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호

“지금 대한민국에 절실한 건 ‘새마을 DNA’”

‘제2 새마을운동’ 주도 심윤종 새마을운동중앙회장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13-08-22 09: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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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살아보세’ 아닌 ‘우리도 한번 선진국 돼보세’
    • “마을 단위 현안 풀어내는 ‘즐거운 해결사’ 될 것”
    • ‘근면·자조·협동’에서 ‘나눔·봉사·배려’로
    • ‘새마을운동 세계화’는 국가브랜드 제고에 적격
    “지금 대한민국에 절실한 건 ‘새마을 DNA’”

    심윤종 회장은 성균관대 총장 시절의 경험을 되살려 새마을운동중앙회를 개혁하겠다고 강조했다.

    출발이 좋다. 심윤종(72) 신임 새마을 운동중앙회장 얘기다. 심 회장은 5월 31일 새마을운동중앙회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제21대 회장(임기 3년)으로 선출됐다. 그 직후인 6월 18∼20일 광주에서 개최된 제11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에서 ‘새마을운동기록물’이 ‘난중일기’와 함께 세계기록유산 목록에 등재되는 경사를 맞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다시금 조명받는 새마을운동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도 한껏 고조되고 있다. 그에 앞서 올 1월엔 ‘새마을운동 세계화’가 대통령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에 의해 ‘2012년 국가브랜드 위상을 높인 정부부처 최우수과제’ 5개 중 하나로 선정됐으니 새마을운동 재도약의 멍석은 일찌감치 깔린 셈이다.

    그러나 ‘절호의 기회’ 이면엔 ‘부담’이 자리한다. 심 회장은 성균관대 총장(제17대, 1999~2003년) 출신이다. 재임 시절 학부제 정착, 졸업인증자격제도인 ‘삼품제(자원봉사·어학능력·컴퓨터능력을 갖춰야 졸업할 수 있는 제도)’ 도입 등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로 대학 특성화에 성공한 ‘개혁 총장’으로 평가받은 만큼, 이젠 ‘새마을운동 전도사’로 변신한 그가 새마을운동중앙회에 어떤 개혁의 바람을 일으킬지 각계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을 터다.

    8월 1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새마을운동중앙회(이하 중앙회)에서 심 회장을 만났다. 공교롭게도 그가 취임 이후 첫 인사를 단행한 날이었다. 심 회장은 직원 54명에 대한 현장 중심 인사 배경과 중장기발전·정책사업·교육발전 등 3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한 것에 관해 “조직 분위기 쇄신과 ‘제2 새마을운동’에 대한 직원들의 소명의식 강화를 위한 것”이라 밝혔다.

    ▼ 새마을운동이 국가 발전에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보나.



    “1970년대 대한민국의 절대빈곤을 퇴치한 새마을운동은 근대화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다. 1980년 민간 주도로 개편된 후에도 86아시아경기대회, 88올림픽 당시의 자원봉사 및 질서·청결·친절운동, 1990년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금 모으기와 실직자 돕기 및 민간사회안전망운동을 펼쳤다. 2000년대 들어서도 한일월드컵 때의 기초생활 10대 과제 실천운동, 금융위기 때의 동전 모으기, 구제역 발생에 따른 지원활동, 충남 태안 기름유출사고 자원봉사, 통일손수레 보내기, 다문화가정 정착 지원 등을 통해 국가적 행사나 재난 발생 시 항상 앞장서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 민간 주도 전환 후 이전과 무엇이 달라졌나. 아직도 중앙회가 구체적으로 무슨 활동을 하는 단체인지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새마을운동은 관(官) 주도로 시작됐지만, 마을 단위로 추진된 만큼 점차 민간 자율이 강조되면서 자연스럽게 민간추진체계로 변모할 수 있었다. 물론 시련도 겪었다. 5공 시절 소위 ‘전경환(전 새마을운동중앙본부 회장) 사건’으로 새마을운동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됐고, 김대중 정부 때부터는 국고 지원이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중앙회는 조직 축소, 회비 모금 등 지속적인 자구 노력과 함께 어려운 이웃돕기 등 각 지역 마을 단위 현안을 꾸준히 해결하면서 정체성을 유지했다. 눈에 보이지 않게 많은 일을 해내는 새마을가족의 열정 덕분에 가능했다. 앞으로도 중앙회는 ‘즐거운 해결사’를 자처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회장직을 남은 인생의 큰 보람으로 여기고 열정을 쏟으려 한다.”

    ▼ 그간의 새마을운동 궤적에서 미흡했던 부분이라면.

    “지나친 행정 의존으로 민간 자율의 추진역량과 자생력을 키우는 데 소홀했던 면이 있다. 획일적·하향식 사업 진행으로 인한 시행착오도 있었다. 특히 사회지도층 인사의 참여도가 낮고 역량 있는 새마을지도자를 확보하기 어려워 운동의 구심력 약화가 우려되기도 한다. 국민적 호응을 이끌어낼 사회적 이슈와 사업 개발,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는 자율 추진역량 배양, 홀로서기를 위한 재정자립 기반 조성이 우선 해결할 과제다.”

