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호

‘글로벌 건설맨’ 한수양 포스코건설 사장

“3개 권역 테마형 개발 등 대운하사업 아이디어 개발 중”

  •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8-03-07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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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대운하 사업은 일거리가 부족한 국내 건설사들에 엄청난 기회이자 도전이 될 수 있다. 벌써부터 사업권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물밑작업이 전개되고 있다. 포스코건설 한수양 사장은 “이 사업이 성공하려면 충분한 논의와 합리적 절차를 거쳐 범(汎)건설업계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도출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리경영과 글로벌 전략을 기치로 내걸고 포스코건설의 성장을 이끌어온 그를 만났다.
    ‘글로벌 건설맨’ 한수양 포스코건설 사장

    ▼ 1945년 전북 옥구 출생<br>▼ 서울대 금속공학과 졸업<br>▼ 1971년 포항제철 입사, 스테인레스사업부 이사, 창원특수강 대표이사, 광양제철소장(부사장)<br>▼ 2004년 3월~ 포스코건설 사장

    요즘 건설회사들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한반도대운하 사업이다. 아직 사업 타당성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사실상 사업이 확정된 것으로 보고 사업권을 따기 위해 치열한 물밑경쟁에 돌입했다.

    국내 건설시장 규모는 100조원대. 한때 105조원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국의 등록 건설사는 모두 1만2939개(2007년 10월31일 기준). 건설시장은 그야말로 유혈경쟁이 난무하는 ‘레드 오션(Red Ocean)’이다. 2008년에도 건설업계는 분양가 상한제 본격 시행, 세계경제 침체 우려 등으로 상황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업계에선 단군 이래 최대 역사(役事)로 평가되는 대운하 사업이 시행되면 국내 건설시장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생각하는 대운하 사업은 정부가 사업구상을 밝힌 뒤 민간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민간이 사업성을 평가해서 착수하고 그 리스크도 민간이 지도록 하는 것. 따라서 앞으로는 민간 사업자의 의지가 크게 작용하고, 사업타당성 평가 등 경제성 측면의 논란보다는 환경 영향 등이 논란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미 컨소시엄을 형성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선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 시공능력 상위 5위권 업체들이 제1 컨소시엄을 형성했다. 사업 리스크가 큰 만큼 이를 분담하겠다는 의도다. 이에 질세라 SK건설을 주축으로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금호건설 등 6~10위권 업체도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다른 업체들도 대운하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기는 마찬가지. 사실 1개 컨소시엄이 우선사업자로 선정돼도 하청, 재하청을 통해 공사를 하게 되므로 많은 기업이 자사에 떨어질 ‘떡고물’이 무엇이 될지 계산하느라 분주하다.



    “업체 간 이권 다툼 되지 말아야”

    그러나 이 사업이 순항하기에는 아직 많은 난관이 있다. 2월9일 대통합민주신당 최성 의원은 정부가 한반도대운하 사업 같은 대규모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사업)을 추진할 경우 사업 타당성 등에 대해 반드시 국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의 ‘사회기반시설 민간투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사실상 한나라당이 4월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않는 한 대운하 사업 추진은 쉽지 않다. 또 환경단체들은 생태계 파괴와 홍수피해 급증 우려 등을 들어 여전히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건설사들도 사업 타당성을 놓고 저울질 중이지만 골재 채취권, 통행료 수익 등만 놓고 따졌을 때 대운하 사업 자체의 수익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시공능력 6위 업체인 포스코건설 한수양(韓秀洋·63) 사장을 만났다. 과연 민간 건설업체에선 대운하 사업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경제적 타당성은 있는지 등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한 사장은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중요한 것은 국민적 합의이며, 그것이 이뤄진 뒤에 우리 생각을 말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다. 거듭된 요청에 한 사장은 “국내에서 건설업체 간 이권 다툼으로 전락하지 않고, 더 큰 시각에서 미래 세대에 물려줄 대역사로 기록되려면 충분한 논의와 합리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에 대한 의견이라면 몇 마디 하겠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글로벌 건설맨’ 한수양 포스코건설 사장

    신입에서 대리까지 10여 명으로 구성된 포스코건설의 ‘챌린지 보드’는 경영진에게 경영개선, 복리후생 등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다.

