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호

섀도 캐비닛

문재인 섀도 캐비닛 총리 이해찬, 경제 조윤제, 통일 이종석, 법무 박범계?

  •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17-04-27 21: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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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창원, 손혜원, 정청래, 조국, 유시민 깜짝 발탁?
    • 양정철, 임종석, 윤태영 등 친노 86세대 중용할 듯
    • 내각엔 청문회 검증 버틸 인물 최우선 발탁
    • “지금쯤 구체적 라인업 짜놨어”
    • 여러 버전의 ‘文 섀도 캐비닛’ 유포
    • “노무현 정권 2기”…실망감도
    5·9대선을 통해 정권을 잡는 새 대통령은 ‘독이 든 성배’를 마시게 될지 모른다. 당선된 즉시 임기가 시작되는데, 누가 대통령이 되든 여소야대 정국이므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내각 구성 단계부터 삐걱댈 수밖에 없는 구도다. 과거 대통령들은 67일 동안의 인수위원회 활동 기간에 조각(組閣)과 청와대 참모진 구성에 필요한 인사검증 단계를 거쳤지만 이번엔 바로 새 정부의 진용을 짜고 국정 운영을 시작해야 한다.

    대선 국면에서 미리 ‘섀도 캐비닛’(shadow cabinet·그림자 내각)을 공개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후보와 함께 유권자의 평가를 받자는 아이디어는 여기서 나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조기 대선이 가시화한 시점인 지난해 12월 20일 처음으로 섀도 캐비닛 공개 필요성을 제기했다.

    “당선증을 교부받고 곧바로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만큼, 후보와 정당의 협의를 거쳐 어떤 내각을 구성할지에 대한 로드맵을 사전에 협의할 필요가 있다. 완전한 형태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어떤 분들이 함께 국정을 수행할지에 대한 부분을 보여줄 여지도 있다.”

    문 후보의 언급이 나오자 정치권에선 여러 형태의 ‘문재인 정부 그림자(예비) 내각-청와대 비서진’ 명단이 나돌았다. 그럴듯해 보이는 명단도 있지만 대부분은 황당한 내용이었다.





    “버전2 예사로 보면 안 돼”

    처음 유포된 ‘버전 1’은 이렇다.
    “국무총리=전윤철 전 감사원장(문재인 캠프 공동선대위원장),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조윤제 서강대 교수(문재인 캠프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소장), 법무부 장관= 전해철 민주당 의원(캠프 조직특보단장), 대통령비서실장=노영민 전 의원(캠프 조직본부장).”청와대 경제수석, 정무수석, 교육문화수석, 홍보수석 등도 망라한 이 명단은 그나마 설득력을 얻었다.

    ‘버전 2’는 광범위하게 진용을 짰지만 작위적인 냄새가 짙었다. ‘문빠’(문재인 열렬 지지자층) 대상 인기투표 성격도 있었다.
    “국무총리=박원순 서울시장, 경제부총리=이재명 성남시장, 외교부 장관=조국 서울대 교수, 국방부 장관=추미애 민주당 대표, 행정자치부 장관=표창원 민주당 의원, 산업통상부 장관=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 여성가족부 장관=손혜원 민주당 의원, 대통령비서실장=이해찬 전 총리, 대변인=방송인 김제동 씨”

    ‘박원순은 현직 서울시장인데 시장직을 사임하고 국무총리가 되는 게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버전 2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회적으로 이념 논란을 일으킨 이정희 전 의원, 임수경 전 의원, 방송인 김용민 씨,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구속)은 물론이고 이석기 전 의원(구속), 고영태 씨에게도 각 부 장관을 맡기는 것으로 돼 있는 점이다.

    그러나 문재인 캠프 사정을 잘 안다는 한 정치권 인사는 “버전 2를 예사로 보면 안 된다. 이 리스트 속 인물 중 몇몇은 입각하거나 청와대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어지는 이 인사의 설명이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그는 자신의 지지층을 우선 챙길 것이다. 그래야 지지율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문재인은 자신의 열렬 지지자들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친노를 상징하는 사람들을 내각이나 청와대에 발탁하려 할 수 있다. 표창원, 손혜원, 정청래, 조국은 물론이고 유시민 등도 대상이 될 것이다. 보수정당에선 반발할 테지만 문재인의 성향으로 봐서 그대로 밀고 나갈 가능성이 있다.” 


    금기어 된 ‘섀도 캐비닛’

    이 밖에도 다양한 버전의 문재인 정부 예비 내각·청와대 참모진 명단이 여의도 정가에 나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누가 봐도 문 후보의 인맥을 비꼬고 폄하하기 위해 작성한 조악한 수준의 ‘가짜 뉴스’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문 후보 진영에선 ‘섀도 캐비닛’이 금기어가 돼버렸다. 한때 헛소문을 차단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차기 정부 인적 구성안을 미리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부작용이 더 크다고 판단해 접었다고 한다. 명단이 공개될 경우 문 후보뿐 아니라 그들도 검증 대상에 오르고, 명단에 들어가지 못한 핵심 참모들은 소외감을 느끼는 부작용이 생기는 까닭이다.

