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호

‘속전속결’ 검찰청 폐지 득과 실…검사 2000여 명은 어디로? 

[쟁점 | 누구를 위한 사법개혁인가] “감정적 결정, 영국 브렉시트처럼 ‘때늦은 실수’ 될 수 있다”

  •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헌법학)

    입력2025-11-08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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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정한 검찰개혁, 손발 아닌 ‘몸통’ 겨냥해야

    • 검찰권 오남용, 대통령의 영향력서 기인

    • 검찰 정상화 아닌 ‘무력화’가 검찰개혁?

    • 검찰청 폐지는 “형사사법 시스템의 후퇴”

    • 수사 노하우 실종, 인권침해, 법률 전문성 약화

    • 부작용 막을 충분한 국민적 합의 필요

    2026년 9월 검찰청이 창설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사진은 대검찰청 전경.  뉴시스

    2026년 9월 검찰청이 창설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사진은 대검찰청 전경.  뉴시스

    정부와 여당이 합의한 것처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소·수사 기능을 분리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9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유예기간 1년 동안 이를 번복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다면 2026년 9월 검찰청은 창설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다른 국가기관들의 경우와 달리 검찰청 폐지가 태풍의 눈이 되고 있는 것은 세 가지 의구심 때문이다. 

    첫째, 검찰청을 폐지하는 목적이 과연 국민의 인권 보장을 위한 것이 맞는가. 둘째, 검찰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청 폐지라는 초강수를 두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셋째, 여당에서 주로 거론하는 검찰권 오남용 사례들은 거의 모두가 검찰의 조직적 비리에 기인한 것이 아닌 대통령의 입김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왜 몸통인 대통령의 문제는 도외시하고 깃털에 해당하는 검찰 탓만 하고 있는가.

    민주화 이후 권력의 중심과 가까워진 검찰

    검찰이 권력의 중심과 가까워진 것은 민주화 이후다. 이승만 정권에서는 경찰이 권력의 측근이었고, 3·15부정선거와 4·19혁명에서 보듯이 권력 오남용이 매우 심각했다. 그리고 박정희·전두환 정권에서는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 같은 국가정보기관이 권력의 측근으로서 여러 권력 오남용 사례를 보여줬다.

    민주화 이후에는 국가정보기관을 이용해 각종 공작을 벌이는 ‘밀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이 매우 컸기 때문에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검찰을 앞세워, 법치국가적 절차와 방법에 따라 권력을 행사한 것이다. 그런 와중에 검찰이 권력의 측근으로 부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의 권한 오남용이 적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것이 과거 경찰권 오남용과 중앙정보부나 국가안전기획부의 권한 오남용에 비할 바는 아니다.

    또한 정부와 국회는 경찰과 국가정보기관(현재에는 국가정보원)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해당 기관 자체를 폐지하려 하지는 않았다. 한때 국정원 폐지론까지 나온 바 있지만 이를 관철하지는 못했다. 국정원을 폐지한들 결국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활동하는 새로운 국가정보기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국정원을 폐지하고 새로 만드는 것보다 기존의 문제점을 개선해 연속성 있는 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것이 여러모로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78년 동안 존재한 검찰청을 없애는 무모한 정책이 현실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각에서는 그만큼 “검찰개혁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자칫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와 같은 일이 될 수 있다. 브렉시트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의미하는 신조어다. 2016년 국민투표에 따라 브렉시트를 결정한 영국처럼 감정을 앞세우면 뒷감당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영국 경제는 브렉시트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고 성장이 둔화했으며, 일부 지역의 정치적 분열이 심해졌다. 2023년 영국인 과반(55%)이 ‘브렉시트를 실수로 인식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렇게 검찰청을 폐지함으로써 검사들과 검찰수사관들이 갈 곳을 잃는다는 것이다. 단순히 이들의 일자리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마치 전두환 정부의 언론통폐합으로 실직한 수많은 기자가 다양한 형태의 조직적 불만 세력으로 자라났듯이 검사들도 그렇게 될 수 있다. 해직 검사들이 뭉쳐 불만 세력화하면 아마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이상의 강력한 보수 법률가 단체가 될 수 있으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이상의 규모와 결속력을 갖게 될 것이다.

    9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을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재석의원 180명 가운데 찬성 174명, 반대 1명, 기권 5명으로 통과됐다. 뉴시스

    9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을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재석의원 180명 가운데 찬성 174명, 반대 1명, 기권 5명으로 통과됐다. 뉴시스

    ‘검찰 무력화’로 변질된 검찰개혁

    해묵은 검찰개혁 주장도 오히려 민주화 이전에는 지금과 달랐다. 당시의 검찰권이 지금보다 훨씬 깨끗하고 공정했기 때문이 아니다. 당시 민주화 운동의 타깃은 권력의 손발 노릇을 하는 검찰이 아니라 몸통인 대통령이었다. 1987년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이끌어낸 6월 민주항쟁의 구호가 무엇이었나. 검찰이나 경찰 혹은 국가정보기관의 개혁이나 폐지가 아닌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었다. 즉 대통령이 모든 문제의 중심에 있는 몸통이라는 점을 정확히 보고 있었던 것이다. 검찰은 민주화 이후 권력의 측근이 되면서 권한 오남용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에 대한 늦장 수사, 봐주기 수사가 문제가 됐고 대통령의 정적들을 향한 표적 수사, 먼지털기식 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이때 검찰개혁의 본질적인 출발점은 검찰청의 폐지나 축소가 아닌, 검찰 수사를 대통령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었다. 검찰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이 그것이다. 이러한 명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검찰총장 임기제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런 개혁 조치들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인사청문회 제도는 큰 기대 속에 출발했지만 여전히 정착되지 못하고 있으며, 인사청문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도 만만치 않다. 또한 검찰총장 임기제는 이를 통해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입김을 최소화하고자 했던 것이지만 지금까지 2년 임기를 다 채운 검찰총장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당시 검찰개혁에 뜻을 둔 시도들은 검찰개혁에 대한 진정성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개혁이었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대통령의 문제는 빠지고, 검찰개혁이 검찰을 정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무력화’하는 개념으로 변질됐다. 검찰의 권한 오남용보다는 검찰의 권한 축소 및 폐지가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쯤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검찰 이상으로 국민의 불신을 받는 기관은 다 폐지돼야 하는가. 그런 기준이라면 국회가 가장 유력한 폐지 대상일 것 같은데…. 