    2004년부터 포스코건설을 이끌고 있는 한 사장은 윤리경영과 글로벌 전략 도입을 기치로 내걸고 포스코건설의 최근 성장을 주도해왔다. 포스코건설은 한 사장이 강조하는 수평적 조직문화, 지식경영, 윤리경영 등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최근 ‘동아일보’ ‘한국대학신문’ 등이 선정한 건설업계 입사 선호 1위 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 한반도대운하 사업을 놓고 건설업계가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이 사업의 경제성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건설비 등 총비용에 대한 골재판매수익금, 환경개선 편익 등 총편익의 비율(편익비용지수, B/C)이 1.0 이상일 경우 대운하 사업에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경부운하의 경제성에 대해서는 연구기관별, 연구시기별로 각기 견해가 다릅니다. 즉 B/C가 0.16에서 5.4까지 최대 5.24나 차이가 납니다. 골재 채취권, 운행수익, 하천정화효과 등을 보는 시각에 따라 수치가 다르게 나오지요. 이미 정부가 운하를 민간투자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한 이상 민간의 창의와 효율을 최대한 발휘해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은 민간사업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타당성과 사업성 구별해야”

    한 사장은 경제적 타당성을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정부가 대운하 사업을 인프라 사업으로 시행할 때는 ‘경제적 타당성’이라는 말이 어울리고, 민간 사업자 처지에서는 ‘사업성’이라고 해야 옳다는 것이다. 사업을 발주하는 정부 처지에서 보면 전체 투입비용과 결과가 비슷하게 나올 수 있지만, 민간 회사에서는 금융기관이 개입돼야 하고 금융 펀딩 상황에 따라 사업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 경제적 타당성이나 사업성이 불확실한 데도 사업 참여에 의욕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국내에 일거리가 부족하잖아요. 사실 경부운하 사업은 현재까지 국내시장에서 시행된 민간투자사업 중에서 단일사업으로는 가장 규모가 큽니다. 그래서 건설회사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 포스코건설이 제2 컨소시엄 구성에 동참한 것도 그런 차원에서군요.

    “사업 규모가 크다는 말은, 달리 말하면 그만큼 투자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뜻이므로 사업자들의 창의성과 효율성이 크게 요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 사업자의 아이디어를 수렴해 어떤 방식이 이 사업을 수행하기에 적합한지에 대해 심도 있는 비교검토가 필요합니다. 현재 상위 5개 건설사 컨소시엄의 사업제안서 작성이 진행되고 있지만, 한 사업제안자의 아이디어만 가지고 사업 추진방향이 정해지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2 컨소시엄이나 다른 중견 건설사들로 구성된 컨소시엄들의 창의적이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성공적인 사업추진을 위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운하사업에 대해 나름대로 준비해온 것들이 있는지요.

    “다른 건설사들이 착안하지 못한 창의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기 위해 6명의 전담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해외 사례 벤치마킹 등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외 사례들을 보면 기존 하천을 운하 형태로 개발한 곳도 있고, 완전히 인공적인 운하를 만든 곳도 있습니다. 또 운하 주변을 관광지로 개발해 크게 성공한 일본 나가사키의 하우스텐보스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커낼시티,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같은 곳은 벤치마킹하기에 아주 좋은 사례입니다. 다만 그곳의 지역적 특성이 우리나라와 얼마나 맞느냐, 주민 삶의 질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등을 따져야겠지요. 우리는 특히 물류 이동을 위한 운하사업 외에 지역별 개발 사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운하 주변 3개 권역 테마형 개발

    ‘글로벌 건설맨’ 한수양 포스코건설 사장
    ▼ 어떤 지역별 개발사업을 구상하고 있습니까.

