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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기자가 본 ‘노무현號 청와대 홍보실’

‘업무적 미숙함’ ‘인간적 거리감’ 여전한 386의 城

출입기자가 본 ‘노무현號 청와대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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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정부에 대한 논란의 근원은 ‘홍보’에 있다. 정부 홍보시스템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변화와 갈등이 있었다. 기자실 폐쇄, 인터넷 브리핑제 신설, 언론을 향한 독설, 급증한 대(對)언론 소송…. 그러나 국정홍보의 사령탑인 청와대는 “국민과 잘 소통하고 있다”고 자평한다. 지난 4년여간 청와대 홍보실을 출입해온 기자가 그 속사정을 전한다.
출입기자가  본 ‘노무현號  청와대 홍보실’
“어리둥절하지만 아무튼 고맙습니다.”

마라톤 협상 끝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된 다음날인 4월3일자 조간신문들은 협상 결과를 상세히 전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추진력을 극찬했다. ‘참여정부’에 비판적이던 신문들도 마찬가지였다. 청와대대변인을 겸하고 있는 윤승용 청와대홍보수석은 이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기자들에게 “어리둥절하지만 고맙다”고 했다.

노 대통령의 지지율도 치솟았다. 10%대까지 가라앉았던 것이 일순간 30%대로 올랐다. 청와대홍보수석을 지낸 이병완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30%는 아무것도 아니다. 두고봐라. 50%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장담했다.

“노무현 지지율을 5% 이하로 떨어뜨릴 수 없는 사회는 병든 사회”라고 독설을 퍼붓던 조갑제 전 ‘월간조선’ 사장마저 노 대통령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형국이다. 조 전 사장은 “노 대통령과 같은 저항과 도전정신의 소유자는 기득권자와 싸울 때 사명감이 생겨서 용감해지고 때로는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한다”고 했다.

한미 FTA 타결 후 청와대홍보수석실은 사기가 올랐다. “디스카운트됐던 노 대통령의 진면목이 임기 말에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할 맛이 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들뜬 분위기는 아니다. 홍보수석실 관계자는 “대통령의 인기가 올라갔다고 대통령 홍보에 부산을 떨 생각은 없다. 하던 대로 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정섭 청와대부대변인은 “바른 길로 가다 보니 일이 잘된 것이지 우리가 홍보를 잘해서가 아니지 않으냐”며 “딱히 대(對)언론 기조에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똑바로 써달라”

그러나 노 대통령 임기 말 청와대홍보수석실에서 변화가 감지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한미 FTA 타결에 따른 대통령의 인기 상승과는 별개다. 청와대는 참여정부 출범 초 “어미가 젖을 떼는 심정”(문희상 비서실장)으로 언론과 ‘적대적’ 긴장관계에 돌입했다. 이후엔 ‘건강한 긴장관계’라고 정의 내린다. 그런데 지금은 ‘긴장관계’가 조금 느슨해지고 있다는 평이다.

변화의 출발점은 올 초 단행된 홍보수석실의 체제개편이었다. 윤승용 홍보수석겸대변인 이전에는 홍보수석직과 대변인직을 두 사람이 따로 맡았다. 윤 수석은 취임 후 첫 브리핑에서 “국민의 정부 시스템에서 좋은 점과 개선해야 될 점을 활용하겠다”고 했다. 그는 ‘한국일보’ 정치부장 출신이다. 언론계에 발이 넓다. 노 대통령은 임기 말에 이르러 역대 정권의 일반적인 대변인 상(像)에 근접한 대변인을 앉힌 셈이다.

윤 수석 취임 후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국가정보원을 방문했다. 국정원에서 사격 체험을 하고 국정원 간부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전임 정권까지는 간혹 있던 일이지만 현 정부 들어선 처음이다. 최근엔 홍보수석이 직접 브리핑한다. 홍보수석은 수석·보좌관회의를 비롯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자리에 자주 참석하는 만큼 “예전과 달리 무게가 실린다”는 얘기도 듣는다. 이전의 대변인도 회의에 자주 참석했지만 주로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는 자리로 제한됐다.

대신 홍보수석이 주재하는 주례회의는 없어졌다. 윤 수석이 워낙 바빠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그룹별로 언론보도 내용 분석을 위한 회의만 열린다. 청와대는 지난 4년 동안 시행된 정부 부처의 개방형 브리핑제를 전면 재검토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언론과의 긴장관계 기조를 바꾼 것은 아니다. 일부 언론과는 여전히 한랭전선이다. 윤 수석은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해달라고 바라는 게 아니다. 똑바로 써달라, 팩트를 있는 그대로 전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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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 영남일보 정치부 기자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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