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호

차영구 전 국방부 정책실장 “용산기지 이전하면 對北 억제력 되레 강화”

  • 글: 이정훈 동아일보 주간동아 차장 hoon@donga.com

    입력2004-04-28 1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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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 재건 임무 위해 주둔지 변경
    • 현지 순찰은 이라크 군경이 담당
    • KOICA 자금으로 親和 사업비 충당
    • 주한미군 감축 논의 없었다
    • 미군기지 평택 이전은 반드시 추진
    • NSC에서 어느 한 세력 독주 못한다
    차영구 전 국방부 정책실장 “용산기지 이전하면 對北 억제력 되레 강화”
    지난 4월3일 군내 ‘정책통’으로 꼽혀온 차영구 육군 중장(57· 육사 26기)이 전역과 동시에 국방부 정책실장에서 물러났다. 한미간 최대 현안인 용산기지 이전과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 북핵문제 등 민감한 국방문제를 결정하는 자리에는 항상 그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최근 몇 년간 국방정책 결정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육사를 거쳐 서울대 외교학과(학사 편입)와 프랑스 파리대학(국제정치학 석·박사)을 졸업한 그는 ‘학자 군인’의 길을 걸어왔다. 육사 정치학과 조교수와 국방연구원 정책기획실장·미 버클리대 동아시아연구원 객원연구원 등을 거친 그는 대령 시절 조성태 당시 국방부 정책실장에 의해 국방부로 옮겨오면서 학자에서 실무자로 변신했다. 그리고 국방정책을 쉽게 설명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준장으로 직위진급(2년 복무 후 퇴역을 전제로 한 진급)해 국방부 대변인을 맡으며 정책통으로서의 명성을 쌓았다.

    차 실장은 대체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온건 노선을 택해왔다. 이에 대해 야전적 성격이 강한 인사들은 유약한 노선이라며 불만을 표시하곤 했다. 실제로 차 실장은 1999년 서해교전을 부부싸움에 비유했다가 대변인에서 해임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 초기까지 국방정책을 이끌어온 그를 만나 도발적인 질문으로 부딪쳐 보았다.

    -최근 자이툰 부대의 주둔지가 변경되었습니다. 우리 병사를 일부러 위험한 곳에 집어넣을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이는 안전한 지대만 찾아가겠다는 이기적이고 비겁한 행동으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군 내부에서도 위험을 이유로 주둔지를 변경한 데 대해 너무 나약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비쳐지고 있는 데 대해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한국군은 세계적으로 우수하다고 자부해온 터라 더욱 그런 심정입니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결코 용맹하지 못해서 주둔지를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될 것입니다.



    자이툰 부대는 최정예 요원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주둔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어떠한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훈련도 철저히 받아 왔습니다. 이미 한국군은 동티모르에서 ‘다국적군의 왕’이라는 칭호를 얻었을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은 전력이 있습니다. 따라서 평화유지 작전은 물론이고 재건 지원이라는 기본 임무도 성실히 수행할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이라크는 전쟁이 끝난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불안합니다. 자이툰 부대를 키르쿠크가 아닌 다른 곳에 주둔시키자는 논의는 지난해 연말 국회로부터 파병 동의안에 대한 비준을 받을 때 국민에게 한 약속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국회 동의안에 ‘평화재건 임무만 한다’고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당시 우리 군은 평화재건 임무를 위해 이라크에 가겠다고 국민께 약속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특정한 지역을 맡아 독자적으로 주둔하면서 한국군 특유의 평화유지와 재건임무 수행 능력을 보여주겠다고 했습니다. 동의안이 통과되기 전 미국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기본 입장을 분명히 전했고 미국은 이에 동의했습니다.

    물론 이라크에 가면 현지의 연합군 최고사령부인 CJTF-7과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그 지시에 따를 것은 따라야 합니다만, 원칙적으로 한국군은 특정 지역에서 독자적인 주둔을 하기로 합의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연초 들어 바그다드를 포함한 수니 삼각지대에 대한 미군의 소탕작전이 강화되자, 저항세력이 하위자와 인근 함린산맥으로 유입되면서 키르쿠크가 있는 북부지역으로 테러가 확대되었습니다. 지난 2월 이 지역으로 교체 투입된 미 25경보병사단 2여단의 대테러전 작전 소요(所要)가 급증하게 된 것이지요.