    “운하사업에서 일반적인 토목기술 부분은 어느 회사나 비슷합니다. 그런데 우리만의 창의적 아이디어라고 한다면 경부운하 주변을 3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별로 테마형 개발을 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거기에다 물류 및 첨단산업단지, 운하형 디지털 복합 및 전원도시, 운하형 리조트, 사계절 돔형 인공풀, 컨벤션센터, 수상비행장 등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또한 개발지역에 현재 우리 회사에서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신교통 시스템 PRT(Personnel Rapid Transit·소형궤도열차)를 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3개 권역이란 수도권, 충남 및 경북권, 대구 및 부산·경남권을 말한다. 먼저 서울과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운하권은 한강을 따라 컨벤션, 상업, 문화, 주거, 연구 등 미래형 디지털 복합도시로 건설하고, 레저스포츠 시설도 갖춘다는 것이다. 충남과 경북지역을 포함한 중부운하권은 낙후한 중부내륙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해 내륙형 첨단복합물류단지 및 산악형 관광레저 리조트 도시로 만들고, 대구와 부산 경남권을 포함한 남부운하권은 낙동강과 남해안의 수려한 경관을 살린 체류형 리조트 및 국제 간 무역, 금융 등 국제적 비즈니스 핵심단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 그런데 정부는 아직까지 수익보전 및 주변 부지개발권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것이 보장되지 않더라도 이 사업에 참가할 생각입니까.

    “현재 포스코건설 외에도 여러 건설사가 협의체를 구성해 민간투자사업 추진을 위한 사업방식, 사업성, 공사비 규모, 설계, 환경문제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사업규모로 볼 때 사업성 검토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나와 봐야 수익보전 및 주변 부지개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수익보전에 대해서는 사업방식에 따라 임대형(BTL) 민자사업일 경우에는 정부로부터 적정 임대료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으나, 수익형(BTO) 민자사업일 경우에는 관련법상 정부의 수익보전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통행료만으로 사업성 확보가 어려울 경우 주변 개발사업에 대해 일정 부분 우선권 등을 정부 측에 요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새 정부가 대운하 사업을 어떻게 추진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대운하 건설사업은 그야말로 나라 운명을 걸고 하는 사업 아닙니까.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가는 과정을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진행하면 그러한 국민적 합의를 이뤄내는 과정 자체가 한 단계 성숙한 우리나라의 품격을 보여주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고 봅니다.”

    수도권 취수장 이전에 관심

    ▼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그래서 쉽지 않은 문제 같습니다.

    “그렇지요. 한반도대운하 사업은 우리뿐 아니라 미래 세대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역사입니다. 이미 외국에선 만들어본 사례들이 있으니까 그런 것을 참조하고, 환경영향 등도 정말 정밀하게 평가해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업체들도 윈윈(win-win)할 수 있는 상황이 되기를 바랍니다.”

    공기업이던 포스코건설은 2000년 민영화 이후에도 공적인 사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반도대운하 사업이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포스코건설이 공적인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은 수도권 상수원 취수장 이전 문제다. 한반도대운하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현재 수도권 상수원 취수장으로 이용되는 팔당호에 배가 다니게 되므로 취수장을 이전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한반도대운하TF팀은 경부운하의 길목에 있는 팔당 상수원을 북한강 유역의 양수리로 이전하고, 부족한 물은 한강 본류에서 간접 취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건설맨’ 한수양 포스코건설 사장

