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호

강원랜드 최영 사장

“‘열심히 일합니다’했더니 대통령이‘천지개벽시켜봐라’ 하시더라”

  • 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9-07-07 11: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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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출총량제, 그거 되겠나? 사감위가 국민 수준 너무 무시한다”
    • “컨벤션, 관광, 쇼핑 융합된 라스베이거스식 종합휴양지가 목표”
    • “일 안 하는 사람은 죽는다.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이다”
    • “머리 써야 하는 블랙잭이 제일 재밌다”
    • “‘신동아’가 지적한 제도 개선책 적극 검토하겠다”
    강원랜드 최영 사장
    최영(57) 강원랜드 사장은 서울시 공무원 출신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일 당시 서울시 경영기획실장(1급)을 지냈고 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인 2007년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시 산하 SH공사 사장을 맡았다. 많은 서울시 관계자는 최 사장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을 가장 닮은 서울시맨”이라고 말한다. 일처리가 분명하고 빠르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는 국내 유일 내국인 카지노를 운영하는 강원랜드 사장에 취임하자마자 ‘구조조정’을 들고 나왔다. 예상치 못했을 만큼 속도가 빨랐고 대규모였다. 일단 100명 가까운 인력이 일하던 서울 강남의 사무소가 사라졌다. 필수인력 10여 명은 강남에서 강북으로 자리를 옮겼고 나머지 인력은 모두 본사가 있는 강원도 정선으로 내려갔다. 카지노호텔 지하의 고급스러운 사무실은 없어졌고 대신 버려져 있던 폐교(고한초등학교)가 사무동으로 탈바꿈했다.

    인적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20여 명의 임직원이 사표를 냈고 간부급 보직인원이 76명에서 51명으로 줄었으며 120명가량이 명예퇴직했다. 강원랜드가 생긴 이래 처음 분 칼바람이었다. “정권이 바뀌더니 사람도 모두 갈아치우는 것이냐”는 불만이 회사 곳곳에서 터져 나왔지만 최 사장은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개혁은 이제 시작입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6월10일 강원랜드 고한사무동에서 최 사장을 만났다.

    ▼ 서울사무소에 있던 사장실도 없앴다고 들었습니다.

    “취임 직후 서울 강남 사무실에 가보곤 깜짝 놀랐어요. 사장실이 아주 크고 멋지더군요. 그래서 물었죠. ‘내 사무실이 여기에 왜 있어야 하냐.’ 그랬더니 직원들이 그래요. ‘금융기관을 상대로 IR(기업설명 활동)도 해야 한다. 국정감사를 준비하려면 사무실이 필요하다.’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IR을 왜 서울에서 합니까. 그리고 국정감사 1년에 며칠이나 해요? 커피숍에 앉아 있다가 국회 들어가면 됩니다. 그래서 ‘다 없애라’고 지시했습니다.”



    ▼ 요즘 강원랜드의 구조개혁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공기업 개혁의 모델이다’라는 말도 나올 정도인데요.

    “그럴 만한 일은 아닌데…. 사실 어렵게 생각해서 시작한 일은 아닙니다. 처음 내려와서 보니까 어떤 일을 어떤 사람에게 지시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사장도 모를 정도로 업무분장이 안 된 조직이었습니다. 그래서 임원들에게 말했어요. ‘미안하다. 내가 이해가 안 돼서 이대로는 일을 못하겠다.’ 그러고 나서 바로 조직을 3분의 1 가량 줄였습니다. 위부터 정리하기 시작했죠.”

    ▼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지 않았나요?

    “서울시에서 일할 때부터 제가 항상 하는 말이 ‘이 돈이 네 돈이냐, 아껴라’입니다.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서울시장 시절부터 이 얘기를 자주 하셨습니다. 서울사무소도 임차료만 1년에 12억원입니다. 그런 돈을 왜 사무실에 깔고 앉아 있어야 합니까. 구조조정이요? 그거 이제 시작입니다.”

    ▼ 구체적인 개혁의 방향을 설명한다면.

