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호

유통 인사이드

CJ대한통운發 택배 대란의 전말

“단가경쟁·총알배송이 빚어낸 기형적 시장”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입력2019-01-02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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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 달 새 CJ 택배근로자 3명 사망

    • 급성장 택배 시장이 초래한 구조적 모순

    • 과열경쟁에 택배 평균 단가 역대 최저치

    • CJ·롯데·한진 등, 비용절감 위해 협력업체 써

    • 정부·CJ 안일한 대처가 화(禍) 키웠단 지적도

    2018년 11월 23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풍호동 CJ대한통운 성산터미널 내에서 노동조합원들이 직영 배송차량을 막아서고 있다. 이날 CJ대한통운은 노조원들의 파업으로 배송이 원활하지 않자 본사 직영 배송차량과 대체인력을 투입했다. [뉴스1]

    2018년 11월 23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풍호동 CJ대한통운 성산터미널 내에서 노동조합원들이 직영 배송차량을 막아서고 있다. 이날 CJ대한통운은 노조원들의 파업으로 배송이 원활하지 않자 본사 직영 배송차량과 대체인력을 투입했다. [뉴스1]

    석 달 새 3명의 근로자가 한 택배사의 물류센터에서 사망했다. 2018년 8월 20대 청년이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감전 사고로 숨졌다. 컨베이어벨트 아래에서 청소를 하다가 사고가 났다. 두 번째 사고도 같은 달 벌어졌다. 50대 근로자는 상하차 작업 중 과로사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30대 근로자가 컨테이너 문을 닫다가 후진하던 트레일러에 치여 사망했다.

    정부가 부랴부랴 나서 해당 작업장을 일시적으로 폐쇄했다. 일부 택배가 지연됐다. 택배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며 판이 커졌고 이른바 ‘택배 대란’이 벌어졌다. 이후 해당 택배사가 정부와 함께 개선책을 마련한 뒤 물류센터는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노조와 택배사의 대립으로 일부 지역의 택배가 여전히 지연됐다.

    2018년 11월 우리나라 택배 시장을 달군 ‘택배 대란’의 전말이다. 해당 업체는 CJ대한통운으로 국내 택배 시장의 50%가량을 점유하고 있어 파장이 컸다. 기다리던 택배가 오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던 이들이 생겼고,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 중 일부는 일거리가 줄면서 피해를 보기도 했다.


    고속성장 택배 시장, 대기업 쏠림 현상

    이번 사태는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업체 간 치열한 경쟁 등 택배 산업의 구조적 변화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 택배 산업은 그동안 발 빠르게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어서 2017년 기준 국내 택배 물량은 직전 해보다 13.3% 늘어난 23억 개가량으로, 국민 1인당 택배 이용 횟수는 연 44.8회에 달했다. 2000년 1인당 2.4회와 비교하면 20배 가까이 급증한 규모다.

    온라인 유통 시장은 당분간 지속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온라인 시장을 떠받치는 택배 시장 역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커지면 업체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진다. 이는 ‘택배 단가’를 보면 알 수 있다. 2017년 택배 평균 단가는 2248원으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개당 5000원에 육박했던 평균 단가는 2000년대 들어 3000원대로 떨어졌고, 최근에는 무료 배송 서비스 등이 늘면서 급기야 2000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자연스럽게 택배업체의 수익성도 하락했다. CJ대한통운의 경우, 2017년 기준 매출은 7조1100억 원으로 직전 해보다 16.9%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2357억 원으로 3.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경쟁은 배송 속도전(戰)으로도 번졌다. 유통업체들은 이른바 ‘총알 배송’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주문한 다음 날 배송하는 것을 넘어 최근에는 신선식품을 다음 날 새벽에 배송하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택배는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산업이다. 대규모 물류 인프라를 구축할수록 택배 분류와 배송 작업이 빨라지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택배 시장은 대형 업체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2008년 CJ대한통운과 현대택배(현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우체국, 로젠 등 상위 5개 업체는 전체 택배 물량의 74.8%를 차지했다. 2017년에는 이들의 시장점유율이 85.5%까지 뛰어올랐다. 쏠림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주도권을 먼저 가져가는 업체가 지속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까닭에 대형업체 간 경쟁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물류센터 인력관리, 협력업체 몫