    한수양 사장이 지난해 9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지사 개소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 포스코건설이 취수장 이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상당수 국민이 수돗물이 식수로 부적합하다고 보고 있고, 정수장의 물을 믿지 못해 대부분의 가정에서 정수기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수돗물 문제는 대운하 사업과 함께, 그리고 대운하 사업이 시행되지 않는다 해도 별개 사안으로 획기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깨끗한 원수 사용으로 정수처리비용을 절감하고, 물이용 부담금을 줄이며, 상수원 보호구역내 주민들도 규제 완화를 통해 좀 더 자유로운 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수도권에 생활용수와 산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현재 팔당댐 내 4개 취수장에서 하루 약 325만t, 팔당댐 하류 11개 지점에서 약 440만t을 취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상류지역 주민들은 상수원 보호구역, 특별대책지역, 자연보전구역 및 수변지구 등으로 묶여 규제를 받고 있으며, 호수나 하천 활용도 크게 제한받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의 취수 방법으로는 만족할 만큼의 수질을 기대할 수 없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팔당호 내 취수장이 팔당유입수 중 수질이 가장 나쁜 경안천과 팔당댐이 만나는 지점에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또 하류지역 주민들도 양질의 물을 공급받지 못하면서 수천억원의 물 이용 부담금을 내놓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팔당호 내 취수지점을 북한강 양수리 지역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존 취수장이나 정수장과 연계 운영하면서 수량의 일부를 팔당댐 하류에서 간접 취수하는 것도 보완책이 될 것입니다.”

    ▼ 취수장 이전 사업으로 수돗물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한강 취수장을 양수리 부근으로 이전하면 수중보 설치만으로도 하루 최대 600만t 정도의 취수가 가능합니다. 또한 기존 취수구와 연계시켜 운용할 경우 수돗물 대란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부족한 200만t의 원수는 팔당댐 하류의 정수장과 하상여과(간접취수) 방식으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 취수장 이전 문제를 사업성 측면에서 보면 어떻습니까.

    “10여 년 전 국내 굴지의 용역회사에서 검토했을 때 약 5000억원의 공사비가 들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30년간 팔당의 자갈, 모래 채취권을 갖는 것만으로도 기업의 사업성은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지금은 취수장 이전 문제에 우리 회사가 가장 관심이 많습니다. 아직 정부의 세부안이 나오지 않아 다른 건설사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지만, 정부가 추진을 발표하면 많은 건설사가 관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2007년 해외 수주 40% 증가

    포스코건설은 국내 경기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2007년 수주액이 7조7000억원에 달해 2006년(5조3000억원)보다 40% 이상 증가했다. 공사 종목별로 보면 토목환경 부문이 1조2000억원, 건축주택 부문이 2조2000억원, 플랜트 부문이 2조2000억원, 발전에너지 부문이 2조1000억원을 차지했다. 매출은 3조6704억원(2006년)에서 3조4685억원(2007년)으로 줄었지만, 기업 여건이 좋아져 올해 예상매출액은 4조원대로 늘려 잡았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해외 수주금액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 2005년 560억원에서 2006년 9800억원, 2007년에는 2조2000억원으로 늘어났다. 2007년 포스코건설은 칠레 석탄화력발전소, 인도 이스코 고로 등 해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주했고, 해외수주 비중이 전체 수주금액의 28%에 육박할 만큼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또 지난해 11월 S&P와 무디스사로부터 각각 장기 신용등급 BBB+, Baa1을 얻어내기도 했다. 이는 국내 건설사를 포함한 아시아 전 지역 건설사 중 최고의 해외 신용등급으로 향후 해외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

    ‘글로벌 건설맨’ 한수양 포스코건설 사장

    포스코 건설은 한반도대운하 주변을 3개 권역으로 나눠 개발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해외 사업은 창사 이래 꾸준히 이어졌다. 창립 이듬해인 1995년 4월 베트남 호치민에 포스리라마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2008년 현재 베트남(하노이)과 인도(오리사주)에 2개의 해외사무소, 두바이·아부다비·캄보디아·칠레 등 4개의 해외지사, 중국·베트남·나이지리아·인도·미국에 9개의 법인을 설립해 해외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사업 분야도 초기의 제철플랜트 중심에서 신도시개발, 초고층빌딩 건축, 에너지플랜트, 신교통사업 등으로 넓히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선 북안카잉 신도시를, 캄보디아에선 리조트 및 도로사업을, 칠레에선 벤타나스발전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사업 성격에서도 정부 공사를 수주하는 단순 도급형에서 포스코건설의 재무적 안정성과 기획력에 힘입어 개발투자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해외건설 금융 시스템을 확충하고 해외건설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올해 중반 기업 상장 계획

