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문제에 공학적 즉흥적 접근
- 대통령 권력욕보다 현재의 명예 유지 욕구 더 높아
- 겉과 속 일관되고 디지털화된 사고체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비쳤던 안철수 서울대 교수(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는 9월6일 시장후보를 박원순 변호사에게 양보했다. 이틀 전 여론조사에서 안 교수는 나경원 한명숙 박원순 등 여타 서울시장 후보군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있었다. 그가 박 변호사의 손을 들어주자 박 변호사의 지지율은 1위로 치솟았다.
이후 대선주자군에 포함된 안 교수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마저 추월했다. 추석 연휴 이후의 한 조사에서도 그는 박 전 대표에게 불과 4%P 뒤진 41.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대중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은 ‘정치인 안철수’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것이 사실이다. 안 교수는 서울시장 출마 의향을 비쳤지만 그가 만들려는 서울시가 어떠한 모습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 바 없다. 그는 “대통령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 (관심이) 떨어지겠죠”라고도 한다. 그러나 그의 표현에 따르자면 아무나 40%대의 지지율을 얻는 것도 아니다. 유력 차기 주자라는 맥락에서 안철수를 재평가해볼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트리움의 사회연결망 분석
‘신동아’는 이 일환으로 사회연결망 분석(Social Network Analysis) 전문 컨설팅 회사인 ‘트리움(TREUM)’과 공동으로 안철수 교수의 발언에 내포돼 있는 그의 속마음을 추출해봤다. 사회연결망 분석은 안 교수가 공적인 자리에서 언급한 단어 전체를 조사대상으로 삼아 이들 단어의 빈도, 주제와의 거리, 밀도, 중심성, 집중도 등을 산출해 인지네트워크 지도를 만든 뒤 이를 통해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의 발언 속에 내재한 의식체계, 세계관, 전략, 욕망, 장점, 단점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내는 것이다.
기존의 내용분석 방법이 연설문 등에 나타난 핵심 단어의 빈도수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관계적 내용분석(relational content analysis)으로도 이해되는 이 방법론은 핵심 단어, 혹은 구와 절로 표상되는 언어 네트워크의 의미를 그래프 이론(graph theory)의 수학적 관점에서 규명한다. 발화자에 따라 동일한 수의 같은 단어들은 전혀 다른 의미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차이는 겉 의미(denotation)와 속 의미(connotation)의 구분을 통해 온전히 파악될 수 있다.
가령 한 소비자에게 “어떤 휴대전화 제품을 원하느냐”고 질문할 때 그가 “멋있는 휴대전화”라고 답변한다고 치자. 이때 조사자는 이 소비자를 심층 인터뷰해 이를 사회연결망으로 분석할 수 있다. 그러면 ‘멋있는 휴대전화’란 ‘가격이 싸면서 성능이 그럭저럭 괜찮은 휴대전화’라는 점을 밝혀낼 수 있다. 소비자는 싼 휴대전화를 우선 고려하는 자신의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멋있는’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정치인은 대중을 대상으로 자신의 공천과 같은 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 속으로는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겉으로는 표현의 수위를 조절해 말한다.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여러 주제를 옮겨 다니며 무질서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서로 모순된 내용을 시차를 두고 말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듣는 사람의 처지에선 정치인의 발언 중 어느 부분에 실제 강조점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어렵다. 사회연결망 분석은 이러한 자연 상태의 발언에서부터 발언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를 압축해낸다.
예를 들어 어떤 정치인이 민주주의와 국가경쟁력을 옹호하는 내용을 뒤섞어가며 말할 때 상당수 청중은 민주주의와 국가경쟁력은 모두 좋은 것이므로 뭉뚱그려 이 정치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된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국가경쟁력은 경우에 따라선 상호 대립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이때 사회연결망 분석에선 이 정치인이 속으로는 민주주의와 국가경쟁력 중 어느 것을 더 중요시하는지,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그 인지적 배경은 무엇인지, 그럼에도 외부에 민주주의와 국가경쟁력을 모두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어떠한 전략이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인지 등을 파악해 이 정치인을 실제의 모습에 가깝게 보여주는 것이다.
