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2월호

누가 ‘부적격 의원’인가

  • 김당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입력2006-12-18 14: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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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참겠다 갈아 엎자! 이미 ‘시민 불복종’의 주사위는 던져졌고 ‘총선 개입’을 선언한 NGO들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결국 오는 4월 총선은 헌정 사상 최초로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들도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역사적인 총선이 될 전망이다. 》
    우리나라 언론에 NGO라는 용어가 등장한 지는 10년도 채 안된다. 정부와 대비한 비정부기구 혹은 비정부단체라는 개념으로 유엔에서부터 쓰기 시작한 NGO(Non Government Organiza- tion)라는 용어는 10년 전만 해도 생소한 표현이었다.

    한국에서는 89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창립된 이후 그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형태의 시민운동이 전개되면서부터 처음 쓰기 시작했다. 경실련이 출범하기 전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흔히 어용단체나 관변단체라고 부른 친정부 단체 아니면 재야단체로 통칭하는 반정부 단체밖에 없었다. 그래서 경실련 또한 초기에는 ‘개량주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한국에서 NGO의 역사는 ‘반정부 단체’가 아닌 ‘비정부 단체’의 출현 및 성장의 역사라고 볼 수 있다.

    이 NGO들이 시민운동 10년 만에 ‘큰 사고’를 쳤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더 큰 사고’를 칠 기세다. 경실련을 시작으로 500여개 시민단체들이 연대한 ‘총선시민연대’ 같은 시민세력들이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를 내걸고 오는 4월 총선에서의 전면 개입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과거의 부정선거 감시운동이나 공명선거 캠페인과는 차원이 다른 ‘낙천-낙선운동’이다. 예전의 ‘못살겠다 갈아보자’ 수준이 아니라 아예 ‘못참겠다 갈아엎자’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의 이런 전면 개입 양상은 헌정 사상 초유의 현상이다. 과거 반정부 재야단체와는 선을 긋고 합법의 공간에서 운동의 틀을 유지해온 시민단체의 상궤를 넘어서는 ‘탈선’이다. 시민단체들의 선거 참여 역사에서 이런 ‘과격한’ 구호는 처음이다. 소극적인 선거 감시에서 적극적인 선거 개입으로, 공명선거운동에서 낙천-낙선운동으로, 포지티브 캠페인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180도 바뀐 것이다. 시민단체 대표자들은 ‘나를 고소하라!’라며 “일단 갈아엎어 놓고 법정에서 심판받겠다”는 시민 불복종 운동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 제1부 -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낙천-낙선운동 ]



    정치권에 대한 전면전의 포문은 경실련이 열었다. 경실련은 1월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000년 총선 출마예상자 정보공개운동’의 원칙과 함께 1차 정보공개 대상자 167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합법운동’을 표방하며 총선시민연대에 참여하지 않은 채 ‘독자노선’을 걷기로 했던 경실련의 이석연 사무총장은 이날 ‘부적격 후보 명단’이 아니라 ‘후보자 정보공개’임을 강조했다. 이석연 총장은 “명단은 특정 인사를 지지하거나 반대한다는 차원에서 작성된 것이 아니라 언론 등을 통해 노출된 후보 예상자들을 대상으로 그들과 관련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적시해 유권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실련이 이날 밝힌 2000년 총선 출마 예상자 정보공개운동의 원칙과 과제는 다음 세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헌법에 보장된 유권자의 알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후보자 정보공개운동’을 전개하여 유권자의 심판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즉 후보자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공표함으로써 유권자들이 스스로 선택에서 제외해야 할 범주를 설정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후보자 정보공개와 동시에 공천 감시운동을 전개하여 부정부패 사건 연루자나 반개혁적 인사, 지역감정 조장자, 선거법 위반자가 공천되거나 출마할 경우 유권자 심판이 가능하도록 인터넷, 통신, 인쇄매체를 통해 공개와 홍보를 계속하겠다”며 정보공개운동이 ‘네거티브 캠페인’임을 분명히 했다.

    둘째, 참여민주주의를 봉쇄하는 선거법 87조 폐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형성에 노력한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그동안 선거법 제87조(단체의 선거금지)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이 조항의 폐지를 위하여 일관되게 노력해 왔으며, 지난 98년 5월1일 선거법 제87조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99년 11월25일 선거 과열로 인한 혼탁선거 및 단체 지원으로 인한 후보자 간 기회균등의 불공평 등의 이유로 87조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경실련은 헌재의 합헌 논리에 동의할 수 없지만 이번 총선 기간에 국민들과 함께 활발한 선거 캠페인으로 87조의 문제점과 부당성을 계속 제기하여 이 조항 폐지의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세째, 이번 총선이 정책선거가 될 수 있도록 불법·탈법 선거운동에 대한 철저한 감시활동을 전개한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정당과 후보자의 불법 선거운동 감시는 공명선거가 유지되도록 하여 깨끗한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자 부패 정치인을 낙선시키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운동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여타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여 강력한 공명선거 감시단을 대중적으로 조직. 가능한 한 모든 선거구에서 감시활동을 전개할 것이며 이와 함께 후보초청 토론회 등 각종 토론회와 후보공약 비교자료집, 정당공약 비교집을 제작하여 정책선거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 뒤흔든 ‘부적격 후보’ 명단

    그러나 이날 경실련이 발표한 1차 정보공개 대상 167명(164명으로 수정발표)의 명단은 언론에 ‘부적격 후보’ 명단으로 발표되면서 정치권을 뒤흔들어 놓았다. 경실련의 한 실무자는 “시민운동 역사상 정치권이 이처럼 예민한 반응을 보였던 것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경실련이 공개한 명단을 소속 정당별로 분류하면 ▲국민회의 50명(30%) ▲자민련 32명(20%) ▲한나라당 66명(40%) ▲무소속 16명(10%)이다. 국민회의-자민련 공동 정권임을 감안하면 여야 비율은 정확히 50 대 50이다. 명단에 포함된 인원은 한나라당이 가장 많으나 의석수 비율로 따지면 오히려 적은 편이고 자민련이 가장 많이 포함돼 있다. 명단에 포함된 전현직 의원의 비율은 ▲현역의원 123명(75%) ▲전직의원·공직자 41명(25%)이다.

    정치권은 시민단체가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거론해 낙선대상으로 지목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라고 지적하면서도 각론에서는 3당 3색의 양상을 띠었다.

    이영일 국민회의 대변인은 논평에서 “시민단체가 선거에 대해 의견을 표시하는 것은 자유지만 특정 정치인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낙선 대상으로 지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 인권법, 특별검사제 등 개혁입법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선정된 박상천 총무는 “당의 공식적인 입장 발표 외에는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비쳤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국민회의에 대해 시민단체 낙선운동의 배후 의혹을 제기하자 이영일 대변인은 즉각 추가 논평을 내고 “시민단체 낙선운동에 대한 우리당의 명백한 입장은 시민단체가 선거에 관한 의견을 밝히는 것은 자유이나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차제에 우리 정치권은 시민단체의 개입을 부를 정도로 부패하고, 진실하지 못한 정치인들이 정당에 몸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시민단체들이 시비할 수 없는 인물을 총선 후보로 내세우라”고 반격했다.