    문 후보는 “섀도 캐비닛을 말하는 건 이르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단계까지 사람을 충분히 넓히기 위해 인재풀을 확보한 뒤 당과 협의하고, 또 총리 후보자와도 협의해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선을 긋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의 다른 관계자는 “문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인수위 활동 없이 곧바로 새 정부의 인적 구성을 발표해야 하는 만큼 지금쯤 구체적인 라인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캠프+α


    ‘문재인 정부’가 탄생할 경우 파워그룹을 형성할 인물군의 윤곽은 선대위 핵심 멤버들을 기초로 그려볼 수 있다. 인수위가 활동한다면 기존의 대선 승리 공신과 새로 영입한 인물을 적절히 배합할 수 있지만 그럴 수 있는 사정이 아니므로 당장은 당내 인사와 캠프의 핵심 참모가 새 정부의 인적 토대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문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참여정부 때 (추진했던) 당정분리가 옳지 않다고 본다.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문재인 정부가 아닌 민주당 정부를 만들겠다”며 ‘당정일체론’을 강조했다. 자신이 민주당 대표, 유력한 대권주자로 활동하면서 맺은 당 내 인맥이 문재인 정부의 근간을 이룰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여기다 문 후보가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을 지내며 함께 국정을 운영했던 인물들도 중용될 수 있다.

     전혀 새로운 인물을 발탁할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와 언론의 검증 단계에서 인사 실패로 이어지기 십상이므로 노무현 정부와 민주당에서 핵심 요직을 맡았던 중진급들이 문재인 정부 1기 내각과 청와대에 두루 포진할 개연성이 크다. 이런 상황들을 감안하면 ‘그림자 내각’을 짚어볼 수 있다. 비록 문 후보가 1000명이 넘는 교수와 전직 공직자·정치인·언론인으로 ‘매머드 선대위’를 꾸렸다고 해도 실제로 가용한 인재풀은 그다지 넓지 않다.

    먼저 여소야대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치고 본회의 표결까지 통과해야 정식 임명되는 국무총리엔 경륜이 풍부하고 이미 검증을 거친 인사들이 거론된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 전윤철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미경 전 의원,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상 공동 선대위원장),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정책공간 국민성장 상임고문),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정책공간 국민성장 자문위원장) 등이 물망에 오른다.

    이해찬 전 총리는 지난해 4·13 총선 때 김종인 비대위 대표 체제에서 공천에서 배제되자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세종시에 출마해 7선 고지에 올랐고, 추미애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복당했다. 문 후보에게 앙금이 있을 법도 하지만 대선 국면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약진으로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릴 때 충청권의 ‘비문’(非문재인) 의원들을 소집해 결속을 당부하며 힘을 실어줬다. ‘당정일체’를 강조하는 문 후보로선 당 대표와 국무총리, 교육부 장관을 역임해 국정 경험이 풍부한 이 전 총리를 두 번째 행정부 수장에 올려 임기 초반 안정적 기반을 다지는 초석으로 삼을 수 있다.

    김진표 전 부총리는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국무조정실장, 교육부총리, 경제부총리를 거친 행정의 달인이다. 여기다 4선 국회의원을 지내며 정무 감각까지 풍부하니 혼란한 시기에 출범하는 새 정부를 이끌어가기에 안성맞춤으로 비칠 수 있다.


    ‘J노믹스 실행자’로

    몇몇 리스트에서 국무총리감으로 이름을 올린 전윤철 전 실장을 비롯한 다른 인사들도 경륜이나 국민적 이미지에서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들이 웬만한 공세엔 버틸 수 있을 정도로 국회나 언론의 검증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여소야대 정국에서도 인사청문회를 비교적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기획재정부 장관(경제부총리)을 비롯한 경제부처엔 문 후보의 ‘J노믹스’를 실천할 수 있는 정책통이 포진할 가능성이 높다. J노믹스의 핵심은 ‘사람에 대한 투자로 경제성장을 달성한다’는 새로운 개념이다. 재정 투입을 늘려 연간 5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야심만만한 포부를 담았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인물로 ‘정책공간 국민성장’의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용섭 전 의원(상황실 비상경제단장),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 조대엽 고려대 교수(민주정책통합포럼 공동대표), 최정표 건국대 교수(정책공간 국민성장 경제분과위원장) 등이 주목받는다.

