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마무리된 이번 시즌 그의 기록은 262안타에 타율 3할7푼2리, 아메리칸 리그 타격왕. 180cm, 77kg의 평범한 체격이지만 배팅 시속 155km를 자랑하는 날렵한 방망이와 1루까지 3.6초에 주파하는 빠른 발이 강력한 무기다. 여기에 “어떤 구질의 공도 모두 쳐낸다”는 배팅감각은 테니스 선수의 라켓센스에 비견될 정도.
이치로 야구의 진정한 가치는 올해 내셔널리그 타격왕인 배리 본즈(40·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비교해보면 좀더 명확해진다. 장타력, 출루율, 홈런, 볼넷 등에서는 이치로가 본즈에 한참 뒤지지만 시즌 안타수만큼은 무려 127개나 앞서는 것. 정교한 타격을 위해 장타 욕심을 버린 그는, 스테로이드 복용 추문 등 ‘파워 절대주의’의 부작용에 시달리는 메이저리그에서 ‘날렵한 야구’라는 신조류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이치로의 고국인 일본열도는 그의 신기록 수립을 ‘장기불황 탈출 조짐’을 상징하는 국가적 경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TV방송사들은 10월 내내 이치로에 대한 특집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또한 “천부적 재능에 남보다 갑절의 노력을 더해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