    한편 의석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의원들이 거명된 자민련 이양희 대변인은 성명에서 “검찰은 사회적 혼란을 유발하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시민단체의 불법행위에 대해 즉각 조사에 착수해 법 위반단체 및 개인들을 단호히 처리함으로써 공명·준법선거 분위기를 확립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국회 행자위원장인 이원범 의원은 “이는 공명선거를 돕기는커녕 그르치는 것으로 정치테러나 마찬가지다”며 명단 공개 이후 열린 행자위에서 “선관위가 시민단체의 위법행위를 방치함으로써 불법선거를 조장해서는 안된다”며 중앙선관위의 ‘개입’을 촉구했다.

    한나라당이 제기한 ‘관변단체’의혹

    한나라당은 경실련의 명단발표 자체를 부정하는 대변인 성명을 연달아 발표했다. 이사철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현행법을 어기면서까지 부적격 후보 명단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인격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특히 보복·정치사정에 의해 재판에 계류중인 의원을 모두 포함시킨 것은 김대중 정권의 편파·보복사정을 옹호하는 결과가 될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구범회 부대변인은 성명에서 “경실련을 비롯한 이른바 ‘총선시민연대’가 펼치는 ‘총선 낙선운동’의 저의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고 전제하고 “겉으로는 민주주의의 파수꾼임을 자임하면서 언론장악 기도 등 현정권이 민주주의를 유린할 때 꿀먹은 벙어리처럼 침묵을 지키지 않았는가. 이제 와서 권력의 앞잡이가 돼 DJ의 정치권 물갈이의 선봉에 서겠다는 것은 시민단체의 생명인 도덕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는 짓이다”고 시민단체를 강하게 비난했다.

    의원 개개인의 반박과 경실련의 ‘저의’를 의심하는 비난 논평도 이어졌다. 특히 언론대책 문건과 관련해 ‘근거 없는 폭로’로 명단에 오른 이신범 의원은 경실련의 명단 공개 직후 “경실련이 정부의 보조금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사철 대변인 또한 이의원의 ‘폭로’를 받아 성명을 내고 “경실련의 명단 발표는 객관적 검증 없이 행해진 마녀사냥식 인격 매도 행위”라며 “정부 보조금까지 받은 경실련의 정체성에 의구심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마치 경실련은 ‘관변단체’이고 경실련의 명단 발표는 정부의 사주를 받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주장이다.

    그러나 경실련이 지난해 행정자치부로부터 받은 1억3000만원은 ‘보조금’이 아니라 행자부가 전국 시민단체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와 심사 과정을 거쳐 받은 공익 프로젝트(시민 참여사업) 비용이며 다른 120여 시민단체들도 이와 같은 방식의 공익 프로젝트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의원에게는 ‘근거 없는 폭로’라는 부적격 사유가 한 건 더 보태진 셈이다. 게다가 지난해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민간단체를 지원하는 법률을 통과시켜 놓고 다른 한편으로 시민단체가 공모와 심사라는 투명한 절차를 거쳐 받은 ‘공익프로그램에 대한 추진비용’을 문제삼은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다.

    경실련은 1월14일 이에 대한 성명에서 “이를 ‘정부 보조금’으로 왜곡해 발언한 것은 경실련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키려는 악의적 의도에 의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고 “이는 경실련의 도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켜 최근 시민단체들의 총선 캠페인을 계기로 급증하고 있는 시민들의 비난을 모면해 보려는 얄팍한 언행에 다름 아니며, 이러한 언행의 반복은 정치권에 대한 급증하는 국민적 불신을 폭발시키는 뇌관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두 이의원에게 경고했다.

    “정보공개운동은 낙선운동과 다르다”

    그런 한편으로 경실련은 명단 공개에 따른 예기치 못한 파문 확대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경실련은 1월14일 성명에서 “1월10일 ‘총선 출마 예상자 1차 정보공개’ 기자회견에서 국민에게 공개한 ‘유권자 투표 판단자료’가 ‘출마 부적격자 명단’으로, 정보공개 캠페인은 ‘불법적인 낙선운동’으로 언론에 의해 보도됨으로써 경실련의 본래 취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회·정치적 파장이 확대되어 가는 데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자회견에서 공표한 ‘유권자 투표 판단자료’는 결코 ‘출마 부적격자 명단’이 아니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고 낙선운동과 선을 그었다.

    경실련 관계자는 그 예로 재판에 계류중인 후보자들과 경실련 초기 멤버였던 김홍신 의원을 들었다. 경실련이 ‘출마 부적격자’ 명단을 발표하려 했다면 재판에 계류중인 후보자에 대해서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 명단에서 제외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지난 4년 동안 많은 시민단체와 언론으로부터 의정 활동을 훌륭히 수행한 의원으로 뽑힌 김홍신 의원도 명단에서 빠졌을 것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김의원은 91년부터 95년까지 경실련의 상임 집행위원으로 활동했다. 따라서 정보운동의 객관성은 ‘있는 사실을 그대로’ 적시하는 데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번 ‘판단자료’에 포함한 것이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는’ 정보공개운동은 ‘후보에 대한 종합적 판단을 요구하는’ 낙선운동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운동이라는 것이다.

    기성 정치권의 차가운 반응과 달리 창당을 추진중인 민주노동당 같은 신생 정당과 시민들은 열띤 반응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명단 공개 이후 경실련 사무실에는 수백통의 전화가 걸려오는 바람에 전화가 불통되고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정치권의 항의와 명단에 오른 정치인들의 해명 전화도 있었지만 일반 시민들의 격려전화가 대다수였다. 또 경실련 인터넷홈페이지에서 ‘부적격 후보’ 명단을 확인하려는 접속이 폭주해 인터넷망이 불통되기도 했다.

