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호

김수천 에어부산 대표

“지역기반과 아시아나의 운항 노하우, 두 날개로 비상”

  • 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9-07-03 15: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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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김포 하늘길에서 신생 항공사의 선전이 화제다. 지난해 10월 첫 비행기를 띄운 ‘에어부산’이 30년 맹주 ‘대한항공’을 제치고 탑승률 1위를 기록 중인 것. 지난 3월, 탑승률에서 대한항공을 추월한 에어부산은 차츰 격차를 벌리며 이 노선 선두 자리를 굳히고 있다. 저렴한 항공료, ‘3050’ 셔틀 스케줄, 차별화된 기내 서비스 등을 바탕으로 성공 신화를 써나가는 에어부산 김수천 대표를 만났다.
    김수천 에어부산 대표
    에어부산은 독특한 회사다. 부산시와 부산은행, 부산 롯데호텔 등 지역 내 대표 기업 14곳이 주주로 참여했다. 본사도 부산에 있다. 명실상부한 ‘지역기업’인 셈이다. 그런데 최대주주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46%와 경영권을 가졌다. 7명의 이사 가운데 4명도 아시아나 몫이다. 나머지 세 자리에는 부산지역 인사가 앉았다. 더불어 감사까지 부산에서 임명했으니 내부 균형은 팽팽하다.

    첫 CEO인 김수천(53) 대표의 이력도 절묘하다. 부산중·고를 거쳐 서울대 중문과를 졸업한 ‘지역 인재’인 그는, 1988년 아시아나 창립 때 입사해 만 20년간 일한 정통 ‘아시아나 맨’이기도 하다. 지역자본과 대형 항공사의 ‘동거’를 대표하기에 이만큼 적합한 인물도 없을 듯싶다.

    사실 에어부산은 부산과 아시아나, 양자의 서로 다른 목표가 한 지점에서 만난 덕분에 탄생한 회사다. 부산시와 지역 상공인들은 2007년 부산의 항공산업을 발전시키고 신규고용을 창출하기 위해 ‘부산국제항공’이라는 지역항공사를 세운 적이 있다. 하지만 자체 역량만으로 기업을 정상궤도에 올리는 데에 힘이 부치자, 수도권의 대자본과 선진 항공사의 노하우를 유치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때 물망에 오른 기업이 아시아나다.

    부산은 아시아나가 오랫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던 지역. 시장점유율이 20%대로, 브랜드의 명성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었다. 기반 확대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대한항공의 벽에 막혀 번번이 실패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절실했다. 마침내 지난해 2월, 이 둘이 손을 잡고 에어부산 출범을 선언했을 때 사람들은 지역항공사이면서 동시에 여전히 ‘아시아나’인 이 회사가 과연 부산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해했다.

    아직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지만, 현재까지의 성적표는 장밋빛이다. 지난해 10월 첫 비행기를 띄운 신생 항공사가 부산-제주, 부산-김포 등 모든 운항 노선에서 높은 탑승률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김포 노선에서 취항 5개월 만인 지난 3월부터 줄곧 선두를 지키고 있어서 화제다.



    6월 초 에어부산이 입주해 있는 부산상공회의소를 찾아갔을 때, 건물 외벽에는 ‘에어부산, 부산-김포 매일 30회 운항’이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었다. 김 대표와 마주앉아 나눈 첫 대화 주제도 당연히 부산-김포 노선이었다.

    ▼ 짧은 시간 안에 부산-김포 노선에서 성공을 거둬 무척 기쁘겠습니다.

    “아직 성공이라고 말하기는 이릅니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물론 탑승률 면에서 이 노선의 절대 강자인 대한항공과 경쟁해 우위를 차지한 점은 무척 고무적입니다. 지난 5월 에어부산의 부산-김포 노선 탑승률은 62%였습니다. 58%를 기록한 대한항공보다 4%포인트 높지요. 시장점유율 면에서도 선전하고 있어요. 아시아나로부터 노선을 물려받을 당시 점유율은 20% 수준이었는데, 5월 현재는 37%입니다(아시아나는 에어부산 취항과 동시에 부산-김포 노선을 철수했다). 부산-김포는 아시아나뿐 아니라 여러 신생 항공사가 잇따라 실패한 구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릅니다. 대한항공 자회사 진에어가 이 노선에 들어왔다가 탑승률 10% 벽을 넘지 못한 채 두어 달 만에 철수했지요. 제주항공도 8개월 만에 운항을 포기했습니다. 에어부산 취항 전까지 부산-김포 노선은 ‘신생 항공사의 무덤’으로 불렸어요.”

