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열리기 직전 탈북자들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3월14일 25명의 탈북자가 중국 주재 스페인대사관으로 진입한 것을 시작으로 6월말까지 69명의 탈북자가 베이징(北京)에 있는 독일·미국·캐나다·일본·한국대사관(영사부 포함) 등으로 뛰어들었다. 전부는 아니지만 탈북자의 대사관 돌진 뒤에는 한국의 NGO가 있었다. 탈북자와 NGO는 중국을 무대로 ‘기획망명’이라는 이벤트를 창출한 것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 한국을 찾은 외국 기자들은 화염병을 들고 정부기관을 향해 돌진하는 시위대를 찍는 데 바빴다. 그러나 지금은 베이징을 무대로 중국 주재 외국기관으로 뛰어드는 탈북자의 사진이 한반도 상황을 웅변하고 있다. NGO와 탈북자, 그들은 왜 기획망명을 시도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으로 하여금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케 하는 국제 여론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현재로서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로 보인다. 중국이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NGO와 탈북자들은 우공이산(愚公移山)의 끈질김으로 중국을 압박한다는 투지를 보이고 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어리석음이냐 ‘산을 옮긴 우공’의 끈질김이냐, 두 세력의 싸움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NGO가 탈북자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북한을 해방시키기 위해서다. ‘해방’은 공산주의자들이 자주 쓰는 단어인데, 거꾸로 북한을 해방시키겠다고 한다. 한 NGO 관계자의 말이다.
“중국이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고 중국 내에 탈북 난민수용소를 짓는 데 동의했다고 가정해보자. 난민수용소는 먹을 것과 입을 것 그리고 잘 곳을 해결해준다. 중국 공안에 쫓겨다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탈북자 수용소가 건립됐다는 소문이 퍼지면 북한에서는 수용소로 오기 위해 대규모 탈출이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탈북자들이 모이면 자연 김정일(金正日) 정권을 성토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인권 탄압자로 몰린 김정일 정권은 더욱 고립되면서 정권 붕괴가 가속화 된다. 북한 주민은 압제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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