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에게 인맥은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하다. 하나는 ‘돈줄’이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조직’이 된다는 점에서다. 돈과 조직은 한국정치에서 중요한 변수다. 한국에서 선거에 출마하려면 가장 먼저 돈과 조직을 챙겨야 한다. 보통의 정치인이라면 돈보다 조직을 중시한다. 일단 조직이 꾸려지면, 자연스럽게 돈이 모이기 때문이다. 물론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돈과 조직을 보완관계로 볼 수도 있다.
무소속 정몽준 의원의 경우는 조금 얘기가 다르다. 그는 합법적인 정치자금 모금 루트인, 후원회를 가장 적게 연 정치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1988년 13대 총선거를 통해 정계에 입문했을 때부터 단 한번도 돈 걱정을 해본 적이 없는 거의 유일한 정치인이다. 이런 까닭에 정의원의 조직은 여느 정치인과 다를 수밖에 없다. 그가 장차 대통령후보로 나선다 해도, 그런 성격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몽준 의원에 대해 오해하는 게 있다. 그의 뒤에는 엄청난 ‘브레인 그룹’이 있을 거라는 선입견이다. 이것은 정의원이 국회의원, 현대중공업 고문, 대한축구협회장, 월드컵조직위원장, FIFA(국제축구연맹) 부회장, 울산대 이사장 등을 겸임하면서도 대선주자로서의 면모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야당의 한 중진의원은 “누군가 치밀하게 전략을 짜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말까지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의원의 주변에서 비밀 캠프나 브레인 집단은 보이지 않는다. 광화문 신문로빌딩 후원회 사무실은 이미 공개된 장소이고, 아침마다 축구협회에서 열리는 참모회의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따금씩 정의원이 시내의 호텔 등에서 지인들을 만나는 것이 기자들에게 목격되기도 했지만, 그것을 ‘캠프’나 ‘브레인 그룹’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겉모습만 놓고 볼 때 그는 여전히 단기필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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