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달라보였다. 올해 초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였을 때 만난 이인제(李仁濟) 의원에게서는 여유가 느껴졌었다. 난처한 질문도 유연하게 넘겼고 필요하면 유머도 섞어 좌중을 즐겁게 했다.
하지만 경선이 끝나고 다시 만난 이의원에게 과거 같은 여유는 없었다. 독기라고 할까, 공격적인 기운이 그를 에워싸고 있었다. 1997년 겨울, 점퍼차림으로 혈혈단신 대선 현장을 누비던 모습을 연상케 했다. 뭔가 중요한 행동을 앞두고 잔뜩 몸을 도사린 듯한 느낌, 이인제 의원에게서 그런 기(氣)가 느껴졌다.
7월11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인제 의원을 만났다. 이의원은 직접적인 표현을 자제했지만 정치권에 중대한 변화가 임박했고 그 변화를 주도해보겠다는 뜻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이의원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통해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다소 생소한 권력구조를 제안하며 이를 위한 개헌운동을 벌일 것을 천명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개헌론에 “대다수 국회의원들이 마음속으로 동의하고 있다”며 “이제 자연스러운 변화들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노무현 후보의 8·8재보선 뒤 100% 재경선실시 주장에 대해 “참여할 생각도 관심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대권도전의 꿈을 접었느냐는 질문에는 “새천년민주당의 후보가 되고자 하는 꿈은 접었다”는 대답으로 여운을 남겼다.
직접화법으로 정계개편을 주도하겠다고는 말하지 않았지만 노무현 후보체제의 민주당에 대한 불신감을 숨기지 않았으며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는 말로 자신의 각오를 대신하기도 했다. 이의원과의 인터뷰는 그가 최근 정가의 화두로 던진 개헌론에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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