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의 제 딸은 4살 때 뉴질랜드에 왔습니다. 겉은 한국인이지만 속은 완전히 뉴질랜드 혹은 영국인이죠. 부녀 사이에 이야기를 길게 할 수 없을 정도예요. 이는 제 딸뿐 아니라 모든 이민 1.5세대 혹은 2세대가 겪는 문제입니다. 겉뿐 아니라 속도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가질 수 있게 우리 1세대가 도와줘야죠.”
7월9일 첫 강의에 40여 명의 교포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임 박사는 “복수 국적처럼 복수 정체성을 받아들이자”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그는 “당시 강의는 뉴질랜드 오클랜드 지역방송인 ‘월드TV’에 소개되는 등 주목받았다”며 “더 많은 한인 2세가 참석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배우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현재 뉴질랜드 교민은 2만8400명이다. 영주권, 시민권을 얻은 한인도 많지만 여전히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한국의 인지도가 낮다. 그런데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한국을 홍보할 좋은 기회가 생겼다. 오클랜드시에 약 1만6500㎡(5000평) 규모의 한국정원(Korean Garden Park)을 만들게 된 것. 위치도 오클랜드를 가로지르는 1번 고속국도 바로 옆이다. 공원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도 의미 있다.
“한 교민단체 회원 10여 명이 10년간 매주 오클랜드 내 공원을 청소했어요. 빠지지 않고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한국인들을 눈여겨본 시 직원들이 제안해서 한국공원을 만들게 됐죠.”
오클랜드 대학에서 한국건축학을 연구한 임 박사는 “한국정원에 가장 어울리는 건축물은 ‘정자(亭子)’”라고 말했다.
“정자는 한국인의 세계관을 가장 잘 표현하는 건축물입니다. 한국의 신선(神仙)사상을 대변하고 자연 속에서 노닐기 좋아하는 한국인의 정신을 보여줍니다. 이밖에도 공원 안에 한국전쟁 참전용사비, 연못, 오작교 등을 만들어 뉴질랜드에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