    ‘멘붕’ 한국에 필요한 것

    ▼ 취임 이후 역점을 두고 있는 주요 사업은.

    “국민 정신함양운동이다. 에너지 절약, 아파트 층간소음 줄이기, 사회폭력 추방 등 생활현장 중심 운동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부터 대전시새마을회는 층간소음 문제를 심각히 인식하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아파트 주거문화 확산에 따른 층간소음 문제의 근본 원인은 이웃 간 만남과 소통의 부재다. 그래서 아파트 내 소모임 활동과 작은도서관 등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우리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데도 의식과 행동, 도덕성과 청렴도 면에선 스스로도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나. ‘멘탈 붕괴(정신 파괴)’ 상황의 대한민국에 절실한 건 가난 극복과 산업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시절 우리가 품었던,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는 ‘새마을 DNA’의 복원이다.”

    ▼ 최근 들고 나온 ‘제2 새마을운동’은 어떤 것인가.

    “빈곤퇴치가 제1의 국가과제였던 1970년대의 새마을운동은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세’를 내건 ‘보릿고개 극복운동’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는 원조국이며, 세계 15위 경제 규모의 준(準)선진국이다. 이젠 그 위상에 걸맞게 물질적인 잘살기 운동보다 삶의 질을 추구하는 21세기 선진국형 운동이 필요하다. 그것이 제2 새마을운동이다. 더불어 잘살기 위한 공동체운동으로 나눔·배려·봉사 정신에 충만한 대한민국을 건설하자는 거다. ‘다시 한번 잘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선진국 돼보세’쯤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 ‘근면·자조·협동’에서 ‘나눔·봉사·배려’로의 중심 이동인가.

    “나눔·봉사·배려는 근면·자조·협동과 동떨어진 게 아니라 연장선에 있다. 과거 새마을운동이 근면·자조·협동이란 기본정신을 바탕으로 국민적 자신감과 합리적·진취적 가치관을 일깨운 정신개발운동이자 사회변혁운동이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다만 국민운동의 가치는 시대 변화, 국민의 바람과 부합할 때 잘 발휘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 앞으로의 새마을운동 또한 시대 상황에 맞는 국가적 비전과 목표를 따라야 한다.”

    ▼ 제2 새마을운동을 어떻게 전개할 계획인가.

    “국내적으론 국민 정신함양을 위해 나눔·배려·봉사 등 현 시대에 필요한 사회적 덕목을 새마을가족부터 익혀 전 국민이 함께 실천하는 국민운동으로 확산시키려 한다. 그 하나가 주민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선진형 마을공동체 육성인데, 지난해부터 매년 1000여 개 시범마을을 선정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전국적으로 추진 중이다. 국제적으론 우리의 새마을운동 경험을 개발도상국에 제대로 전수하는 것이다.”

    ‘마을 만들기’는 국민통합용

    ▼ 마을 만들기? 좀 생소하게 들린다.

    “마을은 신뢰 등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고 축적하는 최소 공동체다. 이념·지역·계층·세대 갈등을 동시에 해소하고 국민통합을 이뤄내는 기본단위다. 마을 만들기 사업은 1970년대의 경험을 되살려 기존의 마을 중심 공동체운동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것이다. 주민총회 등 마을회의(Town Meeting)를 활성화하고, 마을 리더를 양성하며, 마을 소재 종교단체·기업·자생단체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주민이 주도하는 선진형 마을로 육성함으로써 국민통합의 거점으로 삼는 것이다. 예컨대 녹색생활을 실천하는 환경마을, 예절과 질서로 이웃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을, 소외된 이웃을 보듬는 나눔·봉사마을 등이다. 1마을 1특색 사업도 포함된다.”

    ▼ 중앙회 사업과 관련해 다른 단체와 협력도 모색하나.

    “지난 6월 국민통합시민운동(공동대표 박상증 전 아름다운재단 이사장·안병직 ‘시대정신’ 명예이사장) 임원진을 면담해 제2 새마을운동과 국민통합의 연계 방안을 논의했다. 7월엔 인터넷윤리실천협의회(회장 정진욱 성균관대 교수)와 사이버새마을운동 추진 방향에 관한 회의를 갖고 중앙회 사무직원의 정보기술(IT)역량 강화, 사이버 새마을지도자 육성, 새마을 업무의 IT 접목, 사이버 공간을 활용한 국민정신운동 등에 대해 논의했다. 제2 새마을운동을 널리 알리려면 서민 교통수단 활용, 새마을가족 배지 달기, 플래시몹 이벤트 등의 오프라인 홍보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온라인 홍보수단도 적극 활용해 중앙회 직원과 새마을지도자, 새마을가족, 후원자 등을 이어줘야 한다. 현재 중앙회 홈페이지를 개편 중인데, 장기 과제로 자체 인터넷 방송국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 청년 세대의 참여가 관건일 듯하다.

