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법, 성매매 근절보다 성매매 방지에 초점
- 특별법 때문에 성범죄 급증? 성매매 용인 국가엔 성범죄가 없나?
- 콘돔 안 치웠다고 100만원, 애무하는 법 가르치고 ‘레슨비’ 20만원 뜯은 악덕업주
- 이혼남 노총각 장애인 등의 성적 욕구 해소, 현실적 딜레마
성매매 단속 현황만 봐도 그런 강단이 엿보인다. 경찰이 특별단속을 시작한 9월23일부터 10월11일 현재까지 총 단속건수는 757건. 여기엔 집창촌은 물론 유흥업소, 휴게텔, 퇴폐이발소, 스포츠마사지, 출장마사지, 안마시술소 등 갖가지 영업형태가 망라돼 있다. 동원된 경찰인력만도 연인원 4만1828명. 단속대상이 된 피의자도 성매매 업주를 비롯해 남성 성매수자, 성매매 여성 등 2035명에 달한다.
경찰청 주무과장으로 ‘성매매와의 전쟁’의 최선봉에 선 이 과장의 의중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10월12일, 경찰청사 701호 여성청소년과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과로로 얻은 감기몸살 탓인지 인터뷰 내내 코를 훌쩍이며 기침을 해댔다. 그러면서도 성매매 근절 의지만은 강하게 내비쳤다.
-특별법 시행 이전과 이후를 비교할 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뭡니까.
“지난해 경찰이 단속한 성매매 사범이 1만3000여명인데, 구속률이 8∼9%밖에 안 됐어요. 하지만 이번 특별단속으로 업주에 대한 구속률이 무척 높아졌어요. 예전엔 대개 기소유예되거나 단순 벌금형에 처해졌는데, 이번엔 10월11일 현재 단속에 걸린 성매매 알선업주 449명 중 구속이 43명, 구속영장이 신청된 사람이 55명이에요. 구속률이 20% 가량으로 크게 늘었죠. 특별법의 핵심은 이렇듯 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에 있습니다.
단속통계와 관련해 또 하나 의미 있는 사실은 성매수를 한 남성 945명 중 323명이 회사원, 208명이 자영업자라는 겁니다. 이것만 봐도 남성들의 회식문화, 접대문화와 성매매가 함수관계에 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연령별로 봐도 945명 중 614명이 30∼40대인데, 이를 통해 기혼남이 많을 것이란 추정도 가능합니다.
영업형태 면에서 보면 성매매가 가장 심각한 곳이 룸살롱, 단란주점 같은 유흥업소예요. 여종업원이 하루만 근무 안 해도 결근비를 50만원씩 걷는 등 업주의 착취가 심해요. 이 때문에 제보도 가장 많습니다. 경찰청이 6월3일 개소한 성매매 피해여성 긴급지원센터에 접수되는 피해여성과 일반 시민의 신고가 개소 초기엔 하루 평균 1.2건이었는데, 특별법 시행 후 추석연휴 전까지는 매일 40∼50건이나 접수됐어요. 요즘도 20건 정도씩 꾸준히 들어옵니다.”
-특별단속을 한 달간 전격적으로 실시한 배경은?
“특별한 배경은 없어요. 2000년에 5명, 2001년에 14명의 성매매 여성이 화재로 목숨을 잃은 사건을 계기로 조배숙 의원 등이 발의해서 입법화한 게 특별법이잖아요. 따라서 경찰은 법 집행기관으로서 지난 3월23일 특별법이 공포된 뒤부터 발효될 때까지 6개월간 단속 시스템을 정비했어요. 5월에 전국 일선 경찰서의 풍속담당 직원 50%를 여경으로 교체했고, 앞서 말했듯 6월3일엔 성매매 피해여성 긴급지원센터를 개소했습니다. 같은 달 12일엔 전국 14개 지방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에 성매매 전담 수사반도 만들었고요. 9월15일엔 ‘긴급전화 117’을 개통해 24시간 신고할 수 있게 했습니다.
뭐, ‘나를 따르라’ 이런 차원에서 그렇게 한 건 아니고요(웃음). 사회 전반에 걸쳐 성매매 근절 분위기가 조성된 덕분이죠. 또 그동안 일부 경찰관이 저지른 성범죄로 인해 경찰이 비난받은 일을 계기로 많이 자성했어요. 경찰 스스로 단호한 성매매 근절의지를 가지고 있었죠.”
“홍보·계도 할 만큼 했다”
경찰청의 ‘전국 집창촌 현황’(2004년 8월31일 현재)에 따르면 전국 35개 집창촌에서 1588개 업소가 5476명의 여성을 고용, 성매매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시점이 3월입니다. 그런데 일부 성매매 업주와 종업원들은 정부당국과 경찰이 특별단속이 개시된 9월까지 6개월간 집창촌을 상대로 전업(轉業) 등을 위한 계도활동을 등한시했다는 불만이 높습니다. 홍보가 부족했던 건 아닌가요?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지난해 2월 정부 관계부처 담당자들로 성매매 방지 기획단이 구성돼 3월까지 법안을 만들었습니다. 그 사이에 정부에선 계속 입법에 관해 홍보했고, 저도 3월에 경기도 파주 용주골까지 다녀왔어요. 전국 경찰서에서 모든 집창촌을 방문했습니다. 당시는 성매매 단속을 하지 않을 때인데, 업소에 설치된 쇠창살을 뜯으라고 지시하면서 전업을 계도했어요. 2000년에 군산 대명동 성매매 업소 화재사건이 있었는데, 그 이듬해 전국의 업주들이 ‘한터’라는 친목모임을 만들었어요. 특별법을 공포한 뒤엔 서울 용산의 한 업주가 분신자살을 기도하며 저항했습니다. 그런저런 상황을 업주들이 왜 모르겠어요?”
