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은 작업실을 보고 “회사 사무실 분위기”라고 말하곤 한다.
나는 ‘정리 중독자’다. 서가에 꽂힌 번역서들은 출간일자 순으로 정리되어 있고, 레코드판은 클래식과 팝으로 나누어 ABC순으로 꽂아두었다. 생각이 떠오르면 곧바로 메모해 주제별 파일박스에 차곡차곡 담는다. 산책길에도 손에는 어김없이 펜과 메모지가 들려 있다. 메모지가 충분히 쌓이면 비로소 그 파일을 꺼내 글로 써 내려간다.
멍하니 앉아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토로하는 사람을 나는 믿지 않는다. 글쟁이에겐 글쓰기가 일이다. 그것도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수행해야 하는 ‘작업’이다. 프로는 그래서 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