    그러자 미국은 ‘테러가 어느 지역에서는 일어나고 어느 지역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 키르쿠크 지역으로 한국군이 오면 한미공동으로 작전하자’는 의견을 내놓은 것입니다. 우리 군은 연합작전을 잘 수행할 수 있지만, 이는 특정지역에서 독자적으로 주둔하기로 한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결과가 됩니다.

    그래서 우리 입장을 설명했는데 미국은 ‘이해한다’는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우리는 순수 군사적인 측면이 아닌 정치군사적인 측면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태가 되었으므로 미국과 주둔지 변경 등에 대한 재논의에 들어갔던 것입니다.

    우리는 저항세력의 테러공격이 두려워서 안전지대를 찾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이라크 남쪽은 안전하다고 하지만 이탈리아군은 그곳에서 테러를 당해 20여명이 전사하지 않았습니까. 독자적으로 작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가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보니 주둔지 변경을 거론하게 된 것입니다.”

    -주둔지를 옮겼는데 그곳에 테러가 빈발한다면 어떻게 할 것입니까. 그때 또 미국에게 주둔지를 옮겨달라고 할 것입니까.

    “위험하지 않은 곳으로 가겠다는 것이 주둔지를 변경한 이유가 아니라니까요. ‘독자적인 지역을 담당할 수 있느냐. 한국군 특유의 평화유지 작전을 펼칠 수 있느냐’가 주둔지를 결정하는 핵심요소입니다. 물론 새로 옮겨간 곳에서 위험 상황이 벌어지면 한국군은 자력으로 대처할 것입니다. 독자적인 지역을 담당해 성공하는 군대가 되겠다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주둔지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처하려면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합니다. 최악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헬기 등 필요한 무기를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죠. 새 주둔지에서 독자적인 작전을 하다가 위기를 맞게 되면, 미군에게 협조를 요청하기도 쉽지 않을 것 아닙니까.

    “미군이 중심이 된 CJTF-7에서는 일반적인 지원을 해주기로 약속돼 있습니다. 이는 한국군뿐만 아니라 이라크에 주둔하는 모든 연합군 부대에 대한 약속입니다. 헬기가 필요하면 인접지역에 있는 헬기를 지원해주는 것입니다. 헬기 문제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럴까요. 자이툰 부대가 장갑차를 이끌고 순찰에 나섰다고 가정해 봅시다. 테러리스트들은 맨 앞에 있는 장갑차와 맨 뒤에 있는 장갑차를 공격해 꼼짝 못하게 해놓고 본격적으로 공격할 것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장갑차에서는 조그만 창을 통해서만 밖을 내다볼 수밖에 없으므로 장갑차 안에 있는 우리 요원들은 밖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파악하기 힘들 것입니다.

    반면 미군은 장갑차 이상의 방호력을 갖고 있는 ‘험비(HUMVEE)’ 지프를 사용합니다. 험비는 운전석에 넓고 큰 방탄유리를 붙여 외부 상황 파악이 용이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험비 차량의 제공을 요청했는데 미국이 거절했습니다. 그렇다면 헬기라도 가져가야 우리 장갑차 부대가 고립되었을 때 구조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헬기는 테러리스트를 향해 소사(掃射)함으로써, 고립돼 있는 우리 장갑차 부대를 구출해 낼 것입니다. 이렇게 긴급히 필요한 헬기 전력을 CJTF-7이 빌려줄 수 있을까요.

    “제가 합참의 작전본부장이 아니라서 작전적인 것에 대해 소상히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군은 여러 시나리오를 구성해 각각의 상황에 맞는 대처법을 강구해 현지로 갈 것입니다.

