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호

인터뷰 | 조정현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

晩婚의 시대! 보험 들 듯 난자은행 이용하라

  • 최호열 기자 honeypapa@donga.com

    입력2018-12-26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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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4년 국내 최초 PGD 통한 시험관아기 시술 성공

    • 유전자 검사 통해 정상 배아만 이식하는 ‘PGT’

    • ‘난임 치료 바우처제도’ 도입하면 난임 환자에게 큰 도움

    • 43세 여성은 37세 여성에 비해 임신 10배 어려워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3분기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95명을 기록했다. 부부 한 쌍이 아이를 채 한 명도 낳지 않는 초저출산 시대다. 이처럼 아이 낳기를 기피하는 부부도 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아이를 갖기 위해 피눈물나는 노력을 하는 부부도 많다. 가임여성의 10%가 난임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엔 난임 부부의 임신을 돕는 생식내분비 전공 전문의가 400명 정도 된다. 조정현(64)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은 30년 넘게 난임 부부를 상담하면서 시험관 시술을 3만 건 넘게 진행한 대표적인 난임전문의다. 영동제일병원 부원장, 미즈메디 강남 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달부터 ‘신동아’에 의학 칼럼 ‘난임전문의 조정현의 생식이야기’를 연재하는 조 원장은 여성들에게 “미래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 보험에 들 듯 하루라도 젊을 때 난자를 냉동 보관해 미래 난임에 대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뜻밖의 손님

    - 난임전문의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연세대 의대에 다니던 1978년에 세계 최초로 시험관아기가 태어났다. 1985년엔 우리나라에서도 시험관아기 시술에 성공했다. 산부인과를 전공하던 때여서 자연스럽게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공부했다. 생소한 분야였고, 생물학을 같이 공부해야 하는 등 복잡하고 어려웠지만 흥미를 느꼈다. 배양액을 직접 만들어가며 연구한 기억이 난다. 참고로 세계 최초로 시험관아기 시술로 태어난 남자아이가 2004년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 시험관아기 시술을 통해 태어나도 생식능력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가 있다면.

    “임신이 사실상 불가능한 여성이 시험관아기 시술을 통해 임신에 성공하면 늘 기쁘고 감사하다. 얼마 전에 한 청년이 내게 인사를 왔다. 1994년에 내가 우리나라 최초로 PGD(착상 전 유전질환 검사)를 통한 임신을 성공시켰는데,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 명문대학에 입학했다니 마음이 벅차올랐다. 아이 엄마는 두 살 된 첫째아이를 심장병으로 잃고 이후에도 수차례 자연유산 했다. 검사를 해보니 염색체 14번 21번이 붙어 있어서 임신이 되면 두 염색체 중 하나가 많거나 모자라거나 해서 유산이 잘 일어나는 로버트소니언 전위가 있었다. 이 경우 유산이나 기형을 초래할 확률이 높다. 난자 7개를 채취해 남편의 정자와 수정시키고 3일 동안 배양한 후 PGD검사를 해서 염색체에 이상이 없는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켜 임신에 성공한 것이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이 청년이다.”



    - 안타까웠을 때도 있었을 텐데.

    “시험관아기 시술(IVF)은 자연수정 실패, 부실 난자, 부실 배아, 면역질환 등 여러 원인으로 임신이 안 되는 환자들이 하는 임신 방법이다. 자연임신을 하거나 인공수정 시술을 통해 임신하는 것보다는 성공률이 훨씬 높지만, 실패를 피할 수 없다. IVF는 임신을 시켜주는 시술이 아니라 도와주는 시술이다. IVF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난자, 내막, 착상에 대한 신비를 밝혀내고 정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난자 총량

    - 난임의 원인은 남자와 여자 어느 쪽이 더 많은가.

    “정자는 남자의 유전자(핵)만 제공할 뿐 하는 일이 없다. 반면 난자는 여자의 유전자(핵)를 제공할 뿐 아니라 세포질이 핵을 자라게 하는 에너지와 영양분을 제공한다. 임신과 출산, 육아를 여자가 거의 전담하듯이 난자도 생명의 탄생, 성장과 관련한 모든 역할을 한다. 원천적으로 양육은 여자의 몫인 셈이다. 그런데 여성이 나이 들수록 난자의 세포질이 부실해진다. 난자의 볼륨도 작아지고, 수정 후 핵분열이 이뤄질 때 염색체 이상이 생길 가능성도 커진다. 통계적으로 30세 이전에는 염색체 이상 난자가 배란되거나 채취될 확률이 10% 내외로 낮지만, 43세가 되면 50%, 45세 이후는 99%가 넘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의 메레디스 브라우어 박사팀이 난임 치료를 받는 20~45세 여성 198명의 자료를 분석했는데 43세 여성은 하나의 정상적인 배아를 만들어내는 데 평균 44개의 난자가 필요한 데 비해, 37세 여성은 4.4개면 가능했다. 나이가 7년 차이밖에 안 나는데 43세 여성은 37세 여성에 비해 임신이 10배나 어렵다는 뜻이다.”

    - 남자도 나이가 들면 정자가 부실해지지 않나.

    “부실한 정자가 늘어나지만 워낙 양이 많다 보니 그중에 건강한 것을 골라 체외수정하는 게 가능하다. 반면 여성은 나이가 들수록 배양할 수 있는 난자 수도 적어지고 건강한 난자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 과거보다 영양 상태도 훨씬 좋아지고, 신체의 건강 상태도 좋아졌는데.

