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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의 ‘핵무장론’을 반박한다

효과는 기대난망, 부작용은 기정사실…진정 원한다면 지금은 침묵해야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의 ‘핵무장론’을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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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의 ‘핵무장론’을 반박한다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주장하고 나선 ‘조선일보’ 계열 매체의 기사와 칼럼.

“한미원자력협정 등 관련 양자협정들은 대표적인 불평등조약이다. 일방적으로 공급이 중단돼도 손해배상 요구나 이의제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핵 보유 국가들에 목줄이 딱 걸려 있는 셈이라고 할까. 자신들만이 핵을 오로지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가장 막강한 규제장치로, 이들은 핵연료를 한꺼번에 많이 판매하지도 않는다.”

한국이 보유한 연료 가공시설이 연간 550t 생산 규모임을 감안하면, 해외로부터 핵연료 판매가 끊길 경우 불과 1년 남짓이면 가동을 중단하는 원자력발전소가 생겨난다. 창고에 보관 중인 핵연료를 탈탈 털어봐야 3년이 지나면 20기의 원전이 모두 멈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원자력발전 의존율이 총 전기생산량의 40% 이상, 전체 에너지량의 15%에 달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다.

“누군들 생각해보지 않았겠나”

원자력협정의 파기와 함께 해외 원자력발전소 수출도 불가능해진다. 원자력 원천기술이 없는 한국은 그간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원전 수주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관련 기업을 파트너로 끌어들인 바 있다. 협정이 붕괴될 경우 기술협력이 중단되므로 이러한 작업도 불가능해지고, 이미 맺은 계약은 엄청난 위약금을 물어가며 파기해야 한다.

예상하기 쉽지 않은 문제도 있다. 각종 질환을 진찰하고 치료하는 데 쓰이는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의 공급도 중단된다. 테크네슘 등 해당 국가로부터 바로 들여오는 원소는 말할 것도 없고 국내에서 자체 생산하는 원소도 연료가 끊기면 만들어낼 수 없다. X레이와 CT 촬영, 방사선 항암치료 등이 한꺼번에 불가능해진다. 특히 이들 원소는 반감기가 매우 짧아 비축이 불가능하므로 수일 이내로 문제가 불거진다. 안보당국에서 일하는 한 전문가는 “전국적인 의료대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장은 원자력 관련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NSG 등 앞서 거론한 수출통제 조약들은 원자력 전용 부품이 아니라 해도 핵 개발에 쓰일 수 있는 자재와 품목은 뭐든지 의심국가에 수출하지 않는, 이른바 ‘이중용도 품목 수출제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베어링이나 시계, 전화기 같은 경공업 제품은 물론 고무, 소금, 석고, 시멘트, 비료 등 기초재료까지 사실상 대부분의 공산품이 여기에 속한다. 산업기술 선진국이 대부분 가입해 있는 해당 조약이 한국을 의심국가로 지목할 경우 반도체와 자동차, 선박, 철강 등 주요 산업이 받을 타격은 거의 궤멸 수준에 이른다.

유엔 안보리에 회부돼 제재를 받는 경우는 북한 사례에서 충분히 확인한 바 있다. 이러한 제재가 북한과는 전혀 다른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의 국가신용에 미칠 영향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 2003년 우라늄 농축을 공식 선언한 이란은 북한과 달리 평화적 용도를 위한 농축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며 NPT에 남았지만,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를 거론하며 신용등급 평가를 아예 중단한 바 있다. 투자등급을 ‘안정(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상향조정한 지 불과 2년 만의 일이었다. 한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솔직히 누군들 핵 보유를 생각해보지 않았겠나. 그러나 무역의존도가 85%에 달하는 한국은 대외경제 의존도가 극히 낮은 북한이나 막대한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이란과 사정이 전혀 다르다. 한국이 핵무장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떠나고 주가 등 경제 지표가 곤두박질칠 텐데 국민이나 기업들이 수용할 수 있을까. 창피만 당하고 이내 철회하는 식으로 싱겁게 마무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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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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