    “현재 Y-SMU 포럼을 운영 중인데, 젊고 역동적인 차세대 새마을지도자를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2011년 5월 창립해 대학생 동아리 124개, 청년회 조직 75개에 3만5679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각 광역 시·도 및 시·군·구별로 구성돼 다문화가족 방과후 학교 운영 등 소외된 이웃 돕기, 글로벌 스탠더드 캠페인에 대한 온-오프라인 활동, 전공과 특기를 활용한 학술 및 재능봉사를 한다. 매년 라오스, 네팔, 몽골 등 해외 새마을 현장을 찾아 지역민을 위한 교육봉사, 문화교류, 환경개선 활동도 한다. 중앙회 회원 평균 연령이 50대 중반인데, 5년 내 청년회원 10만 명 양성이 목표다.”

    8월 현재 자체 통계에 의하면, 중앙회는 18만1000여 명의 새마을지도자와 200만여 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조직상으론 중앙회 산하에 18개 시·도새마을회와 229개 시·군·구새마을회가 있다. 회원단체로는 새마을지도자중앙협의회, 새마을부녀회중앙연합회, 새마을문고중앙회, 직장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있다. 또한 협력단체로 Y-SMU 포럼과 새마을교통봉사대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이룬다.

    ODA 컨트롤타워 설치 절실

    ▼ ‘새마을운동’이라고 하면 아직도 구시대적 유물이나 보수세력의 산물 같다는 선입관을 가진 사람이 많다.

    “태생적 면에선 그렇게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보수·진보라는 이념은 개인의 정치적 신념이나 성향에서 비롯되기에 새마을운동단체를 일방적으로 보수세력이라 단정하는 건 무리다. 보수와 진보를 조화와 균형이 아닌 대립구도로 보는 사회적 인식도 문제다. 감성을 중시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변화에 부응하는 대표적 국민운동인 새마을운동을 과거의 일부 부정적 이미지에만 집착해 그 가치를 정치적으로 왜곡, 폄훼하는 건 적절치 않다. 새마을운동은 과거 정권의 정치적 유산도, 이념적 유물도 아니다. 미래지향적이고 현재진행형이다.”

    “지금 대한민국에 절실한 건 ‘새마을 DNA’”
    ▼ ‘새마을운동 세계화’ 성과는.

    “지구촌 새마을운동 활성화로 대한민국의 국격(國格)과 국가브랜드 가치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2008년까지는 국내 초청 새마을교육과 해외 시범마을 육성사업을 개별적으로 추진해 양자 간 연계성이 적어 효과가 미흡했지만, 2009년부터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의 체계적 지원 아래 ‘새마을운동 세계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초청교육 실적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36개국 930명이고, 시범마을육성 실적은 2009년부터 올해 6월까지 13개국 32개 마을에 달한다. 아시아·아프리카지역 개도국들이 주 대상이다. 앞으로도 양질의 전문강사를 양성해 해외 새마을운동의 현지화를 앞당겨 개도국 농촌개발정책의 모델 기능을 하게 할 방침이다.”

    ▼ 해외 현지화에 걸림돌은 없나.

    “국내 40여 기관과 정부부처가 제각기 초청교육과 시범마을육성 사업을 추진해 분절(分節)화와 중복의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새마을운동에 대한 수원국(受援國) 정부의 이해와 의지가 부족해 단순히 원조의 한 형태로만 여기는 경향도 있다. 시범마을육성 사업도 예산 부족으로 국가별 2개 마을에 불과해 새마을운동 추진 원리 중 하나인 ‘경쟁을 통한 발전’을 도모하지 못한다. 따라서 새마을운동을 공적개발원조(ODA)의 한 형태로 인식하고 사업예산도 ODA 사업비에 편성해야 한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새마을운동 ODA TF팀이 구성돼 있지만 예산권이 없다. 예산을 담당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 새마을운동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도는.

    “지방 순시 때마다 새마을가족을 격려한다. 해외 순방 때나 외국 인사를 만날 때도 새마을운동을 통한 우리의 발전 경험을 소개한다. 미국 순방 중이던 5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 6월 청와대에서 열린 아르만도 게부자 모잠비크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도 새마을운동을 강조했다.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이던 6월 칭화(淸華)대 연설에서도 새마을운동을 언급했다. 하지만 결국 새마을운동의 주체는 새마을운동단체이므로 중앙회 스스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원 면에 서도 앞으로 중앙회가 새마을운동에 더욱 매진한다면 정부에서도 배려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심 회장은 성균관대 독어독문학과 59학번으로 새마을운동의 태동을 고스란히 지켜본 세대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은 사회학자로서 한국사회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사회발전에 대해 누구보다 관심이 크다. 그런 그가 대한민국 근대화의 견인차 구실을 한 새마을운동을 한층 높인 제2 새마을운동과 새마을운동 세계화라는 안팎의 과제를 어떻게 쾌도난마(快刀亂麻)로 처리할지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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