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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막무가내 애국주의 韓 정서엔 ‘꼴통’

한국인-중국인 ‘정체성 케미’ 분석

  • 홍순도 | 아시아투데이 베이징 특파원 mhhong1@daum.net

中 막무가내 애국주의 韓 정서엔 ‘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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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고의 역적’

물론 중국에서도 현안에 대해 다수 의견과 상반된 의견을 내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곧장 내셔널리즘의 거센 파도에 파묻힌다. 욕 먹고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것은 기본이다. 재수 없으면 감옥행이다. 심지어 간첩이라는 끔찍한 주홍글씨를 안은 채 비극적 최후를 맞기도 한다.

사례는 무수히 많다. 주(駐)한국 대사를 지낸 L씨,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수행했다는 주북한대사관의 전직 참사관 Z씨, 신화통신 고위 간부였던 Y씨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중국 주류의 일원이었으나 내셔널리즘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가 인생이 완전히 망가졌다. Z씨는 고위 간부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듣던 인재였으나 간첩 협의를 쓴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에 대해 중국인 변호사 반모 씨는 이렇게 말한다.

“중국 사회는 언로가 막혀 있다.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지 못한다. 중국 관련 국제 현안이 많이 터지는 요즘 들어서는 더 그렇다. 정부의 기본 입장이나 대중의 정서에 반하는 발언을 하면 ‘만고의 역적’이 된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인들 사이에선 극단적 개인주의가 횡행한다. 배금주의, 물질주의, 출세지향주의가 사회 전반을 뒤덮고 있다. 권력에 대한 견제장치도 별로 없다. 돈을 벌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다 보니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는다.

한국인도 개인주의가 강하지만, 그래도 언론이 사회지도층의 윤리적 타락상을 적극 파헤친다. 대중이 이를 용서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중국보다 오히려 더 사회주의 이념에 충실한 편인지 모른다. 오늘의 중국을 있게 만든 주역인 마오쩌둥도 “중국인들은 ‘나’만 알지 ‘우리’를 모른다. 모래알이 그럴까 싶다”고 토로한 바 있다.  



중앙 정부는 가끔 국민 계도용 ‘젠이융웨이(見義勇爲)’라는 말을 거론한다. ‘논어’에 나오는 ‘견위수명(見危授命)’과 비슷한 의미로 ‘의로운 행동을 필요로 하는 위기상황을 보면 용감하게 행동하라’는 뜻이다. 한국엔 이렇게 행동하는 오지랖 넓은 사람이 해변의 모래알처럼 많다. 하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 남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거나 흉기에 찔려도 잘 도와주지 않는다.   



“원수 안 갚으면 사내 아니다”

중국인은 특히 인권에 대한 인식에서 한국인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각종 사고로 비명횡사하는 중국인의 ‘목숨값’은 저세상으로 가기 억울할 만큼 형편없다. 중국의 사정기관에서 구타는 기본이고 고문은 옵션이다. 중국인은 경찰서나 검찰청에 가면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겁을 잔뜩 집어먹고 눈물부터 흘린다는 말이 있다. 다소 과장됐지만 현실과 괴리된 얘기가 아니다.

재판은 2심뿐이며 사형수의 장기(臟器)는 당국의 묵인 아래 적출돼 유통된다. ‘인권’은 중국에서 입에 올리기 민망한 단어다. 베이징 사회과학원 정치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한오종 씨는 “중국은 왕조에서 국공내전을 거쳐 사회주의로 넘어왔다. 인권 보호를 부각할 특별한 계기가 없었다. 또한 중국엔 잔혹한 형벌 전통이 있다. 명나라 환관 위충현은 무려 1만 번 가까이 칼에 베이는 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민주주의의 과잉을 걱정해야 할 처지인데, 중국은 정당이라곤 공산당과 위성 정당 8개가 있을 뿐이다. 전국인민대표대회라는 이름의 의회가 존재하지만 3000명 가까운 대표들은 사실상 간접선거로 선출되며 대부분이 공산당원이다. 시진핑 주석 1인으로의 권력집중이 더 강화됐으며, 요즘은 과거엔 관행적으로 결정돼온 주석 임기를 10년에서 그 배로 늘릴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거의 100% 국가에 의해 통제되는 언론의 수준 역시 이 상황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신문, 잡지, 방송, 인터넷 매체는 공산당의 입장에 반하는 논조를 펴지 않는다. 그렇게 하는 것은 백해무익한 자해행위다. 사드 배치 논란이 현안으로 떠오른 요즘 ‘런민일보’나 자매지인 ‘환추시보’가 조폭 같은 논조를 펴는 것도 다 이런 사정 때문이다.

한국인과 중국인은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으면 서로 그럭저럭 잘 지낼 수 있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양측은 동북공정이나 세계문화유산 신청을 놓고 부딪쳤다. 이번 사드 논란은 훨씬 심각한 사안이다.

한국에도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는 속담이 있지만, 중국인은 복수심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한 번 척을 지면 복수의 화신처럼 두고두고 괴롭힌다. ‘30년이 지나도 원수를 갚지 않으면 사나이 대장부가 아니다’라는 속담이 중국의 이런 문화를 말해준다.



감정적 자극 피해야

예상대로 중국은 군사적 행동까지 언급하고 있다.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언해선 안 된다. 중국은 최고지도자가 결심하면 의사결정이 빠르다. 사드의 X-밴드레이더가 자국의 군사행동을 손금 들여다보듯 한다는 확신이 서면 언제든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 군사행동에 나서지 않더라도 한국을 압박할 여러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중국의 젊은 세대는 한국 문화와 잘 교감한다는 점이다. 몇몇 중국인은 “한족 정권이 한반도 정권을 별로 괴롭히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고구려를 침입한 당나라는 돌궐족이, 고려를 침략한 원나라는 몽골족이, 병자호란을 일으킨 청나라는 여진족이 세운 나라였고, 한반도와 우호관계를 맺어온 송나라나 명나라는 한족이 세운 나라였다는 것이다.

사드 문제가 원활하게 풀리려면 한중 양측이 서로를 감정적으로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사이버 세계에서 중국인이 한국인을 ‘가오리방쯔(高麗棒子, 몽둥이로 때려야 할 고려인)’로, 한국인이 중국인을 ‘짱깨’로 비하해선 안 된다. 이런 인종차별적 호칭부터 쓰지 말아야 한다. 한셴둥 중국정법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양측이 강(强) 대 강으로 충돌하면 곤란하다. 상대의 자존심을 긁는 일도 피해야 한다.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과 중국인은 케미가 맞지 않다’는 점이 이번 사드 논란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케미가 맞지 않는 이웃과도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 사드 논란 전까지 양측은 실제로 잘 지내왔다.





신동아 2016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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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 아시아투데이 베이징 특파원 mhhong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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