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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특별법’ 제정 산파 지은희 여성부 장관

“프리섹스는 OK, 성매매는 NO!”

‘성매매 특별법’ 제정 산파 지은희 여성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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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시위 벌이는 성매매 여성은 ‘스톡홀름 신드롬’에 빠져 있다
  • ● 1차 목표는 2007년까지 성매매 규모 3분의 1로 줄이는 것
  • ● 나 혼자 여성 장관인 건 안타깝고 속상한 일
  • ● 호주제, 올해 안에 폐지되리라 기대
  • ● ‘내 딸이 당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행동은 해도 괜찮다
  • ● 육아 책임 여성에게 너무 많이 지운 것도 저출산 원인
‘성매매 특별법’ 제정 산파 지은희 여성부 장관
2001년 정식 부처로 승격한 이래 ‘있는 듯 없는 듯’하던 여성부가 최근 하트(hot)한 부처가 됐다. 9월23일 시행된 성매매특별법 때문이다. 이 법은 여성부가 중심이 되어 만들었다.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8만여개 성매매 업소에 종사하는 윤락여성 수는 33만여명에 이른다. 실제 성매매 여성 수는 이보다 2배 가량 더 많다고 보는 여성학자도 있다. 국내 성산업 매출 규모는 24조원.

법 시행과 함께 경찰이 특별단속을 벌이자 전국 35개 집창촌과 국회 앞에서 업주와 성매매 여성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대형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빨간 야구모자를 쓴 여성들은 ‘생존권 짓밟지 말고 우리의 직업을 인정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의 국회 앞 시위가 벌어지던 날, 지은희(池銀姬·57) 여성부 장관이 언론사 담당 논설위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인터뷰에 앞서 공부를 하는 뜻에서 여성부에 젓가락을 하나 더 놓아달라고 부탁하고 간담회에 끼여들었다.

여성 남성 논설위원이 반반이었다. 여성 논설위원들은 대부분 성매매 특별법과 특별단속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중앙일보 홍은희 논설위원이 가장 강경론자였다. 홍 위원은 “성매매가 범법행위라는 측면에서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는 마치 도둑이 벌이를 보장해달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한겨레의 지영선 논설위원은 “여성부가 마약과의 전쟁, 테러와의 전쟁보다 더 어려운 전쟁에 나섰다”고 격려했다.



지 장관과 여성 논설위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남성 논설위원들은 마치 ‘과거가 떳떳지 못한’ 사람들처럼 다소곳이 듣거나 맞장구를 쳤다.

지 장관은 시위 여성들이 “스톡홀름 신드롬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스톡홀름 신드롬은 1973년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벌어진 은행강도사건 당시 130여 시간 인질로 잡혀 있던 여성이 은행강도 한 명과 사랑에 빠진 사건에서 유래된 범죄심리학 용어다.

지 장관은 “성매매산업의 규모를 3분의 1 가량 줄이는 게 목표다. 그러기 위해선 성매매를 수요를 줄여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남성들이 자기 부인 놓아두고 이렇게 대규모로 성구매 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지 장관과 여성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프리섹스는 OK, 성매매는 NO’였다.

간담회 나흘 뒤 여성부 장관실에서 인터뷰가 이뤄졌다. 지 장관의 체구는 아담한 편이다. 카리스마나 위압감을 발산하는 풍모는 아니지만 여성단체 회원들로부터 ‘왕언니’라는 칭호를 부여받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3S 우중화정책이 性산업 번창 원인

-새로 제정된 성매매특별법이 과거 윤락행위방지법과 어떻게 다른가요.

“인신매매는 말할 것도 없고 성매매를 강제하거나 알선하는 업주에 대한 처벌기준을 강화했습니다. 알선업자가 취한 이익은 몰수 추징하게 돼 있고요.

과거 윤락행위방지법은 성매매를 한 남녀를 다 처벌하게 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로 여자들이 처벌받았습니다. 특별법에는 성매매 피해여성이란 개념이 새롭게 도입됐어요. 위계(僞計) 폭력 강제 감금 인신매매 등을 통해 본인 의사에 반해 성매매를 했을 경우 피해여성으로 보고 형사처벌을 면제합니다. 또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다양한 보호조치를 담고 있습니다.”

2000년 군산에서 성매매 여성 5명이 감금된 상태에서 화재로 타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화재현장에서 성매매 여성들의 일기가 발견됐고, ‘취업각서’ ‘현금보관증’ 같은 선불금 문서도 나왔다. 어처구니없게도 업주는 7억원짜리 주택에 살면서 2억원짜리 외제차를 굴리고 다녔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지 장관이 소속돼 있던 여성단체연합에서 성매매를 금지시켜달라는 입법청원을 했다.

“2002년 군산 집창촌에서 또 14명이 화재로 죽었어요. 우리 사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했다는 자각이 커졌습니다. 여성운동단체들이 앞장서고 민변 변호사들이 도와줘 법안을 만들어 입법청원을 했습니다. 내가 여성부 장관이 되고 나서는 정부법안으로 만들었죠. 조배숙 의원이 대표발의를 했고 여성부가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인 거죠. 법이 2개로 갈라져 있어서 절차가 복잡했는데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적극 협조했죠. 의원들 찾아다니면서 설명도 드렸고요.”

-지은희 강금실 조배숙 세 여성이 성매매특별법의 산파인 셈이네요.

“주역은 여성운동계입니다. 여성의원들도 열심히 도와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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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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