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세계 10대 에너지 기업 만들겠다”

• 2000억 적자에서 2400억 흑자 탈바꿈
• 개혁 리더십과 해외 인적 네트워크가 한몫
• 중소기업과의 상생발전 모델 제시
• 2020년 매출 14조원, 순이익 1조원 목표
• 국내 최초 마이스터고 채용할당제 실시

한국동서발전은 정부의 전력산업구조 개편 정책에 따라 2001년 한국전력에서 분리, 발족한 발전회사다. 당진화력을 비롯해 울산화력, 호남화력, 동해화력, 일산열병합 등 5개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의 약 12%(총 설비용량 8813MW)를 점유하고 있다.

전력은 국가 기간산업이어서 큰 수익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다. 수익이 없으니 새 사업에 투자할 여력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지도 없었다. 정부의 장기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라 건설만 잘하고, 기존 발전소를 사고 없이 잘 관리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최근 한국동서발전의 달라진 경영 행보가 경제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08년 20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냈던 회사가 2009년, 2010년 2년 연속 사상 최대 흑자를 냈는가 하면, 전력사업 해외진출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무섭게 개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엔 이길구(62) 사장의 개혁 리더십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30여 년간 한국전력에서 근무한 그는 폭넓은 해외 인적 네트워크를 가진 국제통으로 불린다.

한국동서발전의 변화는 그의 취임(2008년 10월) 전과 후를 비교하면 확연하게 알 수 있다. 2008년 적자가 1966억원이었고, 부채가 2조3256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2010년엔 당기순익 2416억원으로 2008년 대비 4382억원이 증가했다. 부채도 1조7695억원으로 2008년 대비 5561억원 줄어들었다. 부채비율 역시 97.3%에서 56%로 41.3%포인트 감소했다. 2008년까지 전혀 없던 해외매출이 2009년엔 41억원, 2010년엔 178억원 생겨났으며, 올해는 4882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취임해서 보니까 그동안 정부정책에 수동적으로만 대응하거나 원유나 석탄 등 원자재 값의 등락만 쳐다보는 천수답(天水畓)경영을 해왔더군요. 그렇게 해서는 발전이 없습니다. 더구나 국내 전력산업은 이제 성장의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신규 사업을 통해 회사를 발전시켜야 하는데, 그러려면 돈도 필요하고 전문 인력도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공기업은 재원 조달에 많은 제약이 있고, 전문 인력은커녕 신규 인력 채용도 맘대로 못해요. 그래서 원가절감, 비용절감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그걸 새로운 사업에 투자해 수익을 재창출하는 것과 기존 인력을 재배치해 전문 인력으로 육성하도록 노력했습니다.”



1000억원대 경비절감

이 사장은 우선 관리 중심이던 방만한 조직구조를 대폭 바꿨다. 전체 인원에서 241명을 감축하면서도 2008년 8명이던 해외사업 추진인력을 해외주재원 55명을 포함해 80명으로, 6명이던 국내 신사업 추진인력을 52명으로, 12명이던 엔지니어링과 자체 정비 등 기술 인력을 70명으로 늘렸다.

“우리 회사가 기술회사인데 관리자만 많고 정작 주요 기술은 다 외부에 의존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발전소 운영 관리만 하고 정비는 외부 기술업체에 맡기는 식이었어요. 관리 인력을 최소화하고 남은 인력을 모두 기술 분야와 국내 신사업 분야, 해외사업 분야로 전환 배치했습니다.”

비용절감을 위해 웬만한 기술은 내부에서 직접 해결하도록 했다. 처음엔 이에 대해 직원들이 반발했지만 지금은 다른 공기업에서 기술을 위탁할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지역난방공사와 복합화력 발전설비 분야 기술지원 및 인력교류 협력체계 협약을 체결해 설비 진단 및 엔지니어링 핵심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최신 IT기술과 분석기법을 접목해 세계 최고수준의 발전정비 운영시스템(POMMS)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1kWh당 1.75원이라는 최저가로 발전 수선유지비를 낮출 수 있게 됐습니다. 또한 자체 정비기술력을 확보해 그동안 외부에 의존했던 예측진단을 100% 자체 수행함으로써 연간 약 360억원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동서발전은 30MW급 동해 바이오매스 발전소 건설 설계를 직접 진행해 설계비용 50억원을 절감했다. 또한 세계 최고수준의 저열량탄 혼합연소 기술력을 확보해 구매 비용을 크게 줄였다. 지난해 10월엔 일본의 한 전력회사 관계자들이 이 기술을 배우러 동서발전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이 사장의 일정표를 보면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해외출장이 잡혀 있다. 지난 4월 초엔 자메이카 출장을 다녀왔다. 앞으로 17년 동안 한국동서발전에서 자메이카전력공사를 관리 운영하는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였다. 계약 만료 후에는 10년 단위로 계약연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자메이카전력공사는 자메이카 총 발전용량의 75%(636.9MW)와 송·배전망을 독점경영하는 회사입니다. 이곳 지분 40%를 인수해 7월1일부터 경영에 참여하게 됩니다. 국내기업이 발전 및 송·배전이 통합된 해외 유틸리티 기업을 운영하는 최초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8개국 10개 사업 운영

그는 2027년까지 17년간 최소 7조7000억원(약 70억달러)의 매출과 6200억원(약 5억6000만달러)의 순이익이 예상된다고 자신했다.