    명단 발표 이후 경실련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경실련이 정치권을 봐주고 있다”며 선정 기준과 누락자를 추가하자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국민들의 정치 혐오증을 가중시킨 ‘방탄국회’를 야기한 ‘세풍사건’의 서상목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의사당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는 모습이 TV로 방영되어 온 국민을 아연실색케한 김영선 의원(게시자 서상목-김영선) ▲한나라당 집회에서 99년말까지 나라경제가 제대로 되면 내 열손가락에 장을 지진다고 맹세했던 이기택 전의원(게시자 윤성욱) ▲과거 민중당 활동시절 누구보다도 과격한 정치활동을 하다가 180도 돌아서서 오히려 국보법 개정을 적극 반대하고 있는 이우재 의원(게시자 신동민) 등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러나 경실련의 운동 방식에 대한 비판 의견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경실련은 이미 시민단체로서의 진보성보다는 정치성에 치중하고 있다.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에 불참하는 척하면서 몰래 명단을 작성해 ‘시민연대’보다 먼저 발표하는 모습에서 기성 정치인의 얍삽함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게시자 이민우)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경실련은 현재 당사자들의 해명자료와 반론 등을 반영해 몇 차례 수정을 거쳐 완성한 ‘출마 예상자 1차 정보공개’ 대상 164명의 명단과 그 사유를 인터넷 홈페이지(www.ccej.or.kr)에 싣고 있다. 경실련은 또 1차 정보공개에 이어 1월말까지 독자적으로 전현직 의원의 공약이행 여부를 조사해 발표하고, 국회 속기록을 검토해 의정활동 불성실 의원들의 순위를 매겨 그 명단(워스트 리스트)을 공개하는 한편 출마 예상자 2차 정보공개에 나설 방침이다.

    경실련의 이번 발표는 부작용과 미비점에도 불구하고 서구에서 보편화된 ‘유권자 운동’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 동안 4년에 한 번 투표권을 행사하는 데 그쳐야 했던 유권자들은 정당과 후보자가 벌이는 선거운동의 객체에 머물렀으나 이제 주체적으로 나서 후보자에 대한 당락을 심판하는 단계에까지 이른 것이다. 또한 후보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공개는 후보들이 제공하는 일방적인 정보(선전) 속에서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 투표를 해온 유권자들에게 다양한 판단의 근거를 제공함으로써 선진적인 투표행위를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흔히 ‘1인 보스 정치판의 밥상론’에 비유된다. 그동안 유권자들은 입맛에 안 들어도 1인 정당의 보스가 자신의 입맛대로 차려준 밥상(선거)의 반찬(후보)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데, 정보공개는 입맛에 맞는 반찬을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런 움직임은 1인 보스 중심의 정당운영 행태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유권자들이 중심이 된 시민단체가 부적격 후보를 가려내 공천과정에서부터 적극 개입한다면 정치 지망생들의 ‘보스 지향성’도 점차 사라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역의원 ‘물갈이’ 지지율 60%

    정치권 일부에서는 제2건국위에 관여하기 이전부터 신사회공동체와 흥사단 같은 시민단체에서 오래 활동해온 서영훈씨가 새천년 민주당의 대표로 임명된 것도 시민단체의 영향력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서씨를 대표로 임명한 것 자체는 보스 정치 중심의 정당운영 행태의 변화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그러나 비정치권 인사이며 시민단체 지도자인 그를 정당 대표로 앉힌 것은, 정치인들이 정치를 독점하던 시절에서 시민세력을 포함한 다양한 세력들이 정치를 공유하는 쪽으로 변화하는 시대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NGO가 당락을 좌우할 거대한 세력으로 등장한 데는 정치권의 자업자득인 측면이 많다. 1월1일 공식 출범한 총선시민연대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1월8일~9일)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의 현 정치권에 대한 평가는 낙제점(평균점수 46.9점)이다. 조사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현재의 정치개혁에 대한 만족도:만족하는 편이다(9.5%) 불만족이다(48.7%)

    ▲조직책 선정의 민주성:민주적이다(22.5%) 민주적이지 않다(71.0%)

    ▲부패·무능 정치인 탈락 가능성:탁락될 가능성이 없다(51.9%) 탈락될 가능성이 높다(43.6%)

    ▲현역의원 교체율:어느 정도 교체돼야 하는가(평균 60.85%)

    ▲여야 정치개혁 협상안 평가:개혁적이지 못하다(38.6%) 개혁적이다(11.5%)

    ▲시민단체의 낙선운동 찬반여부:찬성한다(79.8%) 반대한다(15.5%)

    ▲낙선 대상자 발표의 정치개혁 도움 정도:도움이 된다(74.8%) 도움이 되지 않는다(22.2%)

    ▲낙선운동 발표의 유권자 판단 도움 정도:도움이 된다(81.1%) 도움이 되지 않는다(15.1%)

    ▲지역구의 지지후보가 부패·무능 정치인으로 발표시 지지도:지지를 철회하겠다(49.6%) 그때 가봐야 알겠다(27.1%) 기권하겠다(12.2%) 그래도 반드시 지지한다(8.5%)

    ▲선관위의 불법 판정시 낙선운동 강행에 대한 평가:불법이므로 자제해야 한다(20.8%) 부패·무능 정치인 청산을 위해 강행해야 한다(71.8%)

    ▲현행 선거법상 낙선운동 금지 조항에 대한 평가:지지·낙선운동은 국민의 권리이므로 제재사항을 철폐해야 한다(65.1%) 혼탁선거와 불공정시비를 조장하므로 제재사항을 그대로 두어야 한다(22.9%)

    이런 비관적인 결과와 시민단체들의 ‘총선 개입’은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예견됐다. 지난해 9월 경실련, 녹색연합,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여성연합, 참여연대, 환경련 등 40여 개 시민단체는 처음으로 ‘국정감사모니터시민연대’를 구성해 국정감사를 감사했다.

    국감시민연대의 완승

    처음 국감시민연대가 의원 평가기준을 공표하고 170여 명에 이르는 각 단체 활동가,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 모니터요원을 발표할 때만 해도 국방위·통일외교통상위 같은 ‘상원’을 제외한 국회의 반응은 비교적 협조적이었다. 그러나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국감에 대한 방청 결과가 발표된 10월1일 첫날 이후 상황은 돌변했다. 각 상임위마다 의원들은 “시민단체가 무슨 근거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을 평가하고 점수와 등급을 매기느냐”고 반발했고, 모니터요원들은 국감장 밖으로 쫓겨났다.

    그러나 10월7일 KBS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국감 방청 허용 문제’에 관한 공개토론은 국감시민연대의 노력이 정당함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여야 의원 3명과 국감시민연대측 대표 3명이 참석한 공개토론을 거친 후 ARS 설문을 실시한 결과 6만여 명(약 95%)에 가까운 시민이 방청 ‘완전허용’을 지지한 반면 3000여 명(약 5%)만이 방청의 ‘일부제한’을 지지했다. 사실상 국감시민연대의 완승이었다. 그러나 국회는 요지부동이었다. 공개토론 이후에도 국회는 국감시민연대의 방청을 추가로 불허해 총 16개 상임위 중 9개 상임위에서 방청이 봉쇄당했다. 결과적으로 국회는 시민단체의 의정평가를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른다.

    총선시민연대의 공동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이태호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은 이때의 경험을 국감모니터 활동기에서 “국민 대다수의 지지와 국회의원 대다수의 반발, 이 극단적인 인식 차이야말로 우리 정치의 낙후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국회는 개혁을 원하는 유권자들의 바다 위에 떠 있는 고립된 섬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태호 국장에 따르면 이때 이미 시민단체는 정치권에 대한 ‘반란’을 예비하고 있었다.