    상용 노선에서 승부수

    ▼ 다른 노선과 구별되는 부산-김포만의 특징이 있다는 뜻인가요.

    “비즈니스맨이 주로 이용하는 상용노선이라는 점에서 그렇지요. 관광노선 이용객은 항공사를 고를 때 요금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주를 기반으로 한 관광노선의 경우, 신생 항공사도 진입하기 쉽고, 오히려 가격경쟁력 면에서 유리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비즈니스맨은 까다로운 기준에 따라 항공사를 선택합니다. 요금뿐 아니라 안전성, 스케줄, 서비스, 브랜드 이미지, 상용고객 프로그램 등 여러 요소를 다 중요하게 여기고요.”

    ▼ 에어부산이 이 노선에서 빠르게 성과를 거둔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출범 때부터 부산-김포에 총력을 집중한 덕분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상용노선인 이곳에서 영업기반을 다져야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봤어요. 이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첫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아시아나와의 공동운항(코드셰어)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부산-김포 노선 항공권을 구입하면, 에어부산 항공기를 이용하면서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쌓을 수 있습니다. 국제선에서는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는 이 제도를 국내선에 도입한 건 우리가 처음이지요. 공동운항을 통해 아시아나의 고객 기반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었고, 브랜드 후광 효과도 얻었습니다. 자체 개발한 기업우대 프로그램도 제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어요. 기업체 및 관공서, 정당, 협회 등에서 에어부산을 이용하면 특별 할인된 운임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지요. 이용 실적에 따라 할인율이 달라지고요. 기업 입장에서 보면 비용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3800여 개 기업이 가입했을 만큼 반응이 좋습니다. 한 회사의 경우 한 달에 1000명 이상이 우리 항공기를 탑니다. 이용자가 많을수록 항공료가 싸지므로 일부 기업은 ‘출장시 에어부산을 이용하지 않으면 항공료를 결제해주지 않는다’는 규정까지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할인제도를 잘 활용하면 부산-김포 간 항공료가 KTX 요금보다도 싸집니다. 그래서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는 효과도 얻고 있어요.”

    김수천 에어부산 대표

    부산을 기반으로 출범한 항공사 에어부산이 취항 5개월 만에 부산-김포 노선 탑승률 1위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 에어부산 항공료는 대한항공과 비교할 때 15% 이상 저렴합니다. 여기에 추가 할인까지 제공하면서 수익을 내는 게 가능한가요.

    “우리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문을 연 항공사 가운데 상당수가 바로 이 문제 때문에 고전 중이지요. 지난해 10월 이후 운항중단 상태인 한성항공도 문 닫기 직전까지 영업적으로는 화려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많은 승객을 유치했지만, 수익을 내지 못해 실패한 겁니다. 우리는 창사 단계부터 메이저 항공사를 앞서는 원가경쟁력을 갖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상당부분 성과도 거뒀지요. 현재 에어부산의 비행원가는 아사아나의 85% 수준입니다. 앞으로 80%까지 낮춰서 더욱 강력한 원가경쟁력을 가지려 합니다.”

    ▼ 원가 절감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우선 판매 프로세스의 혁신입니다. 에어부산 이용자의 60% 이상이 인터넷을 통해 항공권을 예약, 구매합니다. 반면 아시아나의 인터넷 판매량은 전체의 25%에 불과하지요. 이 경우 판매대리점이나 예약콜센터 운영에 막대한 비용이 듭니다. 우리는 이 부분 비용을 크게 절감했습니다.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도 계속하고 있어요. 에어부산의 항공기 1대당 관리 인원은 46명으로, 메이저 항공사가 대당 80~90명을 두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합니다. 조직을 슬림화한 대신 아웃소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시아나의 자원을 최대한 공유하는 것도 우리의 경쟁력입니다. 항공사는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요. 비행기 1대를 운행하더라도 위기상황에 대비해 엔진 등 각종 부품을 보유하고, 전문 정비사를 고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주에 기반을 둔 한 신생 항공사는 이런 부품재고만 400억원가량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시아나와 부품창고를 함께 쓰면서, 우리가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지급하기 때문에 관련 부담이 적지요.”