    “간단합니다. 일단 조직은 슬림해야 합니다. 그래야 의사소통이 빠릅니다. 그게 방향이고 원칙입니다. 또 ‘일 안 하는 사람은 죽는다. 그 각오로 일해야 한다’라고 강조합니다.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은 구조조정이고 뭐고 걱정할 것 없어요. 지금 거리에는 300만명에 가까운 실업자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먼저 (회사에)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일을 안 하는 건 문제 아닌가요?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습니다.”

    사장도 모르는 조직

    ▼ 사장에 취임한 지 3개월이 지났죠.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겠네요. 강원랜드는 정말 이해관계가 복잡한 곳입니다. 주주, 지역사회, 정부 등의 이해관계가 모두 다릅니다. 조화시키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게다가 이 지역 사람들은 강원랜드에 대한 애착이 무척 강합니다. ‘탄가루 날리던 이 땅에 내가 만든 내 회사’라는 자부심 같은 겁니다. 그러다 보니 작은 오해만으로도 지역에서는 ‘회사의 설립 목적을 잊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뭐랄까. 항상 소외감이 팽배해 있다고 할까요? 물론 이해는 합니다. 강원랜드가 생겼다고 해서 지역 주민이 돈을 받아 챙긴 것도 아니니 불만이 있을 수 있죠. 강원랜드의 혜택을 받은 사람도 있고 못 받은 사람도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강원랜드 사장이란 자리는 기업대표도 아니고 지역단체장도 아닌 애매한 자리입니다.”

    강원랜드 최영 사장

    메인카지노가 위치한 강원랜드 호텔 전경.

    “이런저런 이해관계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는 최 사장의 말을 뒷받침할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지역을 돕는 사업을 벌여도 한쪽이 찬성하면 또 다른 쪽이 반대하는 경우가 빈번해 늘상 강원랜드의 발목을 잡아왔다. 최근 폐교가 된 고한초등학교 건물에 사무동을 만들 때도 그랬다. 고한지역에선 좋아한 반면 사북, 정선 등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왜 우리 동네에 사무실을 내지 않느냐는 게 불만이었다.

    게다가 최근엔 약속이나 한 듯이 강원랜드의 문제를 고발하는 언론보도도 이어져 강원랜드를 어렵게 하고 있다. ‘신동아’도 2009년 6월호에서 강원랜드 운영방식의 문제점, 직원과 고객 간의 부적절한 거래관행 등을 고발하는 보도를 한 바 있다. 사실 이번 인터뷰는 당시 보도내용에 대한 강원랜드 측의 직접 설명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 요즘 강원랜드의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가 많았죠.

    “아주 머리가 아플 지경입니다. 지난 번 ‘신동아’ 기사는 잘 봤습니다. 주로 카지노 운영방식에 대한 문제 지적이던데, 나도 기사를 보면서 공부를 많이 했어요. 게임운영 방식과 관련해서 지적된 사항들은 실무자들에게 재검토를 지시할 생각입니다.”

    참고로, ‘신동아’가 지적한 주요 내용은 먼저 강원랜드가 고객에겐 불리하고 카지노엔 유리한 제도만을 도입해 고객의 원성을 사고 있다는 것이었다. 블랙잭 테이블에 셔플기를 일괄 도입해 고객의 승률을 떨어뜨리는 것이나 VIP실 바카라 테이블에 디퍼런스룰을 적용해 사행성을 부추기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강원랜드가 병정(남의 돈으로 대리베팅만 하는 사람)이나 사채업자들의 존재를 알면서도 묵인하고 심지어 이들의 활동을 조장해 고객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 고객과 직원이 부적절한 금전거래를 하는 등의 문제가 많다는 고발도 포함됐다.

    신동아 기사 잘 봤다

    ▼ ‘신동아’가 지적한 강원랜드 게임룰에 대해 고객은 어떤 불만을 갖고 있는지 이해하고 계시나요?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고객과는 달리 국제적인 스탠더드를 항상 고민해야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것, 세계적인 추세가 무엇이냐를 고민합니다. 우리나라 카지노의 역사가 일천하다 보니 생기는 일입니다. 아직은 어쩔 수 없죠. 그런 점은 고객이 이해해줬으면 합니다.”