-국가가 전면에 나서 개인의 성(性)을 관리한다는 것이 부적절할뿐더러 사실상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여론도 있는데요.
“‘언제부터 국가가 국민의 아랫도리를 관리해왔냐’는 식의 비판이 있긴 하죠. 그러나 한국이 외국인의 눈에 성매매 천국처럼 비치고 해외원정 섹스관광으로 외국언론이 비판할 만큼 성매매 문제는 심각한 지경이잖아요. 1961년에 윤락행위 등 방지법(이하 ‘윤방법’)이 제정됐는데, 현행 특별법과 똑같이 성매수자에게 ‘1년 이하 징역, 300만원 이하 벌금’을 처벌규정으로 두고 있었어요. 하지만 윤방법이 사문화할 만큼 성매매의 폐단이 커지니까 급기야 특별법이 제정되는 사태에 이른 거죠. 특히 인터넷 보급으로 성매매 문제는 훨씬 심각해졌어요.
특별법으로 국가가 성을 관리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단순 성매수자에겐 실형 대신 사회봉사명령·수강명령을 내려 전과를 남기지 않게 하는 보호처분제도의 여지를 남겨놨어요. 처벌보다는 계도를 앞세운 거죠. 반면 인권유린과 인신매매 등을 일삼는 성매매 업주에 대해선 처벌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음성적 성매매도 위축될 것
-경찰력을 아무리 집중한다 해도 외형상 드러난 집창촌이나 유흥주점 등과 달리 음성적인 성매매는 적발하기가 어렵지 않습니까. 대안이 있나요?
“눈에 띄는 집창촌이야 광고하지 않아도 남성들이 쉽게 찾아가죠. 하지만 휴게텔, 안마시술소, 주택가 등지에서 음성적 성매매를 하는 경우엔 음란한 광고전단 등 유인 수단이 반드시 있어요. 예전엔 이런 광고·유인행위에 대해선 처벌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특별법 발효로 성매매의 단서가 될 수 있는 그런 행위까지 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죠. 특별법 집행은 음성적 성매매의 수요와 공급까지 위축시킬 것으로 봅니다.”
-그렇더라도 집창촌 여성이 단골손님과 1 대 1로 만나 성매매를 할 경우 현장을 덮치지 않는 한 단속은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특별법에도 허점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은데요.
“법도 경찰도 만능은 아녜요. 단지 사회현상에 대한 예시규정을 둔 것이 곧 법이죠. 현재 경찰도 기본업무까지 일부 중단해가면서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특별단속을 펴는 형편입니다. 더욱이 성매매 자체가 은밀히 이뤄지는 거잖아요. 가정폭력 등으로 인한 여성 청소년과 성인의 가출이 남성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아 성매매에 노출될 위험도 그만큼 큰 게 현실입니다. 사정이 이런데 모든 성매매 행위를 단속할 수는 없죠. 특별법은 성매매의 완전 근절이 아니라 성매매 방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별법 시행의 반작용으로 한층 변태적인 신종 성매매 수법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경찰에서 현재 파악중인 새로운 유형이라도 있습니까. 자동차극장에도 성매매를 하는 ‘도우미’가 나타난다는 소문도 있는데요.
“아직 새롭게 드러난 수법은 없어요. ‘유리방’처럼 유사 성행위를 하는 업태는 이미 나온 것이고. 자동차극장 성매매 같은 것도 곧 관련제보가 있겠죠.”
-성매매 단속이 지속되면 성범죄가 증가할 것이란 일각의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관점이나 생각에 따라 전망이야 다를 수 있겠죠. 그러나 분명한 건 성매매를 용인하는 국가나 성매매가 만연한 우리나라나 성범죄는 항상 있어 왔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성매매 단속을 강화한다고 해서 성범죄가 더 늘어날 것이란 추정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봐요. 특별법 시행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성문화를 건전한 방향으로 바꿔가는 게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합니다. 일례로 집창촌 여성 중엔 에이즈 공포에 시달리는 이도 적지 않습니다. 성매매 단속과 성범죄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건 경찰이 아니라 관계부처의 몫이겠죠.”
성매매 여성이 ‘황금알 낳는 거위’?