    “국감시민연대를 둘러싼 논란의 진정한 의미가 국감 그 자체의 방청과 평가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국감방청을 봉쇄했던 국회의원들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더 본질적인 의미는 선거와 선거 이외의 시기에 유권자가 정치에 얼마나 개입할 수 있으며 발언할 수 있느냐 하는 본질적인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었다.

    이 갈등의 전초전인 국감모니터 과정에서 정치권은 견제의 제도화, 감시의 제도화, 상호평가에 의한 발전이라는 민주주의의 대전제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냈다. 그러나 의정평가를 위한 시도는 국감모니터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정당의 고유한 영역으로 치부되어 왔고 그만큼 문제가 많았던 ‘공천’과정에 대한 감시운동, 현행 선거법이 법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민주주의 대전제에 위배됨이 없다고 판단되는 낙선운동 등이 후속작업으로 기획될 것이다.

    그러한 운동은 국감과정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정치권과 시민단체 간의 더 큰 갈등양상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도 시민단체의 대표성, 공정성 시비는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이 과정은 불가피하며 많은 유권자들이 이러한 활동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참여사회’ 11월호)

    장원 총선시민연대 대변인(녹색연합 사무총장)에 따르면 참여연대,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이 주축이 된 총선시민연대는 정치권에서 우려하는 대로 경실련과의 ‘경쟁’ 관계 속에서 급조된 것이 아니라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대한 ‘반란’을 준비해 왔다. 다만 ‘개혁을 원하는 유권자들의 바다 위에 떠 있는 고립된 섬 여의도’에서만 그 반란의 기미를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다.

    1월12일 412개 단체로 출범한 총선시민연대는 출범 사흘 만에 500여 단체로 늘어났다. ‘시민 반란군’의 세가 이처럼 놀랍게도 빨리 확장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인터넷통신이다. 인터넷통신을 통한 정보의 공유와 검색은 ‘시민 연대’를 끊임없이 확장시켜줄 뿐만 아니라 ‘시민군’에게 정확한 정보공개라는 스마트폭탄을 제공해준다. 정보의 공유와 검색을 통해 연대의 틀을 갖춘 시민군은 이미 정치권을 견제할 강력한 영향력을 갖추기에 이른 것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회의에서 보여준 ‘다국적 시민군’의 강력한 영향력은 이제 전세계적인 추세며 우리 사회도 예외는 아닌 것이다. 총선시민연대는 이미 선거법 87조 개정을 위해 국내 정치·헌법학자 및 해외 NGO의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 법적 논쟁에 대비해 5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변호인단도 구성할 계획이다.

    다양한 낙선운동 사이트와 전국화

    웹호스팅 서비스회사를 운영하는 정규환씨(글래드인터넷 대표)는 사이버 공간에서 시민군을 지원하는 ‘시민 게릴라’ 중의 한 사람이다. 정씨는 지난 12월부터 ‘도박 의원 13명’을 시작으로 출마자 및 가족들의 병역사항, 토론실 등을 개설해 네티즌의 적극적인 선거행위(낙선)를 유도하는 낙선운동 사이트(www.naksun.co.kr)를 운영해오고 있다.

    정씨는 지난해 12월 선관위의 지적을 받은 뒤로 사이트의 타이틀을 ‘낙선 밀레니엄’에서 ‘그냥 밀레니엄’으로 바꾸어 ‘그냥’ 운영하고 있다. 정씨가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이 사이트는 시민단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정씨는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와 정보통신위원회에서 자원 봉사자로 활동한 바 있다. 이와 같은 게릴라 활동은 선거 자체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에 빠져 있던 네티즌들의 정치 무관심을 일깨우고 있다.

    1월12일 오후 개설한 총선시민연대 웹사이트(www.ngokorea.org)는 하룻만에 접속건수가 9000건을 넘어섰고,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낙선운동 찬반 여론조사에도 5000여명이 참여해 97~98%의 압도적인 찬성을 나타내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올린 안은정(여·대학생)씨는 “그동안 정치인들에게 회의를 느껴 첫 투표권 행사를 포기하려 했지만, 정치를 바꿔보려는 시민연대들의 용기와 노력을 보면서 생각을 바꿨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 참정권 행사의 뜻을 밝히는 시민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낙선운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새천년 민주당 청년위원회(정동영 위원장)도 최근 긴급 전체회의를 소집해 “시민단체의 선거 개입이 시대의 흐름인 만큼 막기 힘들다”며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선거법 87조의 개정을 당 지도부에 건의했다.

    한편 흥사단, 경실련, 기독청년회, 여자기독청년회 등 48개 시민·종교단체로 이뤄진 ‘공명선거실천 시민운동협의회’(상임대표 손봉호·이하 공선협)도 1월13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총선에서 불법선거 감시운동과 함께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개인 신상과 재산 규모·경력 등을 유권자에게 알리는 ‘후보자 바로알기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공선협은 이를 위해 인터넷사이트(ww w.koreango.org)를 개설해 ▲후보자 의정활동 내용 ▲개혁입법 기여도 ▲지역감정 조장 ▲부정부패사건 관련 여부 등 유권자의 판단을 돕는 각종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공선협은 “선거법 제87조를 어기면서까지 낙선운동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 취지에 공감하며 선거법 87조 폐지를 위해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튿날 전국 52개 지역조직과 20만여명의 회원을 가진 전국 기독청년회(YMCA)가 총선시민연대 참여를 결정함에 따라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은 시민운동의 대세를 형성하게 되었다. 기독교청년회는 “이번 총선에선 시민단체들이 독자노선보다는 공동전선을 형성하라는 게 역사적 요청”이라며 “총선시민연대의 활동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시민사회에도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참여 이유를 밝혔다. 시민단체들이 ‘악법’을 어기면서까지 강행하는 낙천-낙선운동이 시민단체들의 독자노선과 시민들의 외면으로 실패할 경우 시민사회가 더 깊은 절망의 늪에 빠지고 시민단체들은 존립마저 위협받는 상황이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에 찍히면 ‘반타작’ 이상

    미국에서 시민단체나 개인의 낙선운동은 매우 활발하다. 개인이든 단체든 그들의 정치적 견해를 자유롭게 밝히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이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아예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떤 시민단체가 낙선운동과 같은 정치행위를 할 경우 그 단체에 기부금을 내는 개인 또는 단체에게 면세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총선시민연대의 최열 상임공동대표(환경련 사무총장)는 “미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낙선운동을 전개하는 시민단체는 환경단체들”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환경보존투표자연맹’은 환경보호에 가장 역행하는 후보 12명을 ‘더티 더즌’(더러운 12명)이라고 낙인찍은 뒤 이들의 낙선을 위해 총공세를 펴왔다. 98년 선거에선 한 명을 더 늘여 상원에 출마한 5명, 하원에 출마한 8명 등 모두 13명을 골라 텔레비전 광고 등에서 총공세를 편 결과 13명 가운데 9명을 낙선시키는 데 성공했다. 96년 선거 때는 12명의 ‘더티 더즌’ 가운데 7명을 낙선시켰다.”