    검찰청 폐지가 가져올 세 가지 부작용 

    정부와 여당이 검찰청 폐지를 서두른 이유는 분명치 않다. 검찰권의 오남용 때문이라고 단정하기엔 그 이상으로 권한을 오남용한 국가기관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청 폐지가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지 예상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첫째, 검찰 수사를 통해 축적된 수사 노하우가 실종될 것이다. 주로 검찰이 담당한 사건들, 예컨대 경제범죄, 공직자 범죄, 마약범죄 등에 대한 수사 노하우는 검찰이 가장 많이 갖고 있는데 이것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검찰청을 대신해 수사를 전담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해 해당 범죄에 대한 수사 권한을 부여할 수는 있지만, 수사 노하우를 이전하기는 어렵다. 유일한 방법은 수사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검사 및 검찰수사관을 그대로 영입하는 것인데,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검사들 중에서 중수청으로 가려는 사람도 없고, 정부와 여당도 그런 식으로 검사들이 중수청을 사실상 장악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둘째, 검찰청 폐지는 수사 과정에서 법률 전문성의 약화, 그로 인한 인권침해를 야기할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까지 2000여 명의 검사가 14만 명 이상의 경찰을 대상으로 수사 지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법률 전문성 때문이었다. 현대적 형사사법제도가 형성되기 이전, 경찰(및 그 전신)의 수사와 법원의 재판으로 이원화돼 있던 절차가 법률 전문성 강화의 필요성으로 인해 경찰-검찰-법원의 단계로 세분화된 것이다.

    법치와 인권 보장을 위해서는 모든 수사 인력을 법률 전문가로 채우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모든 경찰을 법률 전문가로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수사 과정에는 법률 전문성을 갖고 조언 또는 지시하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기에 프랑스에서 시작된 검찰 제도가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것이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것은 “형사사법 시스템의 후퇴”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법률 전문성 약화는 인권 보장의 약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최근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의 체포에서 보듯이, 충분한 법률적 검토 없이 일단 강제력을 행사해 수사할 경우에는 여러 인권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기소하면 이길 수 있는 재판에서 질 수도 있다. 또 거꾸로 기소를 하지 않아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는 비록 수사 및 재판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범죄피해자의 인권을 고려할 때, 범죄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수사의 지연이나 수사 공백 등의 문제는 이미 검경 수사권을 조정한 이래로 계속 지적돼 온 문제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6대 범죄, 나아가 2대 범죄로 축소한 상황에서도 문제가 심각했는데, 직접 수사권이 완전히 사라진 이후에는 어떻겠는가.

    셋째, 검찰청 폐지는 그 소속 인력들의 미래와도 직결된다. 검사 인원은 2000여 명이지만, 검찰수사관은 6000여 명, 그 밖의 행정인력은 더 많다. 그들 가운데 검찰청이 없어져 실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검사 일부는 신설되는 공소 담당 기관인 공소청으로 갈 것이고, 아마도 과반수의 검사는 옷을 벗고 변호사로 활동하지 않을까 싶다. 이들이 처음부터 변호사를 선택하지 않고 검사의 길을 걸었던 것은 그들 나름의 사명감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인권침해가 아닌가. 

    부작용 최소화하는 ‘신중한 검토’ 필요했다!

    검찰수사관의 경우에는 다른 수사기관으로 편입될 수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혼선과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들의 신분과 지위가 보장될 것인지도 문제다. 다른 한편으로는 같은 수사기관이라고 하지만, 수사 영역과 수사 방식의 차이로 인한 혼란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청 폐지로 실직하는 이들은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과거 해직 기자들을 중심으로 한겨레신문이 만들어졌듯이 이들도 세력화할 수 있다. 이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적 다양성을 풍부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까. 

    검찰청 폐지는 핵심 정부 부처 폐지에 해당한다. 더욱이 형사사법 시스템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매우 크다. 그러므로 검찰청 폐지는 훨씬 더 신중하게, 국민적 공감대를 모아 결정했어야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을 결정했고, 그에 대한 비판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책임론이 크지 않은 것은 당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찰청 폐지는 정부와 여당이 그런 절차 없이 밀어붙인 것이다. 그런 만큼 그에 대한 책임도 오롯이 정부와 여당의 것이다.

    당장 내년부터 범죄피해자인 국민에 대한 인권보호의 사각지대가 크게 발생할 것이 염려된다. 검찰청 폐지의 부작용이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 너무나도 분명한데, 이를 외면하고 무조건 속전속결로 밀어붙인 것은 운동권 정치의 속성일까. 아니면 과거의 권위주의 정권에서 배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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