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계열사 포함해 여러 시공사 입찰 담합”
- “대그룹 계열 건설사 3곳은 뇌물 뿌려”
- 시공사 한솔그룹 측 비리 시인…타 시공사는 否認
- “4대강 시공사에서 MB정권 실세에게 돈 갔다”
- 국회는 감사 요구, 대통령은 ‘철저점검’ 지시
박근혜 대통령은 3월 11일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총인시설 의혹에 관한 국회 감사요구안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국회에서 4대강 수질개선사업 입찰 비리 의혹에 대한 감사요구안을 통과시켰는데 예산 낭비와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점검해…”라고 한 것이다.
4대강 사업 비리 의혹은 전임 이명박 정권의 비리 의혹을 밝히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 의혹의 한가운데엔 국회의 감사요구안과 박 대통령의 언급에 동시다발로 등장하는 ‘총인시설 의혹’이 자리 잡게 됐다.
그렇다면 대통령과 국회가 지목한 총인시설 의혹이 과연 사실로 입증되는 실체적 비리인지, 아니면 정치적 공세 차원의 부풀려진 이야기인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신동아’는 총인시설 의혹의 사실성 여부를 독자적으로 검증 취재했다. 지금까지의 언론 보도는 국회의 감사요구안과 박 대통령 발언의 내용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다. 해당 의혹의 진위를 파헤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의혹 검증 취재
취재 결과, 국회의 감사요구안이 제기한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는 4대강 총인시설 시공사의 증언과 입증 문서를 확인했다. 나아가 총인시설을 둘러싸고 일부 시공사들이 뇌물을 제공했다는 시공사의 진술도 나왔다. 대통령과 국회가 직접 진상규명에 나선 4대강 총인시설 의혹이 이렇게 일부 사실로 밝혀짐에 따라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신동아’의 취재는 국회의 감사요구안에 적시된 총인시설 시공사들을 개별 접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회의 감사요구안은 “지방자치단체나 한국환경공단이 턴키 방식으로 발주한 36개 총인처리시설 설치 사업의 평균 낙찰률이 97.5%에 달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이러한 낙찰률은 업체들이 사전 담합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비율로, 총인처리시설 설치 사업 입찰에 담합 의혹이 있다”고 지적한다. 하천 오염의 주요 원인자는 총인(TP)과 총질소(TN)인데, 총인처리시설은 녹조 발생의 원인이 되는 총인의 강 유입을 줄여주는 설비다.
국회의 감사요구안은 한명숙 민주통합당 의원이 2012년 10월 국정감사때 내놓은 내역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다. 당시 한 의원은 “4대강 참여 건설업체들이 대규모 담합을 한 사실이 드러나 과징금 처분을 받았는데 4대강 총인처리시설에서도 담합을 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이 공개한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턴키 방식으로 발주된 4대강 유역 총인처리시설 사업 규모는 4952억여 원이었다. 그러나 국회의 의혹 제기에 대해 그간 공정거래위원회나 검찰은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그러자 박근혜 대통령 취임 다음 날 여야 합의로 국회가 감사원 감사를 요구한 것이다. 국회의 감사요구안은 4대강 유역 총인시설 담합 의혹의 구체적 사례를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코오롱워터앤에너지가 낙찰받은 경기 가평·이천 총인처리시설 10개 사업(183억 원)의 낙찰률은 98.9%였음.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이 낙찰받은 남양주시 제1·2화도 총인처리시설 사업(50억 원)은 낙찰률이 각각 99.7%, 99.9%였음.
태영건설이 낙찰받은 대구 총인처리시설(달서천) 사업(534억 원)은 낙찰률이 99.9%임.
한솔이엠이가 낙찰받은 파주시 7개 사업(139억 원)은 낙찰률이 99.8%에 달했음.
이처럼 통상 80%대의 낙찰률을 보이는 기타 공사 등의 입찰방식보다 10%이상의 낙찰률 차이가 발생하고 입찰에 참여한 업체 간의 입찰가가 거의 같은 경우도 있음.
또한 총인처리시설 입찰과정에서 환경신기술 가산점이 적용된 내용을 보면 일관성이나 기준이 없었음.
턴키심사위원들이 수시로 입찰에 참여하는 환경 관련 업체들의 환경신기술 가산점을 다르게 평가하고 적용업체가 뒤바뀐다는 것은 담합에 의한 환경신기술 고의누락 등 조작의혹이 있음.”
감사요구안에 거론된 4개 건설사는 ‘신동아’에 “낙찰률 수치는 정확한 편”이라고 했다. 이어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 태영건설은 “담합을 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이 두 회사는 낙찰률이 통상의 낙찰률보다 높게 나온 것에 대해선 “정부 예산이 빠듯해 애초부터 예정가격이 낮게 책정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코오롱워터앤에너지는 내부적으로 알아본 뒤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해놓고 연락을 해오지 않았다. 그러나 한솔 측은 담합의혹을 사실로 인정했다. 한솔그룹의 커뮤니케이션팀은 자사의 모 임원에게서 공식 입장을 들으라고 했다.