    지금 미군은 직접 테러리스트를 색출해서 격파(Search and Destroy)하는 작전을 합니다만, 우리는 이라크 군과 경찰로 하여금 그 임무를 수행케 할 예정입니다. 테러리스트를 수색하는 순찰은 현지 문화와 정서에 밝은 현지인들이 하고, 우리는 그 이라크 군인과 경찰을 훈련시켜주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불가피하게 작전 소요가 발생한다면 우리 부대가 출동해 고립돼 있는 이라크의 군경을 구출하는 지원을 할 수도 있겠지요. 따라서 미군처럼 전투 장비를 완비해서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라크에는 미군이나 연합군을 향한 테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라크 제세력간의 갈등에 의한 테러도 만만치 않은 데 대비책은 무엇입니까.

    “모든 시나리오를 다 검토해서 완벽한 대비책을 마련할 수는 없어요. 그러한 것은 현지 주둔 사령관이 책임을 지고 수행할 사항입니다. 물론 CJTF-7과 협의해가면서 말입니다.

    시아파와 수니파 쿠르드족 사이의 갈등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우리는 그 어느 세력도 편들어줄 수 없습니다. 어느 한쪽을 유리하게 하는 것은 우리의 임무가 아닙니다. 우리는 평화유지와 재건 그리고 인도주의적인 작전에 치중할 것입니다.”

    -독자적으로 작전하려면 독자적인 정보활동이 있어야 합니다. 이라크에서 작전하려면 이라크 제정파간의 갈등 원인과 양상을 꿰뚫는 HUMINT(인간 정보)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HUMINT의 수집은 간단치 않습니다. 미군조차 이 정보가 부족해 테러를 당하고 있는 실정이 아닙니까.

    “그 부분은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지만…, 아무래도 그 부분은 미군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은 희생을 치르긴 했지만 미군은 현지에서 1년 가까이 머물며 많은 정보를 취득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대로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민간조직을 활용해 정보를 수집하는 방안 등을 폭넓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라크인과의 대화는 아랍어나 영어 통역을 통해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 통역으로는 어간(語間)에 숨어 있는 미묘한 뉘앙스를 잡아내기 힘듭니다. 따라서 통역을 내세워 현지인과 대화할 때 현지 문화에 밝은 사람을 배석시켜 통역이 전달할 수 없는 미묘한 뉘앙스를 짚어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아랍어는 10년을 배워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고 합니다. 따라서 현지 문화에 밝은 전문가와 이슬람교 성직자를 군무원 등으로 채용해 함께 갈 예정입니다. 그러나 군의 형편상 이분들께 충분한 대우를 해주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 분들은 현지에서 사단장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게 될 것입니다.”

    연합작전 경험은 매우 중요

    -보다 솔직한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우리가 희생을 무릅쓰며 자이툰 부대를 파병하는 것은 뭔가 얻을 게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남북통일에 대비해 우리 군이 민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연습을 해야 하는데 그 연습의 적격지가 이라크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독자적으로 작전권을 펼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고요.

    “예민한 질문인데…, 북한에 관한 부분은 답을 피하겠습니다. 한반도의 통일과정은 순조로울 수도 있고 불안정하게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유엔 평화유지군(PKO) 활동과 다국적군 활동은 그 지역에 도움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유엔 지원하의 평화유지는 유엔 회원국들이 함께하는 것인데, 한국은 유엔 회원국입니다.

    차영구 전 국방부 정책실장 “용산기지 이전하면 對北 억제력 되레 강화”

    육군 특전교육단에서 현지 적응훈련을 받는 자이툰 부대원들.

    그래서 연합작전 경험이 중요한데, 이미 한국군은 아프가니스탄에 동의·다산부대를 보내 다른 나라 군대와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프간에 있는 연합군 최고사령부인 CJTF-180와 이라크에 있는 CJTF-7에도 우리 장교들이 파견돼 있습니다. 위기를 맞은 나라를 돕기 위해 다른 나라 군대와 함께 활동하는 경험을 쌓는 것은 우리 군에 매우 유익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직 한국은 중국·러시아군과 연합훈련을 하긴 어렵습니다만, 일본 자위대와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차제에 한국군은 일본 자위대와 연합작전을 해보는 경험을 쌓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자위대를 자이툰 사단에 배속시켜 우리가 지휘하며 자위대의 능력을 검증해 보는 것이지요.