    ▼ 해외 건설 사업에 특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간단히 말하면 국내 건설시장의 규모가 작고 정체 상태에 있기 때문입니다. 해외 건설시장에서는 아직도 ‘코리아 넘버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실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습니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도 지난 20여 년간 노력한 결과 최근 석유화학 정유 플랜트 등에서 빛을 보고 있습니다. 물론 안심할 상황은 아닙니다. 중국이 엄청난 속도로 따라오고 있고, 부가가치가 큰 사업은 유럽과 일본 등에 밀립니다. 해외에서 활약할 젊은이를 많이 양성해서 새로운 건설 붐을 일으킬 때입니다.”

    ▼ 건설업도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중국이 추격하고 유럽과 일본에 밀리는 샌드위치 신세인가 봅니다.

    “중국에는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떨어집니다. 국내 전문업체들이 동반 진출하면 국내의 좁은 시장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다른 나라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고 보고 그러한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실제로 그것을 실행하기는 참으로 어렵더군요.”

    ▼ 어떤 리스크가 있습니까.

    “정치적 상황, 언어장벽 등 문화적 차이, 의사소통 능력부족, 환율 리스크 등을 들 수 있겠죠. 외국에선 이 모든 게 다 리스크가 됩니다.”

    ▼ 아시아권 중에서 특히 베트남에 투자를 많이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제가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1971년 박태준 명예회장께서 아시아에선 베트남인들이 제일 성실하고 근면하므로 유리한 사업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포스코건설은 베트남과 국교를 맺은 직후인 1995년부터 베트남에 진출해서 철강플랜트를 포함한 여러 가지 공사를 해왔습니다. 베트남 최초의 현대식 백화점이 입주해 베트남의 상징이 된 다이아몬드프라자도 우리 회사 소유입니다. 현재는 붕따우에 냉연공장을 건설하고 있고 일관제철소 건설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 포스코건설의 국내 활동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역시 증시 상장이다. 만약 순조롭게 상장될 경우 포스코건설은 대형공사 수주와 송도 국제업무단지 개발, 해외 진출 등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자금 운용에도 여유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 기업 상장 계획은 어느 단계에 와 있습니까.

    “기업공개는 국내 자본시장의 활성화 및 사회 기여, 지배구조 건전화를 통한 투명경영 강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재원 확보의 목적으로 2007년 하반기부터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재 계획으로는 올해 상반기 중에 주간사 선정 및 상장심사 청구를 하고 3/4분기에 상장할 계획입니다. 구주 매출 50%, 신주 공모 50%로 할 계획이며, 상장 규모는 주식시장의 여건과 대주주 지분율 등을 고려해 확정할 계획입니다.”

    ‘글로벌 기업가치 극대화’

    포스코건설이 의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송도 국제업무단지 개발사업은 정부가 동북아 경제중심도시를 만들기 위해 설치한 경제자유구역 사업의 일환이다. 약 570만㎡(173만평)의 매립지에 업무시설, 상업시설, 문화시설, 주거시설, 공공청사, 공원 등을 건설하며, 2014년까지 총사업비 약 24조원(250억달러)이 투입되는 초대형 민자 개발사업이다. 실제 개발사업자는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인데, 이 회사는 포스코건설이 2002년 3월 미국의 게일사와 합작 설립했다.

    ▼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송도 개발사업은 어느 정도나 진척됐습니까.