    총선시민연대 장원 대변인은 정치권의 불법 시비와 관련해 “낙천-낙선운동 대상자 명단 발표 뒤 공동대표단이 직접 낙선운동을 위해 각 지역 순회유세에 나서는 한편, 지역별로도 자체 프로그램으로 운동을 펼치는 방식을 취하는 등 정당의 선거운동에 버금가는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정부당국이 현행 선거법을 적용해 관계자들을 구속하는 등의 사태에도 대비하기 위해 전국민 모금운동에도 나서기로 했다. 장대변인은 “지난 1월12일 412개 단체로 출범한 총선시민연대는 참여 희망 단체가 계속 늘어 이미 참여했거나 신청을 해와 검토중인 단체는 500곳이 넘어섰다”면서 “하루만에도 몇천만원씩 시민들의 기부금이 답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선시민연대는 ▲부패행위 ▲선거법 위반행위 ▲반민주-반인권 전력 ▲의정활동의 성실성 ▲법안 및 정책에 대한 태도 ▲반의회-반유권적 행위 등 6가지 기준과 ▲재산등록 변동사항 ▲병역사항 ▲공약사항 ▲주요경력 자료 등의 기초조사 등을 통해 15대 국회에서 활동한 320여명의 전현직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1차 자료를 마련하고, 이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과 교차 심의를 거쳐 공천 부적격자를 선정한다.

    또 절차의 객관성을 위해 선정 절차는 1차 자료 수집 → 관련자 및 전문가 자문 → 공동사무국에서 3배수 추천 → 집행위원회 심의 → 상임공동대표단 및 상임공동집행위원장 심의 → 유권자 100인 위원회 심의 → 상임대표단 최종 결정 등을 거치게 된다. 장원 대변인은 “낙천-낙선운동의 ‘표적’은 가능한 한 최소화하겠지만 일단 선정이 되면 모든 평화적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시범·집중적으로 낙천-낙선운동을 펼쳐 2000년을 정치개혁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미 ‘시민 불복종’의 주사위는 던져졌고 ‘총선 개입’을 선언한 NGO들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결국 오는 4월 총선은 헌정 사상 최초로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들도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역사적인 총선이 될 전망이다.

    정치권이 떨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4·13 총선을 앞두고 이미 공개했거나 공개를 앞두고 있는 ‘부적격 후보’ 명단 때문이다. 경실련은 이미 1차 정보공개 대상 164명(167명에서 3명 제외 수정발표)의 명단을 발표했으며 전국YMCA 등 500여 시민단체들이 연대한 ‘2000년 총선시민연대’는 1월20일 11시 낙천운동 대상자 명단을 공개한다. 특히 총선시민연대는 낙천운동 대상자들이 공천될 경우 2단계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부적격자를 떨어뜨리는 낙선운동’으로 전환해 본격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총선시민연대가 선정한 낙천 대상자는 경실련이 공개한 ‘부적격 후보’보다는 적은 수(50~100명)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후에 전개되는 낙선운동 대상자는 각당의 공천 결과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밀실공천 관행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현재로선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총선시민연대가 당초 예상한 20명선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네거티브 캠페인’의 최종 표적이 될 낙선운동 대상자는 대부분 경실련이 공개한 정보공개 대상자(부적격 후보)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총선시민연대 사무실에는 시민들의 각종 제보와 성금뿐만 아니라 경실련이 공개한 부적격 후보 명단에 오른 전현직 의원들 및 보좌진들의 해명 방문과 해명 자료도 줄을 잇고 있다. 1월14일부터 출마 후보자들의 해명 및 신상 자료를 받기 시작한 총선시민연대에는 1월15일 현재 50여명의 전현직 의원들이 ‘신속하게’ 해명 자료를 보내왔을 정도이다. 그보다 더 많은 후보자들은 완벽한 자료를 보내기 위해 늦어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박원순 상임공동집행위원장(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총선시민연대에는 모든 분야의 시민단체들이 가담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검증 대상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축적은 끝난 상태이다. 다만 관련자료를 해석하는 데 중요한 자문 및 심의과정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신동아’는 경실련이 1월10일 공개한 ‘출마 예상 1차 정보공개 대상자’ 명단에 오른 현역의원 전원(123명)을 상대로 ‘부적격 사유’에 대한 해명 및 반박을 청취했다. 그중 쟁점이 될 만한 유형을 중심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부적격 선정 기준

    우선 경실련이 발표한 1차 정보공개 대상자(164명)는 ▲국민회의 50명 ▲자민련 32명 ▲한나라당 66명 ▲무소속 16명이다. 각 당별로 본 이들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국민회의(50명)

    ●현역의원(35명)

    국창근 권정달 김명섭 김병태 김봉호 김운환 김인곤 김종배 김진배 김충일 박광태 박범진 박상천 박정훈 박찬주 서석재 서정화 송현섭 송훈석 이규정 이용삼 원유철 유용태 이강희 이성호 장영철 장재식 정한용 정호선 정희경 조찬형 조홍규 한영애 홍문종 황학수

    ●전직 의원 및 공직자(15명)

    권노갑 김기재 김병오 김형래 박은태 신순범 신건 엄삼탁 이재근 이종찬 정대철 천용택 최두환 최락도 하근수

    ♣자민련(총 32명)

    ●현역의원(27명)

    구천서 김고성 김동주 김선길 김일주 김복동 김종호 김학원 김허남 김현욱 노승우 박철언 변웅전 어준선 오용운 이건개 이원범 이인구 이정무 이태섭 이한동 정우택 정일영 지대섭 한영수 함석재 허남훈

    ●전직 의원 및 공직자(5명)

    김문기 정태영 조종석 한호선 홍희표

    ♣한나라당(총 66명)

    ●현역의원(58명)

    권익현 김광원 김기춘 김동욱 김무성 김윤환 김일윤 김종하 김중위 김찬우 김찬진 김 철 김태호 김호일 김홍신 나오연 노기태 목요상 박관용 박성범 박승국 박주천 박종근 박헌기 백남치 변정일 서상목 서훈 신경식 심정구 김정수 양정규 오세응 유흥수 윤한도 이강두 이규택 이부영 이사철 이상득 이상배 이상희 이신범 이응선 이재오 임인배 전용원 정의화 정창화 정형근 조진형 조익현 최연희 함종한 황규선 황성균 황낙주

    ●전직의원(8명)

    문정수 박희부 이기택 이명박 정재철 최욱철 홍준표 황병태

    ♣무소속 (총 16명)

    ●현역의원(3명)

    강현욱 이웅희 정몽준

    ●전직 의원 및 공직자

    금진호 김우석 김종인 이양호 이용만 이종구 이학봉 장세동 전경환 정호용 허문도 허삼수 허화평

    욕설 등 저질 행위자도 포함

    경실련이 밝힌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80~90년대 정경유착 관련 부패사건에 연루되어 유죄판결을 받은 자(형평성 차원에서 기소 또는 판결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자진 사퇴하는 등 당시 주어진 혐의를 자인하였거나 객관적 정황에 의해 사실상 그 혐의가 인정되는 자가 있지만 논란을 피하여 일단 제외함).