    ▼ 사실 ‘병정’ 등의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왔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솔직히 예전엔 병정이라고 불리는 대리베팅자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프런트 머니’ 제도가 도입된 이후 상당수 없어졌고 앞으로는 환경이 더 좋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병정이 사라지고 난 뒤 VIP룸의 경우 게임을 하는 고객의 수는 대폭 줄었는데 매출규모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만큼 병정들이 정리됐다고 볼 수 있죠. 게임을 즐기는 고객이 편안히 찾을 수 있는 카지노로 발전하는 과정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 직원들과 관련된 비리도 이제는 사라져야 할 부분입니다.

    “이전의 관리자들은 카지노 운영을 직접 감시, 감독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카지노 사업팀에 맡기는 식이었죠. 그런데 저는 철저하게 개입합니다. 예를 들어, 카지노 운영에 가장 중요한 부서인 서베일런스팀(CCTV 관찰편집팀)을 사장 직할인 감사팀으로 통합시켜놨습니다. 서베일런스팀에 힘을 실어준 거죠. 이로써 직원들의 근태, 카지노장의 전체적인 흐름을 감독하는 기능이 강화됐습니다. 고객과 직원이 금전거래를 하는 등의 부적절한 관계도 원천적으로 막을 길이 생긴 겁니다.”

    ▼ 카지노 게임 할 줄 아세요?

    “여기 와서 배웠습니다. 임원들에게도 게임을 모두 배우라고 지시했고 같이 교육을 받았습니다. 카지노 직원이 카지노 게임을 할 줄 몰라서는 안 되잖아요. 아침 일찍 나와서 딜러들 교육시간에 30분씩 배웠어요. 가짜로 베팅도 해보고 룰도 익혔습니다.”

    ▼ 재미있던가요?

    “재밌죠. 노름이란 게 원래 재밌는 거잖아요.(웃음) 그런데 해보니 ‘노름은 결과적으로 하우스를 못 이긴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더군요. 카지노에는 이런 일화도 있습니다. 예전에 사우디의 한 부자가 라스베이거스에서 돈을 많이 잃었답니다. 화가 잔뜩 났죠. 그래서 사람들에게 물었대요. ‘내가 어떻게 하면 카지노에서 돈을 벌 수 있느냐’고 말이죠. 그랬더니 카지노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사람이 이렇게 말했답니다. ‘카지노를 사는 것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 내가 해보니 사실이 그래요. 너무 빠져들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어떤 게임이 제일 마음에 드셨나요?

    “역시 블랙잭이죠. 많은 사람이 바카라를 좋아하는데, 난 그래도 머리를 좀 써야 하고 카드를 읽는 쾌감도 있는 블랙잭이 재밌더라고요. 바카라는 그냥 카드 운에만 맡기는 게임이어서 그런지 별로 재미가 없었어요.”

    강원랜드 & 사감위

    이런저런 갈등이 많은 곳이지만 요즘 강원랜드를 가장 힘들게 하는 곳은 다름 아닌 정부기관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다. 2007년 9월 국무총리실 산하 조직으로 출범한 사감위가 사사건건 강원랜드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 예를 들어, 강원랜드의 매출을 강제로 규제한다며 내놓은 매출총량제가 이미 시행되고 있고 사행산업 고객에 대해 전자카드제를 시행해 베팅횟수를 제한한다는 등의 계획도 내놓았다. 사감위는 그 외에도 강원랜드에 대해 영업일수 제한, 영업시간 제한, 베팅 상한선 조정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한다. 사감위 문제와 관련된 대화가 이어지자 최 사장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강원랜드 최영 사장

    최영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을 빼닮은 서울시맨’으로 불린다.

    ▼ 사감위가 내놓은 각종 규제를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사감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대체 어떤 사람들인지는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소득수준, 국민의 의식수준을 너무 낮게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카지노는 국가가 나서서 장려할 만한 사업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미 카지노가 만들어져 있는데 국민에게 카지노 가지 말라고 하는 게 옳은 방법입니까? 강원랜드가 아니어도 카지노를 즐길 곳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마카오나 라스베이거스로 원정도박을 갈 수도 있고요. 불법도박장도 곳곳에 있습니다. 강원랜드에는 그나마 도박중독예방센터라도 있죠. 외국 카지노에서 모든 걸 잃은 사람들은 그대로 국제미아가 됩니다.”

