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 문지기로서 나는 부지런하다. 올해도 벌써 5권의 책을 냈다. 나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연구를 통해 시대와 호흡하고자 한다. 그것은 1942년 이후 일본어로 소설을 쓴 작가들에 대한 연구다. 이광수, 김사량, 유진오 등의 ‘귀신’이 요즘 내 몸의 주인이다.
그리스의 연극배우들은 무대에서 객석을 바라보며 ‘오른쪽 객석엔 이 대사, 왼쪽엔 저 대사’하는 연상 기법으로 대사를 기억해냈다고 한다. 나 또한 서재 한가운데 서서 연극배우처럼 어디에 어떤 책이 있는지 연상해내곤 한다. 무엇을 찾든 귀중한 우리의 근대문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