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강산댐(북한측 이름은 임남언제) 물을 방류하겠다고 한 6월3일,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의 평화의 댐 보강공사 현장은 매우 분주했다. 트럭들은 인근 산을 깎아서 만든 돌을 평화의 댐 보강공사 현장으로 부지런히 실어 나르고 있었다.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데 “오후 2시부터 금강산댐에서 방류를 시작했다”는 연락이 왔다. 평화의 댐 바로 북쪽은 민통선 구역이다. 이곳에는 백두산 부대로 불리는 육군 ○사단이 포진해 있다.
백두산 부대의 협조를 얻어 덜컹거리는 지프를 타고 민통선 안쪽으로 들어갔다. 민통선 안에 있는 평화의 댐 상류의 북한강에는 여러 개의 다리가 있다. 2시30분쯤 그 다리 중 하나인 안동포교에 도착하자, 흙빛 거품을 머금은 혼탁한 물이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빛깔만으로 본다면 ‘지독한 폐수(廢水)’ 그 자체다. 왜 금강산댐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은 이렇게 더러운 것일까? 더럽건 말건 메말랐던 남측의 땅은 재빨리 북측의 물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수심을 측정하던 병사는 “오후 2시 이전까지는 60∼70㎝였는데, 지금은 3.4m다”라고 말했다.
폐수처럼 시커먼 금강산댐 방류수
지프를 타고 좀더 북쪽으로 올라가 오작교(烏鵲橋)가 걸려 있는 남방한계선에 이르렀다.
매일 밤 국군은 남방한계선에 불을 밝히는데, 이곳의 불빛이 아주 야릇한 모양을 만든다고 한다. 강 좌측 GOP에서 본 강 우측의 방책선 라인은 여체(女體)의 곡선을 만들어낸다. 강 우측에서 본 좌측 산의 방책선 야경은 남자의 얼굴을 만든다고 한다.
“이게 무슨 조화냐.” 최전방에서 ‘독수공방’하는 사내들은 ‘필시 사연이 있어 이러한 야경이 만들어졌을 것이다’라고 믿고, 두 산 사이에 걸려 있는 다리를 오작교로 이름지었다고 한다. 이 오작교 밑으로도 시커먼 빛깔의 금강산댐 방류수가 흘러오고 있었다.
우리의 건설교통부에 해당하는 북한의 기관은 국토환경보호성이다. 북한에서는 장관을 ‘상(相)’이라고 하는데, 국토환경보호상은 장일선이다. 북한에서는 댐을 ‘언제(堰堤: 제방이라는 뜻)’라고 한다. 금강산댐은 강원도 양구군 임남면에 있어 북한은 ‘임남언제’로 부른다.
5월31일 북한의 국토환경보호성은 북한 적십자사를 통한 전화통지문에서 “장마철을 앞두고 임남언제의 물을 6월3일부터 뽑는다는 것을 귀측에 알린다. 우리의 사전통보 조치는 어디까지나 뜨거운 동포애와 인도주의 정신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인도주의로 방류한다?
북한은 이 기사를 쓰는 6월14일까지도 계속해서 금강산댐 물을 방류하고 있다. 방류가 계속되자 물은 훨씬 맑아졌다. 그러나 왜 처음 금강산댐에서 방류한 물이 더러웠는가를 시원스럽게 설명해주는 사람은 드물다. 더욱 답답한 것은 이 물이 금강산댐의 ‘어느 구멍’에서 나오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금강산댐은 남한을 겨냥한 ‘제2의 노동미사일’이고 또 하나의 핵무기다. 고의든 부실공사 때문이든 이 댐이 터지면, 남한은 즉각 전시(戰時) 체제로 돌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한의 많은 토목 전문가들은 “올 여름 홍수 때 금강산댐이 붕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한반도에 전시를 방불케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금강산댐 붕괴 논란이 일자 남한 정부는 평화의 댐 시공사인 대림산업을 시켜 4월 말부터 평화의 댐 보강 공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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