    ▲5공비리나 12·12, 5·18 군사내란 관련자(정치 참여가 예상되기 때문에 일부 총선출마 예상자는 기록하였음).

    ▲15대 국회 활동중 개혁입법에 대하여 반대의사를 표명하거나, 입법과정에서 변질시킨 자(국회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찬반표결이 있었더라도 관련 기록을 찾을 수 없어 일간지 보도와 의원 중심으로 기록하였으며 소위원회 활동도 마찬가지임. 시민단체들이 의원들의 의견조사 결과를 기록한 것도 있음).

    ▲언론에 보도된 각종 추태로 물의를 일으킨 자(고스톱, 호화 외유, 재산공개 실사결과 재산누락 등).

    ▲국회 내에서 욕설 등 저질 행위자(국회 활동 중 욕설, 폭언 등으로 국회의 권위를 실추시킨 자나 국민의 대표로서 함량미달인 자를 언론보도를 중심으로 기록).

    ▲지역감정 조장 발언자(정당집회나 국회의원 연설회 등에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이나 근거없는 사실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을 한 자를 기록).

    ▲근거 없는 폭로로 정치 불신을 심화시킨 자(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정쟁 차원의 폭로로 정치 불신을 심화시킨 자를 기록).

    ▲당적 이탈 등 부실한 의정활동자(당적 이탈 의원은 워낙 많아 전체적으로 기록하지 않았으나 다른 내용과 중복된 사람은 이탈 내용을 기록하였음).

    이 가운데 국창근·이사철 의원, 박광태·이강두 의원, 한영애·유용태 의원은 의정활동중 폭언으로 명단에 오른 대표적 사례다. 사례를 인용하면 이렇다.

    정무위 국가보훈처 국정감사(98.10.27)에서 “어린 놈의 ××가 여기가 아직도 검찰인 줄 알아?”(국창근) “××야. 나이를 들먹이려면 나잇값 좀 해”(이사철) “이××가 말끝마다 ××야”(국창근) “이런 ××하고 국회의원을 같이하고 있으니”(이사철)라며 육두문자와 함께 감사장에서 10여분간 난투극.

    국회예산결산특위(99.12.3)에서 한나라당 이강두 의원의 정책질의시 경남 거창·합천 출신인 이의원이 전주 신공항과 광주 광(光)산업단지 예산 배정을 문제삼자 이의원을 밖으로 불러낸 국민회의 박광태 의원이 “조상 때부터 호남과 원수진 일이 있느냐, 뭐 이런 ××가 다 있어”라며 폭언을 퍼붓자 이의원이 “당신이 나한테 이럴 수 있느냐”라고 맞받아치면서 예결위 회의장 복도에서 욕설과 멱살잡이.

    국회 본회의(97.2.26)에서 “후안무치한 정상배만 모였나, 간첩돈 받은 놈은 너희당에 있어”(한영애) “정상배가 뭐야? 버르장머리 없는 년”(유용태) 등 상호욕설.

    국민회의 ‘쌈장’으로 유명한 한영애 의원은 이밖에도 재경위 국세청 감사(98.10)에서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이 김대중 대통령의 20억원 수수 사실을 들먹이자 “김현철에게 돈받아 당선된 주제에 양아치 같은 질문만 한다”며 폭언한 ‘전과’가 올랐다. 한편 한의원과 일전을 벌인 유용태 의원은 그후 국민회의로 이적해 한편이 되는 바람에 싸울 일이 없어졌다. 국의원은 국회 정무위 간담회(99.12.13)에서도 김영선 의원에게 “싸가지 없는 년이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지, 따귀 서너대는 맞아야 해”라고 발언해 국회 본회의에서 공개 사과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에 대해 국의원 보좌관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며 “김영선 의원과의 말싸움은 보도된 인용구와는 다르다”고 해명했다. 한편 박광태 의원은 “당시 예결위 정책질의에서 이강두 의원은 연 3일에 걸쳐 다른 발언은 일체 하지 않고 호남지역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지역감정 조장발언을 일삼았다. 그래서 이러한 지역감정 조장발언을 차단하기 위해 예결위 휴게실에서 이의원에게 지역감정을 조장하지 말라고 엄중 경고한 것이다. 경실련이 97년 자체 의정활동 평가에서 전체 299명 의원 중 1위로 선정한 본인을 출마 부적격자로 발표한 것은 자가당착이다. 국회의원 공천은 무엇보다도 의정활동이 제1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라고 기염을 토했다.

    “우리가 남이가?”

    한영애 의원 또한 “한 사물 혹은 사안에 대한 평가는 그 전과정에 대한 총체적 인식속에서만 가능한 것이지 전후관계를 떼어 놓고 하나의 편파적인 면만을 보고는 정확히 이루어질 수 없으며, 오히려 그럴 경우 진실을 호도·왜곡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간첩 돈’ 발언은 당시 서경원 방북사건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제1야당 총재에게 근거없이 공작금 수수설로 매도하는 한나라당을 제지하는 과정에 상호 감정이 격해지면서 나온 것이고 국세청 국감 발언 역시 한나라당이 국세청을 동원해 대기업으로부터 수백억원대의 대선자금을 모금한 이른바 세도사건의 본질을 밝히는 과정에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역감정 조장 발언으로 명단에 오른 의원들은, 무슨 일만 생기면 영남지방에서 장외집회를 열곤 했던 한나라당에 몰려 있다. 92년 대선 때 “우리가 남이가? 이번에 안되면 영도다리에 빠져 죽자!”던 김기춘 의원을 비롯해서 권익현 의원(99.1.24 마산집회에서 “작년 영남 부도 기업체수가 6980개인데 2130개인 호남의 3배나 된다”), 김윤환 의원(“우리가 남이야? 이번에도 영남이 똘똘 뭉쳐야 한다”), 김종하 의원(“현정부가 이 지역 기업인 한일합섬과 LG, 삼성을 없애려 하고 한국중공업을 외국에 팔아넘기려 하는 등 이 지역 경제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 3·15 부정선거와 군사정부를 무너뜨린 부마항쟁처럼 여러분들이 궐기해 달라”) 김태호 의원(“영남에서 호남사람이 시장이 되어서 울산이 어떻게 할 것이냐”) 김호일 의원(“한일합섬 공장이 목포나 광주에 있었으면 문을 닫았겠느냐. 의령 사람인 고 이병철회장이 세운 삼성그룹과 진주 구씨 집안의 LG그룹 등 경남 사람이 세운 회사만 뺨을 맞고 있다”) 서훈 의원(“광주의 OB공장은 돌아가고 구미의 OB공장은 문을 닫았다” “유일한 비호남 출신인 진형구 대검공안부장이 왕따를 당하다가 결국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구속됐다” 등), 정창화 의원(“경상도에서 부당하고 섭섭한 일이 있을 때 결단을 앞두고 내뱉는 말이 ‘니기미’인데 정부는 경상도 사람이 ‘니기미’ 하고 일어나기 전에 각성하라”) 등이 그 사례다.