“자메이카전력공사는 그동안 전력 손실률이 높았습니다. 현재 21%대인 송배전 손실률을 10%대 이하로만 낮춰도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20%대 후반에 불과한 발전소 생산효율을 40%대까지 끌어올리면 그만큼 추가 수익을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 쪽 발전 및 송배전 분야 전문가를 현지에 파견해 기술지원을 할 계획입니다. 이외에도 자메이카에서 지난해 말 발주한 360MW 신규 복합화력 건설, 소유 및 운영 사업에 우리 회사의 참여가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결정되면 건설 및 O·M 사업을 주도할 수 있게 돼 추가 수익과 함께 국산 기자재를 수출할 기회를 다시 한 번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올 초에는 아이티에 30MW 규모의 디젤발전소를 완공, 운영에 들어갔다. 2009년 7월 건설 공사에 착수해 지난해 1월 대지진을 겪으면서도 1년6개월 만에 공사를 마무리한 것이다. 아이티 전체 전력 생산의 약 40%를 담당할 이 발전소의 운영 및 정비 업무를 한국동서발전이 앞으로 15년간 담당한다.

한국동서발전은 자메이카와 아이티를 포함해 미국, 필리핀, 칠레 등 8개국에서 10개 사업을 운영 중이다. 총 설비용량으로 계산하면 2244MW에 달한다. 모두 지난 2년 사이에 거둔 성과다. 현재 개발 중인 사업도 15개국 18개 사업, 총 9107MW에 달한다. 2000MW급 오만 수르 복합화력 건설 및 운영, 1320MW급 인도 오리사주 석탄화력 건설 및 운영, 500MW급 가나 복합화력 건설 및 운영, 베트남 남 딘 석탄화력 건설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인 개발 사업이다.

해외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진 데에는 이길구 사장의 힘이 컸다. 한국전력에서 오랫동안 해외업무를 하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풍부하게 쌓은 덕분이다. 특히 4년 동안 필리핀 해외법인 사장으로 근무한 게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당시 필리핀에는 세계 전력관련 기업이 23개사가 들어가 있어 여러 나라 전력 관계자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는 것.

“특히 당시 필리핀 에너지 장관과 두터운 교분을 쌓았습니다. 우리가 필리핀 농어촌에 전기를 무료로 공급하는 나눔 사업을 하면서 인연을 맺었죠. 제가 여기 사장에 취임하자마자 만나자는 연락이 왔어요. 필리핀에서 풍력발전사업을 하는데 함께 하자고요. 280MW의 대단위 사업을 수익률이 20%가 넘을 정도로 좋은 조건으로 계약했습니다.”

해외 인적 네트워크 활용

그는 공개입찰을 통해 해외사업을 수주하는 경우도 있지만 경쟁이 워낙 치열해 수주에 성공해도 수익이 크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수익률이 높으면서도 위험이 작은 시장을 공략하는 게 좋다는 것. 이 경우 회사 대표가 직접 나서는 게 상대에게 신뢰감을 주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협상을 위해 해외로 나간다고 했다.

해외사업은 성장이 정체된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좋은 대안이다. 국내에서는 전기료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어 수익률이 6~7%에 머물지만, 한국동서발전이 추진하고 있는 해외사업 수익률은 최저 12.8%부터 최고 28.6%에 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20~30년 동안 장기적으로 수익 창출이 보장된다.

“해외에서 발전사업을 하면 우리 회사만 좋은 게 아닙니다. 사업 시작단계에서부터 건설업체, 기계업체, 부품업체, 유지·관리업체 등 다양한 기업과 인력이 함께 진출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국내 산업에 큰 도움을 주는 고부가가치 산업이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세계시장에 진출해 동반성장할 수 있는 사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것뿐 아니라 한국의 국가브랜드를 세계에 알리고, 우리나라의 경제영토를 확장하는 기회라 할 수 있습니다.”

이길구 사장이 동서발전의 해외진출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해외사업 진출은 한국동서발전 직원에게도 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08년까지 해외에 파견된 직원은 한명도 없었다. 해외 경험은커녕 인사적체가 심해 승진도 힘들었다. 하지만 해외사업 진출을 통해 2009년 12명을 시작으로 올해 74명을 해외에 파견할 계획이다. 2020년에는 300명 이상 파견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한국동서발전 전 직원 숫자가 2000명이 채 되지 않으니 비율로 보면 엄청난 규모인 셈이다.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눈에 띈다.