    3050 셔틀서비스

    ▼ 상용노선 고객들은 비용 외에도 수많은 요소를 염두에 두고 항공사를 선택합니다. 저렴한 가격 외에 에어부산이 가진 또 다른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스케줄 면에서도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3월 말부터 부산-김포 노선에서 시행 중인 ‘3050 셔틀서비스’ 덕분이지요. 에어부산 비행기는 김포에서 매시 30분, 부산에서는 매시 50분에 출발합니다. 이제 승객들은 미리 시간표를 확인하지 않아도 정확한 시간에 편리하게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보유 항공기 4대 가운데 3대를 부산-김포 노선에 투입해 고정적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경쟁사의 경우 국제선 항공편과 국내선 항공편이 섞여 있다 보니 우리보다 편수가 많은데도 이런 스케줄을 만들지 못합니다. ‘3050 셔틀서비스’가 시작된 뒤 에어부산의 부산-김포 노선 이용승객은 전월과 비교해 18%나 증가했습니다. 우리가 부산-김포에서 탑승률 1위를 차지하는 데 결정적인 동력이 된 셈이지요. 에어부산은 앞으로 국제선에 출항한다 해도 이 노선에 계속 3대의 전용기를 배치해 셔틀서비스를 지속할 계획입니다. 노선별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에어부산의 경쟁력이지요. 우리는 부산-김포 노선 승객에게 신문과 커피를 제공합니다. 신생 항공사 가운데 이러한 서비스를 하는 곳은 에어부산밖에 없습니다. 관광객이 많은 부산-제주 노선에서는 기내 추첨 이벤트를 해서 여행권 등 상품을 나눠줍니다. 기존 메이저 항공사처럼 모든 승객의 요구를 만족시키지는 못해도, 각각의 노선에 맞는 필수 서비스만큼은 수준 높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 에어부산이 성공을 거둔 데는 ‘부산’이라는 든든한 후원자도 한몫을 했을 것 같습니다. 지역과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나요.

    “에어부산은 부산시와 지역 기업이 공동 투자한 항공사로, 견고한 지역 기반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역민이 무조건 우리를 사랑해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부산 사람들은 자존심이 세고 보수적입니다. 속된 표현으로 ‘쪽 팔리는’ 걸 싫어합니다. ‘부산’ 이름 달고 제대로 못하면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지역에서 더 깊이 뿌리내리려면 시민들이 에어부산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지역공헌 활동도 꾸준히 할 계획입니다. 지금은 지역 내 초등학생들을 초청해 매달 서울 아시아나 본사의 항공사 체험 프로그램에 보내주고 있지요. 부산에서 열리는 각종 문화예술 행사도 지원합니다. 지역 고용 창출도 중요한 부분이고요. 우리는 에어부산 자체 인력과 제휴업체 인력을 합쳐 이미 400개 정도의 일자리를 새로 부산에 만들었습니다. 회사가 커나가면 점점 더 많은 지역 인재가 함께 일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비전 가운데 하나는 에어부산을 동남권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청년들이 고향에서 꿈을 펼치고 성장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부산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명실상부한 톱브랜드 될 것”

    ▼ 에어부산의 향후 계획은 어떻습니까.

    “당분간은 국내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할 생각입니다. 6월17일부터 부산-제주 노선에 비행기 한 대를 추가 투입해 현재의 매일 10편 운항을 20편으로 늘립니다. 이렇게 되면 이 노선에서만큼은 우리가 운항횟수와 공급석이 가장 많은 항공사가 됩니다. 이미 이 구간 흑자를 기록 중인 만큼, 앞으로는 절대 우위를 바탕으로 명실상부한 톱브랜드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국제선 취항도 준비 중이지요. 지난 3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습니다. 국제경기의 회복세에 따라 빠르면 내년 3월, 일본 쪽 노선부터 취항할 계획입니다. 여건이 좋지 않으면 시기는 좀 더 늦출 수도 있고요. 우리의 목표는 비행시간 5시간 전후의 중단거리 노선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항공사가 되는 것입니다. 기존의 메이저 항공사가 제공하지 못한 새로운 가치, 저렴하면서도 쾌적한 여행을 실현하고 싶습니다. 그걸 바탕으로 고객과 지역민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는 항공사, 흑자를 내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항공사, 직원들이 만족하고 비전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항공사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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