트리움의 김도훈 대표는 분석 결과에 분석자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와 관련해 “컴퓨터 프로그램이 발언내용으로부터 주요 단어들과 주제들을 추출해 이들의 빈도, 거리, 밀도, 중심성, 집중도를 분석한 뒤 결론적 함의를 제시하는 것”이라면서 “사람이 의도적으로 조작할 여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약한 고리 있게 마련인데”
분석대상은 올 들어 안 교수가 정치적인 문제와 관련해 언론 인터뷰나 기자간담회, ‘안철수-박경철의 2011 희망 공감 청춘 콘서트’ 강연회에서 직접 발언한 내용(7만4874자)으로 삼았다. 트리움이 발언내용에 대해 분석을 시도한 지 3일째 되는 날 김 대표는 ‘신동아’에 e메일로 초기 진행 결과를 알려왔다. 다음은 김 대표의 e메일 내용이다.
“안철수 발언록 분석을 진행하면서 초기 진행상황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일단, 여태껏 많은 인물과 그룹의 대화를 분석하고 cognitive map(인지 지도) 작성을 해왔습니다만, 안철수의 경우 제 경험상으로도 매우 이례적인 담론 시스템이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박근혜의 경우 몇 분 만에 끝난 자동 클러스터링을 했는데 안철수는 컴퓨터가 세 시간 넘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말이라는 게 대체로 ‘약한 고리’가 있게 마련인데, 안철수의 경우 쉽고 서글서글하게 말하는 것 같지만 콘셉트 하나하나가 매우 타이트하게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무엇 하나 떼어놓기 어렵습니다.
전체 담론이 하나의 의도적인 시스템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의사결정 체계가 매우 잘 디지털화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별 사심이 없고, 차후 보여드릴 계량 지표 테이블에도 나옵니다만 겉과 속이 매우 일관된 사람입니다. 반 농담입니다만, 이런 사람하곤 개인적인 레벨에서 싸우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ㅋ
변화를 통한 차별화(과거의 자신 포함)의 본능적 욕망이 DNA에 새겨진 사람 같습니다.
근본적으로 모순을 참지 못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진하는 성격입니다.
안철수는 그간의 개인적 경험을 통해 한국 사회라는 시스템의 문제를 마치 새로운 ‘바이러스’처럼 인지하고 ‘문제해결’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전체 인지 지도를 아우르는 핵심 콘셉트가 변화인데 이는 그 스스로가 변화의 아이콘이 되어 있는 현실을 잘 설명해주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분석 전에는) 안철수 개인에 대해선 큰 관심도 없었고 잘 모릅니다만, (분석을 해보니) 개인의 정치적 야심보단 상대적으로 명예욕이 강한 편입니다.
정치의 관점에서 약점을 굳이 찾자면, 개인적인 정치적 야심이 명예욕보다 현저히 적기 때문에 섣불리 주사위를 던지기보다는 끝까지 주머니 속에서 주사위를 굴릴 사람이라는 인상입니다. 카이사르처럼 주사위를 던지고 루비콘 강을 건너기보다는 주사위를 만지작거리면서 루비콘 강을 건너지 않아도 될 대안이 있는지 끝까지 모색할 사람입니다.
그 자신이 환경의 변화(그는 역사의 물결이라고 표현했습니다만)에 대단히 민감하고 없는 흐름을 만들기보단 철저히 반 발짝만 앞서서 시류에 편승(?)함으로써 성공해온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당 입장에서 본다면 대중의 변화에 대한 욕망이 안철수를 통해 대변되는 환경 그 자체를 선제적으로 변화시키면 안철수는 대선에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가 출마하도록 이끄는 이유와 그가 바라는 고유의 차별화 포인트가 없어지니까요.”