“처음 취임했을 때 신사업에 대한 투자가 전혀 없었어요. 특히 신재생에너지 관련 분야 사업은 2001년 한전에서 함께 분리된 5개 발전회사 중에서 꼴찌였습니다. 그것도 4등과 차이가 크게 벌어진 꼴찌였죠. 그러나 그동안 인력을 배치하고 투자에 나선 결과 지금은 중상위권 수준까지 올라섰습니다. 현재 확보한 신재생 사업은 육·해상 풍력 637MW, 태양광 137MW, 바이오 및 폐기물 148MW 등 원자력 1기에 버금가는 1193MW로 몇 년 후면 1등이 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습니다.”

한국동서발전은 폐목재 등을 활용해 만든 우드칩(Wood Chip)을 주 원료로 하는 목질계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2013년까지 동해시에 건설할 예정이다. 이 발전소는 하루 5만7000가구가 소비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이뿐 아니라 한국동서발전은 충남 당진군 폐기물 매립장에 국내 최대 용량의 박막형 태양광 발전설비를 올 10월 말 준공할 예정이며, 34MW 화천 대성산 풍력 등 4개 단지도 연내 착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한국동서발전은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포함해 총 30개 풍력발전단지를 확보할 계획이다.

“신재생에너지사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미비한 법규가 하루빨리 정비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다른 나라에서는 팜열매 껍질(Palm Kernel Shell)을 연료로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폐기물로 분류돼 사용할 수 없습니다. 풍력발전시설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람이 강한 대표적인 곳이 산 정상인데 지금 법규상으로는 산 정상에 풍력발전시설을 만드는 게 아주 어렵습니다.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풍력발전시설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기술력과 글로벌 마인드

이 사장은 해외사업 진출, 신사업 개발과 함께 성과급제 시행 등 과감한 내부 개혁에도 착수했다. 기업 구성원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는 성장을 추진해봤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회사의 경영체질을 민간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주력했다.

상대평가를 골간으로 하는 신인사평가제도를 도입했다. 평가방법을 3차례나 수정하며 최대한 객관적인 평가 틀을 만들어나갔다. 또한 지금까지 시험을 통해 초급간부를 선발하던 것을 인사평가에 의해 선발하도록 바꿨다. 업무를 등한시해도 시험에만 합격하면 승진 되는 것은 문제라고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엔 공기업 최초로 역량과 성과에 따라 최대 25%까지 급여 차등을 두는 ‘실질적 성과급 연봉제’를 도입했다. 연공서열이 아니라 능력과 성과로 평가하고, 이에 따라 승진과 임금이 결정되도록 한 것이다. 물론 직원들의 반발도 컸다.

“개혁을 하려면 CEO가 업무 내용을 확실히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개혁의지만 갖고 추진하면 눈에 보이는 것은 개선될지 몰라도 근본적 개혁이 안 됩니다. 개혁에 반대하는 직원들의 논리를 반박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와 논리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는 직원들을 끊임없이 만나 ‘왜 개혁을 해야 하는가’를 설파했다.

“직원들에게 평생직장이 아니라 평생직업 개념을 가지라고 말합니다. 앞으로 최소 80세까지 살아야 하는데, 58세에 퇴직하면 남은 30년 동안 뭘 할 거냐,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기술력과 글로벌마인드가 있으면 퇴직 후에도 좋은 곳에 스카우트됩니다. 외국에서는 커리어 개발을 잘 할 수 있는지를 직업 선택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수한 인재를 뽑아 오퍼레이터 역할만 시킵니다. 바보를 만드는 거죠. 30년 근무하면서 한 분야의 일만 하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돼요. 이것저것 경험하면서 능력을 키워야 본인도 발전하고 회사도 발전합니다.”

동반성장을 위한 상생협력, 고용창출, 사회공헌은 공기업의 사명이자 책무라 할 수 있다. 한국동서발전은 지난해 12월 ‘동반성장을 위한 협약체결 및 선포식’을 치렀다. 이전부터 구매 위주의 일방적 지원에서 벗어나 핵심기술 공동개발, 해외시장 판로 공동개척, 인재양성 지원정책 등을 시행하며 중소기업과의 상생발전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중소기업청과 공동으로 구매조건부 국산화 개발과제를 비롯해 현장연구, 협력연구 등 143건의 과제를 수행하면서 외산자재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133억원의 구매비용을 절감했다