    ▼ 그러나 도박중독의 폐해를 해결할 방안이 필요한 건 사실 아닌가요?

    “카지노 산업은 이제 세계 각국이 앞 다퉈 유치하는 산업입니다. 폐쇄적인 문화를 가진 싱가포르에도 조만간 대규모 카지노가 들어섭니다.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떨어지는 필리핀에도 17개의 내국인 카지노가 있고요. 그럼 그 나라들은 모두 자기 국민을 도박 중독자로 만들려고 카지노를 만들었을까요? 아닙니다.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알코올중독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술집을 다 없앨 수 있나요? 오히려 저는 우리나라의 소득수준, 국민의 의식수준을 생각할 때 강원랜드의 규모가 너무 작다, 좀 더 규모를 키워서 국민이 좋은 환경에서 카지노 문화를 즐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도박중독의 문제는 그 문제대로 풀어야겠죠.”

    ▼ 국민 수준을 생각할 때 카지노가 필요하다는 얘기입니까.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언론들은 ‘고스톱은 망국의 병’이라고 난리를 쳤어요. 당시엔 어디를 가도 고스톱 판이었습니다. 경찰들도 그걸 잡는다고 난리를 쳤죠. 그런데 슬그머니 없어졌습니다. 고스톱을 사감위가 없앴나요? 아닙니다. 그냥 없어졌어요. 국민의식이 높아지고 놀이문화가 다양해지면서 자연스레 없어진 겁니다. 지금 강원랜드 매출이 1조원 정도 됩니다. 그런데 이거 국민소득 수준을 생각할 때 아무것도 아닙니다. 좋은 물건 하나만 만들면 1조 매출 금방 넘깁니다. 우리나라 수준이 그렇습니다. 게다가 강원랜드는 국가가 51%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출총량제, -4%

    ▼ 어쨌든 사감위는 현재 매출총량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대비 4% 가량 매출이 줄어들어야 하는데요.

    “(매출총량제) 그거 되겠어요? 현실적으로 그게 되겠습니까?”

    지난해 사감위가 발표한 보고서 ‘사행산업건전발전종합계획’에 처음 소개된 매출총량제는 매년 경제성장률과 사행산업의 매출을 연동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책이다. 이 정책에 근거해 강원랜드의 2009년 매출목표는 경제성장 전망치인 -4%에 맞춰져야 하도록 강제받고 있다. 쉽게 말해 강제로 돈을 못 벌게 만드는 제도인 셈이다.

    ▼ 사감위는 매출총량제를 무조건 시행한다고 하는데요.

    “(매출총량제는) 사실 제가 사장으로 오기 전에 이뤄진 일이라 뭐라고 말을 못하는 것도 있습니다. 만약에 내가 있었으면 끝까지 반대했을 겁니다. 현재 사감위는 도박중독자가 자꾸 생기니까 아예 사람들 출입을 막아서 도박중독을 막겠다, 그런 겁니다. 그런데 그럴 거면 아예 문을 닫는 게 나아요.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 합니까. 특별법에 근거해 만든 것이어서 문을 못 닫는다면 특별법을 위한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서 문 닫아라 그거예요. 하여튼 사감위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실 사감위는 불법도박인 바다이야기 사건 때문에 생긴 조직입니다. 그러면 설립취지에 맞게 불법도박을 어떻게 막을지, 해외원정도박이나 국부유출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건 안 하고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카지노를 두고 이래라저래라 합니다. 제가 볼 때 그건 사감위의 본질적 업무가 아닙니다.”

    ▼ 카지노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생각도 여러 번 밝히셨습니다. 하지만 감독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나 사감위는 절대 반대하고 있죠.

    “맞습니다. 정부는 생각도 안 하죠. 무슨 카지노를 더 늘리느냐는 겁니다.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검토도 안 하고 말이죠. 전 앞으로 계속 설득할 생각입니다. 지금은 사감위 규제, 지역현안 문제로 정신이 없어서 본격적인 활동을 못하고 있지만 설득해야죠. 강원랜드의 주장은 정당한 요구입니다. 공정한 기회만 부여된다면 비난받을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요.”