이와 같은 초기 분석에 따르면 안철수 교수에게선 △논리적으로 약한 고리가 없이 매우 일관된 사고체계를 갖고 있다는 점 △사심(私心)이나 표리부동(表裏不同)이 없다는 점 △변화를 통한 차별화(남과의 차별화, 과거 자신과의 차별화) 욕망이 강하다는 점 △모순을 참지 못하고 문제 해결에 매진한다는 점 △한국 사회의 문제도 새로운 바이러스로 인지하고 문제 해결에 나서고 싶어한다는 점 △이를 역사의 물결로 인식한다는 점 △대통령이 되려는 권력욕보다는 현재의 명예를 유지하려는 욕망이 훨씬 더 크다는 점이 발견됐다고 할 수 있다.
뇌 속 233개 노드와 링크
얼마 뒤 안 교수의 전체 발언으로부터 그의 인지네트워크 지도(그림 1)가 도출됐다. 지도는 노드(점)와 링크(선)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모양이다. 노드는 안 교수의 발언에서 추출한 233개의 핵심 키워드(안 교수의 발언에서 중요하게 작용한 단어)를 의미한다. 링크는 노드와 노드가 인과적으로 연결되는 방향(원인에서 결과로 화살표)을 지시한다. 이렇게 노드와 노드 간의 연결이 긴밀하다는 것은 안 교수가 그만큼 논리적으로 일관되게 사고한다는 증거가 된다.
233개의 노드 중 특별히 더 중요한 노드는 지도의 주변부에서 중앙부로 수렴되고 더 큰 점으로 표시되며 여러 링크로 이어진다. 이에 따르면 안 교수가 실제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념은 사회, 문제, 대기업, 변화, 한국 등이 된다. 특히 사회-문제-대기업은 지도의 중앙부에서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를 조합하면 안 교수는 뇌 속에서 개인적인 문제보다는 한국과 사회에 대해 주로 생각하고, 사회를 문제가 있는 상태로 파악하며, 이러한 사회악이 발생한 근본 원인을 대기업에서 찾고 있으며, 따라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향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체계적이고 강력한 사고체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 나타난다. 반면 권력욕은 지도의 주변부로 밀려나 있다. 이는 초기 분석 결과와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대기업이 안 교수 사고체계에서 핵심 연결지점이라는 점이 새롭게 발견되고 있다.
차별화에서 삶의 의미 찾아
이어 안 교수의 사고체계는 열정, 사회, 대기업, 소프트웨어라는 네 개의 특징적 하위체계로 세분됐다. 이들 하위체계는 전체 인지네트워크 지도(그림 1)의 함의를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열정 지도(그림 2)에 따르면 안 교수는 자신의 ‘꿈’과 ‘삶’의 의미를 ‘차이(차별화: 남과 자신의 차별성, 과거 자신과의 차별성)’에서 찾는다. 이러한 차별화가 그의 ‘존재 의미’가 된다. 그는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과 그 결과로서의 ‘평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이러한 중요성이 자신의 ‘존재 의미’를 더 강화해준다고 본다.
남과의 차별화나 과거 자신과의 차별화에서 존재 의미를 찾는 이러한 내재적 사고체계는, 서울대 의대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은 뒤 완전히 다른 일인 컴퓨터 백신 개발 사업에 뛰어들어 안철수연구소를 세우고 이어 미국에 가서 새로운 분야인 공학과 경영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이어 교육계로 진출해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되고 이어 서울시장 등 정계 진출을 타진하는 독특한 자기변신의 개인사와 긴밀히 연결된다.
열정 지도에서 그는 자신의 ‘존재 의미’를 ‘지속’ 시키려는 ‘열정’을 느끼며 이러한 열정은 ‘일’을 통해 ‘인정’받는 것으로 보상받게 된다고 본다.
김도훈 대표는 “지도에서 나타나듯 안철수는 권력욕에 비해 ‘인정’이나 ‘평가’와 같은 (지금 누리고 있는) 개인적 명예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여느 정치인처럼) 정치적 야심을 위해 모든 것을 쉽게 포기하기보다는 ‘정치에 참여한 뒤에도 지금의 인정, 평가, 차별성과 같은 것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를 자문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열정 지도에서 안 교수는 자신의 차별성, 열정, 고민, 평가 등 사(私)적 자산(資産)을 기반으로 해 공공(公共)의 영역인 ‘역사’의 ‘물결’을 생각하고 있으며 이러한 역사의 물결의 귀착점으로 ‘반(反)한나라당’을 규정하고 있다.