    “폴란드군은 휘하에 여러 나라 부대를 배속받는 다국적 사단을 구성했습니만, 우리는 한국군만으로 사단을 꾸리겠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폴란드형 사단 모델을 선택하지 않았으므로 자위대를 배속받아 지휘해본다는 논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까지 동티모르의 오쿠보시에 한국군이 평화유지군으로 주둔했는데, 바로 옆 지역에 일본 자위대의 공병대가 주둔했습니다. 동티모르에서 우리는 자위대와 함께 평화유지임무를 수행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자이툰 사단장은 합참과 육본에서 친화(親和) 사업비로 배정한 9억3200여만원과 5억원, 그리고 합참이 민사작전비로 배정한 23억원 등 도합 37억원만 들고 갑니다. 이 돈으로 어떻게 현지인의 인심을 사는 민사작전을 펼칩니까. 다리 하나 새로 건설하면 다 없어질 돈인데….

    “사단장이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적은 것은 사실입니다만 이에 대해 모든 것을 상세히 밝힐 수 없는 것을 양해해주십시오. 그러나 언론과 국민이 부족분을 메워주었습니다. 먼저 동아일보가 이라크에 축구공 보내기 운동을 펼쳐 친화사업을 펼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신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 가지로 어렵습니다만 우리는 친화사업비를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최근 KOICA(한국국제협력단) 자금 약 4000만달러(약 500억원)를 이라크 파병지역에 우선 투입한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여러 나라에 분산 제공되던 KOICA 원조금을 이라크 에 집중하는 것으로 조정된 것입니다. 이로써 현지에서 사용할 민사작전 비용이 어느 정도 해결되었습니다. 또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보건복지부 건설교통부 등이 범정부 기구인 민사협조단(CIVIC)에 들어와 함께 이라크 지원을 논의하게 되었습니다. 민사협조단은 현지 지휘관의 요청이 있으면 부처간 논의를 통해 즉각 지원 여부를 결정하고 행동에 들어갈 것입니다.”

    스트라이커 부대, 한반도에 부적합

    -최근 미국은 스트라이커 부대를 만들어 C-17 수송기와 초고속수송함(HSV) 등에 태워 한국에 신속히 배치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국은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유사시 스트라이커 부대를 신속히 배치하는 쪽으로 한반도 전략을 수정하지 않을까요.

    “저는 스트라이커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미국 포트루이스에서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타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 장갑차 안에는 해치를 닫은 상태에서도 밖을 시원하게 내다볼 수 있는 스크린 등 첨단 장비와 JSTARS(공중에서 지상 목표물을 탐지해주는 항공기)로부터 타격할 목표물에 대한 좌표를 제공받는 데이터 링크 시스템이 설치돼 있는 것을 보고, 이것이 바로 초현대식 장비로구나 하고 감탄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초현대적인 장비가 과연 한반도에 적합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도 품었습니다. 한반도 지형은 산악이 많은데 아무래도 이 장비는 산악보다는 대평원 지대에서 더 효율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미간에는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대신 유사시 스트라이커 부대를 배치한다는 데 대해서 전혀 논의된 바 없습니다. 그러나 한반도에 위기가 발생할 때 한반도로 오는 증원세력 중에 스트라이커 부대가 포함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한반도에 전운이 짙어지면 시차별 부대 전개목록(TPFDL)에 따라 스트라이커 부대가 한반도에 배치됩니다.”