    단가 하락 탓에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데, 서비스는 이에 역행해 더 좋아진다면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국내 택배 산업은 여러 모순을 내포하게 됐다. 이는 이번 CJ대한통운 사태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사망한 이들은 모두 협력업체 소속이다. 이들은 센터 내에서 청소를 하거나 택배 상하차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CJ대한통운은 각 물류센터의 시설을 만들고 이를 총괄 관리하고 있다. 정작 작업장의 인력 관리와 운영은 협력업체가 하고 있다. 이는 20대 아르바이트생의 감전사(死)에 대한 정부 조처에서도 잘 드러난다.

    고용노동부 대전고용노동청이 부과한 총 7500여만 원의 과태료 중 협력업체는 6800만 원을 물게 됐다. CJ대한통운에 부과된 금액은 650만 원에 그쳤다. 시설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은 CJ대한통운이지만, 안전교육 등 사람에 대한 책임이 협력업체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기업이 협력업체를 쓰는 이유는 대부분 비용 절감 차원에서다. 그리고 협력업체를 통한 근로의 처우나 안전 교육은 아무래도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CJ대한통운뿐 아니라 롯데와 한진 등 대부분 택배사 역시 이런 식으로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경쟁 격화와 수익성 악화로 인해 택배 산업 전반에 이런 ‘기형적’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해당 물류센터 같은 곳에서 택배 상하차 작업이 밤새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택배 물량이 급격히 늘어난 데다 당일 배송과 새벽 배송 등의 서비스가 등장한 탓에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이번 사태와 무관치 않다.


    택배 기사, 개인사업자냐 노동자냐

    CJ대한통운 (협)전국택배대리점연합 소속 택배 기사들이 2018년 7월 16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고용부에 택배연대노조의 배송 방해 행위를 중단시킬 것을 촉구하며 청사 주변에 택배 화물차를 세워놓고 있다. [뉴스1]

    CJ대한통운 (협)전국택배대리점연합 소속 택배 기사들이 2018년 7월 16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고용부에 택배연대노조의 배송 방해 행위를 중단시킬 것을 촉구하며 청사 주변에 택배 화물차를 세워놓고 있다. [뉴스1]

    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의 갈등은 국내 택배 산업의 또 다른 단면을 드러낸다. 사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이 이번 잇따른 택배 근로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총파업을 선언하긴 했지만 CJ대한통운과의 갈등은 수개월 전부터 있었다. 택배노조 측은 CJ대한통운에 교섭을 요구하고 있고, 사측은 이들을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이 갈등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국내 택배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CJ대한통운 등 주요 택배 업체의 택배 기사들은 대부분 특정 대리점과 근로계약을 맺는다. 일부 지역의 배송을 담당하는 대리점이 택배사와 계약하면, 이 대리점의 소장이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택배 기사들과 계약해 물량을 맡기는 식으로 운영한다.

    이에 따라 택배 기사들은 개인사업자로서 각자 맡은 택배 운송량과 거래처 등에 따라 돈을 벌게 된다. 어느 택배사의 누구는 한 달에 200만 원을 벌고 누구는 400만 원을 버는 등 수입이 제각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량이 적어 대리점들이 꺼리는 지역에 대한 배송을 위해 택배사가 직접 고용하는 택배 기사가 있긴 하다. 이들은 정규직으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급여를 받는다. 그러나 그 비중은 전체 택배 기사 중 5%가량에 불과하다.

    CJ대한통운 측이 택배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이런 운영 방식 때문이다. 택배사가 이들과 직접 계약하지 않는 데다가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다.