2012년 9월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이 4대강 사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국회가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한 4대강 총인시설사업이란 게 있죠?
“네.”
“로비도 좀 많이 한 걸로…”
▼ 경기 파주 구간에선 한솔이엠이가 낙찰받았는데 낙찰률이 99.8%네요.
“그 내용은 제가 대충 알고 있거든요. 이게 뭐냐면 4대강 사업 중 총인처리시설이라고…강에 녹조현상이 생기잖아요? 이걸 정화시키는 일종의 수처리 시설이거든요. 이걸 관련 업체들이 수주하면서 담합한 의혹이 있다고 공정위에서 조사를 하고 있어요.”
▼ 국회가 감사원 감사를 요구하기 전에 이미 공정위에서 조사를 해온 사안이군요.
“지난해 내내 조사해서 거의 끝나가는 것으로 알아요. 과징금 산정 및 부과 절차 정도만 남은 것으로 압니다.”
▼ 취재결과 담합사실에 대해 자진신고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예, 담합했습니다. 담합했고…. 자진 신고하면 공정위가 과징금을 깎아주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담합했다고 자진 신고했습니다. 저희 회사에 대한 조사는 다 끝났고 저희는 과징금 부과만 기다리는 상태입니다. 그런 사안인데 국회가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한다고 해서….”
▼ 결과는 언제 나옵니까.
“아까 말씀드렸듯 공정위가 과징금을 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 공정위에서 이 건과 관련해 언론에 공개한 건 없는데요.
“공정위에서 언론에 발표를 안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보통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릴리스(release·보도자료 배포) 하잖아요. 이 사안은 아직 언론에 공개된 건 아닌 것 같고. 이게 문제가 된 게, 일부 업체들이 담합도 하고 또 뇌물을 주지 않았느냐 이런 의혹도 있습니다. 그래서 검찰 조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압니다. 계열사인 한솔이엠이도 검찰 조사를 받았고요. 저희 회사는 공사 금액도 작고 수사에 적극 협조해서 약식 기소로 끝났고요. 나머지 업체들은 좀…. 다른 회사 일이라서 말씀드리기가 뭣하네요.”
1월 1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시민단체들이 감사원의 4대강 감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돈을 제대로 준 데가 어느 건설사입니까.
“좀 세게 한 데가 규모가 큰 회사들인데 (대그룹 계열사인) A사, B사, C사 이런 데가 크게 걸린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는 이 회사들의 실명을 말했다. 이 가운데는 국회의 감사요구안에 실명으로 거론되지 않은 건설사도 있었다. 정부 자료를 별도로 확인해본 결과 이 건설사는 비교적 사업비 규모가 큰 4대강 총인시설을 낙찰받은 것으로 돼 있었다.
▼ A사, B사, C사요?
“네네. A사, B사, C사요. 여기 (저희 회사) 자료에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이 회사들이 크게 걸린 것으로.”
▼ 크게 걸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담합 금액도 크고 조사결과 로비도 좀 많이 한 걸로 알려졌어요.”
▼ 4대강 총인시설을 낙찰받은 회사 상당수가 담합한 건가요.
“보통 4대강 주변 지역별로 총인시설 입찰 들어갈 때 컨소시엄으로 몇 개씩 들어가잖아요. 어쨌든 간에 다 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담합 방식은 어떤 겁니까.
“그것은…거기까지는 좀….”
▼ 다른 시공사들 입장을 들었는데요. 이 회사들은 담합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던가요? 하여튼 저희는 분명히 담합한 일이 있기 때문에 ‘담합했다’고 인정했고요. 전문용어로 ‘리니언시(leniency·담합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라고 하지 않습니까. 리니언시를 하면 공정위에서 과징금 규모를 깎아줘요. 검찰의‘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양형협상제도·검찰수사에 도움 준 범죄인에 대한 소추면제 또는 형량감경)’처럼요. 저희는 일단 공사금액도 백 몇 십억으로 적은 편이었고….”
▼ 담합을 하려면 함께 담합할 상대 회사들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것(상대 회사들 실명)까지는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전부는 저희 계열사인 한솔이엠이가 4대강 총인시설과 관련해 공정위 조사에 성실히 임했고 리니언시를 했다는 점입니다. 공정위 과징금 부과를 기다리는 상태고요. 다른 업체들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 않지만 뇌물을 준 것으로 들었고요. 저희는 특별한 게 없어요.”
