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용 로봇은 인류를 가사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가전업계의 빅히트 상품이 될 전망이다.
중산층인 제럴드 마틴씨의 집으로 배달된 가정용 로봇 앤드루는 요리, 청소, 세탁, 육아, 집 수리는 물론이고 말동무, 부업, 경비 시스템의 역할까지 완벽히 해낸다. 값은 비싸도 주인집 가족을 끝없는 가사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주며, 가족이 어떠한 명령을 내려도 즉시 과제를 수행한다.
이 영화의 내용은 이제 허구가 아니라 사실이 되고 있다. 인터넷에 들어가 가정용 로봇을 주문하면 집으로 배달해준다.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는 아니지만 청소쯤은 맡길 수 있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가정용 로봇의 시대가 한 발 한 발 다가오고 있다. 낙관적인 과학자들은 ‘1가구 1로봇’ 시대가 머지않아 도래할 것으로 예상한다. 로봇은 그 개발목적대로 사람을 더 편하고, 더 즐겁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가정용 로봇의 등장에 정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쪽은 주부가 아니라 가전업체 경영진이다. 가전업계는 지능형 로봇이 ‘대박’을 안겨줄 비즈니스 아이템이 되리라 믿는다. 이들은 영화에서 제럴드 마틴씨가 앤드루를 구매하는 것처럼 중상류층을 중심으로 로봇 구매가 유행할 날이 곧 다가올 것으로 내다본다.
가전업계는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먼 미래의 컨셉트’로만 여겨지던 고화질 HD-TV가 지금은 전세계 시장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초히트 상품으로 성장한 것을 경험했다. 그 속도에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그렇다면 10년쯤 뒤엔 로봇 제품도? 안 되겠다. 지금부터라도 투자를 해야겠다.’ 대다수 가전업체의 생각이다.
PC, 휴대전화 다음은 로봇?
실제로 가전업계를 선도하는 기업들 사이에선 로봇 기술 개발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상당수 업계 전문가는 로봇이 TV, 퍼스널 컴퓨터, 휴대전화에 이어 인류의 삶 중심에 자리잡을 전자기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기업의 논리로 접근하면 ‘로봇이 SF영화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로봇에 대한 인류의 기대수요가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제대로만 만들면 로봇 제품이 빅히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로봇은 몇 가지 종류로 나뉜다. 인간처럼 직립 보행하고 인공 귀와 눈을 가진 휴머노이드, ‘사이버네틱 오거니즘(cybernetic organism)’의 약자로 인간의 신체를 인공장기 등으로 대체하는 개념의 사이보그, 스스로 뛰고 차고 물고 다니면서 온갖 재롱을 떠는 애완용 로봇, 인간이 갈 수 없는 극지방이나 화산 등지를 누비는 탐사 로봇, 폭탄제거 로봇, 스포츠 로봇, 곤충 로봇 등이 있다.
요즘엔 산업계의 여러 영역과 이공계 연구실에서 로봇 사용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반인에게 로봇의 존재가 한층 실감나게 인식되는 분야는 가정용 로봇이다. 현재의 가정용 로봇은 실내를 청소하고 침입자가 없는지 집 안팎을 감시하며 엔터테인먼트-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앤드루의 ‘원시인 조상’쯤 되는 셈이다.
나라마다 로봇의 ‘진화’ 속도 차이는 꽤 크다. 이미 일부 로봇 선진국은 여느 나라보다 몇 단계 진화된 로봇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전자 기술의 강자이지만 로봇 제조에 관한 한 세계 초일류 반열에 못미치고 있다. 로봇은 센서, 집적회로(IC), 가전 등 다양한 IT기술이 어우러진 최첨단 복합기술 제품이다. 산업용 로봇의 경우 미국, 일본, 유럽이 세계 시장의 90%를 차지한다. 다만 휴머노이드와 가정용 로봇 시장은 이제 막 열리는 단계이다.
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로봇 기술은 ‘이동성(mobility)’과 ‘지능(intelligence)’의 2가지 축으로 진화하고 있다. 로봇은 10년 안에 인간처럼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고 스스로 판단해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한다. 2030년쯤이면 일부 분야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능력을 가진 로봇도 출현할 전망이다. 로봇 개발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을 닮아가는 것이며, 따라서 개인주의적 라이프 스타일의 확산에 힘입어 산업용 로봇보다는 가정용 로봇이 더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통신부는 2003년 8월 지능형 로봇을 ‘10대 차세대 성장산업’의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 오는 2013년 세계 3위의 로봇 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게 한국 정부의 비전이다. 정통부는 로봇이 단순히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수준이 아니라, 로봇과 로봇이 연결되어 사람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네트워크화된 로봇’, 즉 URC(Ubiquitous Robotic Companion) 개념을 제시했다.
산업자원부도 2013년에는 지능형 로봇 분야가 생산 30조원, 수출 20조원, 고용창출 10만명을 기록할 국가 성장동력산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기술평가원은 “2010년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1000억달러에 달하며, 그중 가정용 로봇이 620억달러(약 62조원)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들은 아직 체감하지 못하겠지만 ‘1가정 1로봇’ 시대가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할 가능성은 이처럼 매우 높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