    -저도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상당히 좋은 장갑차인 것은 분명한데, 이 부대는 몇 가지 약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째는 전차가 없다는 점입니다. 스트라이커 부대가 강력한 기동력을 발휘하려면 적의 포화를 뚫고 들어가는 전차가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전차를 앞세운 적의 강력한 기동부대와 맞부딪치면 이 부대는 깨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로는 헬기가 없다는 점입니다. 전차가 없더라도 공격헬기 전력이 있으면 먼저 적 전차를 파괴할 수 있으므로 스트라이커 부대는 기동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때문에 이 부대가 적 기갑부대와 1 대 1로 맞붙었을 때 과연 승리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들더군요. 그래서 주한 미 2사단이 철수하고 유사시 이 부대를 한반도에 투입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주한미군의 일부를 감축하는 구성 변화에 대해서는 한미간에 전혀 논의한 바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미국은 4년간 110억달러를 투입해 자국 군대의 시스템을 개량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력증강 사업의 하나가 스트라이커 부대의 순환배치입니다. 미국은 이 부대가 한국 지형에 맞는지에 대해 앞으로 심도 깊게 연구할 것입니다.

    전쟁은 결코 하나의 부대로만 싸우는 게 아닙니다. 육군의 제병과를 비롯한 육해공군이 함께 싸우는 것이므로 특정 부대가 안고 있는 약점은 다른 부대로 커버할 수 있습니다. 헬기가 없는 스트라이커 부대의 취약점은 공군기로 보완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부대를 활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지 않겠습니까.”

    조용한 개혁이 軍 바꾼다

    -지난 3월22일 고든 잉글랜드 미 해군장관은 “오는 9월 동해에 이지스함을 배치해 최초로 해상 MD 배치 작업에 들어간다. 그리고 2006년까지 세계 어디에서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11척의 이지스 구축함과 이지스 순양함을 확보할 예정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비한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 스트라이커 부대의 한국 전개를 보태면, 이지스 세력의 전진 배치는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어요. 군대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배치를 해봅니다만 그것이 곧 군사행동으로 이어진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 미국은 병력은 늘리지 않으면서 괌과 일본·한국·하와이 등에 있는 전력을 첨단화하는 작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놓으면 어떠한 위기상황이 닥쳐도 대처할 수가 있으니까요.

    지금까지 미국은 현존하는 위협을 토대로 부대를 배치했습니다만 앞으로는 능력을 기초로 부대를 배치할 것입니다. 영어로 말하면 Threat Based에서 Capability Based로 바뀌는 것입니다. Threat Based란 과거처럼 소련·동구 등 분명한 적을 상대로 부대를 배치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해외에 미군을 주둔시켰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뚜렷한 적의 위협은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대신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테러가 주 위협이 되었습니다. 미국은 그에 대처하기 위해 Capability Based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세상은 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군은 상황 변화에 따른 국방개혁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육군의 1군과 3군을 통합해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5년이 지난 지금 아무것도 이뤄진 게 없습니다.

    “꼭 군 구조가 바뀌어야만 개혁입니까? 언론은 군 구조가 바뀌어야 개혁이 이뤄졌다고 보도하는데 그런 것부터 바꿔야 하는 것 아닐까요?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조용한 개혁이 오히려 군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최근 국방부는 국방시설본부를 설치했는데 이는 수십 년간 논의돼온 개혁 요구를 현실화한 것입니다. 획득 시스템도 바꾸었습니다. 무기 획득은 투명성과 효율성이 충돌하는 분야라 둘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 정말 힘듭니다. 이제 국방부는 더디게 가더라도 투명성과 합리성에 무게를 두고 무기를 획득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직업군인의 정년을 당기는 것도 간단치 않은 개혁이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에 군사과학기술대학원을 설치키로 한 것도 큰 변화입니다. 그간 자주국방을 외치면서도 국방과학자를 키워오지 못했는데 군사과학기술대학원 설치로 자주국방의 초석을 다지게 되었습니다.”

    통일과 국방은 동전의 양면

    -차 실장께서는 국가안보회의(NSC)에도 깊이 관여하셨지요. 미국에서는 대통령과 부통령·국방장관을 대표로 한 NSC가 군과 CIA 등 안보기관을 통제함으로써 완벽한 ‘문민통제’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북한은 군이 정부 기구보다 위에 있는 ‘선군(先軍)정치’ 체제를 택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군사정부 시절에는 선군정치 체제였지만 지금은 문민통제 시대로 변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NSC에는 국방과 외교 분야 전문가보다 북한문제 전문가가 실세를 이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NSC는 ‘북핵과 연계해 이라크에 파병을 하겠다’는 전혀 현실감 없는 결정을 내놓고 말았습니다.

