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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혁신 ‘전도사’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

“무임승차하는 공무원들, 결국 집으로 가게 될 것”

정부혁신 ‘전도사’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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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산자부가 우리에게 포상 신청을 해서 협의를 마쳤다고 합시다. 그러면 우리가 어떤 형태로든 의견을 보낼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그 서비스에 대해 산자부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메일을 보낼 것이고, 산자부는 거기에 대해 (객관식으로) 답변만 하면 됩니다. 대략 ‘만족스럽다’ ‘불친절하다’ ‘서비스가 엉망이다’는 식의 평가가 나오겠지요. 그렇게 되면 이 평가는 자동적으로 이 업무를 처리한 부서의 성적으로 반영되는 것입니다.”

-‘KOTRA 시스템’을 언제부터 행자부에 도입할 생각입니까.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략 6월 말이면 기본 설계가 끝나고 하반기부터 시험 가동에 들어갑니다.”

-다른 부처들은 언제부터 실시합니까.

“일단 행자부가 가장 멋있는 모델을 만듦으로써 다른 부처들이 행자부를 벤치마킹하게 만들겠습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행자부에 가서 배우라는 이야기가 나오게끔 말이죠.”



“공무원 수보다 서비스 품질이 중요”

-정부 혁신사례 중에는 이런 것도 있더군요. 문화관광부가 사무관 한 사람을 대학로에 열흘 정도 내보내서 연극인들과 매일 저녁 술 마시면서 엄청 ‘깨지고’ 오게 했다는 거예요. 고객 위주의 행정이라면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는 거죠. 만약 행자부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행자부에서는 국민이 고객인 경우가 다른 부처에 비해 한결 적은 편이거든요. 일반 국민과 접점을 형성하는 곳은 바로 지방자치단체들입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행자부가 지방자치단체의 혁신센터로 기능하면서 잘하는 곳과 못 하는 곳에 차등을 두어 인센티브를 적용하면 지자체는 선의의 경쟁체제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김대중 정부 당시에는 ‘작은 정부’를 지향했습니다. 하드웨어에 초점을 맞췄죠. 그러다 보니 국민의 눈에도 ‘뭔가 줄어드는구나’ 또는 ‘공무원도 이제 철밥통이 아니구나’ 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업무 프로세스 혁신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눈에 띄는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금까지는 본격 실행을 위한 사전 준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참여정부는 일 잘하는 정부를 통해 양질의 정책을 만들어 품질 좋은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무원 한 사람에게 드는 비용보다 산출되는 서비스의 품질이 휠씬 좋다면 투입보다 산출이 많으니까 결국 잘된 것 아닙니까.”

-하지만 지금도 ‘창가족(族)’이니 ‘인공위성’이니 하는, 일 안 하는 공무원이 적지 않습니다. 또 부처간 통폐합 과정에 자연스레 발생하는 잉여인력도 있습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이런 사람들도 모두 구제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더군요.

“조직을 줄이려고만 하지 말고 현재 갖고 있는 인력 활용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합니다.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는 엄청나게 고급화·다양화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공급 능력이 거기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공급자 위주의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인력 문제만 해도 현재의 조직편제상 경직된 울타리를 허물어서 유동성 있는 조직만 만들어주면 얼마든지 수요에 맞춰나갈 수 있습니다.”

“결재단계 확 줄여야”

-표현이 좀 그렇습니다만 ‘재활용’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야기군요.

“그렇습니다. 둘째로는 손쉬운 것부터 바꿔주면 똑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투입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류 하나를 결재하려면 사무관이 만들어서 과장 결재를 받은 뒤 과장이 국장에게 결재를 받지 않습니까. 또 1급, 차관, 장관 결재를 받아야 하니까 대략 6단계를 거칩니다. 이렇게 결재하는 데 1주일에서 열흘이 걸립니다. KOTRA 시절 저는 모든 결재를 한두 시간에 끝냈습니다. 전부 전자결재를 하니까요. 지금 공무원들은 줄 서서 장관 결재를 기다리는 데만 며칠을 허비합니다. 그래서야 무슨 생산적인 일을 합니까. 기다리는 시간만 없애도 나머지 시간에 새로운 정책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오 장관은 공보관실에서 만들어준, 두툼한 ‘장관님 신동아 인터뷰용 답변서’를 집어들고 말을 계속 이어갔다.

“이런 것 만드는 데도 시간이 얼마나 듭니까. 이럴 필요가 없어요. 내가 잘 모르는 통계가 있으면 그것만 주고 참고하라고 하면 되거든요. 이런 불필요한 일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사실은 저도 공보관실에 서면 답변자료를 만들지 말자고 했습니다.

“이런 식의 업무 스타일을 완전히 바꿔 빠르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작동시키라는 거예요. 그러면 현재 들이는 노력의 3분의 1이나 4분의 1만으로도 똑같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나머지 시간을 활용해 새로운 업무를 발굴하면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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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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