    “게일사와 저희는 ‘삶의 질이 높은 국제도시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마스터플랜을 수립했습니다. 주거시설을 성공적으로 분양했고, 국제학교 건설, 모건스탠리 등에서 2조5000억원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하는 등 여러 가지 업무를 순조롭게 추진해왔습니다. 외국 기업의 투자도 가시화하고 있고요. 지난해 10월에는 미국의 친환경 에너지 재생분야 선도기업인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UTC)와 MOU를 체결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사는 사업참여 의사를 표명해왔습니다. 또 지난 1월부터는 세계적인 부동산 임대 및 관리기업인 존스 랭 라살과 투자유치를 위한 글로벌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2014년 아시안게임을 비롯, 2009년 세계도시엑스포 등의 국제행사가 인천에서 개최되는 만큼 앞으로 외국 기업 투자유치도 점차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 2008년 전망은 어떻습니까.

    “올해의 경영목표를 ‘글로벌 기업가치 극대화’로 정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임직원들에게 최고수준의 수주역량 확보, 글로벌 경영체제 구축, 혁신적인 기업문화 정착에 힘써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러한 전략과 탄탄한 신용도, 좋은 이미지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 확대는 물론 해외 시장 개척에도 박차를 가해 올해 수주 목표액 10조원을 달성할 계획입니다.”

    경영철학은 ‘윤리와 겸손’

    ▼ 요즘 기업들에 있어 또 하나의 도전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인 듯합니다. 그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니까요. 포스코건설에서는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까.

    “모회사인 포스코가 국내 최고의 CSR을 실천하고 있는 것처럼 저희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상을 구현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습니다. 저희가 실천하는 CSR은 크게 윤리경영, 상생경영, 투명경영, 나눔경영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회사뿐 아니라 대내외 이해관계자, 협력회사와의 상생경영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지원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윈-윈 관계를 형성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 한 사장께서는 어떤 경영철학을 갖고 있습니까.

    “저는 윤리와 겸손을 꼽습니다. 정정당당하면서도 겸손한 사람이 최고입니다. 그것은 외국에 나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윤리와 겸손,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한 건설회사를 만들려고 합니다.”

    한 사장이 말하는 ‘스마트(SMART)’란 ‘전문성, 도덕성, 적극성, 혁신, 최고성과(Speciality, Morality, Activeness, Revolution, Top Performance)’를 의미한다. 한 사장은 2004년 취임 이후 기존의 관행과 인식, 생산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장기 비전으로 ‘스마트 경영’을 선포하고 글로벌 기업을 지향해왔다.

    ▼ 윤리경영을 강조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건설업의 독특한 속성 때문에 그동안 건설업계는 국가에 큰 공헌을 하고도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또한 우리의 경우 포스코가 강조하는 윤리경영의 접목이 쉽지 않았습니다. 비윤리적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진 행위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만이라도 모범적으로 실천하자고 직원들을 독려해왔습니다. 정말 그것이 가장 어려웠고, 지금 돌아보면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한수양 사장이 이처럼 다양한 현안에 대해 솔직하게 토로한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건설계의 상황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인 듯하다. 건설업계의 민간투자사업은 정부의 경쟁촉진정책으로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따라서 회사들은 수익성보다는 물량확보에 급급한 실정이다. 최소운영수입보장 폐지, 건설보조금 축소 등 각종 정부 지원정책이 줄어들면서 그만큼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사업에 동참하는 재무 투자자들도 초기 개발비를 투입하지 않는 등 사업 리스크를 줄이려고 드는 바람에 사업이 지연 또는 중단되는 일이 잦다고 한다.

    ▼ 마지막으로, 새 정부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민간투자사업을 활성화하려면 민간 주도의 사업추진보다는 전체적인 사업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부담을 민관이 공유할 수 있는 제3섹터 방식 도입을 적극 고려하면 좋겠습니다. 이는 민간업체의 사업위험 부담을 줄이고 투자자 다변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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