    “의학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다. 환경 요인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담배 술 등이 주는 해악도 크고, 밤에는 잠을 잘 못 자는 것도 이유라 할 수 있다. 난자는 총량이 있어 건강 상태가 좋아졌다고 더 늘어나지는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산부인과학회는 고령 출산의 기준을 초산 여부와 관계없이 35세로 보고 있다. 35세 이상 여성이 임신하면 임신성 고혈압, 임신성 당뇨, 태반조기박리 등 임신 합병증뿐 아니라 유산이나 조산은 약 2배, 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다운증후군 등 기형아 출산은 약 9배에 달했다. 30세 이하의 여성이 다운증후군 아이를 임신할 확률은 약 1000분의 1 미만인데, 40세에는 약 100분의 1로 늘어난다.”

    - 나이 들어도 건강한 임신을 하기 위해 조언한다면.

    “35세가 넘으면 피임을 오래하지 않아야 한다. 금주 금연은 기본이고, 혈액순환이 잘되도록 적당히 운동하는 게 좋다. 수면과 생식력은 연관이 있으니 밤에 잠을 푹 자야 한다. 인스턴트 음식이 아닌 천연 재료로 만든 음식을 제때 고루고루 챙겨 먹고, 걸으면 나쁜 기운이 빠져나가니 한 시간씩 걸으면 좋다. 임신이 안 된다고 움츠리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엽산은 유전물질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이니 많이 섭취하면 좋다.”


    이식 전 유전자 검사

    조정현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이 난임 환자를 상담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

    조정현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이 난임 환자를 상담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

    - 그래도 아이가 안 생기면 어떤 방법이 있나.

    “시험관아기 시술이 있다. 체외에서 난자와 정자를 수정시켜 3~5일 체외배양한 후 착상 확률 높은 배아(1~3개)를 자궁 내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자연임신보다 자궁 내 인공수정을 통한 임신 확률이 두 배 높고, 자궁 내 인공수정보다 시험관아기 시술의 임신 확률이 2배 더 높다.”

    - 시험관시술에서 PGT(이식 전 유전자 검사)라는 게 있던데.

    “체외에서 수정된 배아를 이식 전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이상 여부(염색체, 혹은 유전병) 등을 판단한 후 정상정인 배아만을 골라 자궁 내에 착상시키는 PGS와 PGD를 최근에는 PGT라고 한다. 이를 통해 유전병, 기형, 유산 등을 예방할 수 있다. 오늘도 PGT 시술을 했다. 29세 여성인데 로버트소니언 전위가 있어 다른 병원에서 수차례 시험관아기 시술을 했지만 자연유산돼 우리 병원을 찾은 것이다. 젊은 여성이어서 많은 난자를 채취할 수 있었고, 남편의 정자와 수정해 배양한 배아 중에서 PGT를 통해 확인한 정상 배아를 골라 자궁 내 착상에 성공했다.”

    - 비용은.

    “PGT를 하는 과정이 어렵기 때문에 일반 시험관아기 시술에 비해 비싸긴 하지만 그만큼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확률이 높아진다.”

    - 나이 들수록 난자가 부실해지고, 그렇다고 자식을 낳기 위해 일찍 결혼하라고 다그칠 수도 없는 사회다.

    “그래서 더 나이 들기 전에 난자은행을 이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지금은 여성이 어느 정도 성공한 후에, 사회적으로 자리 잡은 후에야 결혼과 출산을 생각한다. 그렇게 성공해서 아이를 가지려 하는데 건강한 난자가 없어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우리가 미래의 위험에 대비해 보험에 드는 것처럼 자신의 미래를 위해 난자은행에 자신의 난자를 냉동 보관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 살이라도 젊고 건강할 때 난자를 냉동 보관한다면 늦게 결혼해 자연임신이 안 되더라도 젊었을 때 채취해놓은 건강한 난자로 시험관아기 시술을 할 수 있다. 보험을 들어놓으면 든든한 것처럼 ‘출산의 최후 보루’로 난자를 냉동 보관해놓으면 사회활동도 더 자신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도 이젠 난자은행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 난자를 냉동 보관하는 데 문제는 없나.

    “냉동 기법이 상당히 발전해 회복률이 높다. 그런데 젊을 때 난자를 채취해 냉동하더라도 그냥 하는 건 좋지 않다. 적어도 3개월 정도 술 담배를 끊고 운동을 해서 몸을 좋게 만들어야 건강한 난자가 나올 수 있다.”

    - 난자은행을 운영하는 곳이 많나.

    “여러 난임전문병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우리 병원도 SEB(자기난자은행)를 운영하고 있는데, 본인 외엔 남편도 손을 댈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아직 난자를 냉동해놓은 여성이 많지는 않다. 비용은 난자를 몇 개 보관하느냐, 보관 기간 등에 따라 다른데, 보통 400만~500만 원 선이다. 한 번만 하기보다는 몇 차례 나눠 보관하는 게 좋다.”


    세계 수준의 난임 치료

    - 난임으로 고민하는 환자들을 만나다 보면 정부의 난임 정책에 많은 아쉬움을 느낄 것 같다.

    “난임 시술의 나이 제한(44세까지), 시술 횟수 제한(신선배아 4회, 동결배아 3회, 인공수정 3회) 등 난임 시술의 보험 적용 규정이 너무 제한적이어서 난임부부들에게 ‘빛 좋은 개살구’라는 원성을 듣고 있다. 2018년 11월에 바른미래당이 난임 치료에 바우처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공청회를 열었고,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난임치료 지원 예산안(정부안보다 171억 원 증액)이 늘어나고 난임시술비 지원 대상과 항목, 횟수, 소득기준이 확대되었다. 반가운 소식이다.”

    - 우리나라 난임 의료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나도 미성숙 난자를 이용한 시험관아기 시술 기술을 일본 전문의들에게 가르쳐주기도 했다.”

    - 후배 난임 전문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과잉 진료, 과잉 검사, 과잉 처방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PGT 검사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려하면서 환자의 임신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 돕는 의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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