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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개헌 드라이브 내막

이재오가 ‘찔러서 손해 볼 거 없다’ 설득 … 이명박은 ‘정 그러면 총대 메라’ OK

이명박 개헌 드라이브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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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개헌 드라이브 내막

2월8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개헌 의총.

이 대통령은 신년 좌담회에서 “개헌은 청와대가 주도할 시간도 없다”고 주문했다. 개헌론의 순수성에 의문을 갖고 있는 친박계의 한 의원도 “MB는 깃발만 쥐어주고 뒤로 빠졌다고 본다. 정치적 논쟁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한 것 같다. 청와대와 정치권 친이계가 역할분담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하나로 뭉쳐 개헌 드라이브를 걸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오 특임장관과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논의를 잘만 이끌어가면 연내 개헌도 가능하다며 소속 의원들을 독려한다. 그러나 청와대의 임태희 대통령실장이나 정진석 정무수석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평도 포격으로 기회 날려”

이 장관과 김 원내대표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는 말도 들린다. 한때 두 사람이 나서서 민주당 지도부와 개헌공론화에 의견접근을 봤다는 소문이다. 정부 정무라인의 실무자는 “이 장관이 지난해 8월 취임 직후 김 원내대표와 함께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개헌논의를 시작하기로 잠정적 합의를 한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논의가 무르익기도 전에 11월23일 연평도 포격 사태가 일어나는 바람에 일단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전했다.

친이계 한 의원은 당시 상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여야 지도부 사이에 권력 분산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고 들었다. 이는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나라당 친이계의 경우 박근혜 전 대표의 집권이 유력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정권탈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차기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데 동병상련했다는 의미다.



야당의 한 당직자도 “여야 지도부가 개헌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말이 야권 내부에서 나돈 것은 이재오 장관 취임 이전부터”라고 했다. 민주당이 정부의 4대강 정비 사업에 강하게 반발할 당시에도 여야 간에는 4대강특위 설치와 개헌특위 설치를 맞바꾸는 내용의 ‘빅딜’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이 장관과 김 원내대표의 자신감과는 달리 지금은 개헌 실현 가능성이 낮아졌다. 개헌 추진과 맞교환할 이슈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개헌논의는 이미 실기(失機)했음을 들어 등을 돌린 상태다. 한나라당 내 친박계는 현 정부 임기 내 개헌 실현 가능성은 제로임을 잘 알면서도 친이계가 유력 대선주자인 박 전 대표를 흔들기 위해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고 본다.

“인터벌 갖고 가려 한다”

친이계 내에서도 연내 개헌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견해는 극소수다. ‘동아일보’의 한나라당 의원 대상 전수조사에서 한나라당 의원의 92%는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77%는 18대 국회 임기 내에 개헌이 성사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다. 정부 정무라인 관계자는 “그럼에도 올해 말까지는 인터벌을 갖고 가려 한다”고 했다. 올 한 해는 개헌을 매개로 정치적 효과를 노리겠다는 뜻이다.

친박계가 보는 친이계 주도 개헌논쟁의 정치적 효과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친이계 결속’이다. 개헌론을 쟁점화해 전선을 형성하면 박 전 대표 진영으로 월박(越朴)하려는 일부 친이계 의원들의 발길을 잡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친이계의 한 핵심 인사는 “개헌이 될지는 두 번째 문제다. 지금은 명분을 쥐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세력이 순식간에 흩어진다. 명분이 서고 내용에 공감하면 뭉친다. 내부 구성원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리트머스도 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이 개헌 반대자(박근혜 전 대표)를 골리앗에, 자신을 힘이 약한 다윗에 빗댄 것 자체가 강력한 적을 설정함으로써 위기감을 확산시켜 내부단합을 이끌어내는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

둘째는 이 장관이 차기 당권을 겨냥한 포석으로 개헌 카드를 깔았다는 분석이다. 4·27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면 안상수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안 대표는 ‘보온병 폭탄’‘여성 비하’ 발언으로 구설에 올라 입지가 불안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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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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