    ▼ 도박문화의 폐해가 어느 나라보다 심각하기 때문에 강력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사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국민소득 대비 사행산업 비율은 우리나라가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사감위는 자기들에게 불리한 이런 통계는 제시하지 않아요. 강원랜드의 매출이 높은지 낮은지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못합니다. 그냥 도박중독자가 많이 나오니까 매출규모를 줄여라 그거죠. 그리고 자꾸만 ‘(선진국 중) 카지노 없는 나라도 많다’는 주장을 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논리입니다. 왜 카지노가 있는 우리나라를 카지노가 없는 나라들과 비교하느냐 말이죠. 카지노가 있는 나라들과 비교해서 문제가 있다면 찾아서 고치고 발전시키는 게 정석 아닌가요?”

    강원랜드 최영 사장

    드라마 ‘식객’촬영지로 유명한 운암정. 강원랜드(하이원)리조트에서 운영하는 궁중음식 전문점이다.

    강원랜드 & 폐특법

    ▼ 강원랜드의 설립 근거가 된 폐광지역개발지원에관한특별법(이하 폐특법)에 대해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만료 시한인 2015년 이후를 대비한 구상은 있나요?

    “일단 폐특법이 만료되면 강원랜드는 내국인 카지노 산업에서 독점적 지위를 잃게 됩니다. 우선 ‘종합휴양지’라는 방향은 잘 잡았다고 봅니다. 카지노 하나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지난 건 사실이죠. 개인적으로는 카지노 외에도 컨벤션, 쇼핑, 관광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라스베이거스가 우리가 배울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강원랜드는 현재 카지노를 제외하면 스키장 하나가 있을 뿐입니다. 추진 중인 테마형 워터파크도 대안이 될 수 있겠죠.”

    ▼ 폐특법 만료 시점에 맞춰 카지노를 유치하려는 지방자치단체도 많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현실화된다면 강원랜드에는 모두 잠재적인 경쟁자가 될 겁니다. 물론 선두주자인 만큼 노하우는 앞서겠죠. 그러나 노하우만으로는 안 됩니다. 차별화된 매력이 있어야 합니다. 접근성이 좋지 않은 한계도 극복할 수 있을 만큼의 매력적인 곳이 되어야 합니다. 조만간 우리의 구상이 나올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깐깐한 서울시맨

    ▼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강원랜드 사장으로 올 때 대통령께서 특별한 당부의 말씀은 없었나요?

    “이 대통령께서는 그런 말 잘 안 하시는 분입니다. 그냥 바라만 봐요. 공기업 구조조정 문제와 관련된 회의에 참석했는데 회의 끝난 뒤 인사를 드리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천지개벽을 한번 해봐라’ 그러시더라고요. 그 말 딱 한마디뿐이었습니다. 제대로 개혁을 이뤄라 그런 의미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깐깐하다, 재미없고 말이 없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아시나요?

    “날 잘 모르는 사람들입니다.(웃음) 개별적으로 만나면 말 잘합니다. 제가 술을 전혀 못합니다. 취미도 별것 없어요. 그래서 좀 무미건조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런 성격 때문에 출세도 늦었어요.(웃음) 사실 강원랜드 사장은 생각도 못 해본 자리입니다. SH공사 사장할 때 지방공기업 1위가 목표였는데 2년 만에 목표를 달성했어요. 목표를 이루고 나니 갑자기 고향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쩌다 보니 고향에 내려오게 된 거죠. 아주 뛰어난 경영자가 될 수는 없을지 몰라도 선량한 관리자는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사장에 취임하면서 나름대로 정하신 목표가 있을 텐데요.

    “매출규모를 얼마로 늘리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솔직히 그런 건 자신도 없습니다. 다만 지금보다 많은 사람이 찾고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약 400만명이 강원랜드를 찾았습니다. 방문객 수가 그것의 두 배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물론 사람들이 즐길거리를 만들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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