    최정표 교수는 경실련 공동대표를 지낸 재벌개혁론자다. 만일 문재인 정부에서 그가 경제부처에 중용되면 대기업은 더욱 긴장하게 될 것이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경제 가정교사를 했던 김광두 서강대학교 석좌교수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문재인 캠프에서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 교수는 J노믹스의 설계자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교수들에 대해선 “실물경제에 대해 얼마나 알겠나” 하는 불안감도 뒤따른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가 외교·안보·통일이다. 이 분야에 포진할 참모들은 문 후보의 ‘안보 불안’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진보정권의 정책 틀을 새로 만들어가야 한다. 현재 캠프 내에선 예비역 4성 장군인 백군기 전 의원, 박종현 전 공군참모총장,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이상 국방안보위원회 공동위원장), 서훈 전 국정원 3차장(안보상황단장) 등이 눈에 띈다.



    도종환·문성근에 눈길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보수층 표심을 겨냥해 영입한 전직 장성들에게 국방 분야를 통째로 맡길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민간 출신의 진보적 통일·안보 전문가에게 새 정부 정책의 틀을 짜도록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맡아 이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던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다시 주목받는 건 이 때문이다. 문 후보가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직접 영입한 국정원 처장 출신 김병기 의원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 안보 분야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을 수 있다.

    문 후보가 강점을 갖고 있는 사회·복지·교육·문화 분야에서도 나름대로 ‘가상 내각’이 거론된다.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당 혁신위원장),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김용익 민주연구원장(선대위 정책본부장), 도종환 의원(시인)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박양우 전 문화관광부 차관, 김진경 전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도 문 후보 캠프에 직간접으로 참여 중이다. 현실 정치와 떨어져 문 후보에게 간혹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문성근 백만송이 국민의명령 상임운영위원장(영화배우)의 행보도 지켜볼 일이다.


    수석 비서관 경쟁 치열할 듯

    법무·행정 분야에선 문 후보의 청와대 근무 시절 직속 부하이자 판사 출신인 박범계 의원(캠프 총괄 부단장)이 법무장관 감으로 돋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판사 출신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장관으로 발탁한 바 있다. 법률가로 인천시장을 지낸 4선의 송영길 의원(캠프 총괄본부장)도 문재인 정부에서 약진할 가능성이 있다.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 정순관 순천대 교수, 안성호 대전대 교수도 문 후보를 돕고 있다.

    초기 국정 운영에서 핵심 역할을 하면서도 인사청문회가 필요 없는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엔 대선 캠프에 합류한 저명한 학자 출신이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새 정부가 직면할 경제통상 위기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경제통이 유력해 보인다. 경제부총리 물망에도 오른 조윤제 교수가 우선 거론된다. 조 교수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경제보좌관을 지내며 문 후보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건설교통부 장관을 역임한 이용섭 전 의원이 비서실장에 기용될 경우 그가 전남 함평 출신임을 감안하면 ‘호남 인맥 중용’이란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문 후보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오래 근무해 청와대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비서실장에는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보다는 시민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외부 인사를 전격 영입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노영민 전 의원(캠프 조직본부장), 최재성 전 의원, 임종석 전 서울시정무부시장의 입각 또는 청와대 입성도 유력하다.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 윤건영 전 청와대 비서관을 비롯한 노무현 정부 청와대 86 참모 출신 가운데 상당수도 재입성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참모진 가운데 수석비서관급(현행 직제로 10개) 이상 자리는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20대 총선 때 국회 재입성에 실패한 전직 의원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들 외에도 문 후보가 무더기로 영입한 교수 가운데 상당수가 청와대 고위 참모직을 노리고 있다.  



    ‘스리 철’ 명암 갈린다?

    문 후보의 핵심 측근인 ‘스리(3) 철’은 명암이 갈릴 전망이다. 이호철 전 민정수석은 입각이나 청와대 재입성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현재 부산에 낙향해 있는 데다, 지난 2003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사돈이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켰을 때 청와대 민정1비서관으로서 이를 덮었다는 의혹을 받는 까닭이다.

    캠프의 공동 조직특보단장을 맡고 있는 전해철 의원은 현역 의원 신분인 데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을 지냈기 때문에 청와대 재입성보다는 입각이 점쳐진다. 노무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양정철 후보비서실 공동부실장은 청와대나 정부 공보 라인에서 핵심 요직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문 후보가 당선 후 급하게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을 인선하는 과정에서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을 소지도 있다. 민주당 안에선 보수 세력에 정권을 내 준 9년 세월을 보상받으려는 기대가 팽배하다. 문 후보는 이를 잘 걸러야 한다. 이미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문 후보와 추 대표가 충돌한 바 있다. 정치권 한 인사는 “장관이나 수석 후보로 거명되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 2기가 맞다’는 실망감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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