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대표 취임 이전까지 한나라당은 ‘차떼기 정당’ 이미지에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역풍, 당내 분란까지 겹쳐 사실상 지리멸렬한 상태였다. 박 대표체제 출범 이후 선거 당일날까지도 그 후유증으로 당의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공천심사위 결정 존중”
박근혜 바람이 미풍이었다가 점차 강풍으로 바뀐 이유에 대해 그의 한 측근은 이렇게 설명했다. “박 대표가 그 동안 각종 선거에서 지원유세를 많이 벌였지만 이번처럼 원내 1당의 최고 리더 자격으로 언론매체에 노출된 적은 거의 없었다. 국민들이 처음에는 정형화된 박근혜, 즉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딸’ 정도로만 생각하다가 차츰 박 대표의 개혁성과 진정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전의 인기가 단순히 인지도와 향수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당대표로서 정치력을 인정받은 결과라는 것이다. 박 대표도 자신이 혼자 이끌다시피 한 선거 결과에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한나라당을 수렁에서 건졌다는 자부심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물론 한나라당이나 박 대표 입장에서 이번 총선 결과가 객관적으로 썩 좋은 것은 아니다.
박 대표와의 단독 인터뷰는 선거 다음날인 4월16일 아침 이뤄졌다. 선거 직전에도 한 차례 인터뷰를 가졌다.
-이번 선거 결과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감사하죠. 국민들이 한나라당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많이 느꼈습니다. 신뢰받을 수 있는 정당을 만드는 데 온힘을 쏟겠습니다.”
-부패한 이미지의 한나라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국민들에게 약속드린 대로 상생의 정치를 펴서 나라를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하려고 합니다. 한나라당이 서민생활 안정과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정책정당으로 기능하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여권은 총선 전에 ‘국회의 권력 이동’을 주장했습니다. 정권 교체는 이루었지만 의회권력은 여전히 기득권층에 있어 이마저도 교체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만.
“한나라당이 잘못은 많이 했지만 그나마 없었다면 이 나라 국회가 어떻게 됐겠습니까. 여당은 권익과 권리만 주장하며 막상 국익을 위한 결정적인 순간에는 뒤로 빠졌습니다. 책임은 한나라당에 넘겼습니다. 이라크 파병안, 한·칠레 FTA 비준안 등에서도 국익을 외면할 수 없어 욕먹을 줄 알면서도 한나라당은 앞장섰던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국제적인 고아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겁니다.
급진적 모험주의로 가고, 편가르기를 하는 세력이 권력을 잡았으면 합리적 안정세력이 반대편에서 균형을 맞추고 견제를 해야 합니다. 그것을 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대통령도 국민의 대표지만 국회도 국민의 대표입니다. 대통령이 법치의 근간을 흔드는 발상을 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청와대에 직접 가서 못하게 할 수는 없으니 국회가 대신하는 것입니다.”
-대표에 취임하기 전 이미 지역구 공천이 모두 마무리된 상태였는데, 혹시 일부 지역의 경우 공천이 잘못됐기 때문에 당선자가 적다는 생각은 안했습니까.
“지역구 공천에는 제가 전혀 손을 못 댄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공천심사위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한나라당이 영남권에서 압승을 거둔 반면, 호남에서 전멸해 다시 ‘지역당’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다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까. 주어진 상황에서 더 노력해서 (지역주의를) 해소해야지요.”
-총선 결과 야당통합 등의 정계개편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겠습니까.
“그건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정부가 잘못한 것을 바로잡는 일이 급선무라고 봅니다.”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을 견제하기 위해선 다른 야당과의 사안별 연대나 정책공조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그렇지요. 국익을 위해, 나라를 위해 필요하다면 정책공조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