지도자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대부분 1위를 차지한다. 롬바르디가 프로팀 감독으로 활동한 기간이 총 10년여에 불과하다는 점, 그가 죽은 지 무려 40년이 지났다는 점을 감안할 때 흥미로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과연 미국인들이 이토록 열렬히 그를 추앙하는 이유가 뭘까. 그 리더십의 본질을 탐구해보자.
왜 미식축구와 슈퍼볼이 미국을 상징하는가
롬바르디 감독에 대한 추모 열기를 이해하려면 우선 미식축구와 슈퍼볼이 왜 미국에서 그토록 인기가 있는지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지리적으로 광범위한 면적과 3억명의 거대한 인구를 지닌 나라다. 각 주는 완전히 다른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연환경과 풍습, 법규와 제도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3억명의 국민 또한 다양한 인종적,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미국 사회는 건국 초기부터 개인의 자유와 독립성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