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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말아톤’ 다운증후군 딸 키우는 나경원 의원

“유나야 고마워, 난 네 미소만으로도 행복해…”

‘여의도 말아톤’ 다운증후군 딸 키우는 나경원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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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이 컸을 텐데 주변에서 누가 가장 큰 버팀목이 됐나요.

“남편이죠. 마찬가지로 충격을 받았을 텐데, 저보다는 남편이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 같더라고요. 묵묵하게. 서로 이야기 안하고 그냥 같이 지냈어요. 이야기 한다고 결론이 나는 것도 아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같은 결론을 내렸던 것 같아요. 열심히 키우자고.”

-출산 전에 태아 장애감별을 안했나요.

“그때 혈액검사를 했는데, 정상범위에 든다고 했어요. 근데 혈액검사에서 장애여부가 다 안 잡힌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경우였어요. 양수검사를 하면 100% 확실히 알 수 있는데, 그건 산모 나이가 보통 35살 이상일 경우에 한다더군요. 유나를 낳을 때 전 그 나이가 되지 않았던 거죠.”

-만약 출산 전 검사결과 장애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 같습니까.



“솔직히…그렇다면 병원에서 (낙태를) 권유하지 않았겠어요. 산모의 의식도 비슷할 것이고. 그냥 막연히 생각해보면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초등학교 입학시킬 때 느낀 좌절

-맞벌이 부부였는데, 유나는 어떻게 키웠나요.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는 직접 키워주시진 못하고, 근처에 사시기 때문에 조금 도와주는 정도였어요. 부산지방법원 판사로 있을 때 부산에서 한 4년 살았는데, 사실상 제가 끼고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면서 유나를 키웠죠. 사실 저 때문에 또 어머니가 희생하시는 것은 정말 원치 않았어요. 어떻게든 저 혼자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항상 문제인데, 여자가 일을 하면 항상 또 다른 여자가 희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아이들 생각만하면 할머니들이 와서 좀 도와줬으면 할 때도 있는데, 할머니들도 다 본인들의 인생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죠.”

-많이 힘들었겠어요.

“힘들지 않았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죠. 자기 자신을 위해서 쓸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더라고요. 그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직장인으로서 최선을 다하는데, 자기의 개발을 위해서 쓸 수 있는 시간이 없잖아요. 또 정치인과 법조인을 비교하자면, 법조인일 때는 제 시간을 관리할 수 있어서 그나마 좋았어요. 판사 일은 자기 혼자 하는 거잖아요. 다른 사람하고 꼭 만날 필요도 없고, 자기 혼자 판결문을 쓰면 되거든요. 또 1주일에 한번 정도 재판하기 때문에 시간을 충분히 관리하면서 아이들을 키울 수 있어요. 그런데 정치는 남하고 같이하는 일이 많고, 어떤 중요한 사건이 터지거나 갑자기 농성에 들어간다든지 하면 시간 관리하는 게 참 어려워요.”

나 의원은 유나를 키우면서 초등학교 입학을 시키는 과정에 가장 큰 좌절을 맛봤다. 나 의원은 딸을 사립학교에 입학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장애아라는 이유로 일언지하에 거절당하고 만다. 아무리 사정해도 돌아오는 건 상처뿐이었다. 법적으로 한번 따져보려고도 했다. 그 분야에서는 전문가 아닌가. 그러나 딸이 받을 상처가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이 사건이 결국 나 의원이 정치에 입문하는 중요한 계기 중의 하나가 된다. 현재 유나는 집 인근의 일반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유나가 학교 다니면서 힘들었던 적은 없나요.

“많죠. 학교에 갔다 온 유나한테 ‘누가 때렸어’ ‘누가 놀렸어’라는 말을 들으면 맘이 얼마나 아픈지. 같은 반이나 같은 학년 아이는 별로 안 그래요. 그런데 다른 학년 아이는 잘 모르니까 자기와 다른 부분, 유나가 잘 못하는 부분에 대해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쏟아내는 거죠.”

-유나가 운동을 좋아하는 것 같던데요.

“축구를 특히 좋아해요. 아침에 신문이 오면 스포츠 면을 꼭 보고, 무슨 스포츠 중계를 하는지 봐요. 만약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 중계가 있는 날에는 외식하러 나가자고 해도 안나가요. 그런데 작년에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다리를 좀 다쳤는데, 그 후론 잠깐 등산만 해도 아프다고 해요. 아무래도 다시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속상해 죽겠어요.”

딸에게 친구 만들어주고파

-남동생과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유나는 현조를 잘 챙겨줘요, 누나라고. 현조는 작년까지는 잘 모르다가 요즘에 들어서야 누나가 다른 사람과 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가끔은 투정하죠. ‘누나는 장애 가졌다고 공부 안하고 TV를 봐도 가만히 놔두느냐, 왜 자기만 숙제하라고 하느냐’면서. 사실 그때 제일 곤란한 것 같아요. 그래도 현조한테는 비교적 솔직하게 이야기해요. 누나에게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네가 이해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현조에게는 그게 스트레스인 거죠. 사실 유나에게는 책을 통해 지식을 전해주기 어렵기 때문에 TV라도 취미를 붙이고 꾸준히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도움이 돼요. 유나가 좋아하는 축구선수 이름이나 세세한 경기장면까지 다 기억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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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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