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모여 사는 걸 보며 ‘내가 태어난 곳이 바로 여기구나’ 실감했지요.”
하지만 ‘한국말 못 하는 한국인’의 삶도 편한 건 아니었다. 한국에 대해 깊이 알고 싶을수록 점점 더 많은 장애물을 만났다. 결국 그는 1년 만에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와이대학 아시아학과에 진학해 ‘모국어’인 영어로 ‘한국의 여성문화’를 연구했다. 석사학위를 받은 뒤 그가 택한 곳은 다시 한국. 지금 스토커씨는 덕성여대 교양학부에서 전임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와의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됐다. 기초적인 한국어는 가능하지만, 가장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말은 여전히 영어이기 때문이다.
“입양인은 한국·미국 어디에도 뿌리내릴 수 없습니다. 한국이 어린이들을 키울 수 없는 나라라면 이 정도의 문제쯤은 감수해야겠지요. 하지만 지금 한국은 더 이상 가난하지 않잖아요. 자국의 시민을 돌볼 능력이 있고, 돌봐야만 합니다.”
스토커씨가 우리나라의 해외 입양을 비판하는 이유는 외국으로 보내지는 아이 대다수가 미혼모의 자녀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08년 해외입양아 10명 중 9명은 미혼모에게서 태어났다. 스토커씨는 이를 근거로 “한국은 사회복지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고도로 발전된 해외 입양 산업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가 대표로 있는 ‘국외입양인연대’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입양인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최근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미스맘마미아’,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국회아동청소년미래포럼 등과 함께 ‘입양특례법’ 개정을 위한 공동 행동에 나섰다. 해외 입양 절차를 까다롭게 해 짧게는 해외 입양이 ‘최후의 선택’이 되도록 하고, 장기적으로는 아예 중단되도록 하는 게 목표다. 한국의 미혼모가 주위의 눈총이나 경제적 어려움 없이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사회 시스템 마련에도 앞장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