-성매매 피해여성 보호가 특별법 시행의 취지인데, 정작 집창촌의 많은 여성이 강요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여성들이 성매매에 빠져드는 경로를 보면 급전이 필요해 다방 종업원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유흥업소로 진출하고 결국은 집창촌과 섬이 그들의 종착지가 됩니다. 그렇게 되면 선불금이다 뭐다 해서 착취구조에 완전히 빠져들어 강요에 의한 성매매를 이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미아리, 용주골 등 집창촌 여성들의 탈출 신고가 경찰에 계속 접수되고 있어요. 그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착취당하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한 예를 들지요. 이번 특별단속 이후 미아리, 인천, 강릉, 용인에서 성매매 여성 4명이 자살을 기도했는데 그중 1명이 죽었어요. 용인의 한 안마시술소 종업원이죠. 22세인 이 여성이 업주에게 착취당한 건 말도 못할 정돕니다. 콘돔을 방에 함부로 놔뒀다고 벌금 명목으로 100만원을 뜯어가고, 애무하는 법을 가르쳐줬으니 ‘레슨비’를 내라며 또 20만원을 갈취하고…. 이런 게 모두 선불금으로 잡혀 있었어요. 성매매 여성이 ‘황금알 낳는 거위’도 아닌데 빼먹을 수 있는 건 다 빼먹는 거죠. 다른 3명은 그와 반대로 ‘생존권 보장’을 주장하며 자살기도를 했고.”
-현재 집창촌이 폭력·마약조직과 깊숙이 연계돼 있다고 봅니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파악된 사례는 없어요. 다만 어제 검거한 성매매 업주 가운데 전주의 폭력조직 행동대원이 한 명 포함돼 있어요. 성매매 업소의 야간 ‘바지사장’을 하다 단속에 걸린 거죠.”
-단속과정에 일부 경찰관과 집창촌 업주의 유착관계가 포착될 법도 한데요.
“그런 건 없어요. 경찰이 숨기려야 숨길 수도 없죠. 그동안 정말 망신 많이 당했잖아요. 단속을 앞두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런 부분을 전혀 걱정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환부는 도려내겠다는 각오로 단속해왔어요. 그게 우리 경찰관의 의식을 전환하는 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그런데 아무런 문제도 없잖아요.”
-경찰이 단속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과거의 성매수 행위까지 들추는가 하면 한꺼번에 범죄자를 양산한다는 비판도 있는데요.
“특별법의 타깃은 성매수자가 아닙니다. 착취를 일삼는 업주죠. 다만 감금, 폭행, 협박 등으로 악덕 업주에게 인권을 유린당하는 성매매 여성들의 신고와 제보에 주로 의존해 사건을 집중수사하다 보니 성을 매수한 남성들의 리스트 같은 게 더러 증거물로 나오기도 하는 겁니다.”
-10월 들어 잇따라 열린 성매매 여성들의 시위가 업주들의 배후조종 없는 자발적인 행위라고 봅니까.
“그런 문제라면 사회의 보편적인 상식에 따라 결론을 이끌어내야 하지 않을까요? 이 자리에서 뭐라고 단정하기보다는.”
“특별법, 허점 거의 없다”
-특별법에 맹점이 전혀 없다고 봅니까. 만일 아니라면 어떤 점이 보완돼야 할 것으로 보는지….
“많은 성매매 여성은 특별법이 자신의 행위를 모두 봐줄 것처럼 곧잘 오해합니다. 그러나 법이 형사처벌을 면제해주는 건 위계(僞計)나 폭행, 협박 등에 의한 성매매 강요, 청소년이나 심신미약자에게 성매매를 시키는 행위, 이 네 가지에 한정됩니다. 나머지 성매매 행위는 모두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게다가 여성들을 감금해놓고 성매매를 강요하거나 성매매를 목적으로 한 인신매매범 등은 상해치사죄나 강도죄와 대등한 수준의 형량인 3년 이상 징역형을 받게 됩니다. 허점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우문(愚問)입니다만, 이혼남이나 노총각, 장애인 등 성적 욕구를 해소할 방법을 현실적으로 찾기 힘든 사람들은 특별법 시행 이후 성적 욕구를 어떻게 해결할까요?
“글쎄요. 그런 사람들이 실제로 어느 정도 집창촌을 출입하는지도 잘 모르겠고…현실적으론 뭐라고 단정하기 힘든 딜레마라고 할 수 있겠죠.”
-10월22일로 특별단속기간이 끝납니다. 그 뒤론 어떤 방식으로 성매매를 단속할 계획입니까.
“특별단속기간 한 달 동안 성매매 특별법이 참 많이 홍보됩니다. 덕분에 제보가 많이 들어와서 경찰의 성매매 관련수사도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경찰력을 최대한 동원하지는 못하겠지만, 상시적으로 단속하게 될 겁니다.”
-경찰 내에서 ‘여성통’으로 불리는데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진 계기라면?
“원래 과학수사 업무를 오래 했는데, 2001년 경찰청 초대 여성실장을 맡을 당시 사실은 좀 망설였어요. 마치 여경이라서 그런 자리로 가는 것처럼 비치는 게 싫었던 거죠.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도 광명에서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이 성폭행을 당한 뒤 아버지와 함께 한없이 고통받는 광경을 지켜보게 됐어요. 그런 반사회적이고 비인륜적인 범죄를 단순히 여성관련 범죄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아니라 김 기자가 경찰이라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