    저질 발언으로 분류된 의원들도 주로 한나라당에 몰려 있다. 지난 대선기간에 다리가 불편한 김대중-김홍일 부자를 ‘시체’ 운운하며 싸잡아 비난한 김호일 의원을 필두로 공업용미싱 발언으로 유명한 김홍신 의원(“김대통령과 임창열후보는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하고 사람들을 너무 많이 속여서 공업용 미싱으로 더럭더럭 박아야 할 것이다. 거짓말의 인간문화재가 바로 김대통령이다”), ‘사정’ 발언의 이규택 의원(“70대 노인이 매일 사정, 사정하다가 내년에 변고가 생길까 우려된다”), DJ암 발언의 이부영 의원(“고 제정구의원은 김대중대통령에게 억압받다가 속이 터져 얻은 DJ암 때문에 떠났다”), 이사철 의원(“××야. 나이를 들먹이려면 나잇값 좀 해”), 빨치산 발언으로 고발당한 정형근 의원(“없는 사실을 악의적으로 조작하는 것은 무슨 수법인가. 공산당의 전형적인 선전선동수법이자 지리산 빨치산 수법이다”) 등이다. 이규택 의원은 그뒤에도 “현 정권은 미치광이 정권”이라고 폭언한 전과가 있으며 김홍신·정형근 의원은 입 때문에 고소고발돼 있는 상황이다. 정의원은 이신범 의원과 함께 ‘무책임한 근거없는 폭로’ 전과도 올라 있다.

    국회 부의장을 지낸 김봉호·오세응 의원은 둘다 날치기와 공천·개인비리 전과가 올라 있다. 김의원은 3일 연속 날치기(99.1.5∼7) 통과로 여당의 76개 법안을 변칙 강행 처리한 ‘기록’과 91년 광역의회 선거 당시 2명으로부터 공천 대가로 2억원을 수수한 기록(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원)이 있고, 오의원은 안기부법·노동법 날치기 통과(96.12.26) 기록과 관광호텔 신축허가 청탁 관련 5300만원을 알선수재(1심 계류중)한 기록이 있다.

    최다선 의원 중의 한 사람인 황낙주 전 의장은 비리 연루 건수도 6건으로 역시 최다다. 경성비리(3억4300만원 수수), 개인 비리 5건(10억원 상당 수수) 등이다. 오의원은 “날치기 처리는 지금이나 당시나 소신 있는 행동이었기에 후회는 없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구 민정계 중진의원들을 비롯해 국민회의 자민련 무소속을 망라한 13명의 ‘의원회관 고스톱 멤버’는 ‘도박꾼’으로 부적격 명단에 올랐다. 다른 사유와 달리 이 부분은 다들 “의원께서 아무 말이 없다”(보좌진)거나 “할 말이 없다”(본인)는 답변이 많았다. 장영철 의원 보좌관은 “잠시 화투를 친 것을 가지고 상습도박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물 좋다’는 재경위원들은 부실 국감과 외유물의 건으로 명단에 오른 의원이 많았다. 광주 지방국세청 부실 감사와 외유시 최고급 양주 ‘루이 13세’ 구입 건이 도마 위에 오른 박주천 의원은 억울함을 소상하게 해명했다.

    박의원은 “당시 기관 보고를 끝까지 다듣고 저녁 밥상에 술과 50대의 창하는 늙은 여자 2명이 나와서 지루하게 창을 하길래 나는 몸이 아파서 약을 복용하고 있던 터라 술도 못먹고 밖에 나와 혼자 서성거리고 있었는데, 지대섭 의원이 ‘몸이 아프면 광주에 있는 우리 집에 가서 좀 쉬었다 옵시다’고 해 광주지방 국세청장과 수석전문위원과 함께 지의원 집에 가서 약을 먹고 쉬다가 숙소에 돌아와 저녁 11시쯤 잠을 잤다. 그런데 당시 일부 신문에 국정감사 의원들이 술판을 벌인 것으로 보도가 돼 재경위원이라는 점 때문에 도매금으로 선의의 피해를 보았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장재식 의원은 “당일 식사를 마친 후 선약이 있어 참석 의원들 중 가장 먼저 자리를 떴으며 이는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밝혀졌다”고 해명했다. 또 정한용 의원은 “당일 식사만 마친 후 일찍 자리를 뜬 의원은 한영애 의원 외 김모 의원이 아니라 바로 정한용 의원임을 밝힌다”고 ‘비화’를 공개했다.

    각종 개혁입법과 관련해 명단에 오른 의원들은 대개 “국회의원은 법률이나 정책을 심의함에 있어 자신의 양심 및 정치적 견해에 따라 다양한 소신을 견지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과 입장을 달리했다는 이유로 정당한 입법행위에 대해 반개혁적 운운하며 공천 부적격자로 발표한 것은 시민 단체로서의 도를 벗어난 행위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경실련이 자신들의 입장만이 절대적인 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며 민주주의와 정의 실현이라는 설립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것. 특히 부가가치세법 개정안 변칙 수정통과 건으로 명단에 오른 의원 7명은 따로 재경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 공동의 반박자료를 내 경실련을 반박했다.

    이밖에도 경실련은 공개대상 명단에 올리지는 않았으나 부패방지법 미서명 의원(참여연대가 전개한 ‘부패방지법 제정을 위한 대유권자 약속’ 운동에서 96년 1차서명과 98년 7월∼9월15일 2차서명까지 참여하지 않은 의원) 명단을 다음과 같이 공개하고 있다.

    ▲손세일 송현섭 서정화 박정수 박상천 이재명 유용태 이용삼 김운환(국민회의)

    ▲김기수 김허남 박준규 김용환 김종필 정석모 정우택 김선길 박태준 함석재 이긍규 박구일 이상만 정상천 김현욱 한영수 이인구 이정무 오용운 강창희 구천서(자민련)

    ▲박원홍 김찬진 임인배 권기술 신상우 정문화 조순 전석홍 조익현 신영국 김정수 최형우 정재문 박우병 김기춘 박헌기 정형근 전용원 이해구 심정구 유종수 김광원 백남치 박종근 김중위 이세기 안재홍 김도언 김윤환 김동욱 서정화(한나라당)

    해명자료에서도 경쟁후보 비판

    경비행기 깜짝쇼까지 연출한 아들의 호화 결혼식 사건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이강희 의원은 “결혼식 경비행기 소동은 본인과 무관하며 ‘H부페’ 예식홀을 운영하는 여사장이 H부페를 선전하기 위해 준비한 단독행동임을 밝혀 왔다”면서 여사장이 보내온 사과문과 비행조종사의 사과문까지 첨부해 해명했다.