안 교수는 9월4일 한 인터넷신문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에 대해 ‘응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역사의 물결이다. 제가 생각할 때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것은 집권세력이다. 그럼 답은 명료하다. 나는 현 집권세력이 한국사회에서 어떤 정치적 확장성을 가지는 것에 반대한다. 이번에 서울시장선거를 다시 치르게 된 것은 한나라당이 그 문제를 촉발했기 때문이다. 응징을 당하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래야 역사가 발전한다.”
이틀 뒤 그는 한나라당에 대해 “건전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나 많은 국민의 어려움을 풀어주면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런 당을 좋아할 수 있죠”라고 상반된 말을 했다. 그러나 이번 사회연결망 분석 결과에 따르면 그는 내적 사고체계에선 ‘반한나라당’을 분명히 하고 있음이 나타난다.
사회 지도(그림 3)에서 안 교수가 현재의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상생’‘공정’‘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위험부담. ‘위험부담을 통한 혁신’이라는 의미)이 되지 않는 현실을 꼽고 있으며 이러한 ‘모순’에 ‘분노’하고 있는 점이 드러난다. 그는 이를 ‘변화’시키는 일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를 모색하는 상태가 된다.
안철수의 사회문제 진단과 처방
대기업 지도(그림 4)는 안 교수가 이러한 사회문제의 근원을 대기업에서 찾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이 중에서도 특히 대기업의 횡포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상생이 안 되는 점을 핵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지도가 보여주는 그의 사고체계에선 ‘제로섬게임’ ‘처참’‘불법’‘좀비이코노미’‘하드웨어’ 편향 구조로 인한 ‘글로벌’화 실패, ‘척박’‘하청’‘생존’‘동물원’ 등 사회경제적 모순이 지도의 중앙에 위치한 대기업에 직결되고 있다. 이 점과 관련된 안 교수 육성의 일부다.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로 벤처나 중소기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국가경제에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다.”(관훈토론 2011년 3월22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문제가 곧 청년들의 취업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청년들은 여전히 일자리로 대기업을 고집하고 있고 청년실업이 해결되지 못한다.”(이데일리 2011년 9월2일 인터뷰)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이 불공정거래 관행으로 이익을 못 내게 하니까 고용을 더 확대할 여력이 없다. 마지막 남은 탈출구가 창업인데, 새싹들을 짓밟는 우리나라 대기업 때문에 이것도 안 된다.”(주간조선 2011년 9월6일 인터뷰)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정부 감시 기능이 강화돼야 하지만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안철수 초청 관훈토론 2011년 3월22일)
김 대표는 “안철수의 사회문제의식의 핵심에는 전체 네트워크 지도에서도 크게 표시된 ‘대기업’이 위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은 (안철수연구소라는 벤처기업을 운영해온) 안철수 본인의 경험과 의식의 ‘결절점(양적 변화가 질적 변화로 전환되는 핵심 지점)’이 된다. 그래서 청년 실업의 주된 원인이 대기업이라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대기업 위주의 정책을 입안하거나 추진한 한나라당과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것이다.”(김 대표)
컴퓨터가 연산한 이 대기업 지도는 안 교수가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적 방법으로 ‘인사(人事)’를 제시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안 교수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상생 담당 직원에게 대기업이 인사상 이익을 주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문제, 나아가 사회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관련, 올 들어 안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해 대기업의 인사평가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과 함께 일하는 책임은 임원이나 팀장이 갖고 있는데 그들을 평가하는 기준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상황에서는 상생을 하면 중소기업들은 좋지만 자기(대기업 실무자)는 옷을 벗어야 하는데 그게 되겠는가”라고 말한 바 있다.(이데일리 등 여러 언론 인터뷰 내용)
소프트웨어 지도(그림 5)에선 대기업 위주 구조에 대한 안 교수의 비판적 사고체계의 얼개가 더 상세하게 드러난다. 그의 사고체계에선 대기업 중에서도 ‘이건희’ 회장과 ‘삼성’이 현저하게 부정적으로 부각된다. 김도훈 대표는 “지도에 따르면 안철수는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벤처’기업의 ‘소프트웨어’ 관련 ‘인력’을 빼가서 ‘소프트웨어’의 ‘생태계’가 교란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것은 이건희 회장이 실제로 그런 지시를 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안 교수의 사고체계에 이러한 점이 중심 콘셉트로 이미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소프트웨어 지도에서 안 교수는 ‘정부’가 이런 ‘무법천지’를 ‘방조’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적 태도를 갖고 있다. 다음은 이 지도와 관련된 안 교수의 육성 중 일부다.