    “한국군은 문민의 통제를 받는 시대로 들어와 벌써 세 번째 대통령(김영삼-김대중-노무현)을 맞았습니다. 문민통제란 군사적인 요소보다는 정치군사적 혹은 외교군사적인 요소로 판단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 것을 말합니다. 군사적인 수단을 ‘언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결단이 범정부적인 협의를 토대로 이뤄지므로, 이러한 일을 하는 NSC의 기능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이렇다 보니 NSC에서 국방 쪽의 목소리가 작아졌다는 지적이 많은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국방부는 NSC에서 많은 것을 제의하고 있고, 타 부처의 대표가 이를 수용함으로써 안보에 관한 중요한 결정들이 내려지고 있습니다.”

    -유약한 입장에서 대북정책을 펼치려는 사람이 NSC의 실권을 잡고 있어, 국방이나 정보 사이드에서 불만이 많은 것은 사실 아닙니까.

    “그런 주장에 동의할 수 없어요. 통일과 국방은 동전의 양면 같은 사안입니다. 한미동맹으로 대표되는 연합방위체제를 강화하면 남북교류는 축소되고, 반대로 남북교류를 강화하면 한미동맹이 약해진다는 주장인 것 같은데, 둘은 대립할 수도 있지만 조화를 이룰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한미동맹이나 남북교류 어느 일방으로 치달을 때 더 크게 일어납니다.

    1996년 강릉 잠수함사건 후 서해교전 사태 등이 있긴 했지만 대체로 남북간 군사적 긴장은 완화돼 왔습니다. 그 사이 남북간 교류가 늘어나 한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가 높아졌습니다. 저는 이러한 교류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봅니다. 한미동맹의 강화로 북한을 군사적으로 억제하는 동시에 북한의 위협 수준을 낮추는 노력도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NSC의 사무차장인 이종석 박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합리적인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개인에 대해 너무 많이 코멘트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제 한국은 제3세계 국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모든 것이 시스템화돼 있어서 어느 한 세력이나 어느 한 사람의 주장이 독주할 수 없습니다. 언론도 있고 국회도 있고 시민단체도 있어 서로 견제하듯이 NSC에서도 마찬가지라는 말씀을 하고 싶습니다.”

    -차 실장께서는 NSC에서 국방부의 의견을 충분히 피력할 수 있었습니까.

    “NSC의 실무위원으로서 저는 매주 한 번씩 회의에 참석했고, 그곳에서 충분한 의사 교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용산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도 그 회의에서 충분히 논의된 것입니다. 미군 기지 이전은 국방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외교부와 건교부 등 타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데, 이러한 논의가 NSC에서 이뤄졌던 것입니다.”

    -용산기지를 평택으로 옮기면 우리의 자존심은 만족되겠지만 안보 요소는 강화되지 않습니다. 차 실장께서는 한미간에 주한미군의 구조 변경을 논의한 바 없다고 하셨지만 미국 언론은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감축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주한미군을 감축하면 미국은 한국이 애써 건설해준 평택기지 중 일부를 다시 반환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반환받은 땅을 어디에 사용하겠습니까.

    그렇게 될 바에는 차라리 주한미군이 줄어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비로소 평택으로 옮기는 것이 보다 경제적일 것 같습니다. 만약 미국이 그때까지 못 기다리겠다고 한다면 평택에 땅은 주되 ‘시설은 미국이 지어라’라고 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우리의 안보 요소가 강화되는 것도 아닌데 왜 30억달러를 부담해가며 땅을 제공하고 시설을 지어주어야 합니까. 또한 ‘용산기지 이전에는 100억달러가 들 것이다’는 주장도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용산기지는 이전해야 합니다. 이는 한미 정상간의 합의였으며 우리 국민의 희망사항이었습니다. 용산기지 이전협상의 실무대표를 맡은 제가 협상 결과에 대해 역사의 심판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옮겨야 한다는 말입니다.