    반면 택배노조는 2017년 11월 고용노동부가 ‘택배 기사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다’며 설립 신고를 받아들였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택배 기사가 사측이 정한 절차와 요금제 등에 따라 지정된 화물을 나르는 등 지휘·감독을 받고 있다고 판단했다. CJ대한통운은 이에 대응해 택배 기사가 근로자인지 다시 판단해달라며 법원에 행정소송을 낸 상태다.


    ‘노조 탓에 거래처 끊겨’ 내부 비판도

    서울 금천구 가산동 CJ대한통운 구로 서브터미널. [사진 제공·CJ대한통운]

    서울 금천구 가산동 CJ대한통운 구로 서브터미널. [사진 제공·CJ대한통운]

    이런 구조가 만들어진 것 역시 택배 산업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택배사 측에서는 급격히 증가하는 운송량을 처리하기 위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대리점 방식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택배사들이 인력 관리 비용 등을 절감하기 위해 대리점 체제를 양산해왔다는 주장도 있다.

    택배 산업의 ‘대리점 체제’로 인해 택배 기사들 사이에서 노조 파업에 대한 의견이 찬반으로 나뉘기도 한다. 최근 CJ대한통운의 한 택배 기사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개적으로 노조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눈길을 끌었다. 노조의 파업으로 배송에 차질이 생겼고 이로 인해 거래처가 끊기는 일까지 벌어져 전체 택배 기사가 손해를 봤다는 내용이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개별 택배 기사가 제각각 물량을 받고 거래처를 만드는 방식으로 개인 소득이 정해지기 때문에 단체행동으로 한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고 분석했다.

    국내 택배 산업의 구조적인 이유와는 별개로 정부와 CJ대한통운의 안일한 대처가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20대 청년 사망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직접 나서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 대한 근로감독을 했다. 하지만 이후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같은 곳에서 또다시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키 어렵다.

    고용노동부는 당시 CJ대한통운의 대전터미널에 대해 부분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린 뒤, ‘감전사고’라는 이유로 전기설비 위주로 근로감독을 했다. 이후 전기설비 보완 내용을 담은 재발 방지대책을 제출받은 뒤 제재를 풀었다. 그러나 두 달 뒤 전기 설비가 아닌 다른 작업 과정에서 사고가 터졌다. 결국 부랴부랴 전반적인 점검에 나섰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문제점만 해결하면 된다는 식의 땜질 처방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용노동부와 CJ대한통운은 이번에는 작업 현장에 조명등을 추가 설치하고 차량 유도 인력을 추가 배치하는 등 안전관리 개선 계획을 내놨다. 전국에 있는 다른 터미널의 작업환경 개선도 병행키로 했다. 이런 조처를 처음부터 내놨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CJ대한통운 뒷수습 ‘늦었다’ 아쉬움도

    CJ대한통운도 사태가 커져가는 동안 먼저 전면에 나서 대책을 마련하거나 공식 사과문을 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쉽다. 언론을 통해 ‘유가족에게 사과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전달하긴 했지만 공식 사과문은 없었다.

    이와 관련, CJ대한통운은 “대전터미널 외에도 전국 터미널에 대한 안전·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3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택배 기사들이 더 편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고용노동부의 작업 중지 명령 해제를 위한 대응책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결국 늦은 대처가 화근이었다.

    CJ대한통운의 물류센터 재가동과 노조의 파업 중단으로 일단 이번 사태는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든 모양새다. 그러나 불씨는 남아 있다. 택배노조는 파업은 철회했지만 CJ대한통운과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후로도 기자회견 등을 통해 사측을 비판하고 있고, CJ대한통운 역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택배 산업의 비정상적 구조 자체가 그대로라는 게 문제다. 정부와 정치권, 택배 업체들이 근본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할 때다. 산업이 급성장하며 위상이 높아졌다면, 제도와 문화 역시 그에 맞게 더 나아져야 한다. 그래야 산업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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