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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철 열린우리당 공천심사위원의 총선 관전기

몽골 기병 초원을 달리듯 국민 품속으로 뛰어들다

이재철 열린우리당 공천심사위원의 총선 관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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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대 총선에서 표출된 민심은 부정부패와 지역주의를 청산하라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지역간, 보수·진보간, 세대간 갈등을 끌어안고 상생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열풍이 언제 태풍으로 바뀌어 열린우리호(號)를 뒤집을지 모른다.
이재철 열린우리당 공천심사위원의 총선 관전기

4월13일 오후 김근태 우리당 원내대표의 김포시청앞 유세.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온 선거는 거의 언제나 돈과 조직에 좌우돼왔고, 비록 그 의미와 강도는 조금씩 달랐지만 항상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제17대 총선처럼 다양한 형태의 바람이 불어 유권자의 표심이 요동친 선거는 없었다.

그 중에서도 탄핵바람은 유권자의 지지성향과 정치판도를 송두리째 뒤흔들어놓은 태풍이었다. 3월12일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 그리고 자유민주연합은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하는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193대2라는 유신체제하에서나 있었을 법한 몰표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탄핵발의가 통과된 직후만 하더라도 탄핵결의를 통과시킨 국회의원들은 물론 탄핵결의를 지켜보며 통곡하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조차도 탄핵바람이 이렇게까지 기존의 정치판도와 선거판도를 완전히 뒤집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탄핵풍 본질은 부패정치에 대한 분노

기존 당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아니한 상태에서 팽팽하던 유권자의 지지도는 급변해 한때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도가 50%대로 치솟고 의석수가 200석에 달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예측까지 나오게 됐다. 이러한 탄핵 폭풍 속에 진행된 제17대 총선 결과, 열린우리당이 지역구 129석과 비례대표 23석을 합해 과반수가 넘는 152석을, 한나라당은 121석을 얻었고, 민주노동당은 10석을 얻어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이에 비해 오랜 역사를 가진 새천년민주당은 국회교섭단체 구성도 할 수 없는 9석에 그쳤다.

탄핵 역풍이 불기 전에도 열린우리당은 개혁성향과 당대표로 선출된 정동영 의장의 상대적으로 젊고 신선한 개인적 이미지, 그리고 정치안정을 바라는 민심의 향배로 선전이 예상되기는 했지만 탄핵바람이 없었다면 과반수 의석을 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정치판도를 완전히 뒤바꿔놓은 탄핵바람의 실체는 무엇인가. 탄핵바람의 실체를 ‘당리당략에 얽매여 민생은 뒷전에 두고 정쟁이나 일삼던 국회의원들이, 그것도 차떼기 등으로 부패의 온상으로 매도되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축이 돼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식물인간으로 만든 것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다수의 힘에 밀려 통곡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에 대한 연민의 정이 표출된 것’ 정도로 보는 것은 너무 피상적인 관찰이다. 탄핵바람은 차떼기로 상징되는 부패정치, 말뚝도 꽂으면 당선된다고 하는 지역주의, 이에 터 잡은 패거리정치, 민생을 무시한 채 당리당략에 눈멀어 타협을 거부하는 대결정치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폭발한 회오리바람이었다. 그리고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은 비록 탄핵사태로 촉발돼 폭풍으로 변했지만 지난 대선 때부터 불붙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어떤 당인가. 영남이라는 탄탄한 지역기반 위에서 40년 이상 이 땅의 정치를 좌지우지한 주역이 아니던가. 한나라당은 3월23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탄핵의 주역인 최병렬 대표를 퇴진시키고 박근혜 의원을 새 대표로 선출했다. 박 대표는 차떼기 부패의 상징인 여의도 당사를 떠나 급조한 천막당사로 옮겨 당 간판을 걸었다. 그리고 국민 앞에 참회의 눈물을 흘리면서 조계사에서 사죄의 108배를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탄핵바람에 반격을 개시했다. 박근혜 바람(朴風)은 탄핵풍에 침몰 직전까지 간 한나라호(號)가 121석의 탄탄한 제1야당으로 항해를 계속하게 하는 데 성공적인 역할을 했다.

새천년민주당도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개혁적 여장부라는 이미지를 가진 추미애 의원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추 의원은 4월3일 전남 도청에서 망월동 민주화 묘역까지 ‘3보1배’의 고행을 하면서 호남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비해 당의 결속력이 약했고 무엇보다도 한나라당과 공조해 탄핵안을 가결시킨 행위에 대한 호남 민심의 격렬한 반감에 부딪쳐 추미애 바람(秋風)의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원내교섭단체에도 못 미치는 9석을 겨우 건졌다. 한때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의 한 사람으로 거명되던 추 의원은 지역구 낙선으로 자신마저 낙마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인생은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승승장구하던 열린우리당은 정동영 의장이 4월1일 어느 인터넷 방송 인터뷰에서 젊은 세대의 투표참여를 강조하면서 ‘60세 이상 노인은 투표하지 않아도 된다’는 비유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궁지에 몰린 야당들은 이를 절호의 반격 기회로 삼아 세대간 갈등을 부추기는 여론몰이를 했다. 이로써 탄핵바람을 역류시키는 노풍(老風)이 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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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재철 변호사 mdlaw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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