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용인대 캠퍼스에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학생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띈다. 방금 조깅이라도 하고 오는 것 같은 모습이다. 도복(道服)을 바지처럼 입고 다니는 학생도 보이고 둘둘 말아 어깨에 걸고 다니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단정하게 깎은 머리에 구릿빛 피부의 단단한 몸매가 예사 학생들 같지 않다.
담배를 피우면서 교내를 오가는 학생이 보이지 않는 것도 이채롭다. 식사를 마치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보일 법도 한데 학내 어디서고 담배꽁초조차 찾아볼 수 없다. 용인대는 학내 전역이 금연(禁煙) 구역이다. 최근의 금연 바람을 타고 금연을 선언한 것이 아니라 개교 이래 교내 흡연을 금지하고 있다. 축제 때를 제외하고는 교내에서 음주도 허용되지 않는다. ‘운동복’ ‘금주’ ‘금연’, 이 세 단어는 용인대의 ‘역사’를 알려주는 키워드다.
대한유도학교가 모태
용인대는 1953년 대한유도회에서 설립한 ‘대한유도학교’가 그 모태다. 1990년 대한체육과학대학으로, 1993년에는 용인대학교로 교명(校名)을 변경해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여전히 용인대를 유도(柔道)대학, 체육대학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금주·금연은 강제된 규율이 아니라 40여 년간 지켜온 체육인들의 생활태도가 종합대학이 된 오늘까지 전통으로 이어져 남아있는 것이다.
용인대학교에 들어서면 언덕 위에 있는 대학본부를 향해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이 길을 중심으로 좌와 우에 자리잡은 건물들은 각각 서로 다른 단과대학의 성격을 보여준다. 정문에서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다보면 우측으로 무도(武道)대학과 체육과학대학 건물이 보인다.
1984년 LA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온 국민을 환호하게 했던 안병근 선수로부터 김미정(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 조인철(2000년 시드니올림픽 은메달) 선수에 이르기까지 많은 메달리스트들이 이곳에서 땀을 흘렸다.
이외에도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인 이선희 선수, 씨름 천하장사 이태현 선수, 축구 국가대표 송종국 선수 등이 모두 용인대학교에 학적(學籍)을 두고 있다. 안병근, 김미정, 정훈(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 선수는 현재 이 대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용인대에서 발행한 ‘대학안내’ 책자에는 이 대학 학생들이 유도 태권도 레슬링 씨름 검도 역도 사격 수영 등 종목별로 각종 국내외 경기에 출전해 획득한 메달과 트로피에 대한 기록이 수십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
무도·체육과학대학 건물 위쪽으로는 국제경기를 치를 수 있는 규모의 육상트랙과 인조잔디가 깔린 축구경기장이 시원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진입로 우측이 이처럼 힘과 기상, 땀 냄새를 느끼게 하는 곳이라면 길 건너 좌측에는 야외공연장과 예술대학이 자리잡아 용인대의 또 다른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예술대학 건물에는 무용·회화·국악·연극·영화영상·문화재보존·멀티미디어 등 7개 학과가 자리하고 있다. 이들 학과는 대부분 1992년 종합대학으로 승격한 이후 생겨났다.
우람한 체구에 단정하게 머리를 깎은 학생이 많은 건너편과는 달리 이곳에는 머리를 물들이고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학생, 캔버스에 열심히 채색하는 학생, 가지런히 한복을 갖춰 입고 대금을 부는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건너편에서 우렁찬 함성 소리와 ‘힘’이 느껴졌다면 이곳에서는 예술적 낭만과 ‘부드러움’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