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24일, 김정일 최고사령관 추대 30주년 기념행사가 있은 직후, 평양 중구역 특각(김정일 개인 별장)에서 김정은 북한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주관하는 정세평가회의가 열리고 있다. 참석자는 김양건 당 대외연락부장,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먼저 김양건 부장이 입을 연다.

김양건 통전부장.
김정각 | (얼굴을 붉히며) “우리 내부의 군사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2009년 2차 핵실험, 2010년 선제적 타격(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을 통해 우리 조선인민군은 강성대국의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남조선 인민들이 우리 군을 두려워하도록 해야, 북조선에 우호적인 정치세력을 지지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준비된 3차 핵실험, 장거리미사일 실험을 조속히 해야 합니다. 남조선 인민들이 우리를 두려워하면 할수록 우리 조선에 대해 협력을 강조하는 정치일꾼을 지지할 것입니다. 대장동지의 결심만 있다면 어떠한 일도 할 수 있는 군사적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김계관 | (손사래를 치며) “현재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우리의 입장이 잘 먹혀들고 있습니다. 미국과 직접 대화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우리에게 두 차례 핵실험을 한 것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미국은 우리 조선의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그래서 핵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강조하고 있는데, 2011년 11월에 미국 학자들(스탠퍼드대 지그프리드 해커 교수 등)을 초청해서 우리 입장을 설명했더니 상당히 수긍하는 분위기였습니다. 6자회담 조기 재개를 통해 국제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6자회담이 제대로 진행되면, 우리가 보유한 핵에 대해 남조선 인민의 경계심도 없어질 것이고, 우리가 원하는 정치구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날 회의를 주관한 북한지도자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자신 있고 여유 있는 표정으로 “잘 들었소, 천천히 생각합시다. 아버지가 잘 결심할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회의를 마쳤다. 최종선택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하게 될 것이다.
최근 나타나는 대남정책, 대외전략의 가장 큰 특징은 중심기조 변화가 매우 빠르다는 점이다. 2010년 9월 북한 노동당 당대표자 대회를 전후해 김정각을 대표로 하는 군부에 힘을 실어주었지만, 이후 6개월간 김양건의 대남 평화공세에 힘을 실어주었고, 현재는 6자회담을 주도하는 김계관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거의 6개월 만에 대남전략 기조가 고강도 도발→평화공세→외곽공세(6자회담)로 바뀌고 있다.
2012년 2~6월 도발 가능성
이러한 변화는 북한 내부 정세와 맞물려 있다. 김정일-김정은 승계구도를 조속히 정착시키기 위해 다각도의 대남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과 그 측근은 대남정책을 통해 국내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 한국민의 태도를 시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분석으로는, 2012년 초 북한의 대남정책은 2011년 정책의 연속국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6자회담 재개를 주장했고, 북한과 미국의 협상을 권유하는 조엘 위트(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연구원) 등 미국 학자를 불러들여 핵의 평화적 활용가능성을 강조했다. 동시에 한국 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을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2011년 11월 연평도 포격 1주년을 맞자 ‘청와대 불바다’ 등 거친 표현으로 한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적어도 2012년 2월 이전에는 김계관의 구상에 힘을 실어주면서, 김정각의 입장을 고려하는 모양새를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2012년 2월에서 6월까지는 북한지도부가 새로운 모험에 유혹을 느낄 것이다. 2002년 6월29일 서해에서의 도발이 한국 대선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도 기억할 것이다. 아울러 이 시기에는 춘궁기로서 북한 내부의 불만이 극대화될 가능성이 높다. 내부불만을 통제하는 데 유용한 긴장을 만들고 강성대국의 축포를 쏘는 차원에서 도발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