“대기업이 연봉 더 주고 중소기업 소프트웨어 인력 빼가는 일은 하면 안 된다. 신입사원을 뽑아 좋은 시설에서 교육해 인력을 양성하는 게 대기업 몫이다. 대기업이 소프트웨어 개발을 파트너에 맡기는 방법을 취해야지 인력 빼가는 건 가격 후려치기보다 더 나쁘다. 이건희 회장이 소프트웨어를 강조했고 삼성에서 관련 인력을 뽑기 시작할 것이다. 그나마 열악한 국내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흡수하는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일을 하면 안 되고 정부도 이를 방조하면 안 된다.”(세계일보 2011년 8월23일 인터뷰)
“대기업들도 좀비이코노미에 한몫한다. 괜찮은 벤처가 있으면 인수합병을 해야 벤처투자자가 돈을 회수할 수 있는데 그냥 그 기업과 독점계약을 맺고 소위 ‘삼성동물원’ ‘LG동물원’ 식으로 동물원에 가두니까 벤처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중앙일보 2011년 7월13일 인터뷰)
“아이폰과 구글, 페이스북 등이 계기가 돼 세계적으로 제2의 벤처 열풍이 불고 있는데, 한국의 정보기술 분야는 그 흐름에서 동떨어져 있다. 정부와 업계가 이런 세계적인 변화에 동참하지 못하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안철수 초청 관훈토론 2011년 3월22일)
소프트웨어 지도는 ‘소프트웨어’ 노드와 ‘변화’ 노드의 이중 핵 구조로 되어 ‘소프트웨어’가 ‘변화’로 직접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김 대표는 “소프트웨어 지도에선 IT 및 소프트웨어 기술을 사회문제 해결과 변화의 열쇠로 간주하면서 삼성과 정부를 이러한 혁신의 장애로 간주하는 인식이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방법론이 만능키 될까?
한국 사회문제에 대한 안 교수의 이 같은 진단과 처방에 대해 김 대표는 “주제별 클러스터 네트워크에서 보여지듯 안철수의 담론이 매우 논리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는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이것이 사회문제 해결의 만능키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숙고가 필요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특히 안 교수가 대기업 지도에서 ‘대기업이 상생담당 실무자 인사 평정을 잘하면 사회문제가 해결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과 관련해 김 대표는 “안 교수가 배후의 사회적 맥락을 도외시한 채 눈앞에 바로 보이는 문제해결을 위한 다소 기술적이고 즉흥적인 접근에 익숙한 측면은 없는지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안철수의 사고체계에 대한 사회연결망 분석의 결과를 다음과 같이 총평했다.
“안철수는 겉과 속이 매우 일관된 사람으로 나타난다. 그런 면에서 정치권에 데뷔한 대다수 시민사회단체 인사들과는 차별성이 있다. 권력욕도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축적한 명예를 굳이 훼손하면서까지 본능적으로 권력을 추구할 사람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가 부상하게 된 환경에 대한 보다 입체적인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안철수의 인지 지도에선 변화가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로 나타난다. 이러한 안철수의 담론은 왜 그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대중의 변화에 대한 욕망을 대변하고 변화의 아이콘으로 등장하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안철수가 체험하고 느끼는 투철한 사회문제 의식에는 수긍할 부분들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안철수는 사회문제에 다분히 공학적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안철수가 정치지도자로서 사회의 맥락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세밀한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