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호

[신평 인터뷰⑤] “로스쿨, 진보귀족에 유리한 제도로 변질”

文캠프 출신 법학자…“진보서 배척받더라도 양심 세력 대변하면 그에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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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19-11-01 1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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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7일 신평 변호사가 서울 광화문 ‘공정세상연구소’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10월 7일 신평 변호사가 서울 광화문 ‘공정세상연구소’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신평 변호사는 대구지방법원 판사 시절이던 1993년, 당시 법원 판사실에서 돈 봉투가 오간 사실을 폭로했다가 같은 해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지난 2017년 2월,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소속이던 이탄희 판사가 사표를 제출했다. 법원행정처 발령 후 ‘판사 뒷조사 문건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다. 그의 사표는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이 세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정작 신 변호사는 “이탄희도 마찬가지”라며 말을 이었다.

    “이탄희, 그 정도 분별력도 없나?”

    “그에게는 사법농단 수사를 촉발한 역사적인 공이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관선변호에 대해 단 한마디라도 말한 적 있나? 지금 조 전 장관이 꾸민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 들어갔더라. 물론 자신은 순수한 뜻으로 참여한다고 말하겠지. 하지만 결국 권력에 의해 이용당하고 있다는 걸 모르나? 그 정도 분별력도 없나? 지금 위원회에서 나온 안이 고작 특수부 대폭 축소 아닌가. 그 결정 과정에 이탄희도 관여한 것 아닌가. 그런 쪽을 겨냥하고 살았던 게 아닌가 싶을 만큼 대단히 실망스럽다. 그런 면에서 보면 그 역시 철저한 진영논리 신봉자인 셈이다.” 

    -로스쿨이 지금은 가진 자를 위한 제도가 됐다고 자조하는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런 결과까지 알고 만들진 않았겠지. 나 역시 누구보다 사시의 폐단을 잘 아는 사람이고 예전부터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국의 로스쿨 제도는 철저히 진보귀족에 유리한 제도로 변질됐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대학 입시에서 스펙 쌓기가 갖는 폐단이 노정됐다. 로스쿨에서는 아직도 스펙을 무제한으로 허용한다.” 

    -입시 과정에서 말인가? 

    “그렇다. 로스쿨은 진보귀족이 많이 분포해 있는 학계 인물들이 가장 유리하게 써먹을 수 있는 제도다. (진보귀족의 자녀들은) 유학 다녀왔다는 사실이나 외국 활동을 증빙할 만한 자료를 기재하는 식으로 스펙을 만들 수 있다. 혹은 그들끼리 논문 품앗이를 할 수도 있다. 설사 보통 가정의 자녀들이 입학한다고 한들 학비가 비싸니까 아르바이트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학점을 잘 받기가 어렵다. (입시 과정이나 입학 후에도) 기득권자에게 매우 유리하게 짜인 제도가 바로 로스쿨이다.” 

    -진보 지식인으로서 정권 핵심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게 부담스럽지 않나? 

    “(진보진영에서) 나에게 온갖 비난을 하지만 오해가 언젠가 풀리지 않겠나. ‘조국 사태’를 계기로 그간 진보 쪽을 바라봤다가 돌아선 양심 세력이 여론조사 상 10% 정도 있다. 이분들이 향후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만약 계속 진보 쪽에서 배척받더라도 10% 양심 세력의 견해를 어느 정도 대변하는 역할을 내가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 열쇳말이 ‘공정세상’인가? 

    “그렇다. 보수나 진보가 아니라 기득권 세력과 기득권이 아닌 세력으로 나눠보면 우리 사회가 물길 열리듯 쫙 보인다.”

    권력과 초심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절반가량 지나고 있다. 대통령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나도 이 정부를 탄생시키기 위해 역할을 한 사람이다. 지금 이렇게 되리라고는 상상을 못 했다. 국민이 완전히 두 쪽으로 갈렸다. 집권 세력에 ‘초심으로 돌아가달라’고 말하고 싶다.” 

    -초심이라면? 

    “이 사람들이 젊은 시절 민주화운동을 했다. 민주화운동은 우리 공동체를 조금 더 낫게 만들겠다는 선의에서 비롯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 집권 세력에는 그렇지 않은 모습이 많이 엿보인다. 이들이 초심을 되돌아보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여전히 문 대통령을 비판적으로나마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셈이지. 대통령이 다시 잘 일어서시길 바란다.” 

    신 변호사는 헤어지면서 “진정한 사법개혁의 의미가 공론화될 수 있도록 언론이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신동아 11월호에 실렸습니다]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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