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호

시마당

  • 시인 안미옥

    입력2019-01-13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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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음의 살갗을 가진 얼굴도 있다
    녹아 흐르면서 시작되는 삶도 있다

    아이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도망치듯 사라져야 하는 사람도 있다

    나무 탁자에 생긴
    아주 작은 홈

    이상한 기분을 가진 적 있다

    자꾸만 뒤를 돌아보고 싶었다
    가게는 멀리 있고



    심부름을 다녀오면 사라져버릴 사람과
    남아 있을 빈 의자

    한 손에 달콤한 사탕이 들려있다 해도

    다음에 다시 만나,
    그 말이 듣고 싶었다
    왔다가 사라지고 왔다가 사라지는
    창밖에
    다 녹을 만큼만 눈이 내렸다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간은
    그렇게 생겨난다
    빛도 어둠도 없이
    막아서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화를 냈다
    우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이
    같은 것이라는 걸 몰랐다
    참을 줄 아는 사람은 계속해서 참았다

    모두에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모두에겐

    아주 무거운 상자
    무릎이 아픈 사람이 자주 무릎을 만진다

    빛은 찌르는 손을 가졌는데
    참 따듯하다

    안미옥
    ● 1984년 경기 안성 출생
    ●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 시집 ‘온’ 출간
    ● 2018년 김준성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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