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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발바르조약 가입하면 돈 안 들이고 북극 개발할 수 있다”

박병권 한국극지연구위원회 위원장

“스발바르조약 가입하면 돈 안 들이고 북극 개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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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을 둘러싼 조약 가입국 간 갈등

“스발바르조약 가입하면 돈 안 들이고 북극 개발할 수 있다”

북극 빙하를 관광하는 크루즈선.

실제로 스발바르 지역을 둘러싼 갈등은 종종 언론에 보도되곤 했다. 노르웨이 정부가 스발바르 일대 에너지와 어족 자원을 독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다른 조약 가입국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노르웨이를 비롯해 각국이 이 일대에 주목하는 것은 풍부한 자원 때문이다. 당장 캐나다,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주변 바다의 어획량은 세계 어획량의 37%에 달한다. 또 이 일대 바다 밑에는 전세계 석유 부존량의 20% 정도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노르웨이는 “노르웨이에서 스발바르까지 북쪽으로 대륙붕이 뻗어 있어 스발바르는 당연히 노르웨이 대륙붕의 일부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의 자원 접근을 인정할 수 없다”는 쪽이다. 또 “다른 나라들이 주장하는 스발바르 자원에 대한 동등한 권리는 해안으로부터 12해리(19㎞) 영해까지만 해당하며, 해양법이 인정하는 200해리(320㎞)까지의 대륙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영국, 러시아, 아이슬란드 등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 그럼 왜 우리나라는 이런 조약에 아직 가입하지 않은 거죠?

“조약이 만들어질 당시인 1920년대 우리나라는 일본 치하에 있었습니다. 주권이 없으니 당연히 조약을 체결할 수가 없죠. 어떤 사람들은 일제 치하에서 조약에 가입을 못했지만 일본이 가입했으니 우리는 따로 가입을 안 해도 된다는 식의 논리를 펴기도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주권국인 한국이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 광복 이후에는 왜 가입을 안 한 건가요?



“솔직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정부나 과학자들은 세상에 이런 조약이 있는지조차 몰랐습니다. 2002년에 당시 한국해양연구소에서 다산기지를 만들려고 이 곳에 와서야 이런 조약이 있는 줄 알았어요. 정말 웃기는 일입니다. 그때부터 극지문제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하나둘 이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조약에 가입해야 한다’고 정부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강조한 거죠. 하지만 우리 정부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어요. 그냥 실무자들만 인지하고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누구는 그래요. ‘현재 우리나라가 북극이사회 옵서버 국가로 신청 중이니 이 문제를 해결한 후에 논의하자’고요. 한마디로 심각하게 생각하질 않는 것이죠.”

다산기지 열악한 수준

▼ 하여튼 우리나라도 현재 다산기지를 이 지역에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까. 연구 활동을 하면서요.

“그렇습니다. 기초적인 연구 활동은 하고 있죠. 그러나 안정적인 연구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조약에 가입할 필요가 있어요. 부끄러운 얘기지만, 솔직히 다산기지는 외국 회사로부터 사무실을 하나 얻어 쓰는 형편입니다. 제대로 된 연구기관이라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죠. 그리고 국제적으로 보면 종다양성협약이나 교토의정서에 따라서 다른 나라의 생물자원에 접근하거나 생물시료를 가져올 수 없게 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이 조약에 가입하면 그게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조약 가입국과 미가입국의 차이가 크다고 말하는 겁니다. 하여간 북극은 자원개발 측면에서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지역이라는 점을 많은 사람이 좀 알아줬으면 합니다.”

박 위원장의 얘기를 모두 이해하려면 북극과 관련된 국제조직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재 어느 나라에도 속해 있지 않은 남극에 관한 모든 사항은 국제조약인 남극조약을 근거로 하고 있다. 남극조약의 이사회 격인 남극조약 당사국 회의에서 중요사항이 결정된다. 우리나라도 남극조약 당사국회의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다. 그러나 북극은 사정이 다르다. 1987년 10월1일 러시아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내놓은 무르만스크(Murmansk) 선언이 있기 전까지 냉전시대 유물이었던 북극은 국제사회에 공개되지 못한 상태였다. 고르바초프가 이 선언으로 북극에 대한 접근을 허용한 뒤에야 다른 나라들이 들어가서 연구할 수 있었다. 국제적인 활동은 이때부터 증가했다.

북극이사회가 결성된 것은 1996년 9월19일이다. 북극을 둘러싼 환경문제를 해결하자고 북극 주변 8개국이 모인 포럼이다. 이 북극이사회는 정회원, 영구 옵서버, 일반 옵서버로 구성돼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일반 옵서버로 신청해놓은 상태다. 그러나 북극이사회는 2년이 넘도록 우리의 신청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이 동시에 신청서를 제출하자 북극이사회가 긴장하면서 폐쇄적인 자세를 취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가입 신청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지난 5월 북극이사회는 그린란드 누크에서 북극이사회 장관급 회의를 열고 ‘2년 이내에 옵서버 국가의 자격기준을 만들고 권리 의무를 명확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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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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