    또 해외골프 외유 건 등이 문제가 된 구천서 의원은 “언론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름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적격 후보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전제하고 또한 “국회의원 4명(손세일, 남평우, 박상규, 구천서)이 관련된 보도였음에도 부적격 후보의 기준이 한 의원에게만 적용되고 나며지 의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는 바, 이것은 사건의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경실련에서 객관성을 상실한 자료를 발표한 것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과거의 비리 관련으로 명단에 오른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자민련 의원 중에는 딱 잡아떼거나 위기를 선전의 기회로 삼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띠었다.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은 김고성 의원(충남 연기)은 장문의 팩스를 보내 다음과 같이 해명자료에서까지 ‘경쟁후보’를 비판하는 선거운동을 펼쳤다.

    “본의원은 96년 4월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신한국당 박희부와의 온갖 정치적 탄압속에서도 군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제15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음. 15대 국회의원 선거기간 동안에는 수사기관으로부터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송원재단 사무실과 재단에서 운영하는 볼링장까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는 등 감시대상으로 있었으므로 불법적인 선거운동을 한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상대당의 하수인으로부터 정치적인 테러나 진배없는 야비한 방법으로 고소를 당하게 되었던 것임. 그러나 이로 인한 1심에서의 정치적 보복에 따른 판결은 벌금 1000만원이었으나 99년 2월19일 2심 판결은 1심 재판의 부당성과 사실무근 및 증거 불충분으로 80만원을 선고받았음.”

    1심 판결(벌금 1000만원)은 정치적 보복에 따른 부당한 판결이고 자신의 당선이 유효한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을 받은 2심 판결은 정당하다는 논리이나, 벌금형도 ‘유죄’인 점에 비추어 납득할 만한 해명은 아닌 셈이다.

    수서 비리 사건으로 91년 구속수감돼 95년에 사면복권된 김동주 의원은 “수서사건의 경우 이미 사법부의 판단이 끝났으며 그후 사면 복권되어 출마에 아무런 흠이 없었기에 지역구민들로부터 선거를 통해 다시 당선되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당시 수서사건에 연루된 정치인 모두가 사면복권되어 정치를 재개했다는 것은 경실련의 준비가 얼마나 허술하기 짝이 없으며 그 기준과 잣대의 신뢰성이 낮음을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는 것”이라는 엉뚱한 논리를 펼쳤다.

    박철언의 해명은 대 YS 투쟁기

    김의원은 지역 민원성 예산을 심의한 건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의 의원 선출방식을 전국구와 지역구로 2분화하여 선출하는 것으로 볼 때, 국회의원 자신이 당선된 지역의 발전을 위해 발언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시민단체의 주장대로 지역발전을 위한 발언이 잘못된 것이라면 모든 국회의원을 전국구로 선출하자는 얘기와 같다”는 식으로 논리적 비약을 일삼았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 슬롯머신 사건(알선수재 혐의)으로 구속되었다가 96년 특별사면복권된 바 있는 박철언 의원은 보좌관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박의원의 YS정권과의 투쟁 경력 일대기를 내세우는 논리를 전개했다.

    “박의원은 90년 4월 민주자유당 출범시 약속했던 내각제 개헌을 거부하는 김영삼 당시 민자당 대표와 투쟁으로 정무장관직을 사퇴하고 92년 10월14일 ‘무능하고 부정직하고 부패한 김영삼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망칠 것이다’라고 주장하면서 집권여당인 민자당을 탈당하고 치열한 반김영삼 투쟁을 전개했다. 92년 12월18일 YS 당선후 ‘정치보복 대상1호’로 지목되어 표적수사의 대상이 되었고 수많은 주변 사람들에 대한 무차별 내사와 교묘한 탄압이 계속되었으며 93년 5월22일 정치보복으로 구속·투옥되었다. 이 사건은 YS에 의한 가장 지능적이고 악랄한 정치보복 사건으로 이미 온 국민이 잘 알고 있으며, 아무런 증거도 없이 ‘출세욕과 명예욕에 혈안이 된 꼭두각시 검사’와 ‘용기없는 법관’에 의해 만들어진 ‘사법처리를 빙자한 전형적 정치보복극’이었다.

    나라 망친 YS정권이 끝나고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지금, 시민단체는 오히려 이러한 부도덕한 정치 보복극의 실체를 밝히고 박의원의 그 동안의 통한과 시련에 대하여 위로하고 칭송해주는 것이 정의사회 구현과 바른 정치실천을 위해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당적 변경은 국난극복 동참?

    명단에 오른 3당 의원들의 해명 및 반박 유형을 분류하면 한나라당·자민련 의원들은 대체로 정서적으로 강하게 반발했으며, 국민회의 의원들은 그런 식으로 분류하면 어쩔 수 없지만 억울하다는 입장이 많았다. 이런 까닭은 한나라당은 대개 개혁입법(특히 보안법 개정) 반대 유형이 많고, 국민회의는 당적 변경(야당→여당) 유형이 많기 때문이다.

    당적 변경과 관련해서는 “IMF 외환위기 상황에서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 출범한 국민의 정부를 중심으로 정치 안정을 이루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도 급선무라는 것이 확고한 정치적 소신이었고 이러한 소신과 지역 여론에 따라 당적을 옮긴 것이다”(이성호 의원)라고 IMF 상황에서의 정치 안정을 통한 국난 극복 동참 논리를 내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국민회의로 간 영남 출신 의원들은 “영남 민심에도 불구하고 국민회의로 옮긴 것은 지역 통합과 화합을 위한 정치적 소신에 따른 행동이었다”(서석재·장영철)는 논리를 내세웠다.

    경실련은 99년 10월25일 ‘나라의 안보를 걱정하는 국회의원 모임’ 명의로 낸 ‘국가보안법의 개정을 결사 반대한다’는 제하의 성명서에 서명한 김용갑 의원 등 63명 중에서 나중에 국보법 개정이나 폐지에 찬성한다는 답변을 보내온 권영자, 권철현, 김영진, 박명환, 박성범, 조진형, 황우려 등 7명을 제외한 56명을 개혁입법 반대 유형에 올렸다. 이들은 대개 소신 있는 반박을 해왔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지역감정 조장발언으로 명단에 오른 일부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보수층과 지역표를 겨냥한 의도적인 제스츄어로 보였다. 그런 사유로 명단에 오른 것은 오히려 지역에서는 플러스 요인이라는 강변인 셈이다. 이와 같은 태도는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시민단체들이 제시한 선정 기준의 객관·타당성 여부와 무관하게 여전히 지역 연고 투표가 지배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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