‘신동아’는 한솔그룹의 관련 문건을 입수했다. 문건에는 “공정위 조사경위 설명. 4대강 총인처리시설 수주 관련 업체 간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8개 회사). (자사는) 조사에 성실히 임하였으며 리니언시(자진신고). 현재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부과절차만 남았음. 이와 별도로 관련 업체 모두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 조사 진행. (자사는) 불법행위 미미하여 약식기소 처리”라고 기록돼 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솔이엠이 측은 “취재에 응한 계열사 임원이 사실관계를 모르고 얘기한 것”이라며 “본건에 대해서는 현재 공정위의 조사가 진행중이어서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자료를 확인했더니 한솔이엠이의 경우 22개 4대강 총인시설사업에 다른 건설사들과 함께 응찰했다. 이 중 14개 사업은 다른 건설사들이 낙찰받았고 7개 사업은 한솔이엠이가 낙찰받은 것으로 돼 있다. 이와 관련해 한명숙 의원실의 임수정 비서관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4대강 총인시설 담합 의혹의 구조는 이렇다. 예를 들어 4대강 어느 한 구간의 총인시설 사업에 A사와 B사가 응찰한다. A사가 B사를 밀어주어 B사가 높은 낙찰률로 낙찰 받는다. 그런데 응찰 기록에 따르면 A사와 B사가 다른 구간에 함께 응찰하지는 않는다. 결국 다른 구간의 총인시설에선 B사가 아닌 C사와 D사가 A사를 밀어주어 A사가 낙찰받도록 한다. 이런 과정에서 어느 한 건설사도 낙찰에 누락되지 않는다. 여러 시공사가 4대강 전 구간을 놓고 서로 얽히고설키게 담합을 한 것으로 우리는 본다. 따라서 한 시공사가 담합 사실을 인정하면 여러 시공사 간에 조직적 담합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담합이나 뇌물 공여 없었다”
한솔그룹 계열사 임원이 담합 사실을 인정하면서 “어쨌든 간에 다 했다고 보면 된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러한 증언은 국회에서 제기된 조직적 담합 의혹을 일부 입증하는 것으로 비친다. 또한 한솔 측에 따르면 국회가 감사원 감사를 요구하고 박 대통령이 철저 점검을 지시하는 이면에서 공정위와 검찰이 조사를 꽤 진척시켜온 것으로 보인다.
‘신동아’는 4대강 22개 총인시설 사업에서 한솔이엠이와 함께 응찰한 건설사들, 뇌물 의혹이 제기된 건설사들에 담합이나 뇌물공여 사실이 있는지 재차 입장을 물었다. 이중 한 건설사는 내부적으로 사정을 알아보고 답을 주겠다고 한 뒤 연락을 해오지 않았다. 이외 건설사들은 “담합이나 뇌물 공여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4대강 시공사에서 이명박 정권의 실세에게로 돈이 흘러들어갔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임내현 민주통합당 의원실의 도정호 보좌관은 “4대강 시공사인 D사의 전직 고위층과 지난해 8, 9, 10, 11월 여러 차례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 그는 ‘회사에서 조성한 비자금 중 일부가 이명박 정권의 실세 E씨에게 전달됐다’고 제보했다”고 말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남주 변호사는 “시공사 선정과정의 담합, 공사 과정에서의 비자금 조성 및 뇌물 공여, 과잉 공사가 4대강 사업의 3대 비리의혹”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김 변호사의 말이다.
4대강 총인시설 입찰 담합을 인정하고 있는 한솔그룹의 내부 문건.
“공정위는 4대강 담합 의혹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고, 그 사이에 공사가 진행되는 바람에 세금이 낭비됐다. 4대강 사업에 22조2000억 원이 들어갔다. 여기서 얼마나 많은 비자금이 만들어졌는지, 또 만들어진 비자금이 어디로 흘러들어 갔는지 조사해야 한다. 낙동강 공사를 하면서 물 부족, 용수 부족 때문이라고 했는데 감사원 감사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과잉 공사를 한 셈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도 밝혀야 한다.”
검찰은 여러 부서에서 4대강 비리의혹을 수사 중이다. 그러나 여권에서도 검찰 수사가 느리고 미온적이라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친(親)박근혜계로 분류되는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2월 14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지난해 이 자리에서 4대강 사업 1차 턴키 공사가 전부 담합이니 수사하라고 했는데 그게 어떻게 해서 아직도 이러고 있나? 검찰에서 수사를 왜 이렇게 제대로 안 하나?”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신동아’ 취재 결과, 국회가 감사원 감사를 요구하고 박 대통령이 철저 점검을 지시한 4대강 총인시설사업과 관련해서도 조직적 담합 비리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국가적 의혹사안이 되고 있는 만큼 사정당국이 이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 신속하게 결과를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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