대표적 예가 부산에 있는 ㈜터보파워텍과의 협력이다. 구매조건부 기술개발을 통해 국내 최초로 가스터빈 주요부품인 공기압축기 고정익 개발에 성공한 것. 공기압축기 고정익은 그동안 외국산에 의존해왔는데 높은 가격과 수급 불안, 잦은 고장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 제품의 국산화로 ㈜터보파워텍은 980여 억원의 국내시장을 확보했고, 한국동서발전은 1세트당 약 6억원(외제 20억원, 국산 14억원)의 구매비용을 절감하게 돼 자재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10월 지식경제부에서 실시한 ‘2010 공공기관 중소기업 지원 평가’에서 14개 수익형 공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공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무

“올해에는 한걸음 더 나아가 상생협력 통합기술 솔루션(전문기술+R·D+ Engineering) 지원 체제 구축, 신규 발전설비에 중소기업 참여 적극 유도, 전력설비 수출산업화와 해외 사업장에 중소기업제품 수출지원 확대를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 외에도 상생경영을 실질적이고 적극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매달 하루를 ‘중소기업 방문의 날’로 정하고 경영진이 직접 중소기업 현장을 방문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며 상호 이해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한국동서발전은 뜻 깊은 결정을 했다. 국내 최초로 마이스터고에 대한 채용할당제(신입사원 채용인원의 30%)를 제도화한 것이다. 정운찬 당시 국무총리는 “우리 사회에 팽배한 학력지상주의에 경종을 울리는 일로 매우 신선한 충격”이라며 “새로운 도전이 큰 성공을 거둬 다른 기업에도 널리 확산되기를 희망한다”는 격려 편지까지 보내왔다. 전문기능인력 양성에 대한 동서발전의 작은 행보가 다른 공기업 및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까지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올 2월 37명을 채용한 한국동서발전은 올 하반기에는 마이스터고 출신뿐 아니라 장애인, 보훈 및 지방인재 등 다양한 인재를 선발할 계획이다.

나눔 활동에도 적극적인데, 방법이 독특하다.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에서 탈피하고 지역 또는 단체를 지정해 돕고 있는데, 빈곤의 대물림을 끊고 자립할 수 있는 분야로 특화해 지원한다.

“기부하며 기념사진 찍고, 노숙자에게 식사 한 끼 제공하는 건 진정한 사회 환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배고픈 사람에게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고 물고기 잡는 도구를 지원해 빈곤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게 진정한 나눔이라고 봅니다.”

(사)한국기아대책기구가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 ‘행복한 홈스쿨’은 저소득 결손가정 아동에게 방과 후 학습지도 및 급식제공, 상담을 통해 아동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동서발전은 2006년부터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금액에 회사가 같은 금액을 더해 지원하고 있다.

또한 지역 전통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발전소마다 주변 전통시장과 결연해 직원과 가족들의 이용을 적극 장려했다. 지난해에 회사와 직원 개개인이 구입한 전통시장 상품권이 2억7800여 만원에 달한다. 이외에도 회사 특성을 살려 발전소 인근 경로당의 노후 전기시설 교체공사, 조명등 교체, 농로 포장공사, 농번기 일손 돕기 및 해안가 주변 환경정화활동 등 실질적이고 생활과 밀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거아초양(據亞超洋)을 꿈꾸며…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 사장은 해외사업에 전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다.

“처음 취임하면서 제 임기 중에 해외에 몇 명을 내보내고, 매출을 얼마로 높이고, 수익률을 얼마 올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당시 직원들이 다 비웃었죠. 그런데 이미 그 약속을 초과달성했습니다. 하지만 경쟁력을 완벽하게 갖춘 기업으로 정착했다고 하기엔 아직 부족합니다. 저와 경영철학이 다른 후임자가 온다면 자칫 지금까지의 성과물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해외사업을 반석 위에 올려놓아 제가 떠나도 잘 굴러갈 수 있도록 만들려 합니다. 또한 아직도 개혁이 완성됐다고 하기엔 미진한 부분이 있습니다. 전 직원이 민간기업과 같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계속 교육훈련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그는 머릿속으로 임기를 넘어 앞으로 10년 후의 한국동서발전을 내다보고 있었다. 지난 3월 말 회사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2020 비전을 제시했다. 국내외 발전설비 운영을 넘어 사업영역을 확대해 성장한다는 청사진이다. 구체적으로 신재생에너지 개발, 국내외 IPP 사업 진출 등을 통해 매출 14조원, 순이익 1조원이 넘는 세계 10대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내용이다. 특히 매출의 50% 이상(7조500억원)을 해외에서 달성하고, 해외 사업장에 2080명을 진출시켜 말 그대로 글로벌 기업을 이루겠다고 자신한다.

이 사장이 올해 초 임직원에게 던진 화두는 ‘거아초양(據亞超洋)을 꿈꾸며…’다. 아시아를 발판으로 세계로 뻗어나가자는 뜻이다. 10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작은 공기업이지만 동서발전은 경쟁력을 키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앞으로 동서발전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