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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얼리 리더에서 배우로 거듭난 박정아의 솔직 토크

“힘겨웠던 20대를 견디고 나니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됐어요”

쥬얼리 리더에서 배우로 거듭난 박정아의 솔직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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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속상하면 우는 장면으로 풀었어요”
  • ● 가창력은 할아버지, 유쾌한 성격은 아버지 유전자
  • ● “길과의 공개연애, 후회 안 해요”
  • ● 연예인생활, 마음속으로 수없이 접어
  • ● “부모님과 함께 사는 친구들이 스무 살 넘어 부러웠다”
  • ● 삶을 변화시킨 에티오피아 아이들
  • ● “테킬라 같은 독주가 좋아요.”
쥬얼리 리더에서 배우로 거듭난 박정아의 솔직 토크
참으로 교활했다. 자신의 과거를 숨기려고 금방 들통 날 거짓말을 되풀이하는 행각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5월 중순 종영한 일일드라마 ‘웃어라 동해야’에서 부와 성공을 위해 사랑하는 남자를 버린 아나운서 윤새와 얘기다. 8개월 가까이 윤새와를 열연한 박정아(30)는 방영 내내 시청자의 미움과 호평을 받았다. 위궤양에 걸릴 정도로 연기 투혼을 발휘한 사실이 알려지자 그녀를 향한 격려 메시지가 이어지기도 했다. “웃어라, 정아야!”

‘웃어라 동해야’는 결국 올 상반기 최고 시청률 기록과 함께 ‘배우 박정아의 재발견’이라는 값진 수확을 올렸다. 7월17일 방송된 KBS 드라마스페셜 ‘올레길 그 여자’는 전작의 호연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한다. 이 작품에서 박정아는 금지된 사랑을 나누던 남자에게 배신당한 후 올레길 여행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피아니스트 김영주로 등장한다. 악녀 이미지를 벗고 김영주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한 박정아에게는 다시금 찬사가 쏟아졌다.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가수 출신 연기자에 대한 배타적인 시각이 강했어요. 근데 윤새와를 연기하면서 절 보는 시선이 좋은 쪽으로 돌아선 것 같아 감사해요. 악역을 맡아 미운털이 박힐 줄 알았는데 열심히 연기한 점을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맹맹한 물 같던 저한테도 못된 구석이 있다는 걸 아셨을 테고.”

8월2일 오후 동아일보사 충정로사옥을 찾은 박정아의 표정은 모처럼 갠 날씨처럼 맑았다. 두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느라 10개월 가까이 쉴 틈이 없었는데도 지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피곤하지 않으냐고 묻자 그녀는 눈망울을 굴리며 손사래를 쳤다. 외로워도 슬퍼도 씩씩해 보이려고 애쓰는 캔디처럼.

데뷔 후 첫 번째 고난



▼ 어쩌다 윤새와 같은 악역을 하게 됐나요.

“역할도 역할이지만 작품이 욕심났어요. 일일드라마를 너무 하고 싶어서 들이댔죠. 연기력을 단련하기에 이보다 좋은 기회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남들이 선뜻 선택하지 않는 일일드라마를 통해 좀 더 단단해지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었죠.”

▼ 정말 단단해지던가요.

“어느 정도는요. 작가님이 못되지 않으면 안 되게 대사를 써주셨는데 초반에는 캐릭터 전개가 어려웠어요. 윤새와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얘 왜 이러니. 미쳤어’ 이러면서 대본을 읽었어요. 근데 나중에는 연기를 즐겼어요. 내가 언제 또 사람들에게 함부로 하고, 막말하고, 거짓말을 해보겠나 하고 생각하니 재미있어지더라고요.”

박정아는 지금까지 영화 3편과 드라마 4편을 찍었다. 연기 데뷔작은 2003년 조인성과 신민아가 주연한 영화 ‘마들렌’이었다. 이 영화의 박광춘 감독은 박정아가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캐주얼 차림으로 기타 치며 노래하는 모습에 끌려 조인성의 첫사랑인 밴드 보컬리스트로 그녀를 캐스팅했다. 당시는 그녀가 출중한 외모와 재치 있는 입담을 지닌 걸그룹 쥬얼리의 리더로 한창 인기를 끌 때였다.

▼ 막상 연기해보니 어떻던가요.

“얼떨떨했죠. 쥬얼리로 데뷔한 지 1년밖에 안 된 아이가 전혀 새로운 장르를 만났으니까요. 그때는 연기에 대한 감도 없었고 재미도 느끼지 못하던 시절이었어요. 그저 나한테 기회가 왔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찍었어요.”

▼ 2004년 처음 주연을 맡은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를 찍을 땐 연기 욕심이 생기던가요.

“20대 초반에는 일이 들어오면 생소한 분야라도 감사해서 했어요. 그때도 연기가 너무 좋아서 한 건 아니고 해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 박정아씨 의지와는 무관하게 드라마 출연이 결정됐나요.

“제 의지도 들어 있었죠. 전 연기가 예능프로그램 게스트나 MC처럼 제가 가진 모습을 보여주면 되는 건 줄 알았어요. 전혀 다른 장르라는 걸 몰랐던 거죠. 진작에 알았더라면 출연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사실 시놉시스를 보면서 박예진씨가 맡았던 터프한 보디가드가 잘 맞을 것 같았어요. 근데 최윤석 감독님이 저한테서 슬프고 어두운 내면을 보셨는지 정우 역을 맡기셨어요. 결국 그 작품을 하면서 많은 걸 느끼고 배웠죠.”

▼ 반응이 좋지 않아서 힘들었겠어요.

“모든 비난의 화살이 저에게 왔으니까요. 운대가 한창 상승곡선을 타다가 하향곡선으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뭘 해도 다 잘되다가 팍 꺾이는 시점이었죠.”

▼ 데뷔 후 첫 고난이었나요.

“예. 지금은 그런 것들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는데 그땐 좀 여렸던 것 같아요. 난 잘못한 게 없는데, 어떤 일이든 감사하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최선을 다했는데, 사람들에게 육두문자를 듣고 모든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견디기 힘들었어요. 한창 열심히 일할 때라 정신적인 충격이 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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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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