    용산기지 이전비용은 우리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이고 또 그것이 한미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전투부대인 미 2사단은 몰라도 8군 같은 지휘부는 보다 안정적으로 주둔해야 장기적으로 한반도에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서울은 주한미군의 수뇌부가 있기에는 너무 큰 도시이고 전략적으로도 좋은 자리가 아닙니다.

    미군기지 이전비용은 50억달러 이내

    지난 50여년간 미군이 용산에 주둔함으로써 북한에 대해 심리적인 억제력을 발휘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군대가, 그것도 수도에 50여년을 주둔하게 되면 어느 나라에서든 국민적 저항이 생겨납니다. 따라서 한국민의 거부감을 해소하며 북한에 대해서는 심리적인 억제가 아닌 실제적인 억제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라도 용산기지는 평택으로 옮기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용산기지는 87만평밖에 되지 않는데 왜 평택에 300만평이 필요하냐고 지적합니다. 용산기지만이 아니라 서울에 있는 120만평에 달하는 모든 미군 기지가 평택으로 옮겨갑니다. 그리고 2단계로 전선지역의 미 2사단도 평택으로 이전합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미군 기지를 한데 모으는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이 평택기지 건설에 적용되는 것이므로 300만평이 필요한 것입니다.

    미군 기지 이전에는 30억달러에서 5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금액은 한미 양국이 동의한 것이므로 절대로 50억달러를 넘길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30억달러 수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울에 있는 미군기지를 옮기는 데 100억달러가 들 것이라는 이야기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30억달러든 50억달러든 그 많은 돈을 어디서 염출합니까. 정부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고 그 돈을 마련하려면 반환되는 용산기지를 민간에게 팔아야 할 텐데, 그렇게 하면 결국 돈 많은 부자들에게 금싸라기 땅을 주는 결과가 되지 않습니까.

    “일부만 매각해서 활용해도 정부 재정에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용산기지 이전비용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총리실에 용산기지대책반을 만들어놓았습니다. 정부의 여러 기관이 공동으로 대처할 것입니다.”

    中, 북한의 핵 보유 제지할 것

    -한반도 불안의 근본 원인인 북핵 문제에 대해 물어보겠습니다. 북핵문제는 어떻게 풀어갈 계획입니까.

    “그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답이 나올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문제가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는 것입니다. 대화코스로 가느냐 충돌코스로 가느냐가 중요한데, 지난해 3,4월에만 해도 어느 코스로 갈지 불분명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6자회담이 열리면서 대화코스로 들어섰습니다. 이 회담에는 6개국이 참여하고 있어 북한이 마음대로 행동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이 핵을 갖는 것을 원치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것은 더욱 원치 않을 것입니다.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니까, 한국에서는 ‘북한을 살살 달래야 한다’는 유화론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화론에서 독재자 김정일에 대한 경제 지원론이 나왔습니다.

    또 유화론자 중 일부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한국은 미국보다 중국에 더 가까워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중국은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결국 북핵 덕분에 김정일과 중국은 덕을 보고 있는데, 왜 중국이 6자 회담에서 김정일 정권을 고립시키겠습니까.

    “아니에요. 북한이 핵을 가진 것이 확인되면 일본 대만 등 동북아 지역 국가들이 핵무장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고, 이렇게 되면 중국은 지금과 같은 지위를 누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북한이 핵을 갖는 것을 극도로 경계할 수밖에 없어요.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해 중국은 미국과 입장이 같습니다. 핵과 미사일을 통해 체제 생존을 모색하려는 북한의 선택은 동북아의 전략환경을 뒤흔들기 때문에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제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핵무장을 하는 데는 파키스탄이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지난해 11월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을 불러들여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우리를 위태롭게 한 단초를 제공한 나라의 대표를 불러서 정상회담을 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그것은 외교 영역의 문제인데….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정치군사적으로 혹은 외교군사적으로 문제를 보는 눈이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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