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의 한 상가건물에 자리한 ‘옥탑방 서재’.
3년 전 서울 서초동의 한 상가건물로 이사오면서 옥상에 벽을 두르고 서재를 만들었으니 ‘옥탑방 서재’라 불러도 무방하겠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쌀쌀하지만, 평생을 함께해온 책들과 동거하는지라 늘 익숙하고 편안하다.
전쟁 중 월북한 남로당 간부의 아들로 ‘분단작가’가 되어 40년 문학인생을 살았다. 은밀하게 출간됐던 북한 서적들을 통해 전후 한반도와 북한 사회를 들여다보는 공부를 해왔다. 지하실에서 남몰래 책들을 불태웠던 기억, 대학가 서점 주인이 마흔 줄에 들어선 나를 기관원으로 오해했던 기억…. 다사(多事)한 세월이 지난 지금 이 책들은 서재 안에 역사처럼 서 있다.
동년배들은 제 일에서 물러나는 나이지만, 나는 여전히 쓰고 싶은 글이 많다. 이른바 영상의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그럴수록 언어는 문학의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 소설의 언어는 좀더 무거워야 하고, 좀더 옹골져야 한다. 늦은 밤까지 서재에 신세질 일이 앞으로도 많을 것 같다.
북한서적을 포함해 주로 사회과학 서적이 꽂힌 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