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인구 7000여 명의 전형적 농촌인 자인면에 대학이 들어설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더욱이 복숭아밭과 야산 한 가운데에 자리잡은 대학이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성장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치 못했다. 그러나 대경대는 인근에 포진한 4년제 종합대학들의 틈새를 비집고 활기찬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
‘대경’은 ‘대구와 경북’의 첫 글자를 의미하지만 이곳에서 공부하면 ‘큰(大) 경사(慶)’를 이룬다는 뜻을 담고 있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이 학교는 지금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하며 유명세를 타고 있다.
산학일체형 교육의 위력
대경대는 유진선 현 학장이 시간강사로 뛰던 1993년 문을 열었다. 그때 유 학장의 나이는 33세.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어려운 현실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뛰어다니기를 15년, ‘규모는 작더라도 속이 꽉 찬 전문직업학교를 만들겠다’는 그의 꿈은 현실이 됐다.
6개 학과 480명으로 출발한 대경대는 현재 22개 전공분야에 4200명의 학생이 북적이는 만만찮은 대학으로 훌쩍 자랐다. 학생 충원율은 매년 100%. 그러나 이 학교 학생들은 다른 대학들처럼 힘겨운 모집 ‘작업’을 통해 끌어들인 게 아니다. 또한 소재지인 경북이나 인근 대구에서 모두 충원한 것도 아니다. 올해 입학한 1964명 가운데 대구·경북 출신은 47%. 절반이 넘는 나머지는 전국 각지에서 찾아왔다. 서울과 경기 출신이 16%, 부산·대전·광주·울산 등지에서 온 학생이 37%를 차지했다.
특히 모델과와 뮤지컬과, 연극영화과, 호텔조리과, 뷰티디자인학부의 경우 지원자와 합격자의 35%가 수도권에서 고교를 졸업한 학생들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해 9월 공개한 전국 대학 취업률에서 대경대는 졸업생수 2000명 이하 대학에서 전체 취업률 98%로 1위권에 들었다.
요즘은 전문대학이든 4년제 종합대학이든 산학(産學)협력체제가 거의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대경대는 2001년에 ‘산학일체형 CO-OP(Co-Operative)’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입학=취업’이라는 방향을 일찌감치 설정한 것. 2003년부터 지금까지 교육인적자원부의 시범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는 CO-OP는 그동안 전국 150여 개 대학이 벤치마킹을 했다. 이 프로그램은 2005년 제2회 대한민국 지역혁신박람회에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 3월6일 대경대 디자인동 4층 헤어숍 CO-OP실. 대학 내 시설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잘 꾸며진 미용실에는 가위를 든 학생들의 손놀림이 세련미를 풍겼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실습 형태 수업은 주로 외부 손님을 대상으로 한다. 학생들은 실제 미용실을 운영하는 주인이 되고, 손님은 실습 대상이 아닌 진짜 고객이다. 이 미용실의 단골이 된 이미경(36·대구 수성구 신매동)씨는 “파마 가격이 시중에 비해 매우 저렴한 데다 머리 손질 수준도 뛰어나 자주 찾는다”고 했다.
지난해 뷰티디자인학부가 주최한 국제헤어디자인경진대회에서 이 대학 학생들이 유럽 학생들을 제치고 대상을 차지한 것도 바로 CO-OP형 공부를 통해 닦은 실속형 교육의 결과다.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지난해 3월에는 호주 멜버른에 TK(대경) 뷰티칼리지를 개교했다. 헤어와 메이크업, 스킨케어 등 5개 전공에 250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